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장면들 중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장면들 이어진다.
ex)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신부의 아버지, 로미오와 쥴리엣 (현대판), 웨딩 싱어, 졸업 등...
4,5초간 영화 장면 흐르다가 웨딩드레스가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서 일시 정지 (PAUSE)!
그 상태에서 폴라로이드 사진 찍는 소리, 사진 나오는 소리 들린 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마지막 영화의 웨딩드레스 화면이 정지된 상태에서 타이틀 뜨고...
미주: (E)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S#2. 엄마의 방 (낮)
영구.. 대답도 없이 웨딩드레스 화면이 정지된 채 떠있는 TV 앞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이대고 심각한 얼굴로 사진을 찍는다. 옆에는 앞 씬에서 보여진 영화 비디오 테잎들과 찍어놓은 폴라로이드 사진들.. 어수선하게 흩어져있고..
미주: (목소리 높여) 뭐하냐니까?
영구: (TV 화면에서 눈 떼지 않고) 이모! 이 드레스 어때? 죽이지?
미주: 너 지금 그 영화에 나온 웨딩드레스 찍은 거야?
영구: 응!
미주: 뭣하러?
영구: 나중에 웨딩드레스 고를 때, 참고자료 삼을라구!
영화 속에 나오는 드레스들이 제일 멋지잖아...
미주: (고개를 저으며) 너,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모르고 있구나!
영구: 내가 뭘 몰라?
미주: 영화 속에 나오는 드레스들이 죽이는 건 말야. 바로 죽이는 여배우들이 입어줬기 때문이야!
니가 그 드레스 똑같이 입는다고 똑같은 분위기 날 거 같애? 어림없지!
영구: 내가 어때서? (TV속의 여배우를 삿대질하며) 내가 저 여자보다 키가 작어, 목이 짧어,
허리가 굵어?
미주: (어이없다는 듯 영구를 훑어보더니) 당사자 옆에 없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되지..
영구: (찔끔)
미주: 그리고, 니가 지금 저런 웨딩드레스 좍 펼쳐놓고 이것저것 고를 처지냐?
식장에서 싼 값에 빌려주는 거 있음 아무거나 입어야지! 안 그래?
영구: 싫어! 난 딴 건 몰라도 웨딩드레스만은 내 맘에 쏙 드는 거 입을 거야.
아무거나 입느니 차라리 결혼식을 안 하고 만다!
미주: 차! 너 이렇게 대책 없는 거, 달국이도 아니?
영구: (샐쭉)
S#3. 달국의 방 (낮)
영구.. 웨딩드레스 사진들을 죽 펼쳐놓고 있다. 달국.. TOEIC 책을 보고 있고...
영구: 자기야! 자기야! 어떤 게 나한테 제일 어울릴 거 같애?
달국: (관심 없는) 다 어울려!
영구: (달국의 얼굴을 잡고 억지로 사진쪽으로 돌리며) 잘 봐! 잘 보고 말하란 말야!
달국: (귀찮은) 웨딩드레스가 다 똑같지, 잘 어울리고 말 게 뭐 있어?
영구: (신경질) 달국씨! 진짜 뚱-하게 이럴 거야?
달국: 알았어, 알았어! 보면 될 거 아냐! (사진을 훑어보더니 그 중에 제일 화려한 걸 골라)
이게 제일 낫다! 아주 화려하구!
영구: (보더니) 그건 나한테 안 어울려. 난 워낙 청순한 이미지라 더 심플하고 우아한 게 어울린
다구..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거! 바로 이런 게 딱 내 스타일이잖아!
달국: 어차피 무시할 거면서 내 의견은 왜 묻냐?
영구: 같이 얘기나 해보자 이거지 뭐! 재밌잖아!
달국: 이런 얘기가 뭐가 재밌어?
영구: 달국씨! 달국씬 여자 마음을 그렇게 몰라?
달국: (?)
영구: 여자한테 웨딩드레스는 말이야. 그냥 결혼식 때 입는 단순한 옷이 아니야.
달국: 옷이 아니면?
영구: (먼 곳 응시하며 꿈꾸듯) 꿈이고 환상이지! 드림! 판타지! 유 노우?
달국: 차! 맨날 꿈타령만 하지 말구 너두 연구를 좀 해 봐!
영구: 연구?
달국: 내가 아는 선배형 와이프는 자기가 직접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입었댄다..
영구: 만들어 입어? 그 여자 디자이너야?
달국: 아냐! 아닌데, 그쪽으로 재주가 많은가봐. 직접 만들어 입으니까 경제적으로 절약되지,
평생 간직할 수 있지, 나중에 자식 결혼할 때 선물로 물려줄 수도 있지, 일석삼조랜다.
(들으라는 듯) 그 형수, 감각이 정말 대단하지 않냐?
영구: (샘나서) 그게 뭐 대단해? 별 거 아니지..
달국: (놀리는) 별 거 아니야? 넌 그런 거 못 하잖아!
영구: (발끈) 내가 왜 못 해?
달국: 할 수 있어?
영구: 못할 것도 없지 뭐! 그까짓 거 배워서 하면 되지!
달국: 글쎄... 배운다고 다 될까? 백영구한테 그런 재주는 해당사항 없을텐데....
영구: 없는지 있는지는 두고 보면 알 거 아냐! (부르르)
S#4. 영구네 거실 (낮)
영구.. 옷 만드는 법에 관한 책들과 웨딩드레스용 옷감 (두루말이), 망사천 등 재료들을 한 꾸러미
안고 들어온다. 뭔가?해서 보고 있는 엄마, 영심.....
엄마: 그게 다 뭐야?
영구: 웨딩드레스 만들 재료예요.
미주: 웨딩드레스? 니가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영구: 응!
영심: 아가씨, 만들 줄 알아요?
영구: 누군 뭐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만들 줄 아나요? 배우면 되죠!
엄마: 얘! 너 그쪽으론 소질 없잖아! 학교 때, 바느질 숙제 하나 제대로 못해서 쩔쩔맨 솜씨 갖구
뭐? 웨딩드레스?
영구: 그러니까, 솜씨 좋은 엄마가 도와줘야지!
엄마: 싫어, 얘! 나 이제 늙어서 바늘귀도 잘 안 보이구.. 아우, 그리고, 웨딩드레스 같은 건 만
들 줄 몰라!
영구: 웨딩드레스는 뭐 옷 아니야? 다 똑같지! (책을 보여주며) 여기 만드는 법 다 나와 있어!
엄만 그냥 옆에서..
