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강원도 설악산
글...김 현 만,
새벽은 추울 것이다. 두툼한 겨울 등산복을 꺼내들고
자동차에 실으면서 몇 번 망설이다 조금 얇은 가을 옷으로 상의만 바꿔 입고
하의는 동복을 착용하고 파카는 배낭에 넓고 신천동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는데
자꾸 바지가 동복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새벽을 위해 참고 평소보다 늦게 도착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같은 날 무박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산악회 버스가 두 대 대기 중이고
등산객도 여러 명이 웅성거리는 모습에
오늘 같이 가는 동호회 회원인가 싶어서 혹 친숙한 분이 계시나 찾았지만 아는 이는 없고
나중에 알았지만 포항 내연산으로 가는 타 산악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카페 대문에 저녁22시 출발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짐 챙겨서 왔는데
버스가 늦어져서 왜 그러나 했더니 정작 출발은 23시에 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여유가 있어서 이것저것 준비할 수 있어 좋고 회원 한 분, 한 분 도착해서 서로가 안부를 묻고
오늘 산행과 날씨에 대한 화제 거리로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 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뵙는 분도 계시고 자주 뵙는 분들도 계셔서 화기애애한 시간들이 지나고
버스가 도착해서 정해진 좌석을 찾아 베낭을 풀어놓는데
먼저 버스에 오르신 분들이 버스 출입문 상단에 붙여놓은 좌석배정을 무시하고 자리잡은 관계로
지정석이 아닌 자리에서 앉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요 몇일 회사일로 지쳤는지 바로 선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정원을 초과한 인원 때문에 몇분 임원께서 통로에 박스를 깔고 이동하는 모습에서 지난 나의 모습을 잠시 떠올렸습니다.
산악회 임원이라는 것이 명색이 봉사활동인데
다른 회원들과 똑같이 회비내고 남들 안하는 산악회 안내라든지
궂은 일인 다하면서 막상 노고에 감사하다는 말에 인색한 모습에
때로 수고에 허무감을 느낄때가 많았습니다.
오늘 수고하시는 임원들의 모습이 그래도 아름다운 것은 베푸는 만큼 행복한 모습에고마움을 전합니다.
도착시간 10月10日
오전 2侍 30分
십여분 걸어서 설악동 매표소를 지나 설악산 상징물 반달곰 동상 앞에서 모두모여
어둠 속에서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온화한 날씨가 퍽이나 다행스럽고
하늘이 흐려서 별빛도 없지만 바람도 자고 산행 하는 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습니다.
산대장님 지시대로 7인 일조씩해서 1군 35명이 2군 30여명과 함께
비선대를 출발해서 공룡 능선을 돌아 마등령 에서
백담사을 이어 최종 목적지 용대리까지 도착시간이 약 11시30분에서 12시 시간이
소요되는 산행이라 모두들 긴장과 기대속에 각자 준비한 손전등을 밝히고 어둠을 가르며
공룡 꼬리부터 산행을 했습니다.
바람도 자고 기온이 온화한 관계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새벽등반이 이렇게 기분좋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반가운 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으면서
그 어느 것도 모자람이 없는 나만의 풍족함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달은 없지만 달처럼 고운 얼굴들이 오늘 더욱 사랑스런 신행이될 것 같습니다
산행을 30분 정도하는데 어둠 속에서 희미한 물체가 감지되었는데
순간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등산로를 20m더 벗어난 지점에 사람형태의 희미한 모습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아서
조심스레 다가가서 확인해본 결과 남여가 함께 산행을 하다
여자 분이 너무 졸음이 와서 잠시 눈 좀 붙이고 갈려고 그런다는 남자의 얘기를 들었지만
조금은 의아한마음이드는 것은 차가운 날씨 속에
산길에 누워서 보자기로 덮혀 져 있는 물체와 그 겻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그들을 산행 내내 지울 수가 업었습니다.
다음날 뉴스에서 설악산 등반 도중 사망했다는 40대 부부 이야기 가
더욱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 이였습니다.
하여튼 어둠을 가르며 오르는 등산로에 경사가 심한곳은 90%가넘는 곳이 여러곳 있었는데
그 길 곳곳에 40kg이 넘는 반듯한 계단식 돌들이 놓여진 것을 보고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 얘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60~70년대 박정희 장군이 쿠테타로 정권을 잡고
사회개혁이라는 필두로 스로건을 내걸고
젊은이들을 삼청 교육대라는 미명으로
강원도 오지로 끌 고가서 곡괭이와 삽으로
지금의 군사도로와 산악 길을 놓았는데
그와중에 수많은 인명이 처럼 희생되었다는 얘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이 돌들을 쌓은 그 누군가의
감사하고 미명으로 숨져간 그 사람들 중에
일부가 아니고서 이 깊은 산 중에
돌을 고를 이는 없다는 마음에
가만히 엄숙해지는 내 모습에
이미 고인이 되었을 이름 모를
그 사람들께 명복을 다시 빌어봅니다.
