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이성애를 위하여
이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뭐랄까, 인정하는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형태가 있어왔으니 그런결합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안전' 만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양성과 평등의 미명하에 뭐든 오케이해버리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라든가 약자의 피해라든가를눈앞에서 보고도 놓쳐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167
자연이 너무 좋다. 그리고 너무 눈물이 난다. 영원히 내 손을,관념을 빠져나가버리는 그들이 너무 야속하다. 이 삶에서 영원히재현할 수 없고 전달할 수 없을 그 무엇이 너무 애가 타서 눈물이나버린다.
아니 근데 나는 또 미술을 보러 가면 천연덕스럽게도 갑자기아예 다른 마음을 먹기도 한다. 어느 틈엔가 자연을 잊고 '자연 버금이'들이 지금 눈앞에 있다고 믿어버린다.
'이런 그림이면 이것만 보면서 평생 살지' 싶은 애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핸드폰에 인터넷이 잡히자 바로 첼시 지역 갤러리를 왕창 방문했다. 좋은 그림 몇 점을 보고 나자, 내가 증말 아트 땜에 제 명에 못 죽지 싶어졌다. 이번 여행에는 일부러 종이나 펜 같은 물리적 재료를 쓰지 않고 아이패드로만 작업을 하자생각했는데, 역시 또 디지털이 아닌 그림들의 물성을 맞닥뜨리니당장 손에 잡히는 재료들이 무척 그리워진다. 지금 당장 돌아가고싶은 곳이 있다면 그것은 재료들의 곁이다.
ibanjiha
나는 이 감정을 더 하나하나 얇게 얇게 한 겹씩 음미하고 싶었기때문에, 음식을 몸에 넣고 맛보거나 삼키는 일 같은 걸 지금 일정에 껴줄 수 없었다.
새삼스레 '시간'이라는 말보다 '세월'이라는 말을 떠올렸다.내 책을 받아든 손들과 얼굴들을 다시 떠올렸다. 지금 이 모든 것을 다 이 몸에 영구히 욱여넣고 싶다. 아니 그보다는 좀더 구조적으로, 내 몸을 세로로 여러 번 쪼개 이 기억의 공기를 층층이 끼워넣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이들이 내 에어조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와그랑 부대낄 때마다 공기층 같은 물렁뼈와 근육이 되어 나를 채워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나가 된 나를 세상에 내딛고 싶다.
그래서 더 깊이 오늘의 만남과 얼굴들과 그 순간의 공기를생각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 많이 나를 떠나지 못하고 이 몸에세포에 남아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을 공기로 상정하고 나는그것을 숨으로 들이켜 내 몸에 가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