엄마: (O.L) 얘가 누굴 또 생고생을 시킬라구.. 난 싫어! 분명히 싫다 그랬다! (도망가는)
영구: (영심에게) 언니!
영심: (딴청하며 부엌으로 후다닥 사라지는)
영구: (삐죽)
S#5. 영구의 방 (밤)
영구.. 책을 보면서, 재단을 해놓은 천을 자르고 있다.
옆에서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미주와 순구..
순구: 언니 지금 맞게 하고 있는 거야?
영구: 맞지 그럼!
미주: 어쩐지 불안한데..
영구: 해보니까 진짜 별 거 아니네 뭐! 차! 대단치도 않은 걸 갖구 사람 기죽이구 그래!
순구: 누가 언니 기를 죽였는데?
영구: 그런 사람 있어! (가위질을 마친 천조각을 들어보며) 자.. 잘됐는지 한 번 볼까?
(천을 좍 펴는데, 중간 중간에 구멍이 뚫려져 있다)
미주: 그 웨딩드레스, 너무 섹시한 거 아니냐?
그렇게 뚫린 데가 많으면 몸은 뭘로 가리나?
영구: 뭐? (천을 보고 깜짝 놀라는) 어? 이게 왜 이래? 이상하다.. 책에 나온 고대로 했는데...
미주: 쯧쯧! 아까운 천만 날렸구만!
순구: 글쎄 말이야.. 그 천이면 우리집 여자들 잠옷 한 벌씩은 죄다 해 입었겠다! 그치?
영구: (신경질) 조용히 못 해?
순구: (찔끔)
영구: (한숨을 내쉬며 속상한 얼굴이다)
미주: (그런 영구를 보며 안스럽고)
S#6. 영구네 집 앞 (아침)
미주... 영구를 끌고 나오고 있다.
영구: 아침부터 어디 가는 건데?
미주: 호랑이를 잡을려면 어디로 가야 되냐?
영구: .................... 호랑이굴!
미주: 그럼, 웨딩드레스를 잡을려면 어디로 가야 되겠어?
영구: (??)
S#7. 웨딩샾 앞 (아침)
미주와 영구.. 쇼윈도에 진열된 웨딩드레스들을 황홀하게 쳐다보고 있다.
영구: 저런 거 만드는 여자는 재주도 좋다!
미주: 저런 거 입는 여자는 복도 많다!
영구: 근데, 여기서 어떻게 웨딩드레스를 잡어?
미주: 혼자 끙끙대봤자 비싼 천 걸레만 만들 거구, 전문가한테 물어보자고..
어떻게 하면 웨딩드레스를 잘 만들 수 있는가, 어디 가면 쉽게 배울 수 있는가, 등등..
영구: 그런 걸 어떻게 물어봐? 챙피하게!
미주: 웨딩드레스 구경하는 척하면서 슬쩍슬쩍 물어보면 되잖아. 그것도 못하냐?
둘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젊은 여자 두 명이 걸어와서 웨딩샾 앞에 설치된 응모함에 편지봉투를 넣는다.
여자1: 와.. 벌써 백통도 넘는 거 같애..
여자2: 야! 잘하면 웨딩드레스가 공짜로 생기는데 이정도 경쟁률은 각오를 해야지!
그래도 오늘까지 마감이니까 더이상 늘진 않을 거야..
미주, 영구.... 무슨 얘긴가? 싶어 쳐다보는...
미주: (다가가서) 저기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뭐가 오늘까지 마감인데요?.
여자2: (귀찮은) 저기 있잖아요! 안 보이세요? (위를 가리키면)
영구, 미주: (따라서 위를 올려다보면)
웨딩샾 정면에 'OPEN 1주년 기념 이벤트 - 특별한 사랑의 주인공에게 웨딩드레스를 드립니다' 라고 플랜카드 걸려있다.
미주와 영구: (서로 쳐다보며 눈이 번쩍!)
S#8. 2층 거실 (낮)
영구, 미주, 순구... 둘러앉아 있다.
순구: 그러니까,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사연을 응모한 사람한테 웨딩드레스를 준다 이거지?
영구: 이래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나봐!
어젯밤, 구멍 뚫린 천조각 들고 울부짖을 때,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올 줄 누가 알았겠냐?
순구: 언니도 응모할라구?
영구: 그럼! 하늘이 주신 기횐데, 당연히 해야지!
미주: 도대체 뭘 써서 응모할 건데?
영구: 뭘 쓰다니?
미주: 너랑 달국이 사이에 무슨 사연 있어? 쓸 게 없잖아!
영구: 왜 없어?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가 영화고 순간순간이 드라만데!
미주: 그거야 니 생각이지! 내가 볼 땐 말야. 너랑 달국이 사랑 얘긴 너무 평범해서 보나마나
꽝이야! 꽝!
영구: 우리 사랑 얘기가 어때서?
미주: 넌 사랑의 수기, 이런 것도 안 읽어봤냐? 감동적인 사랑의 사연이란 말이야..
뭔가 특별하고, 애절하고, 극적인 데가 있어야 되는 거야.
니네처럼 그냥 만나서 차 마시고, 영화 보고, 삐지고, 화해하고.. 그런 게 아니지!
영구: (김새는) 그럼 어떡해? 하늘이 준 기회를 그냥 남한테 넘겨줘야 되는 거야?
미주: 방법이 없는 건 아냐!
영구: 방법이 뭔데?
미주: ................. 니들의 그 재미없는 사랑 얘기에 색칠을 좀 하는 거지!
영구: 색칠?
미주: (끄덕)
영구: 뻥을 치자는 거야?
미주: 싫어? 싫음 말구! 웨딩드레스에 목 맨 사람 나 아니다!
영구: (얼른) 누가 싫다 그랬어? 하긴 뭐.. 남한테 피해 주는 뻥은 아니니까..
순구: 그래도 건 좀 그렇다.. 어쨌든 거짓말인데..
영구: (O.L) 넌 좀 조용히 해 봐! (미주에게) 이모! 그럼, 어떤 러브 스토리가 좋을까?
오늘까지 마감인데, 남은 시간도 별로 없잖아!
미주: 지금부터, 우리 셋이 머리를 맞대면 끝내주는 러브스토리 하나 만드는 거야 일도 아니지 뭐! 안 그래?
영구: (기대에 찬 시선)
S#9. 연극 무대 세트 (낮)
아무 무대 장치도 없는 깜깜한 무대. 슬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스포트라이트 비춰지면 심각한 영구와 달국의 모습 나타난다. 과장된 두 사람의 연기 위로 영구의 목소리 들려오는....
