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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한 아메리칸 드림과 낭만적 사랑의 애달픈 결말
-F. 스콧 피츠제럴드의『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위대한 개츠비』는 시대를 막론하고 독자들의 감정을 끌어당기는 강렬한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가난한 남자의 자수성가 신화와 어떤 역경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낭만적 사랑의 로망스가 동화처럼 펼쳐지는가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쟁취하는 것으로 변질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있습니다.
‘잃어버린 세대’, ‘재즈 시대’라 불리기도 하는 미국의 1920년대는 직전의 1차 세계대전과 뒤따른 대공황 직전의 갑작스러운 호황기로, 전쟁의 영향으로 기존의 도덕적 가치체계에 대한 환멸을 느낀 많은 이들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물질적 풍요 속에 현실의 쾌락에 탐닉하는 분위기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지요. 술과 재즈 음악으로 상징되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 피츠제럴드입니다. 1896년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부모, 특히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강했던 그는 사회적 물질적 성공에 대한 어떤 집착을 가지게 된 것 같고 이러한 면은 1920년대를 거치면서 더욱 강하게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함께 이후 그의 삶과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여인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평생의 연인이자 부인인 젤다(Zelda Sayre)입니다. 사교계의 명사이자 화려한 파티를 즐겼던 젤다는 알콜 중독과 신경쇠약 등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하기도 하는데, 1934년 작인『밤은 부드러워』Tender is the Night는 바로 이 젤다를 모델로 한 소설입니다. 피츠제럴드의 절친이었던 헤밍웨이는 젤다로 인해 피츠제럴드의 문학적 천재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고 그녀를 비난하기도 했지요.
다른 한 여인은 지네브러 킹(Ginevra King)입니다. 피츠제럴드가 열여덟 살 무렵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지만 가족, 특히 아버지가 피츠제럴드의 가난을 이유로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결국 헤어지게 된 여인이지요. 하지만 지네브러 킹에 대한 피츠제럴드의 사랑은 그치지 않아, 젤다를 만나는 동안에도 그는 계속해서 킹에게 연서를 썼습니다. 나중에 킹은 부유한 기업가의 아들 윌리엄 빌 미셸과 결혼하는데, 지네브러와 남편 미셸은『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와 톰 뷰캐넌의 모델이 됩니다. 피츠제럴드와 사귀던 시절에 킹은 이야기 한 편을 써서 피츠제럴드에게 주는데, 그는 이 이야기를 평생 간직했다고 합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부자 남편과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주인공이 피츠제럴드를 그리워하다 피츠제럴드가 충분한 재산을 모은 뒤에 다시 결합한다는 이 이야기는『위대한 개츠비』와 꼭 닮아있습니다. 이처럼 지네브러 킹은 피츠제럴드의 삶은 물론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위대한 개츠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여인이었지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 데이지를 찾아온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닉 캐러웨이라는 인물의 서술로 진행됩니다. 이야기는 닉이 뉴욕 롱아일랜드의 웨스트 에그에 자리한 개츠비의 저택 옆에 정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닉은 그곳에서 엄청나게 부유한 톰 뷰캐넌과 결혼한 사촌 데이지를 만납니다. 그가 방문한 뷰캐넌 저택의 묘사입니다.
We walked through a high hallway into a bright rosy-coloured space, fragilely bound into the house by French windows at either end. The windows were ajar and gleaming white against the fresh grass outside that seemed to grow a little way into the house. A breeze blew through the room, blew curtains in at one end and out the other like pale flags, twisting them up toward the frosted wedding-cake of the ceiling, and then rippled over the wine-coloured rug, making a shadow on it as wind does on the sea.
우리는 천정이 높은 복도를 지나 화사한 장밋빛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쪽 끝에 있는 프랑스 식 여닫이 유리문으로 집과 약하게 이어진 공간이었다. 유리문들은 조금 열려 있었고 집안으로 들어와 자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나는 바깥의 싱싱한 풀을 배경으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미풍이 방을 가로지로 불어오면서 커튼의 한쪽 끝은 안쪽으로 다른 쪽 끝은 바깥쪽으로 하얀 깃발처럼 흩날려, 당의를 입힌 웨딩케이크처럼 천장을 향해 둘둘 말아 올리더니 포도주 빛 양탄자 위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바람이 바다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듯 양탄자 위에 그림자를 드리워 놓았다.
