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역에서 마지막으로 일행을 태우고 버스는 대부도 낚시터입구에 도착한다. 지명이 어떤 특정된 것이 아닌 것은 코스 안내판이 낚시터 옆에 있기 때문이다. 저수지 주변으로 방갈로 좌대가 무수히 설치되어 있다. 지도 앱에서는 독도바다낚시터로 알려 준다. 버스에서 하차하니 해안가 답게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댄다. 오늘은 추운 편이다. 내주 초에 비가 내리고 나면 한파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니 다음 코스에는 본격적으로 겨울 트레킹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겨울의 해안가는 어떤 바람과 추위로 우리들을 환영해 줄 지 미리 걱정하거나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올해도 예전같이 우리 몸이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
오늘은 대부해송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1코스 구간과 겹친다. 다만 낚시터에서 해솔길캠핑장 인근까지는 2코스에 속한다. 먼저 새방죽방조제를 따라 상동갯벌 방향으로 걸어간다. 원래는 남진을 하여야 하나 오늘은 상동갯벌 안에 있는 무인도를 탐방하기 위해 북진을 하기로 한다. 오늘의 물때를 살펴보면 만조는 오전 6시이고 간조는 12시로 나온다. 이 상황에서 아침에 대부도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하여 오후에 상동갯벌에 도착해서는 무인도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북진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곳은 2017년도에 해양수산부로부터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18년도에는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곳이다. 바닷쪽으로는 갯벌이 길게 드러나 있다. 만조가 지난지 3시간이 흘러가고 있어서 바닷물은 뒤로 많이 물러나 있다. 이 갯벌은 출입을 허가 받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으나 우리의 탁월한 막독 팀장님이 미리 어촌계장과 협의하여 출입을 허가 받았다. 입구에서 람사르 습지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 잘 몰랐던 사실이 있다. 습지라고 해서 간단히 등록되는 것이 아니라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나 멸종위기 종같은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멸종위기 2급인 흰발농게와 검은머리 갈매기가 있고 1급이면서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 등이 있다. 특히 노랑부리백로는 안산시의 시조(市鳥)로 지정되었고 2년 전에는 대부도갯벌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정까지 되었다. 그래서 갯벌을 지나 구봉도로 가다보면 노랑부리백로 모양의 안내 길잡이를 설치하여 길 안내를 도와주는 것이 자주 눈에 띈다.
일행들은 어촌계장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갯벌 사이로 길게 뻗은 시멘트 길로 들어선다. 멀리 무인도인 섬 몆 개가 갯벌 위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바닷물이 빠진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물기를 머금은 뻘흙이 길 위에 널브러져 있어서 걷는데 불편하다. 주변보다 다소 움푹 들어간 길과 맞닥뜨린다. 그 위로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있어서 길 옆으로 쌓아 놓은 돌을 밟고 넘어가는데 울퉁불퉁하여 위험해 보인다. 막 팀장이 중간에 서서 도와주고 있어서 팔을 잡고 잘 건너가는 순간 발을 잘못 디뎌 등산화가 뻘로 빠져 들어간다. 균형을 잡느라 우측 손으로 돌을 집다가 표면에 무수히 붙어있는 따개비의 껍질에 약지 끝부분의 살갖이 약간 떨어져 나가는 경미한 상처를 입는다. 장 대장으로부터 일회용 반창고를 받아 손가락에 붙여서 상처를 일시적으로 보호한다. 뻘에서 넘어진 분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다소 큰 섬인 광도를 지나 그 보다 작은 동글섬 마저 경유하면 작은 봉 2개가 솟아 있는 박쥐섬을 만난다. 주변은 모두 물이 빠져 나가서 주변을 둘러 보는데 문제는 없다. 시멘트길은 주도까지 연결된 듯 하지만 여기도 길이 수면보다 낮아서 아직도 바닷물에 잠겨 있다. 마지막 무인도인 주도는 간조가 되어야 건너갈 수 있는가 보다. 박쥐섬의 2개의 봉우리를 배경삼아 단체 사진을 남기고 돌아간다. 방향이 바뀌니 앞쪽으로 해가 떠 있어서 갯벌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는 햇빛을 받아 빛이 난다. 후미에서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데 앞서가는 김명자님이 있어서 역광으로 사진을 남겨본다. 모처럼 실루엣 사진을 담는다. 우측으로 대부도와 선재도를 이어주는 선재대교가 뚜렷이 보인다. 그렇다면 좌측이 대부도이고 우측이 선재도가 된다. 그 너머로 주탑 2개가 살짝 보이는 걸로 봐서 그 쪽은 영흥도다. 북쪽을 바라보면 희미하지만 구봉도의 낙조전망대도 들어온다. 이른 오후 시간대에는 낙조전망대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때 이곳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상동갯벌을 나와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바구리방조제를 걸을 때는 조금 전에 보았던 광도와 동글섬 그리고 선재도가 보이는 위치만 다를 뿐 계속 따라온다. 주차장이 넓은 카페나루를 지나고 동물생태이동다리도 통과하며 도로를 한동안 계속 걷는다. 여기서 이희라님을 만나 함께 걸으며 인사를 나눈다. 인천지역의 94코스를 끝내고 냉면집에서 식사한 이후 처음이다. 이런 계기로 일행들을 차츰 익혀간다.