달국: 제발 내 곁을 떠나! 난 너한테 죽어가는 모습 보이기 싫어!
영구: 아니, 난 예정대로 달국씨랑 결혼할 거야! 마지막 순간까지 달국씨랑 같이 있을 거라구!
달국: (감격) 영구야! (왈칵 껴안는다)
그 때, 음악이 뚝 끊기면서...
영구: (E) 안 돼!
S#10. 2층 거실 (낮)
영구: (이어서) 달국씨를 죽을 병에 걸리게 할 순 없어! 재수 없잖아!
미주: 재수 없어? 그게 제일 극적인데.. 그럼, 니가 죽는 걸로 할래?
영구: 싫어!
미주: 싫으면 극적인 걸 포기하든가!
순구: 이런 건 어때?
S#11. 연극 무대 세트 (낮)
다시 깜깜한 무대. 비장한 음악 흐르면서, 스포트라이트 비춰지면 영구와 달국의 모습 나타나고..
영구: 달국씨가 사랑하는 게 나야? 그 여자야? 솔직하게 말해줘!
달국: 미안하다, 영구야.. 널 사랑한 건 사실이지만, 그 여자한테 끌리는 마음.. 나도 어쩔 수가 없 어!
영구: (매달리며) 말도 안 돼! 날 떠날 순 없어! 기다릴께! 달국씨 마음이 돌아올 때까지....
제발 날 버리지 마!
음악 다시 뚝 끊기고..
영구: (E) 야! 내가 너무 구차하잖아!
S#12. 2층 거실 (낮)
순구: 결국 해피엔딩인데 좀 구차하면 어때? 변심한 애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지고지순한 사랑! 애절하고 멋있기만 하다!
영구: 싫어! 난 다른 건 다 참아도 남자가 바람 피는 건 절대 못 참어!
순구: 달국이 오빠가 진짜로 바람 피는 것도 아닌데 뭐!
영구: 어쨌든!
미주: 그치만.. 삼각관계가 끼면 러브스토리에 긴장감이 확 살아나는 건 사실이긴 해!
순구: 내 말이 그말이야! 언닌 도통 뭘 몰라!
미주: 영구야! 두 가지를 적당히 짬뽕 시키는 건 어떨까?
영구: 짬뽕?
S#13. 연극 무대 세트 (낮)
다시 깜깜한 무대. 애잔한 음악 흐르면서, 스포트라이트 비춰지면 마주 서 있는 영구와 달국..
달국: 오늘로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째 되는 날이야.
그동안 내 곁을 지켜줘서 고마워. 너 아니면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영구: .............. 그럼, 이제 나, 달국씨한테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달국: (충격!)
영구: 오래전부터 사랑했지만 말할 수가 없었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친구한테 미안해서,
힘든 달국씨한테 부담주는 게 미안해서.... 그치만, 이젠 말하고 싶어! 사랑해! 달국씨!
달국: (영구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음악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영구: (E) 스토리를 정리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S#14. 2층 거실 (낮)
미주: 요약하면 이렇지! 넌 친구의 애인인 달국이를 옛날부터 짝사랑해왔다!
근데 그 친구가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린다! 달국은 사랑을 잃은 상처로 괴로워하고,
넌 그런 달국을 위로하면서 묵묵히 기다린다!
영구: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 드디어 사랑을 고백하고 해피엔딩!
미주: 바로 그거지! 어때?
영구: 음.... 멋진 거 같애..
순구: 진짜 대단한 순애보다!
미주: (영구에게) 뭐 해? 빨리 받아 적을 생각 안 하구! 시간 별루 없어!
영구: 알았어! (편지지에 열심히 적기 시작하는)
S#15. 웨딩샾 앞 (저녁)
웨딩샾 점원.. 나와서 응모함을 가지고 들어가려는 중이다. 허겁지겁 뛰어오는 영구와 순구...
순구: 잠깐, 잠깐만요!
점원: (멈춰서면)
영구: (헉헉거리며 뛰어와서 응모함에 빨간 봉투를 넣는다)
점원: 막차 타셨네요. (돌아서면)
영구: 잠깐만요!
점원: (?)
영구: (응모함을 가리키며) 그거 잠깐만 주실래요?
점원: 네?
영구: 잠깐이면 돼요! (응모함을 뺏듯이 가져오더니 위아래로 마구 흔든다. 맨 위에 있다가 다른
편지들 사이로 섞이는 빨간 봉투..)
순구: 언니, 뭐하는 거야?
영구: 맨 위나 맨 밑은 안 돼! 뽑힐 확률이 적어진단 말야! (응모함 돌려주며) 고맙습니다!
점원: (어이없는 표정)
영구: (배시시 웃고)
S#16. 2층 베란다 (밤)
영구.. 테이블 위에 물그릇을 올려놓더니 옛날 여자들 하는 식으로 빌기 시작한다.
영구: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께 비나이다.
부디 제 빨간 편지가 눈에 팍팍 뜨여서 응모에 떡하니 뽑힐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천사처럼 살겠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 때, 방에서 나온 봉구.. 영구를 보고 ??하다.
봉구: 너 뭐하는 거야?
영구: (깜짝 놀라서) 어? 아, 아무 것도 안 해!
봉구: 아무 것도 안 하긴.. 혼자 비맞은 중처럼 중얼중얼거리고 있었잖아.
영구: 그냥 달이 너무 밝길래, 마인드콘트롤이랄까.. 정신수양이랄까.. 그런 걸 하구 있었지..
봉구: (황당해서) 너 처녀귀신이라도 씌었냐?
영구: (딴청)
S#17. 거리 (낮)
영구, 미주.. 걸어가고 있다. 바쁘게 걸어가는 미주에 비해 자꾸 뒤처지는 영구..
미주: 뭐 해? 발표 벌써 났을 거야!
영구: 좀 천천히 가! 이모! 나 떨려서 죽겠단 말야!
미주: 천천히 가면, 꽝!하고 떨어질 게 철컥!하고 붙어주냐? 빨리 오기나 해! (영구 끌고 간다)
영구: (불안한 표정으로 끌려가는)
S#18. 웨딩샾 앞 (낮)
웨딩샾 앞에 공고문 세워져 있고, 여자들 몇 그앞에 오글오글 모여 있다.
미주.. 여자들을 뚫고 들어가서 공고문을 읽고, 영구.. 떨려서 차마 못 들어가고 서 있다.
잠시 후, 사람들을 뚫고 나온 미주.. 영구의 시선을 피한다.
영구: (조마조마) 안 됐어?
미주: ..............