장밋빛, 프랑스식 여닫이 문, 웨딩케이크, 포도주 빛 양탄자 등 곳곳에서 몽환적이고 화려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닉은 그곳에서 만난 조던 베이커 양으로부터 데이지의 남편 뷰캐넌에게 뉴욕에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톰의 정부인 윌슨 부인이지요. 함께 부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개츠비라는 인물이 이웃에 산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됩니다. 한편, 닉이 살고 있는 웨스트 에그와 뷰캐넌 부부가 거주하는 이스트 에그 사이에는 ‘재의 골짜기’라는 곳이 있습니다. 나중에 자동차 사고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이곳은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 사이에 자리 잡은 경계 지대이자 이름처럼 불행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This is a valley of ashes—a fantastic farm where ashes grow like wheat into ridges and hills and grotesque gardens; where ashes take the forms of houses and chimneys and rising smoke and, finally, with a transcendent effort, of ash-grey men, who move dimly and already crumbling through the powdery air. Occasionally a line of grey cars crawls along an invisible track, gives out a ghastly creak, and comes to rest, and immediately the ash-grey men swarm up with leaden spades and stir up an impenetrable cloud, which screens their obscure operations from your sight.
여기가 재의 골짜기다. 재가 밀처럼 자라 볼록한 둔덕과 언덕과 기이한 정원을 이루는 환상적인 농장이다. 재는 집과 굴뚝과 피어오르는 연기 모양이 되어 결국에는 한껏 용을 써 잿빛 인간들의 형상이 되었다가 흐릿하게 움직이다가 가루 모양이 대기 속으로 흩어져 버린다. 이따금 잿빛 차들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줄지어 기어가며 유령 같은 끽끽 소리를 내다가 조용해진다. 그러면 곧장 잿빛 인간들이 납으로 만든 삽을 들고 모여들어 모든 것이 보이지 않게 하는 먼지 구름을 일으켜놓으면, 이 먼지 구름은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이들이 작업을 시야에서 가리고 만다.
톰과 함께 정부 윌슨 부인의 집에 가게 된 닉은 거기서 개츠비라는 인물이 자신의 이웃에 산다는 말을 듣습니다. 대단한 부자로 알려진 개츠비는 특히 매주 사람들을 초대해 화려한 파티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재산 축적 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인물이 별로 없이 소문만 무성했지요.
There was music from my neighbour’s house through the summer nights. In his blue gardens men and girls came and went like moths among the whisperings and the champagne and the stars. At high tide in the afternoon I watched his guests diving from the tower of his raft, or taking the sun on the hot sand of his beach while his two motorboats slit the waters of the Sound, drawing aquaplanes over cataracts of foam. On weekends his Rolls-Royce became an omnibus, bearing parties to and from the city between nine in the morning and long past midnight.
내 이웃집에서는 여름 내내 음악이 들려왔다. 그의 푸른 정원에서는 남자와 여자들이 속삭임과 샴페인과 별들 사이를 나방처럼 오갔다. 오후 만조로 물결이 높아질 때면 나는 그의 손님들이 부교 꼭대기에서 다이빙 하거나 해변의 뜨거운 모래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는 동안 두 대의 모터는 폭포 같은 포말을 일으키며 수상스키를 끌며 해협의 물을 갈랐다.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가 승합버스 역할을 하며 오전 아홉 시 부터 자정이 훨씬 지날 때까지 파티 손님들을 실고 오갔다.
닉은 이 호화스러운 파티를 경멸합니다. 하지만 닉을 만난 개츠비는 자신의 전 애인이자 지금은 뷰캐넌의 아내가 되어 있는 데이지와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으로 이런 파티를 연다고 말해줍니다. 닉은 베이커로 부터 데이지와 개츠비에 대한 과거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둘은 사랑하던 사이였지만 부모의 반대로 헤어져야 했다는 것이었지요.