동이 서서히 트는 산길에 아침이슬이 제일먼저 마중을 나오고
고산에 밀려드는 새벽안개는 무서운 속도로 정상을 넘나드는데
요즘 경부선에 새로 생긴 KTX고속 철도가 부럽지 않습디다.
곳곳에 이미 져버린 낙엽들이 맨땅위에서 헐벗고 아침이슬 베어드는 등위로
하이얀 연기는 자꾸 안개 속으로 갑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모든 회원들이 산행을 하고 있고
멀리 산모퉁이 돌아서는 바위에 서리가 눈처럼 엉켜서 내 눈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자꾸 자기가 눈이라고 거짓말을 하고있는데
아직 첫눈 올때가 아니건만 눈치없이 거짓부리 라는 서리가 얄밉기만 합니다
힘겹게 마등령 정상에서도착해서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새벽은 벌써 저만큼 비켜나고 날씨가 좋지 않는 관계로
굽이굽이 안개비가 내리데 오는길 내내 산허리에 한 고비 넘으면
마등령 이려나 두 고비 넘으면 마등령 이려나 자꾸 거기가 거기 같은데
이제 다왔나 싶으면 다시 올라갔다 내려갔다
심심이 지쳐 갈쯤 안개 속에 넒은 공간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곳에서 오늘 아침을 먹어야 하는 마등령이구나 생각하니 잠시 다리에 쥐가 나고
따뜻한 커피한잔이 그리워지는데 배낭에서 꺼내어놓은 도시락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서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얼음 같아서 더욱 움추려드는 몸을자탱하느라고 고생좀 했습니다.
그래도 남들이 산을 좀 탄다고 하는데 약한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나름대로 컨디션 조절을 하는데 한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30여분 아침식사와 간단한 다과를 갖고 하산을 하는데
정상에서 그리 멀지않은 아래쪽을 오다보니 제법 단풍이 자기 색을 갖고 있었습니다.
청청지역이라 붉고 노오란 단풍이 한동안 시야를 어지럽히더니
내려갈수록 짙은 가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오세암에서 먹는 약수 물은 해탈한 스님의 마음이
이렇겠지 생각을 하면서 주변이 산들로 둘러쌓여 천하명당이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색은 오세암에서 진이을 더욱 더하고 잠시 피곤도 잊고 가을 경치에 젖어봅니다.
다시 하산길에 삼삼오오 자연스런 애기와
깊은 솔향기 내음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가을햇살이 백담 깊은 골에
나뭇잎을 더욱 붉고 노오랗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일행과 함께 백담계곡 옥수에 발 담그고 잠시 상념에 쌓여서
우리의 삶들이 이 좋은 경치와 솔 향이 그윽한 날들로 채워져 가기를 빌어보면서
겨울이 와서 혼자 덩그라니 앉아있을 백담 산장을 돌아
행락객들이 그득한 백담사에서 잠시 피곤한 몸은 앉히고 그리운 님을 상기해 봅니다.
오늘 백담 깊은 골에 님의 침묵처럼 고요한 풍경소리만 내 가슴속에 깊은 상렴을 심어둠니다
산사 앞 계곡에 수많은 돌탑들은 또 무슨 소원들이 한처럼 깃들여 있는지
돌아 오는길위로 잊혀진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버리고 갈 것을 굳게 다짐해본다.
백담계곡을 끼고 산사에서 용대리 까지 7k구간의 비경을 놓칠 수 없어
눈속에 익혀두지만 천근 만근 늘어지는 두다리에 힘이다시 솟는 것은 같이
걸어가는 이 있어 오늘 나는 충분하게 행복을 거두어 드립니다.
설악에 깊은 사랑을 심고 내한때 젊음을 남겨두고
오늘 허허로움 벗고 다시오늘을 내내 그리워하면서
남은 세월 살아가겠지만, 다시없이 행복함은 나와의 오늘 약속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오는길에 백담사 계곡에 가을을 담은 옥빛물결을 이기지못하고 나그네 글한줄 지었습니다
저......
눈 멀어버릴것 같은 가을아....
붉게 타는 단풍아
백담 계곡
옥구슬 구르는 소리에
난 이미
노오랗게 젖어가고
설악 천불동 계곡에
쏱아지는
가을 햇살아.....
천하명당 끌어않고
사는 오세암 보다
더.....
소중한 가을아
눈 처럼 시리다
꽃 처럼 향기롭다
허허로움 벗어버리고
나도붉고 노오랗게 가을속으로간다
2004년 10월 10일 새벽 눈처럼 고운 가을 설악에서...
첫댓글 저도 25년전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설악산에서 야영을 하며 등산을 했는데 대청봉엔 찬바람과 진눈깨비로 춥기도 하고 중턱엔 비가 내려 고생깨나 했습니다. 그래도 밤에 텐트치고 밥해먹고 취사를 산 중턱에서 해결했지요.
붉게타는 단풍아...나도 붉고...노오랗게 가을속으로 간다 .란 시 구절이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