영구: (실망한 얼굴로 신경질) 어쩐지 그 얘기 첨부터 별로 맘에 안 들었어..
죽은 친구 애인 차지하는 얘기, 너무 칙칙하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달국씨랑 내 얘기 쓰는 건데.. 괜히 이모 말 들어가지구...
미주: (O.L) 내 말 들어서 후회 돼? 그럼, 드레스 딴 사람 주라 그럴까?
영구: 뭐? 그럼..
미주: 이래서 똑똑한 사람 옆에 있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이러는 거야!
영구: (!해서 사람들 밀치고 뛰어들어가 공고문을 본다)
공고문 - '특별한 사랑의 주인공에게 웨딩드레스를 드립니다' 이벤트에 참가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정성으로 만든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게 될 행운의 주인공은 '백영구씨'입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영구: (좋아서 소리지르는) 와! 나다! 내가 뽑혔어! (옆에 있는 여자에게 공고문을 가리키며)
이 백영구가 바로 나예요! 나!
여자들: (놀라서 보고)
영구, 미주: (소리지르며 서로 껴안고 펄쩍펄쩍 뛴다)
S#19. 웨딩샾 안 (낮)
영구, 미주... 웨딩샾 사장(*40대 남자, 여성스런 분위기)과 마주 앉아 있다.
점원.. 세 사람에게 커피를 갖다주고..
사장: 내가 왜 백영구씨의 사연을 선택했는지 알아요? 그건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의 이미지와 영구씨의 사랑이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예요.
미주: 평소에 생각하신 진정한 사랑의 이미지가 어떤 건데요?
사장: 그건 말이죠. 보답을 바라지 않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를 내 것처럼 아파할 수 있는 마음, 상대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마음.... 바로 백영구씨의 마음이죠!
영구: (민망하고)
사장: (열을 내며 얘기하는) 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랑! 참 맘에 안 들어요! 신세대식 사랑이니 뭐니 하는데 아침에 만나서 저녁에 헤어지고, 그게 어디 사랑입니까?
그래서, 내가 이번 이벤트를 마련한 거예요.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을 찾자!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영구: (O.L) 드레스는 언제 가져갈 수 있나요?
사장: 아유.. 급하기도 해라. 먼저 마음에 드는 디자인부터 골라야죠. 평소에 꿈꾸던 신부의 이미
지를 말해봐요. 큐트? 엘레강스? 섹시?
영구: (지갑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꺼내서 내놓는다) 저.. 이런 스타일인데요.
사장: 오...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으시다? 알았어요. 내가 백영구씨의 꿈을 이뤄줄께요.
드림 컴스 트루! 오케이? (일어나서 웨딩드레스 걸려있는 쪽으로 가며) 따라와요!
영구: (신이 나서 따라간다)
S#20. 웨딩샾 안 (낮)
영구.. 탈의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온다.
거울 앞에 서서 활짝 웃으며 한바퀴 빙 돌아보는 영구.. 행복에 겨운 얼굴이다.
사장: (손뼉까지 치며) 뷰리플! 뷰리플! 손 볼 데도 없이 딱 맞네! 정말 무비스타 같애요!
미주: (영구를 보며 부러운 표정이고)
S#21. 영구네 거실 (낮)
영구.. 엄마, 영심, 미주, 순구, 할머니를 모아놓고 주의를 주고 있다.
영구: 그러니까, 내가 웨딩드레스 탄 거! 우리집 남자들한테 절대 비밀이예요!
엄마: 왜?
영구: 봉구 오빠나 몽구 오빠가 알게 되면 오복이나 나간호사 아저씨도 알게 될 거구..
그럼, 달국씨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니까 그렇죠!
할머니: 달국이 귀에 들어가면 안 돼? 왜?
순구: 그 드레스, 자기가 만들었다고 말할 거래요!
미주: 뻥칠 걸 쳐라! 그건 디자이너 작품이야! 아마추어가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구!
영구: 달국씨가 그런 거 알 게 뭐야? 특히! 이모랑 백순구! 입조심해!
나간호사 아저씨나 병국씨한테 흘리기만 해 봐라! (인상 쓰며 주먹 불끈!)
미주: 야.. 무섭네..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맘 다르다고, 영구 너! 그렇게 안면 싹 바꾸는 거 아니다!
순구: 글쎄 말이야. 도와줬으면 보답은 못할망정..
영구: (O.L) 식구끼리 돕는데 보답은 무슨 보답? 바랄 걸 바라라!
미주, 순구: (마주보며 황당)
S#22. 달국네 마당 (저녁)
병국.. 문을 열어주면, 웨딩드레스 가방을 든 영구.. 순구와 함께 들어온다.
영구: 병국씨도 들어왔네!
병국: 네! (가방을 보며) 그거 뭐예요?
영구: 내가 만든 웨딩드레스요. 달국씨한테 얘기 못 들었어요?
병구: 영구 누나가 웨딩드레스를 만들었어요? 와.. 누나한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네..
영구: 내가 원래 자랑하고 그러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병구: (순구에게) 너도 누나 뽄 좀 받아라! 같은 집에 살면서 이런 것도 안 배우고 뭐 하냐?
순구: (영구를 쳐다보며 마땅찮고)
영구: (모른 척하며) 이런 게 뭐 배운다고 되는 건가요? 타고난 감각이지!
순구: (어이없고)
그 때, 달국.. 방에서 나온다.
달국: 왔어?
병국: 형! 영구 누나가 웨딩드레스를 만들었대!
달국: (놀란) 뭐? 벌써?
영구: 뭐 대단한 거라구 질질 끌어? 며칠이면 뚝딱이지!
달국: (의심스런) 그거, 이름만 웨딩드레스구 알고 보면 월남치마지?
영구: 뭐?
달국: 니가 무슨 수로 그새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영구: (방으로 들어가며) 못 믿겠으면 들어와서 봐! 보면 알 거 아냐!
달국: (못 믿겠다는 얼굴로 따라 들어가는)
S#23. 달국의 방 (낮)
영구.. 웨딩드레스를 좍 펼쳐놓고 자랑스런 얼굴로 앉아 있다.
달국, 병국.. 입이 딱 벌어져서 쳐다보고 있고, 순구.. 뚱한 얼굴로 앉아 있다.
달국: 이걸 진짜 니가 만들었단 말야?
영구: 내가 안 만들면?
달국: 난 니가 큰소리치길래 설마 했는데..
영구: 내가 언제 책임 못 질 말 하는 거 봤어? 사람을 어떻게 보구 그래?