Wild rumours were circulating about her—how her mother had found her packing her bag one winter night to go to New York and say goodbye to a soldier who was going overseas. She was effectually prevented, but she wasn’t on speaking terms with her family for several weeks. After that she didn’t play around with the soldiers any more, but only with a few flat-footed, shortsighted young men in town, who couldn’t get into the army at all.
데이지에 관한 루머가 돌고 있었지요. 데이지가 해외로 파병 갈 병사를 배웅하려고 가방을 꾸려 뉴욕에 가려다 그녀의 엄마에게 들켰다는 것이었지요. 데이지는 결국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몇 주 동안이나 가족들과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고도 했어요. 그 뒤로 그녀는 군인들과는 더 어울리지 않았어요. 군대에 갈 수 없는 평발이나 근시인 사람들만 사귀었다는군요.
첫 만남 이후 개츠비는 닉을 초대 후 자기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박사 마이크 울프심과 합석하면서 자신에 대해 조금씩 드러냅니다. 닉이 데이지의 사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개츠비는 자신이 데이지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고, 닉은 그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마침내 개츠비와 데이지는 만나게 되었지요. 데이지를 다시 만난 개츠비의 감정에 대해 닉은 이렇게 묘사합니다.
Daisy tumbled short of his dreams—not through her own fault, but because of the colossal vitality of his illusion. It had gone beyond her, beyond everything. He had thrown himself into it with a creative passion, adding to it all the time, decking it out with every bright feather that drifted his way. No amount of fire or freshness can challenge what a man can store up in his ghostly heart.... His hand took hold of hers, and as she said something low in his ear he turned toward her with a rush of emotion. I think that voice held him most, with its fluctuating, feverish warmth, because it couldn’t be over-dreamed—that voice was a deathless song.
데이지는 그의 꿈에 미치지 못했다. 그건 그녀 잘못이 아니라 개츠비의 환상이 활력이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을 통해 그것(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환상)에 스스로를 내던졌고, 내내 그 환상을 키워왔으며, 자신의 길 앞에 어른거리는 모든 빛나는 깃털로 그 환상을 장식해왔다. 제아무리 큰 열정이나 신선함도 한 인간이 자신의 유령 같은 마음속에 품을 수 있는 것에 대적할 수는 없는 법이다...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그녀가 그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나지막하게 속삭이자 그는 솟구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몸을 돌렸다. 나는 그때 열기를 머금고 따스하게 파동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그 목소리는 아무리 꿈을 꾸어도 더 꾸고 싶은 목소리, 즉 하나의 불멸의 노래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데이지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져야 했지만, 개츠비는 데이지에 대한 마음을 여전히, 아니 더 강렬하게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데이지의 남편인 톰까지도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사랑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개츠비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는 가난 때문에 잃었던 옛 애인, 지금은 남의 아내가 되어 있는 데이지를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었지요.
“Can’t repeat the past?” he cried incredulously. “Why of course you can!”
He looked around him wildly, as if the past were lurking here in the shadow of his house, just out of reach of his hand.
“I’m going to fix everything just the way it was before,” he said, nodding determinedly. “She’ll see.”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천만에,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는 마치 과거가 여기 자기 집 어두운 그림자 속, 금방 손에 잡히기라도 할 거리에 숨어있기라도 한 듯 거칠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는 모든 것을 이전과 똑같이 바로잡아 놓을 겁니다.”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도 알게 될 겁니다.”
개츠비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데는 까닭이 없지 않습니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사랑은 여전히 진실하고 강렬했으며, 데이지의 사랑 또한 그러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함께 했던 순간을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그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습니다.
One autumn night, five years before, they had been walking down the street when the leaves were falling, and they came to a place where there were no trees and the sidewalk was white with moonlight. They stopped here and turned toward each other. Now it was a cool night with that mysterious excitement in it which comes at the two changes of the year. The quiet lights in the houses were humming out into the darkness and there was a stir and bustle among the stars. Out of the corner of his eye Gatsby saw that the blocks of the sidewalks really formed a ladder and mounted to a secret place above the trees—he could climb to it, if he climbed alone, and once there he could suck on the pap of life, gulp down the incomparable milk of wonder.
