ㅡ 유치원생 아이들이 애벌레 어파트를 발견했어요. 나무 그루터기 앞에서 20분도 넘게 쪼그리고 앉아 있네요. 이쯤되면 다리에 쥐가 날 법도 할텐데요. 꼼짝도 안합니다.
숲놀이요? 그거면 됐죠, 뭐하러 끼어들겠어요.
유아~초 1학년으로 여학생 2명과 남학생들인 모두 13명 숲놀이인데, 숲속의 색깔찾기라는 키워드를 던져주긴 했어요. 식물과 곤충의 관계를 살짝 들여다 볼까했거든요. 마음대로 실컷 놀다가
"애들아, 모이자 "
하면 색깔을 모아서 함께 모이기로 하고 마음껏 놀아라 했어요.
미션 키워드는 아랑곳하지않고 돌아다닙니다. 이따끔 뭔가 찾는 것도 같더군요. 그럼 됐지요. 식물학자 연수도 아니니, 마음껏 보고 만지고 놀면 됐지요.
40분 수업에서 20분쯤 지날 때 쯤 "애들아, 모이자 " 했을 때, 아이들이 발견한 숲색깔이에요.
푸르고 노랗고 하얀 달개비, 분홍 여뀌, 하얀 벌개미취, 빨깐 미국자리공, 보라색 맥문동, 노란색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왕고들빼기, 푸르기도 하고 갈색이기도 한 솔방울, 연두도 있는 노랗고 하얗고 검은 애벌레(장수쐐기나방 애벌레), 흰버섯, 노란버섯, 자기랑 키가 비슷한 개망초 , 노랑 하양 파랑 빨강 바람개비......
아직 색깔을 찾지 않은 아이들과 자기가 찾은 색깔을 말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 학교 소나무숲을 한 바퀴 돌면서 다시 한 번 색깔을 더 모았습니다.
다함께 모인 때라 원래 계획했던 '식물과 곤충의 관계'를 색깔 이야기로 살짝 이야기하려고 막 폼 잡을 때 ,
" 언제 끝나요? 내려가면 안 돼요? 그냥 놀면 안돼요? 힘들어요."
" 이거 끝나면 또 놀아도 돼요?"
합니다.
그래서 계획을 고집하지 않고 "오늘은 딱 1가지만 이름이라도 정확하게 알고 헤어지자"
로 했습니다.
'닭의 장풀'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습니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습니다.
쪼그리고 오래 앉아 자리에 쥐 좀 나봐야 앎이 삶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