달국: 알았어! 미안해.. (영구 어깨 두드려주며) 야... 내 여자친구 진짜 대단한데?
영구: 내가 만든 드레스가 이뻐? 그 선배 와이프가 만든 드레스가 이뻐?
달국: 당연히 백영구표 드레스가 (엄지손가락 내밀며) 이거지!
영구: (기분 좋은)
S#24. 영구의 방 (밤)
깜깜한 방. 영구.. 자고 있고, 옷장 앞에 드레스 얌전하게 걸려 있다.
미주.. 살며시 일어나더니 영구에게 가서 잠이 들었는지 확인하고, 드레스를 빼서 살금살금 밖으로 들고 나간다.
S#25. 영구의 거실 (밤)
화장실에서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오는 미주.. 옷이 작아서 불편하지만 행복한 얼굴이다.
미주: (혼잣말로) 차! 나한테도 잘만 맞네! (말을 그렇게 하면서 불편한 듯 몸을 이리저리 비튼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훗날을 대비해서 워킹 연습 좀 해볼까나?
미주.. 계단 앞으로 가서 신부 입장하듯이 걸어오기 시작한다. 입으로 '딴따따따 (결혼행진곡)'을
작게 부르면서.. 한껏 우아하게, 다소곳하게 꿈꾸는 폼으로 걸어오다가 드레스 자락을 밟고
꽈당 넘어진다. 드레스 자락 부욱- 찢어지는 소리!
미주.. 아픈 것도 잊고 놀라서 드레스를 살피는데 찢어져 있다. 큰일났다! 싶어 어쩔 줄 모르는데,
그 때, 아버지, 할머니.. 잠자다 깬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할머니: 무슨 소리야? 이게? (하다가 미주 보고 기겁하는) 귀, 귀신이다!
미주: ('쉿'하는 시늉하며) 쉿! 쉿! 사돈 할머니! 저예요! 저!
그 때, 영구 역시 방문을 열고 나오고..
영구: (드레스 입고 쓰러져 있는 미주를 보고 소리 꽥!) 이모!
미주: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영구: (뛰어가서) 내 드레스 입구 지금 뭐하는 거야?
미주: (쩔쩔매는) 미안해! 잠깐만 입어보구 벗어놀라 그랬는데..
영구: (O.L 찢어진 드레스 자락 발견하고) 어? 이거 뭐야? 찢어졌잖아!
미주: 글쎄 말이다.. 무슨 옷이 이렇게 부실하냐?
영구: (화내는) 누가 나 몰래 훔쳐 입으래? 이거 어떡할 거야? 이모가 책임질 거야?
할머니: (쉿! 하는 시늉하며) 쉿! 쉿! 영구야! 식구들 다 깨겠다!
영구: 할머니가 상황을 모르셔서 그래요. 이 드레스가 어떤 드레슨데... (짜증) 아우! 난 몰라!
미주: (눈치 보는)
영구: 뭐 해? 빨리 벗어!
미주: (깨갱)
S#26. 거리 풍경 (아침)
S#27. 아이들 방 (아침)
영심.. 앞치마 두른 모습으로 '백일준! 백이준! 기상!'하고 들어오다가 깜짝 놀란다.
애들 잠자고 있는 침대 옆 바닥에 베개를 껴안고 쭈그린 채 자고 있는 미주..
S#28. 2층 거실 (아침)
영심과 잠옷 차림의 미주.. 얘기를 하고 있다.
영심: (놀란) 드레스가 찢어졌어요?
미주: (끄덕)
영심: 어떡해요? 영구 아가씨 눈에서 불났겠네!
미주: 오죽하면 내가 애들 방으로 피난을 왔겠어!
영심: 근데, 이모님! 그 야밤에 웨딩드레스는 왜 뻗쳐 입으신 건데요?
미주: 그냥!
영심: 그냥요?
미주: 자넨 입어봤으니까 죽어도 내 맘 모를 거야!
영심: (!)
S#29. 몽구의 방 (아침)
몽구.. 출근 준비를 하고 있고, 영심.. 벽에 걸린 결혼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영심.. 결심한 듯 결혼 사진을 벽에서 떼낸다.
몽구: (놀라는) 뭐하는 거야? 그걸 왜 떼내?
영심: 우리 이거 나중에 걸자... 나중에.... 이모님 결혼한 다음에...
몽구: 그게 무슨 소리야? 이모 결혼하는 거랑 우리 결혼 사진이랑 무슨 상관인데?
영심: 외톨이 삼총사 중에 둘이 결혼을 해버렸으니 남은 한 사람은 얼마나 쓸쓸할까?
몽구: (??)
S#30. 웨딩샾 앞 (낮)
드레스 가방을 든 영구와 미주.. 웨딩샾 앞에서 안을 살펴보며 망설이고 있다.
미주: 안 들어가?
영구: 이모가 먼저 들어가! 이모가 다 해결한다 그랬잖아!
미주: 알았어! 들어가면 되잖아! (드레스 가방을 훽 뺏어 들더니 들어간다)
영구: (따라 들어가고)
S#31. 웨딩샾 안 (낮)
미주, 영구.. 들어오면, 점원이 맞는다.
점원: 안녕하세요!
미주: 네! 안녕하세요! 저기.. 사장님 계세요?
점원: 네! 근데, 지금 안에서 손님하고 말씀 중이신데...
그 때, 사장과 잡지사 여기자 수진 (* 20대 후반) 안에서 걸어나온다.
사장: (영구를 보고 반색을 하며) 어머! 백영구씨! 그렇잖아도 연락할라 그랬는데.. 우리 텔레파시
통하나부다...
영구, 미주: (마주보며 ??)
사장: (수진에게) 바로 이분이 우리 웨딩드레스의 주인공이예요!
수진: 아.. 그러세요? (악수 청하는) 안녕하세요! 전 김수진이라고 합니다.
영구: (엉겁결에 악수하며) 안녕하세요.
사장: 잡지 '웨딩뉴스' 라고 아시죠? 거기 기자분이세요!
영구: 아, 네...
사장: 저희 웨딩샾이 웨딩뉴스 공식 협찬사거든요. 근데, 우리가 의미있는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 을 듣고 이렇게 달려오셨네요. 글쎄...
수진: 마침 잘 됐네요. 사연의 주인공과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미주: (깜짝 놀란!) 인터뷰요?
수진: 네! 지금 시간 되시죠?
영구: (당황해서) 저.. 그게요.. 인터뷰는 좀 곤란한데요..
사장: 왜요?
영구: 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구요.개인적인 사생활을 세상에 떠든다는 게..