His heart beat faster as Daisy’s white face came up to his own. He knew that when he kissed this girl, and forever wed his unutterable visions to her perishable breath, his mind would never romp again like the mind of God. So he waited, listening for a moment longer to the tuning-fork that had been struck upon a star. Then he kissed her. At his lips’ touch she blossomed for him like a flower and the incarnation was complete.
오 년 전 어느 가을밤, 그들은 낙엽지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나무도 하나 없고 거리는 달빛으로 하얗게 빛나는 곳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그때는 두 계절이 바뀌는 저 신비한 흥분이 가득한 서늘한 밤이었다. 집들마다 켜진 조용한 전등불이 어둠속에서 흥얼거리고 있었고, 별들 사이에서도 부산스런 동요가 일어나고 있었다. 개츠비는 곁눈질로 보도 블럭들이 사다리가 되어 나무 위 은밀한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혼자였다면, 그도 올라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일단 그곳에 오르기만 하면 삶의 젖꼭지도 물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이의 젖을 빨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자신의 얼굴로 다가오자 그의 심장이 더 빨리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아가씨와 키스를 함으로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비전을 그녀의 필멸이 영혼과 영원히 결합하게 되면 자신의 영혼은 다시는 신의 마음처럼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기다렸다. 별에 부딪힌 소리굽쇠의 소리를 귀 기울이며 잠시 더 있다가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숙이 닿자 그녀는 마치 꽃처럼 피어났고, 꿈은 마침내 완벽한 현실이 되었다.
데이지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개츠비는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는 믿음을 점점 더 확고하게 갖게 됩니다. 결국 개츠비는 데이지의 남편인 톰에게 데이지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드러내놓고 말을 하며 둘은 격렬하게 다툽니다.
“Your wife doesn’t love you,” said Gatsby. “She’s never loved you. She loves me.”
“You must be crazy!” exclaimed Tom automatically.
Gatsby sprang to his feet, vivid with excitement.
“She never loved you, do you hear?” he cried. “She only married you because I was poor and she was tired of waiting for me. It was a terrible mistake, but in her heart she never loved anyone except me!”
“당신 아내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소.” 개츠비가 말했다.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나를 사랑해.”
“당신 미쳤군!” 톰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개츠비는 벌떡 일어섰다. 그는 흥분된 표정으로 생기가 넘쳐났다.
“그녀는 당신을 결코 사랑한 적이 없어, 알아듣겠소?” 그가 소리쳤다. “내가 가난해서 나를 기다리는 데 지쳐서 당신과 결혼했던 것뿐이오. 그건 끔찍한 실수였소. 하지만 마음속으로 나 말고 누구도 사랑한 적이 없소!”
그러나 이런 개츠비의 태도는 톰은 물론 데이지조차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데이지가 개츠비를 사랑하는 것이 맞다 하더라도 지금 그녀는 톰의 아내입니다. 과거는 과거로 지난 것일 뿐이고요. 무엇보다 개츠비가 떠난 후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고는 하지만 데이지는 남편 톰을 사랑했던 적도 있었을 뿐 아니라 그의 엄청난 재산이 주는 부유함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개츠비 자신도 알고 있었지요.
“She’s got an indiscreet voice,” I remarked. “It’s full of—” I hesitated.
“Her voice is full of money,” he said suddenly.
That was it. I’d never understood before. It was full of money—that was the inexhaustible charm that rose and fell in it, the jingle of it, the cymbals’ song of it… High in a white palace the king’s daughter, the golden girl…
“데이지의 목소리는 신중함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목소리가 온통...” 그리고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죠.” 그가 불쑥 던졌다.
그랬다, 나는 전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르내리는 음성, 그 경쾌한 소리, 심벌즈의 음악 같은 그 소리...하얀 궁정 저 높은 곳의 공주, 황금 소녀가...
그랬기에 데이지는 개츠비라는 존재가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예전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그녀를 다시 자신의 여인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애원하듯 말합니다.
