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가사가 아름다운 우리말 노래
시인의 시는 노래가 되기도 하고, 노래는 또 다른 소설이 되기도 한다.
곡에 실린 가사와 음악의 비중이 그때마다 다르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한 켠에는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대중들의 뇌리에 남겨져 있는 곡들이 있다.
그 맥락과 연대기 속에는 원주 출신 작사가 박건호도 있다
영어로 도배가 된 것 같은 힙합 장르안에서도 순수한 우리말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작업들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576돌 한글날을 맞아 가사가 아름다운 우리말 노래 5곡을 선정했다.
곡 선정 이유와 가사 전문을 수록했다.
한글의 감수성을 살리는 순 우리말로 된 우리 노래를 통해 한글의 즐거움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용-잊혀진 계절
▲ ‘잊혀진 계절’이 수록된 이용의 1집 앨범.
10월이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노래, 1982년 발표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빼놓는 아무래도 섭섭하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10월의 마지막 날, 이 노래는 방송과 라디오, 노래방을 통해 계속해서 불릴 것이다.
곡 제목 ‘잊혀진 계절’은 어법상 맞지 않지만 ‘잊힌’, ‘잊어진’이라고 표현하면 입에 잘 붙지 않는다. ‘잊혀진’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노래도 없다.
자주 쓰이는 표현일수록 사용의 정당성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감정의 전달을 위해 때로는 틀린 표현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가사의 구체적 이야기는 “뜻모를 이야기”처럼 알 수 없지만 “시월의 마지막 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도입부에서 이미 설득이 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가사를 쓴 원주 출신 작사가 박건호(1949~2007)는 1972년 박인희의 ‘모닥불’을 시작으로
명곡 모나리자.슬픈인연.무정 부르스.등 3000여곡의 가사를 남겼다.
서정주의 서문이 담긴 시집
‘영원한 디딤돌’을 비롯해 ‘타다가 남은 것들.고독은 하나의 사치였다’ 등을 펴낸 시인이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