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린 아이의 코 묻은 얼굴에
당신 얼굴을 온통 부벼 본 일이 있는가.
또,
그 앙증맞고 보드라운 두 쪽의 엉덩이를
콱~! 깨물어 본 적은 있는가.
때묻지 않은 맑고 초롱한 눈망울을
요리조리 굴리며 짖궂게 장난을 걸어오는
개구진 녀석들의 고사리 손을
한 손으로 움켜지고 간지럼 태운 적이 있는가.
온 몸을 달랑~ 안아 어깨에 혹은 등허리에 감아서
"어르신~ 단지사세요"라고 고함치며
방마다 돌아다니며 거래를 터 본적이 있는가.
나는 어제 두 아이를 데리고
12시 예식이 있을 결혼식장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을 먹고 서방님 옆에서 티브이를 보며
느긋하게 즐기다가 9시30분부터
"자~~ 세수하러 가자!"를 필두로
두 녀석을 외출복으로 갈아 입히고,
내 몸치장까지 마치고,
아, 애마도 윤기있게 다듬고 나니 정각 11시.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벌통을 헤집고 여왕벌과 밀어를 속삭이는
남편을 뒤로하고,
마당 한 켠 양지에 쪼그리고 앉아
추수한 콩의 잡티를 골라내시는
시어른들을 향해 "다녀오겠습니다!!!!"하며 고하고,
저만치 세워진 경운기에 올라타느라
낑낑대는 아들녀석은
새로 갈아 입힌 연풀잎색 정장엔
하마나 벌써 옅은 때가 끼어있다.
"자~~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타라~~~~"
"할아버지, 할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삐쭉빼쭉...벌써부터 정신이 없다..... 에효...)
읍내 예천여중 앞에 도착하니 경도대학 주최인
마라톤대회가 한창인지라 10여분 정체되고......
쉬는 참에 창문 열어 아이들에게
[젊은 오빠(형님) 화이팅~!!!]으로 응원하라고 속삭여주고
나도 내 두 자리의 나이를 한자리로 줄여 열띈 환호성을 보낸다.
예식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30분이다.
3층 예식장엔 벌써부터 결혼 하객들로 장사진을 이루는데
한쪽으론 축의금 내느라 길게 줄까지 서 있다.
결혼식도 안올린 부부가 미리 야외촬영을 하고 ^ ^
결혼식도 안올린 부부의 사진이 예식 입구 여기저기서 방긋거리고 ^ ^
신부대기실엔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가 고운 웃음짓고,
훤칠한 키의 늠름한 신랑은 인사하느라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다.
교육장님의 의미있는 주례사가 끝나고...
신랑신부의 행진이 끝나자 하객들 틈에 낀 몇몇 동료들과 더불어
4층 뷔폐장을 향해 줄행랑을 놓았다.
두 녀석 먹거리까지 챙겨 나르자니 애미로서 한 몸뚱인 것이
적이 불만이다.
찰진 오곡밥이었는지 하얀 쌀밥이었는지 도무지 기억도 안난다. ^ ^
6살난 딸은 체식보다는 육식을 좋아한다. (고건 나를 닮았다.)
4살난 아들은 체식도 좋아한다. (고것도 나를 닮았다.)
35살난 애미는 아이들 위주로 챙겨온 먹거리에 조금은 불만이지만
그럭저럭 배를 채우고......
가만히 둘러보니 양손엔 음식이 담긴 쟁반과 수저를 든채
빈자리를 찾는 사람의 물결이 넘쳐난다.
부조금이야 넘들보다 곱으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지만
자리까지 세 자리 차지하려니... 나중엔 그 나마 하나 빼앗기고
결국 애미는 통로에 어정쩡하게 서서 먹게 된다.
그게 첨엔 자리가 있었는데 음식구하러 일어선 사이
누군가 앉아 버렸다. (실은 양보했지만..결과는 같자너.)
문화회관에서 2시에 뮤지컬이 방영된다.
서방님이 학교에서 구해다 준 초대권 2장을 보태면
나머지 할인권으로 5천냥만 더하면 된다.
뮤지컬은 앞에서 봐야 한담서.
나보다 더 별난 동료 애미들의 성화로
맨 앞자리에서의 관람이 가능했다.
"하얀마음 백구"레든가.....
이 것도 내 나이의 자릿수를 한자리로 만들고 봐야
더 실감이 나고 양껏 동화된다.
저만치 앉아서 보는 딸아이의 눈이 또롱또롱 빛나고 있다.
내 무릎팍에 앉아서 앞을 주시하는 아들녀석의 머리가
미동없는 것으로 봐서 집중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아......나만 졸린가........
아니다 실은 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무대에서 열연하고 있는 [소리]라는 아이가 되어 보았다.
그들이 무대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방방~ 뛰고 춤을 추면
나도 그들과 함께 쿵쿵~ 뛰며 내 몸무게를 과시했다.
사실..... 이렇게 앉아 어제를 회상하며
글을 적고 있지만, 내심은 다소 불안하다.
예천문화회관에서 무대바닥이 파손되었다면서
배상청구를 요하는 전화벨이 울릴 것만 같아서 말이다.
첫댓글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글이었습니다.
사람사는 이야기 잘 읽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