“Oh, you want too much!” she cried to Gatsby. “I love you now—isn’t that enough? I can’t help what’s past.” She began to sob helplessly. “I did love him once—but I loved you too.”
“오, 당신은 바라는 게 너무 많아요!” 그녀가 개츠비에게 소리쳤다. “나는 지금 당신을 사랑해요.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요?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어요.”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때 그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당신도 사랑했어요.”
개츠비의 강요로 인해 데이지는 톰에게 개츠비에게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게 되지만 톰은 지지않고 개츠비가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결국 데이지는 남편 톰 곁에 남기로 결정하게 되지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톰은 데이지와 개츠비가 함께 차를 타고 가도록 합니다.
비극으로 끝난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로맨스
한편, 톰의 정부인 윌슨 부인의 남편인 자동차 정비소 주인 조지 윌슨(George Wilson)이 아내가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되면서 둘은 말다툼을 벌입니다. 말다툼 도중 그녀가 집 밖으로 뒤쳐 나와 길을 건너는 사이 마침 데이지와 함께 돌아가던 개츠비의 노란 롤스로이스에 치여 죽고 맙니다. 윌슨은 그 전에 톰이 그 차를 운전하고 정비소에 들렀던 것을 기억했던 터라 톰이 사고를 낸 것이라 생각하고 톰을 찾아옵니다. 사실 사고 당시 차를 운전한 것은 개츠비가 아니라 데이지였지요. 하지만 개츠비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데이지와 입을 맞춘 후 사고 책임까지 자신이 질 마음을 먹습니다. 반면, 데이지는 남편인 톰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며 진실을 밝히기보다 톰의 처분대로 따르기로 합니다. 그것은 톰과 함께 떠나는 것이었지요.
톰은 윌슨에게 그 차의 주인이 개츠비라고 알려주고 집도 가르쳐줍니다. 이때 개츠비는 데이지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슬픔 속에 잠겨 있었지요. 차의 주인이 자기 부인의 정부라 생각하고 분노에 차 사리분별력이 흐려진 윌슨은 개츠비를 찾아와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톰과 데이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행을 떠나고요. 살해당하기 전 개츠비는 그토록 되찾고자 했고, 그럴 줄 알았던 데이지가 이제 완전히 자신을 떠났다는 것을, 아니 처음부터 자신이 되찾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He found that he had committed himself to the following of a grail. He knew that Daisy was extraordinary, but he didn’t realize just how extraordinary a “nice” girl could be. She vanished into her rich house, into her rich, full life, leaving Gatsby—nothing. He felt married to her, that was all....Gatsby was overwhelmingly aware of the youth and mystery that wealth imprisons and preserves, of the freshness of many clothes, and of Daisy, gleaming like silver, safe and proud above the hot struggles of the poor.
그는 자신이 성배를 좇는 데 헌신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데이지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멋진’ 여자가 얼마나 특별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부유한 그녀 집안으로, 자신의 부유하고 풍요한 삶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개츠비에게는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다. 그는 그녀와 결혼이라도 한 기분이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개츠비는 재산이 가두고 보호해주는 젊음과 신비, 그 무수한 새 옷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벗어난 저 위에서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은처럼 빛나고 있는 데이지의 존재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겠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겠다는 개츠비의 꿈은 이렇게 비극적으로 끝나고 말았지요. 사실 처음부터 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환상이었습니다. 개츠비는 자신이 사랑했던 데이지를 잃은 것은 자신이 가난했기 때문이니 재산을 모으면 데이지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데이지도 그 시간만큼 변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데이지에게는 개츠비가 어쩔 수 없는 그녀만의 부유한 세계에서 떠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오롯이 그녀 자신의 의지만이 아니라 부모의 반대와 함께 하는 것이라 해도 말이지요. 가난했던 개츠비와의 사랑이 부모의 반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처럼, 다시 만난 개츠비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그녀는 남편인 톰의 세계를 떠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지요. 차 사고의 죄를 개츠비에게 떠넘기려는 남편 톰의 계획을 묵묵히 따르는 데이지의 모습, 그 모습이 개츠비가 모르던, 혹은 알면서 외면하던 데이지의 한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개츠비가 부유함과 성공을 이룩한 과정도 데이지를 되찾는 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가 재산을 축적한 과정은 오롯하게 성실한 노력과 정상적인 방법만을 통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개츠비를 후원하는 울프셰임을 통해 알게 되듯 개츠비의 재산은 밀주와 사기 등 부정직한 방법과 닿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는 생각이 앞서면서, 물질적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왜곡된 모습을 갖게 된 것이지요.