사장: (O.L 나서는) 아우.. 영구씨가 무슨 연예인이야? 이런 좋은 얘기는 세상에 널리 알려야 돼 요! 널리 알려서 사랑을 잃은 이 시대의 나침반이 되는 거야..
영구: 그치만.. 저는요. 진짜 인터뷰 같은 건 맘에 안 내키거든요.
수진: 그러세요? 정 그러시다면...
사장: (수진에게) 익스큐즈 미! 잠깐만 실례할께요. (영구를 끌고 한쪽으로 간다)
(영구에게 속삭이는) 영구씨! 내가 이런 얘기까지는 굳이 안 할라 그랬는데..
영구: (?)
사장: 나... 내 자식 같은 작품, 아무 대가 없이 영구씨한테 선물했어요. 그럼, 영구씨도 나 좀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닌가?
영구: (!)
사장: 인터뷰 해줘요! 그래야 우리 웨딩샾 기사가 잡지에 크게 나오지!
영구: (어쩔 줄 모르는)
S#32. 까페 (낮)
영구와 미주.. 수진과 마주앉아 있다. 수진.. 옆에 작은 녹음기를 켜놓은 채, 간간히 노트에 메모도 하면서 질문을 하고 있고, 영구.. 대답하느라 곤욕이다.
수진: 세 분이 처음 만나실 때가 언제였죠?
영구: 처음 만났을 때요? (미주를 보면)
미주: (둘러대는) ............... 축제! 축제 때 만났다 그랬잖아.
그러니까, 영구 친구가 영구를 그 축제에 데리고 간 거죠. 자기 애인 소개시켜 준다고..
영구: 맞아요!
수진: 그럼.... 백영구씨가 남자분한테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한 장소는요?
영구: 장소요? (또 미주를 보면)
미주: ............ 수목원! 광릉 수목원! 거기서 고백했잖아. 맞지?
영구: 응! 맞어!
수진: 어떻게 이모님이 당사자보다 더 기억을 잘 하시는 거 같네요?
미주: (당황) 아.. 그게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쭉 한 방 쓰면서 살아서요. 서로 안 하는 얘기가 없어요. 말하자면 내가 얘 러브스토리의 산증인이죠! 산증인!
영구: 맞아요! 우린 이모 조카 사이가 아니라 친구예요! 친구! (미주의 어깨를 다정하게 껴안는)
미주: (억지로 웃고)
영구: 저.. 아직 끝날려면 멀었나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
수진: 아뇨. 이정도면 대충 된 거 같습니다. (녹음기 끄고)
영구: (얼른 일어나며) 네!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진: 아! 잠깐만요!
영구, 미주: (돌아보면)
수진: 죄송한데요. 내일 한 번 더 시간을 내주셔야 될 거 같네요!
영구: 왜요?
수진: 오늘 사진기자가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거든요. 그러니까, 내일 편하신 시간에 두 분 같이
웨딩샾으로 나오세요! 드레스 입은 사진을 찍어야 되니까요.
미주: 두분이라면.. (신나는) 제 사진도 잡지에 나오나요?
수진: 아뇨! 백영구씨랑 애인 되시는 분, 두 분요!
영구: (기겁하는) 네? 그사람까지요?
수진: 그럼요. 그 분도 주인공인데, 같이 나오셔야죠.
영구: (미치겠고)
S#33. 영구네 거실 (저녁)
미주.. 들어오면, 영심.. 부엌에서 달려나온다.
영심: 어떻게 됐어요? 고쳐준대요? 드레스?
미주: 응!
영심: 잘 됐다! 영구 아가씨 좋아하겠네!
미주: (고개 젓고) 좋아하긴! 지금 숨이 탁탁 막힐텐데!
영심: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미주: 산 넘어 산이거던. 지금 걔가!
영심: (?)
S#34. 달국의 방 (저녁)
영구.. 달국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 달국.. 이상하다는 듯 영구를 보는..
영구: 달국씨!
달국: 왜? 그만 뜸들이고 말을 해!
영구: 자기 나 사랑해?
달국: 사랑하지, 그럼! 그거 물어볼라고 그렇게 뜸을 들였어?
영구: 저기.. 나 사랑하니까 내가 잘못을 해도 다 용서해주겠네?
달국: (알겠다 싶어) 이번엔 또 뭐야? 또 무슨 사고 쳤는데?
영구: 내가 무슨 문제아야? 사고를 치게?
달국: 사고 안 쳤어?
영구: ................... 쳤어!
달국: 뭐야? 빨리 말 해!
영구: 그 드레스 말이야...
달국: 드레스?
S#35. 달국네 마당 (저녁)
오복.. 들어오다가 달국의 고함 소리 듣고 깜짝 놀란다.
달국: (E) 그래서, 지금 나보고 그 황당한 거짓말에 장단을 맞추라는 거야?
오복: (??)
S#36. 달국의 방 (저녁)
영구.. 달국에게 싹싹 빌고 있다.
영구: 달국씨.. 이렇게 빌께! 이번 한번만! 응?
달국: (냉정한) 안 돼! 당장 가서 사실대로 말 해!
영구: 싫어! 이제 와서 어떻게 그래?
달국: 너 드레스에 미련 남아서 그래?
영구: 솔직히 포기하긴 아깝지 뭐! 그거 돈 주고 살려면 얼마짜린 줄이나 알어?
(설득하려는) 달국씨! 그 잡지, 보는 사람도 별로 없어!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만..
달국: (O.L 화난) 백영구!
영구: (찔끔)
달국: 니가 안 가면 내가 가! 됐지?
그 때, 오복.... 노크하고 들어온다.
오복: 나 왔어요.. (두 사람 눈치를 살피고)
달국: 빨리 왔네요.
오복: 네.. 손님이 너무 없어서.... (영구에게)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영구: (뚱한) 넌 몰라도 돼! (매달리는) 달국씨...
달국: (외면하고)
오복: (두 사람 보며 ??)
S#37. 거리 (낮)
영구.. 달국을 따라가면서 통사정 중이다.
영구: 달국씨! 우리 사진 찍지 말자! 사진만 안 찍으면 되잖아.
내가 전화해서 우린 절대 사진은 못 찍는다구 말을 할께!
달국: 지금 사진 찍고 안 찍고 그게 문제야?
영구: 알았어! 그럼, 가지 말자! 내가 드레스 포기할께! 됐지?
달국: 안 간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 그래도 기사는 나와!
영구: 그럴까?
달국: 영구야! 내가 걱정하는 건 기사가 아니야! 바로 너지!
영구: 나?
