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에 극장에서 디 아워스를 봤을 때
복잡한 영화를 읽을 수 있었다는 충만감에 스스로 매우 흡족하며 극장에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난 밤 이 영화를 디브이디로 다시 한 번 봤을 때는
분기탱천해서 쓰고 있던 작품을 엎어버릴 정도로 기가 팍 죽었다.
내 눈의 동공이 활짝 열려 눈을 뗄 수 없었고 심장의 박동 소리마저 줄이고 봐야하는 씬들이 있었다. 이런 완벽한 시나리오처럼만 써야한다면 난 정말 이 일을 그만 두어야한다.
아이디어가 놀랍고, 구성이 놀랍고, 시대 변화를 통틀어 보는 작가의 안목이 놀랍고
반세기가 지나도 똑같은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통찰이 뛰어나고, 동성애에 대한 간접적이나 강한 메시지가 뛰어나다. 주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감춰서 무궁무진한 감동을 준 점도 뛰어나다. 2시간 러닝타임에 완벽하게 살아움직이는 그 많은 인물들을 다 살려냈다는 점도 감동적이다.
구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세 개의 공간, 세 개의 시간을 살고 있는 세 여자가 각기 단 하루 동안을 빌려서 그녀들의 삶을 다 보여줬다는 데 있다.
1923년과 1950년대 그리고 2001년의 여성들은 그러나 서로 잘 맞물려서 엔딩에서는 기가 막히게 정리를 준다.
소설이 원작일 경우 영화는 감히 시나리오 작가가 건딜 수 없는
개개인의 미세한 감성을 포착할 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런 예민하고 감성적인 영화들은 , 혹은 소설들은 보통 사람들은 쓸 수도 없으며
보더라도 차마 다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 영화판에서 성공하는 , 남다른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다 게이일까.
어려서 부터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를 해왔고 그래서 세상을 180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예민해서 만지면 뚝 뿌러질 것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나보다.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들이 생각났다.
이렇게 지적이고 완벽한 영화를 보면..
의기소침해진다.
안 보신 분들 한 번 보시오..
세 개의 시간 속, 단 하루 만에 일어나는 일들 속에 각 여성의 각기 다른 갈등이
불거지는 과정과 그 갈등을 푸는 세 시대의 여성들을.
한 사람은 자살을 하고,
한 사람은 아이들과 집을 떠나고,
한 사람은 동성과 남아있다.
그런데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다.
첫댓글 네, 전부가 아닙니다. 저 역시 추천하고 싶은 멋진 영화.
나두 며칠간 쓰러졌다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나의졸렬한 머리와 가슴에 주먹을 확확 날리며 첨으로 여의도를 떠야 할지도 무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 영화... 아직도 그 야리야리한 니콜 키드만 생각이 나는군... 으... 가슴 아파...
전.. ㅡ,.ㅡ;; 저에겐 너무 어려운 영화 였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도대체 이게 뭔가 하고 고민하고 있었죠. 그리곤 도저히 이해가 잘 안돼서 인터넷으로 내용을 물어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멋진 해석$감상을 올려 주시니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