물론, 개츠비가 오롯이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한 악당이기만 하다면 우리에게 이렇게 기억되는 인물이 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아들 아버지가 개츠비의 노트에서 발견한 것처럼 그는 성공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기상 Rise from bed 6:00 a.m.
아령과 벽타기 Dumbell exercise and wall-scaling 6:15–6:30
전기학 및 기타 공부 Study electricity, etc. 7:15–8:15
일 Work 8:30–4:30 p.m.
야구와 운동 Baseball and sports 4:30–5:00
웅변 연습, 자세 갖추기 연습 Practise elocution, poise and how to attain it 5:00–6:00 “
발명에 관한 학습 Study needed inventions 7:00–9:00 “
결심 General Resolves
세프터스나 혹은 [알 수 없음]에서 시간 낭비 말기 No wasting time at Shafters or [a name, indecipherable]
피는 담배나 씹는 담배 금연 No more smoking or chewing.
이틀에 한 번 목욕하기 Bath every other day
매주 한 권 교양서나 잡지 읽기 Read one improving book or magazine per week
매주 5달러 (그었다 지움) 3달러씩 저금 Save $5.00 [crossed out] $3.00 per week
부모님께 더 잘할 것 Be better to parents
이런 개츠비의 태도는 자수성가형 인물의 근면성과 성실함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개츠비의 또 다른 측면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를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푸른 빛’을 찾아온 ‘나방’ 같은 존재였지만 결국 그 ‘푸른 빛’에 도달하지 못한 채 쓰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개츠비의 초라한 장례식이 끝난 뒤, 한때 화려한 파티로 흥청대던 개츠비의 허물어져 가는 저택을 찾은 닉은 맞은 편 데이지와 뷰캐넌의 저택을 보며 개츠비를 떠올립니다.
And as I sat there brooding on the old, unknown world, I thought of Gatsby’s wonder when he first picked out the green light at the end of Daisy’s dock. He had come a long way to this blue lawn, and his dream must have seemed so close that he could hardly fail to grasp it. He did not know that it was already behind him, somewhere back in that vast obscurity beyond the city, where the dark fields of the republic rolled on under the night.
Gatsby believed in the green light, the orgiastic future that year by year recedes before us. It eluded us then, but that’s no matter—tomorrow we will run faster, stretch out our arms further … And one fine morning—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나는 그곳에 앉아 오래전 그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처음으로 데이지 집 선창 끝의 녹색 불빛을 처음 알아봤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를 찾아 멀고 먼 길을 왔다. 그의 꿈이 너무나 가까이 있어 그것을 붙잡지 못할 리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에, 도시 너머 저 뒤 알 수 없는 거대한 어둠 속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어둠 아래 넘실대는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개츠비는 그 녹색이 불빛을 믿었다. 한 해 한 해 우리 앞에서 뒤로 물러나 멀어지는 축제와 같은 미래를 믿었다. 그 미래는 우리를 피해 달아났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우리의 팔을 좀 더 멀리 뻗을 것이다...그러다보면 어느 맑은 아침에는―
그처럼 우리는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배처럼 나아간다,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가면서.
미국적 자유와 자수성가를 바탕으로 한 성공의 성취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성공신화를 체현한 인물, 재산 축적 과정의 부도덕성이 부각되면서 왜곡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그가 추구하는 이상이 실현될 수 없음을 보여준 비극적 인물, 마지막으로 물질적 풍요, 즉 부라는 수단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사랑)를 현실 속에 되돌릴(찾을) 수 있다는 이룰 수 없는 환상에 집착했던 인물 개츠비는 신세계에 정착한 유럽이주민들이 꿈꾸던 순수한 이상이 얼마나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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