달국: 그래! 너!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야? 깊이 생각도 안 해 보구 늘 일부터 저지르잖아!
영구: (열받는)
달국: 이번 일도 그래! 일이 이렇게 안 꼬였으면 너 나한테 끝까지 거짓말할라 그랬지?
영구: 그래! 달국씨 잘났어!
달국: 뭐?
영구: 달국씬 잘나고, 착하고, 정직하구, 난 못나고, 못됐구, 뻥쟁이야. 됐어?
(씩씩거리고 먼저 걸어간다)
달국: (영구를 제치고 앞서 걸어간다)
영구: (안 되겠다 싶어 따라가며 매달리는) 달국씨.. 한 번만 더 생각해보믄 안 될까? 응?
S#38. 웨딩샾 안 (낮)
달국.. 씩씩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고, 영구.. 도살장 끌려오는 얼굴로 따라 들어온다.
사장.. 두 사람을 보고 반기는..
사장: 어머! 벌써 왔구나!
영구: (기어들어가는) 안녕하세요..
사장: (달국을 보며) 영구씨 애인인가봐? 너무 잘 생겼다.. 기다릴 만하네..
달국: 안녕하세요! 고달국이라고 합니다.
사장: 잘 됐다! 기자들 오기 전에 사진 찍을 때 입을 예복 한 번 골라봐요.
달국: 저.. 것보다 먼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영구: (괴롭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영구와 예복을 입은 달국... 사진 기자 앞에서 어색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진: 표정이 둘 다 왜 그래? 자연스럽게 좀 해 봐!
사장: 그래요! 나처럼 자연스럽게... 치-즈-
영구, 달국: (어색하게 웃고)
사진 기자.. 왔다갔다하며 영구와 달국의 사진을 찍는 사이, 수진... 얘기를 한다.
수진: 영구씨 사연 읽고, 이 행복한 남자는 도대체 누굴까? 참 궁금했거든.
그게 내가 아는 고달국일지 상상이나 했겠어? 하긴 학교 다닐 때도 인기는 있었지..
달국: (괴로운)
수진: 오늘은 내가 바쁘구.. 담에 만나서 깊은 얘기 좀 듣자구! 알았지?
달국: 응...
사장: (달국에게) 참! 나한테 할 얘기 있다 그랬죠?
영구: (긴장해서 보면)
달국: (망설이다 수진을 보고 입을 다문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영구: (안심하는)
수진: (시계 보더니) 어? 늦었네! 마지막으로 다정한 포옹 한 컷! 빨리!
달국: (억지로 영구를 껴안고)
영구: (어색한 웃음)
S#40. 거리 (낮)
드레스 가방을 든 영구.. 달국의 약을 올린다.
영구: 왜 가만히 있었어? 확 다 털어놓지..
달국: .................
영구: 여자 친구 앞이라 챙피했나부지? 이미지 구길까봐?
달국: (신경질) 그만 좀 해!
영구: 왜 나한테 화를 내? 큰소리 탕탕 치고 들어가서 꿀 먹은 벙어리 된 게 누군데?
달국: 넌 마냥 신나 죽겠지? (드레스 가방 쳐다보며) 다 니 욕심대로 됐으니 얼마나 좋겠냐?
영구: 나도 뭐 기분이 좋기만 한 건 아냐..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잖아.
달국: (확 노려보고)
영구: (찔끔)
S#41. 달국네 마루 (저녁)
미남, 병국, 오복.. 과일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다.
미남: 근데, 119를 타고 온 산모 남편이 나를 보더니 기겁을 하는 거야. 무슨 산부인과가 의사도
남자, 간호사도 남자, 남자 천지냐 이거지!
병국: (웃으며) 그럴 만도 하죠.
미남: 그러더니 결국 그 와중에 부부싸움을 하드라구. 여자는 그냥 우리 병원에서 낳겠다! 남자는 딴 병원으로 가야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됐게?
오복: 어떻게 됐는데요?
미남: 분만실도 못 들어가고 대기실에서 애 받았잖아!
병국, 오복: (웃음)
그 때, 달국.. 기분 안 좋은 얼굴로 들어온다.
오복: 달국씨! 과일 먹고 들어가요!
달국: 생각 없어요! (하더니 방으로 쓱 들어간다)
미남: (?해서) 달국이 무슨 일 있어?
오복: (소리 죽여) 어제, 영구랑 크게 싸웠어요.
미남: 왜?
오복: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 젓고)
S#42. 달국의 방 (저녁)
달국.. 심란한 얼굴로 누워 있으면, 미남.. 문을 열고 들어온다. 달국.. 일어나 앉고...
미남: 뭐 기분 나쁜 일 있냐?
달국: 아니예요.
미남: 골치 아픈 일 있으면 형한테 얘기를 해! 한 살이라도 더 먹었다는 게, 생각보다 쓸 데가
많은 거다. 너!
달국: (망설이는)
S#43. 영구네 부엌 (밤)
영구, 미주, 영심... 둘러앉아 있다.
영심: 어쨌든 아가씨한텐 잘 된 일이네요. 말 안 하고 그냥 넘어갔으니..
영구: 달국씨가 계속 저러구 있으면 잘 된 일도 아니죠 뭐..
미주: 하여튼 달국인 너무 팍팍해서 탈이야! 무슨 젊은 애가 그렇게 융통성이 없냐?
영구: 사람이 워낙 순진하고 곧으니까 그렇지 뭐!
미주: 아이구.. 맨날 당하면서 역성은...
순구.. 전화를 들고 들어온다.
순구: 이모! 전화!
미주: (전화 받고) 네! 전화 바꿨습니다............ 어머! 미남씨!........................ 이쪽에 와 계시다구요?
S#44. 까페 (밤)
미남, 미주.. 마주 앉아 있다. 종업원.. 두 사람 앞에 차를 갖다 놓고...
미주: 진짜 무슨 일이예요? 이밤에 절 불러내시구..
미남: 먼저 미주씨의 그 천재성에 놀랐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미주:(?)
미남: 미주씨 아니었음 그 사연 많은 웨딩드레스, 지금쯤 딴 아가씨한테 가 있을 거라면서요?
미주: 어머! 그 얘기 어디서 들으셨어요?
미남: 근데 말이죠. 그 천재성이라는 게 엉뚱한 일에 발휘가 되면요. 또 그것만큼 끔찍한 비극이 없는 거거든요.
미주: 네?
미남: 미주씬 명색이 이모 아닙니까? 근데, 이모가 조카를 흙탕물로 끌어들이다니 말이 안 되죠.
