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와 아마존의 조화(마추픽추2)
정 성 천
2017년 6월 30일 새벽 4시30분‘마추픽추(Machupicchu)’로 가는 기차의 출발역인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를 향해 여행사에서 보낸 픽업 승합차를 타고 ‘쿠스코(Cusco)’를 출발했다. 승합차에는 이미 7-8명의 관광객들이 새벽의 졸음들을 떨치지 못한 채로 앉아서 졸고 있었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고단한 투어이지만 마음은 설렘으로 물결친다. 사진으로만 보던 ‘마추픽추’를 이제 곧 눈으로 보게 된다는 기대감에 야릇한 흥분까지 느낀다. 새벽이기는 하나 ‘쿠스코’의 거리는 그렇게 적막하지가 않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속에서도 걸어가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황색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승합차는 언덕길을 서서히 올라간다. 고도가 3,500m에 달한다. ‘쿠스코’의 해발고도가 3,400m이니 고도 100m이상을 올라 온 모양이다.
이제는 평평한 평지를 달리는 것 같으나 가로등 불빛이 없는 어둠속을 가는 걸 보니 시 외곽지를 벗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희미한 가로등 몇 개가 불을 밝히고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뽀로이(Poroy)’라는 ‘쿠스코(Cuzco)’에 인접한 위성마을이라고 한다. 그 마을을 지나고‘까치마요(Cachimayo)’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고 나니 다시 서서히 고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 해발 고도 3,723m 인 ‘친체로(Chinchero)’마을을 지난다. 그리고 얼마를 지나자 오르막을 오르던 승합차가 갑자기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계곡 밑으로 지그재그 길을 얼마를 내려 왔을까? 계곡바닥에 다다르니 날이 새기 시작한다. 계곡바닥에는 희붐한 새벽안개 속으로 강이 하나 흐르고 있었다. 강 주변은 상당히 넓은 벌판과 제법 시가지를 갖춘 우리나라 시골 읍 정도의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다. 바닥을 흐르는 강은 ‘우루밤바(Urubamba)’강이고 도시는 ‘우루밤바’ 시(市)라고 가이드가 알려 준다. 어느 듯 해발고도는 2,871m로 내려와 있었다. 해발 고도 900m남짓은 내려 온 것 같다.
잉카인들이 가장 신성시 여겨 해마다 ‘아푸(Apu)’라고 부르는 산신에게 바치는 제사를 국가적인 행사로 지냈던 산이‘쿠스코’의 남동쪽에 위치한‘아우상가떼 산(Ausangate: 해발 6,372m)’이다. 이 ‘아우상가떼 산’에서 발원한 ‘빌카노따(Vilcanota)’하천은‘티티카카’호수의 수계와 분수령지점인‘시쿠아니(Sicuani)’를 거쳐 ‘우로크스(Urocs)’를 지나고 ‘쿠스코(Cusco)’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하천들과 합류하고 곳곳에서 지류들을 받아 들여 본격적인 강의 모습을 갖추고 ‘피삭(Pisac)’을 지나 이 곳 ‘우루밤바’에 도달한다. 비로소‘우루밤바’강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강은 ‘아레끼파(Arequipa)’주에 위치한‘미스미(Mismi)’산에서 발원하는 ‘아푸리막(Apurimac)’강과 함께 6,800km에 달하는 거대한 ‘아마존(Amazon)’강의 가장 먼 시발점이 된다.
잉카제국은 현재의 ‘페루’뿐만 아니라‘콜롬비아’, ‘에콰도르’에서 ‘아르헨티나’ 북부와 ‘볼리비아’ 그리고‘칠레’의 ‘산티아고(Santiago)’까지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단기간에 확보했던 남미 유일의 제국이었다. ‘우루밤바’와 ‘아푸리막’, 이 두강은 잉카제국의 초기국가형성에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안데스고원에서의 주식작물은 감자와 옥수수이다. 그래서 잉카인들은 400여종의 감자와 40여종의 옥수수를 계발하여 각종 용도로 사용해 왔다고 전해진다. 감자는 보관과 운반이 어려운 반면에 옥수수는 보관과 운반이 감자보다 훨씬 더 용이하여 먼 거리를 이동해야하는 병사들의 식량으로 더 적합하다.
