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에 가면 소위 시수 좀 낸다고 하시는 분들과 몇 단이네 하면서 자랑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런 분들의 10중 8, 9는 자신이 국궁에 천부적 재능이 있거나, 본인의 궁체가 매우 바르기 때문이라는 자만심과 더불어 자신은 국궁이라는 전통 무예를 연마하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활을 내신다. 하지만 자신의 궁체가 양궁과 똑같다는 사실은 아예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애써 부정한다. 그러나 가야금으로 락(Rock)만 연주하는데 국악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가. 프로의 기품이 느껴지는 완벽한 양궁 자세
윗 그림은 대한민국의 자랑인 기보배 선수와 구본찬 선수의 양궁 자세이다. 두 선수의 자세를 보면 그립은 지중해형이고 깍지 손을 턱밑에 고정(Anchoring)시키면서 화살대의 방향과 시선의 방향을 나란하게 만들고, 집게손과 중지 사이에 화살 오늬를 위치시키면서 화살대가 턱 밑으로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깍짓손을 항상 같은 곳에 고정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 동일한 조건에서 화살을 발시함으로써 화살의 탄착점 편차를 줄이기 위함이지만, 그립이 지중해 형이라 더 뒤로 당기면 현이 얼굴을 치게 된다. (그래서 양궁에서는 더 뒤로 당기는 것을 잘못된 자세로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 자세는 당기는 거리를 일정하게 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자세이면서 동시에 시선의 방향 수직 아래에 화살대를 위치시킴으로써 마치 소총의 조준선 정렬과 같이 시선과 화살의 진행방향이 수직 하게 나란하도록 자세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 자세는 일정 거리에서 정확도를 겨루는 양궁의 목적에 가장 최적화된 자세이다. 다시 보아도 프로의 기품이 느껴지는 멋진 자세이다.
나. 턱밑사법은 국궁인가? 양궁인가?
그럼 다음으로 활터에서 소위 시수 좀 낸다는 구사(舊射)들의 자세를 살펴보자
제일 좌측은 양궁처럼 깍지손을 턱 아래 붙였을 때이고 이후 자세의 변화없이 직 후방으로 그대로 뺀 모습을 순차적으로 나타내었다. 사진의 위와 아래는 카메라 각도의 차이일 뿐 자세나 위치의 차이는 없다. 그림의 가운데와 제일 오른쪽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모습 아닌가? 맞다. 바로 그 모습이다. 소위 시수 좀 낸다는 사람들의 일명 턱밑사법! 많은 사람들이 자랑삼아 유투브에 올린 바로 그 턱밑사법. 양궁과 동일한 모습에 발시까지 똑같으면서 양궁이 아니고 국궁이라 말하는 바로 그 턱밑사법이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아무리봐도 양궁자세일 뿐이다.
양궁선수들은 과녁과 몸통을 수직하게 서기 때문에 뒤에서 보아도 몸이 일자이며 기품이 있지만 비정비팔이랍시고 선 자세에서 화살대를 턱밑으로 집어넣고 쏠려면 턱이 앞으로 쑥 빠져야 하는 자세를 연출한다. 엉거주춤한 꼴임에도 궁체라고 자랑하는 바로 그 턱밑사법이다.
왼쪽 그림은 실내양궁장에서 양궁을 즐기는 청소년의 뒷 모습이다. 선수도 아닌 일반 청소년도 저렇게 바른자세로 양궁을 즐김에 기품이 있어보이지만 턱 밑으로 화살대를 집어넣는 턱밑사법을 뒤에서 보면 참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다. 뭐하자는 자세인지..
다. 목적에 부합하는 활 자세
여기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턱밑사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양궁은 분명하게 거리와 정확도 겨루는 경기이다. 그래서 거리에 따라 종목이 나뉘고, 선수마다 선호 종목이 따로 있다. 따라서 양궁은 일정한 거리에서 정확도를 갖고 쏠수 있도록 사법이 최적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여 양궁 자세는 양궁이 갖는 목적에 가장 최적화된 자세라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양궁을 하시는 분 들 누구도 양궁이 서양의 전통 활쏘기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 국궁은 어떠한가? 국궁은 일정한 거리에서 시수를 겨루는 경기인가 아니면 조선 무과 종목이면서 전쟁을 대비한 전통 무예인가?