미주: 누가 누굴 흙탕물로 끌어들였다는 거예요?
미남: 아닙니까? 이번 일, 미주씨가 앞장섰잖아요.
미주: ...............
미남: 미주씨가 앞장선 일, 뒷수습도 미주씨가 하셔야 앞뒤가 맞는 거 같은데요.
미주: (!)
S#45. 영구의 방 (밤)
영구.. 수화기를 들고 있고, 미주..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영구: (어이없는) 전화를 안 받겠대요?................ 알았어요. 들어가세요! (전화 끊고)
(화나서 옷장에 걸려있는 드레스에 베개를 확 던진다)
미주: (깜짝 놀라고)
S#46. 웨딩샾 안 (낮)
미주.. 사장과 마주 앉아 있다.
사장: 기사를 못 나가게 막아달라구요?
미주: 네! 불쌍한 청춘들 좀 도와주세요!
사장: 무슨 말씀이예요? 그게?
미주: 제 조카 영구와 영구 애인 달국이 말이예요. 사실, 저희 집에서 둘의 결혼을 심하게 반대하 고 있거든요. 근데, 이번 인터뷰 껀으로 상황이 아주 나빠졌어요.
사장: 아니, 왜요?
미주: 전요. 형부가 인터뷰 얘기를 들으면, '어차피 소문난 거 포기하자!' 이러실 줄 알았더니,
오히려 불난 데 기름 들이부은 꼴이 됐다니까요. 사장님이 그 기사 안 막아주시면 두 사 람.. 이대로 생이별합니다.
사장: (곤란한) 그치만, 그게...
미주: 사장님! 사장님 아니면 누가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을 지켜주겠어요? 네?
사장: ................
미주: 그리구요! 그 기자분한텐 이런 사정 비밀로 해주세요. 달국이 친구라는데, 알면 좋을 거 없 잖아요. 달국이 자존심도 있구... 그럼, 전 사장님만 믿고 일어납니다!
사장: (떨떠름) 그러... 세요.
미주: 복 받으실 거예요! 사장님!
사장: (씹은 얼굴이고)
S#47. 영구네 거실 (낮)
할머니, 엄마, 영구, 영심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레스를 입은 순구와 아버지.. 신부 입장을 연습하고 있다. (결혼 행진곡 틀어놓고) 자꾸 발을 틀리는 아버지..
순구: 아빠! 또 틀렸어요. 아우.. 그거 하날 딱딱 못 맞추시면 어떡해요?
아버지: 허허! 글쎄 말이다. 이것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
엄마: 우리 결혼식 때 생각 안 나요? 우리 아버지 때문에 나 뒤로 넘어갈 뻔했잖아요.
아버지: 맞어! 그랬다. 참! 하마트면 장인어른 때문에 새색시 큰 망신 당할 뻔했지!
할머니: 근데, 영구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영구: 뭐가요?
할머니: 지난 밤에 사돈처녀가 입고 돌아다닐 땐 그 난리를 치더니, 오늘은 우짠 일이냐고?
영구: 아, 그게요.. 저 드레스랑 빠이빠이 하기 전에 인심이나 팍팍 쓸라구요!
영심: 드레스랑 빠이빠이를 하다뇨?
영구: 나한텐 안 맞는 옷이예요. 어딘가 진짜 임자가 있겠죠.
식구들: (??)
S#48. 영구네 집 앞 (낮)
미주..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걸어와서 벨을 누른다.
S#49. 영구네 거실 (낮)
순구가 문을 열어준 상태. 미주.. 들어온다.
미주: 영구 집에 있지?
순구: 나갔는데!
미주: 어딜?
순구: 드레스 다시 돌려주러!
미주: 뭐? 드레스를 돌려주러 갔어? 언제?
순구: 얼마 안 됐어! 왜?
미주: 내가 미쳐! (돌아서 다시 뛰어나간다)
순구: (??)
미주: 너 여기서 뭐 해? 내가 다 말씀 드렸으니까 더 얘기할 거 없어!
사장님 바쁘신데 자꾸 방해하지 말구 빨리 가자! (웃으면서) 그럼, 안녕히 계세요..
사장: (나즈막히) 이모님!
미주: (찔끔) 네?
사장: 저하고 잠깐 얘기 좀 하실까요?
미주: 왜요?
사장: 그건 영구씨한테 먼저 물어보시면 알겠네요!
미주: (영구에게 인상쓰며) 너 도대체 무슨 얘길 한 거야?
영구: 나야 사실대로 말했지! 이모야말로 뭐라 그런 거야?
미주: (울상이다)
S#52. 영구네 거실 (낮)
할머니, 엄마, 아버지, 순구, 영심.....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다.
할머니: 그래서, 애쓴 보람도 없이 다 산통이 깨졌다는 게야?
영심: 네! 이모님이랑 아가씨랑 둘 다 너무 불쌍하죠?
엄마: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나쁜 쪽으로 짠머리 굴리다 그렇게 된 건데.. 인과응보지!
아버지: 근데, 둘은 아침부터 어딜 나간 거야?
순구: (킥킥대며) 그 사장이요. 자기 작품을 모욕한 대가로 무료 아르바이트를 하라 그랬대요.
아버지: 무료 아르바이트? 무슨 아르바이트?
순구: 요즘 등장한 신종 아르바이튼데요. 언니랑 이모, 그동안 웨딩드레스에 맺혔던 한, 이번 한방 으로 싹 다 풀 수 있을 거예요. (웃고)
식구들: (?)
S#53. 웨딩샾 쇼윈도 (낮)
사람들.. 우르르 모여서 킬킬거리며 웨딩샾 쇼윈도를 구경하고 있다.
쇼윈도 안에는 드레스를 입은 영구와 미주가 마네킨처럼 서 있다.
S#54. 쇼윈도 안 (낮)
영구와 미주.. 힘들어서 자세가 흐트러지면, 사장.. 불쑥 나타난다.
사장: (혀차는) 쯧! 원위치!
영구, 미주: (얼른 원위치하고 울상인데)
그 때, 사람들 사이로 달국의 얼굴 쓱 나타난다.
영구: (반가운) 달국씨.. (하다가 챙피해서 고개 푹 숙인다)
달국: (창문을 탁탁 두드린다)
영구: (보면)
달국: (창문에 대고 얘기한다, 소리 안 들리는) 우리 영구, 너무 이쁘다!
영구: 뭐라구?
달국: (안 들리는) 우리 영구, 너무 이쁘다구!
영구: 뭐라구?
달국: (영구를 향해 엄지 손가락 세우며 윙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