잉카족은 티티카카 호수인근에서 살다가 그들의 조상이라고 여기는 태양신의 인도로 1100년경 쿠스코 골짜기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쿠스코 골짜기는 고도가 높아서 감자의 재배는 가능하나 옥수수를 재배할 수가 없었다.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인 인구도 적고 군량미확보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잉카족들은 그들의 힘이 어느 정도 비축되자 인구밀도가 높고 옥수수재배가 가능한 이‘우루밤바 ’강 유역을 가장 먼저 점령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다음으로 안데스 고원지대의 패권을 놓고 항시 라이벌 관계에 놓여 있던 ‘창카(Chanca)’족 연합체의 공격을 잘 막아 내고 그들의 근거지인‘아푸리막’강 유역을 점령하여 더 많은 전사들과 군량미를 확보함으로써 거대한 제국의 초석을 다졌을 것이라고 역사가들은 판단한다.
웅장한 안데스산맥의 가장 멀고도 깊은 골짜기인 이 ‘우루밤바’강과 ‘아푸리막’강에서 세계 제1의 수량을 가진 거대한 아마존 강이 시작되고 이 두강을 근거지로 하여 남미 유일의 제국이었던 잉카제국이 건립되어 졌다는 것은 그냥 우연히 이루어 진 것이 아닐 것이다. 6,000m 이상의 안데스 산맥들이 뿜어내는 웅장한 산의 기상과 6,000km이상의 길고도 질펀한 아마존 강이 발산하는 물의 기운이 상호조화를 이루어 탄생시킨 위대한 제국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깊은 계곡을 형성하는 ‘우루밤바’강은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졌다가 굽이치며 흐른다. 급류로 요란하게 소용돌이치기도 하고 평평한 유역들을 거느리며 유유히 흘러가기도 한다. 잉카인들은 이 계곡을 성스러운 계곡(Sagurado Valle)으로 명명하며 대단히 중요시 여겼다고 한다. 길은 강을 따라 나있었다. 절수기인데도 물의 양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흐르는 강물과 같은 방향으로 차는 달린다. 군데군데 작은 마을들을 거치고 2시간 반 만에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기차역으로 바로 가서 7시 30분발 ‘아구아 깔리엔떼(Agua caliente)’행‘잉카레일’기차를 탔다.
‘오얀따이땀보(2,792m)’에서‘아구아깔리엔떼(2,040m)’까지는 약 750m의 고도차이가 있어 그런지 ‘우루밤바’보다 하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른 급류가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협곡의 빠른 급류를 따라가는 기차여행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제공 해주었다. 열차의 창문뿐만 아니라 천정까지도 투명유리로 되어 있어 처음에는 그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계곡이 너무 깊고 좁아서 절벽 끝을 옆 차창으로는 볼 수 없고 천정 투명유리를 통해서만이 꼭대기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철로 건설을 할 때 매우 난공사였고 페루의 기술로는 불가능하여 칠레와 영국의 철도회사가 시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비싼 요금을 받지만 대부분의 수익이 외국철도회사들의 배만 불린다는 학교 동료 교사들의 푸념들이 생각난다.