만약 전자라면 양궁처럼 쏘면 된다. 쓸데없이 비정비팔이니, 줌손과 깍지손을 짜니 등등의 어려운 이야기 할 필요 없지 않은가? 이미 양궁에서 어떠하면 잘 맞는지 다 알려주고 있는데.. 쓸데없는 곁가지 붙일 필요 없지 않은가?
만약 후자라면 그리고 그것이 전통 국궁이라고 말하려 한다면 턱밑사법은 버려야 한다.
라. 우리 전통 활쏘기 : 화살대는 귓바퀴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웅천 이춘기 공)
우리 활은 달려오는 적을 향하여 쏠 수있어야 하고, 성 위에서 아래로도 쏴야하고, 아래에서 위로도 쏴야하고 말타고도 쏴야한다. 턱밑사법에 145m 전용 표(標)를 보는 사법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의심나면...30m 거리에 물체를 놓아두고 똑 같은 표와 사법으로 한 번 쏴 보시길... 화살이 어디로 가는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웅천 이춘기공의 사예결해에 의하면, “引之之時。兩手齊擧。其高無下於耳上。〔인지지시。양수제거。기고무하어이상。〕 활을 당길 때는 양쪽 손을 가지런히 드는데, 그 높이가 귓바퀴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라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화살대가 눈높이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화살대가 눈높이와 같아야만 근거리는 눈이 본데로 쏠수 있고 장거리는 눈으로 본곳에 고각만 변화하여 쏘고, 또 눈높이와 살대가 같아야만 위에서 아래로 또 아래에서 위로 자유롭게 쏠 수 있다. 그것이 조선의 궁술이고 전통이다.
마. 필자의 변
물론 현실에서 눈높이까지 화살대를 들어올리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수만 올릴 줄 아는것과 적어도 무엇이 옳은지를 알고 있는것과는 분명 활 잡는 자세와 마음가짐에서부터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활을 내면서 시수보다는 겸양이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도 만작시 화살대를 눈높이까지는 못 들고, 겨우 광대뼈와 귓구멍 높이 정도까지만 들어 올린다. 그래서 더 높이려 수련중이며, 행여라도 신사들이 물어보면 "우리 활은 눈높이까지 드는게 맞지만... 시수를 내시려면 턱밑살대도 매우 좋습니다. 그러나 그건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활이라 할 수 없습니다"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활터에서 자신의 모습은 사진한번 찍어보지도 않은채 그저 시수 좀 낸다고 자신의 턱밑사법을 전통인 양 가르치려하는
모습들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다.
우리 활을 들고 양궁을 하자는 건지..국궁을 하자는 건지..
* 제 글이 불편하신분은 올바른 근거로 제게 설명부탁 합니다. 제가 틀렸으면 고치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그런데 도저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성품을 가진 궁사가 가끔 있어서 그런 활터는 내홍을 겪습니다.
즉, 활터에 인간 쓰레기가 하나라도 들어오면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오만 방자하고 사람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인정도 없는 쓰레기 말입니다.
그냥 가만히 놔두시는게 상책일듯 합니다^^
본디 쓰레기는 놔두면 계속 악취만 풍기고 걸리적 거리니 치우는 게 맞겠지요. 문제는, 그게 사람이라 맘대로 그리 할 수 없다는 것.
지금 우리 활판엔 참된 의미의 어른과 권위, 전통 같은 건 그놈의 '시수' 바람에 실종된 지 오래니 별 도리는 없을 듯 하네요. 그냥 투명인간 취급을 할 수밖에..
일찌기 예수님이, 진주를 개나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고 하셨죠. 그들이 그걸 발로 밟고 오히려 너희를 물고 뜯을까 조심하라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