이곳은 2,500m의 고산 지역이지만 우기 때는 풍부한 비가 내리는지 철길 옆은 우거진 밀림이고 그 위로 검은 절벽 바위산이 높이 솟아 있다. 양 옆의 깍은 듯 가파른 검은 절벽에는 아열대의 온갖 난 종류들이 붙어 있거나 조그마한 관목들이 겨우 붙어 살고 있었다. 인간의 근접을 불허하는 까마득한 절벽 바위틈새에는 크기는 아주 작지만 그 연륜이 수 백 년 아니 수 천 년이 됨직한 관목들이 계곡의 신화를 말해 주듯 꼬이고 뒤틀린 고태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간혹 멀리 아스라한 절벽 끝에 흰 백색의 띠처럼 보이는 게 있어 자세히 보니 물이 떨어지는 폭포가 아닌가? 강바닥은 주로 바위로 되어 있는데 수 만년 동안 수마되어 온 듯 기품 있는 바위들이 강바닥에 깔려 있고 강물은 그 바위들 사이사이를 세찬 급류로 흰 포말을 만들며 우렁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추픽추에 도달하기도 전에 먼저 주위 협곡의 경치, 자연경관에 압도해버린다. 어떤 학자는 중국의 장엄한 절벽 바위 경치를 보고 인간의 욕심과 한을 짓이겨 부셔버린다고 표현 했다는데 여기 ‘우루밤바’ 강의‘성스러운 계곡’이 만드는 이 바위절벽경은 인간의 욕심과 한을 짓이겨 부셔버리는 것을 넘어서 인간 존재 자체를 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고개를 뒤로 한껏 제쳐야 바라볼 수 있는, 아니 상상의 한계를 넘는 높이와 그 아찔한 장엄함에 절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나고 죽음도 절벽 끝에 붙어있는 미미한 풀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그저 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잠시나마 속세의 잡기를 떨쳐버릴 수 있어 서늘하고도 잔잔한 감동이 온 몸을 감싸는 것 같다. 왜 이 계곡을 잉카인들은 ‘성스러운 계곡’이라고 불렀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아구아깔리엔떼’는 ‘마추픽추’관광으로 생겨 난 산간 오지 마을이었다. 주로 식당과 기념품가게, 호텔 등이 전부인 것 같다. 스페인어로 ‘아구아 깔리엔떼(Agua caliente)’라는 말은 ‘뜨거운 물’이라는 의미이다. 강으로 유입되는 지류 쪽 마을 제일 위에 온천이 발견되어져 붙여진 이름인 것 같았다. 두 개의 협곡이 만나는 지점에 시가지가 발달 해 있었고 강 건너 맞은편은 거대한 절벽 바위산이 시가지위로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게 서있다.
여행사에서 주선하여 역으로 마중 나온 안내자를 찾아 서로 확인하고 그를 따라‘마추픽추’입장권을 구매하러 갔다. 오전 9시인데 벌써 긴 행렬이 늘어 서 있다. 가까스로 입장권을 사고 셔틀버스표를 구입하러 지류 하천위로 걸쳐 있는 다리를 건너 판매소로 간다. 판매소가 두 곳이라 한결 수월했다. 길 건너편에는 버스를 타려는 관광객들의 긴 줄이 늘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추픽추 입구까지 27인승 버스가 연신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것 같다. 버스표를 구매하고 나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물 한 병을 사서 잉카유적중의 보석이며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마추픽추’와의 역사적인 진한 만남을 준비한다. 긴 줄이 어느새 줄어 들어 우리가 탈 차례가 되었다. ‘마추픽추’야! 기다려라! 드디어 내가 간다!
첫댓글 정교장 오랫 만이네ㅡㅡ
잘지내지지?
마추픽추 가서 설명을 들어도 신비하두만, 그 높은 곳에다가 성전같은 것을 지어서ㅡㅡㅡㅡ
고맙네. 공감해주는 것 같아. 내년엔 쿠스코에서 1년 더 근무한다네. 좋은 곳 많이 방문해서 책을 한 권 낼 작정이네 많은 응원 바라네.
정교장은 소설을 써야겠어 ㅡ
너무 표현을 잘 하고, 글 솜씨가 좋아 ㅎㅎ
아니 남미 여행기를 써야 겠구먼ㅡㅡㅡㅎㅎ
사진어 없어서 몇장 올리네 보충 자료가 되기를 ㅡㅡㅎㅎ
남는건 사진 밖에 없두만 ㅎㅎ
앞으로도 사진 올려 주게나 고맙네.
찍접 찍은걸로 설명과 더불어 올리면 더 좋지 ㅡㅡ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