대부해솔길 명소를 알려주는 대형안내판이 나온다. 지도를 잠시 바라보니 이곳이 대부도관광안내소에서 시작된 1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잠시 도로를 따르다가 장 대장이 기다리며 인도하는 좌측의 작은 길로 들어간다. 해솔길캠핑장을 지나면 작은 야산으로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가 돈지섬이고 서해랑코스와 해솔길 그리고 경기둘레길까지 겹치는 길이다. 대부도와 돈지섬 사이는 매립하였기에 섬은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 바로 옆에서 일행들이 모여 앉아 술한잔을 곁들이고 있다.
조민행 선배님도 보이지만 백두대간 15기의 김천호 회장님도 모처럼 오셨다. 중국 술을 한 잔 주시면서 삶은 햇밤을 안주로 건네 주신다. 단숨에 마시려고 했으나 마음뿐이다. 너무 독해서 두 번 나누어 마신다. 자전거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좁은 길인데도 라이더 한 팀이 지나간다. 자전거를 타며 전국을 누비려고 아주 좋은 중고 자전거를 1년 전에 얻었으나 이렇게 트레킹을 하게되어 좀처럼 라이딩 할 기회가 없다. 환담을 잠시 더 나누고 나지막한 산을 오른다. 대부해솔길 쉼터 전망대가 있기는 하지만 나무에 가려서 조망은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굳이 야산으로 길을 낼 필요가 있을까.
345KV 영흥T/L 건설유공자를 위한 기념탑과 한전사장이 설치한 기념식수비가 나오고 송전 철탑이 세워져있다. T/L은 Transmission Line의 약자로 송전선로를 의미한다. 이 송전탑은 영흥화력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2004년도에 완공된 세계 최초의 해상 송전선로이다. 영흥도에서 출발한 선로는 선재도를 거쳐 바다를 넘어와 이곳을 지나 시화호를 횡단하여 내륙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화방조제를 트레킹할 때 시화호에서 보았던 그 송전탑이다. 그런데 이런 야산에 굳이 유공자비를 설치한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륙에 설치된 철탑 대부분이 험한 산속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길은 다시 평지 구간인 대부도바다낚시터로 이어진다. 막독 팀장이 시작점에서 안내판의 지도를 보며 설명하였듯이 낙조전망대는 여기서 해안길을 따르다가 되돌아 나올 때는 산길을 이용한다고 하여 펜션들이 모여있는 좌측의 해안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후미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다. 가는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후미 일행과 함께 하기 위해 다시 낚시터 방향으로 길을 바꾼다. 어치피 이리가나 저리가나 마찬가지다. 4년 전에 친구들과 이곳을 탐방한 적이 있어서 아직은 눈에 훤하다. 그런데 산길 앞 대부해솔길 입구에서 문제가 있는 듯하다. 시간은 12시 30분. 점심을 하려는 일행들과 함께 있다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친구와 함께 산길로 오른다. 여기도 노랑부리백로 모습을 한 안내판이 보인다. 몸체 부분에는 대부도이야기라는 시가 적혀있다. 산길이라고 해 봤자 금방 중턱이고 해안가 쪽으로 우회하여 돌아가기 때문에 편하게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지난 코스에서 걸었던 방아머리해변과 달전망대가 두루 펼쳐지고 구름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솔길답게 좌우로 소나무가 빼곡하다. 바닷가에 있는 약수터는 그냥 통과하고 개미허리아치교로 곧장 달려간다. 전망처가 나온다. 이번엔 바닷물이 빠진 갯벌과 바다너머 송전선로가 이어지고 영흥대교를 중심으로 좌우에 선재도와 영흥도가 길게 늘어져 있다. 아직은 만조 때가 아니라서 아치교 아래의 해안길은 걷는데 지장이 없다. 좌우로 펼쳐진 갯벌과 바다 전경을 바라보며 아치교를 건너면 구봉도 끝에 당도한다. 특별하게 볼 만한 경관이 없으니 곧바로 바닷가로 내려가고 나무데크를 따르면 낙조전망대로 연결된다.
이 전망대는 안산시의 9경중 하나이고 지난 여름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두 달간 보수공사를 진행했으니 전망대의 내구성은 좀 더 강화되었을 것이다. 서해안은 석양의 명소가 많다. 강화도 석모도나 안면도의 꽃지해변 그리고 홍도 등이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이곳 전망대도 시야가 좋은 날에는 아름답다고 한다. 전망대에는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주제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장엄한 태양이 서서히 바다로 떨어지면서 조형물의 원형 안으로 붉은 빛을 토하며 들어온다면 인생샷 하나를 가슴에 간직하는 순간을 영원히 기념할 것이다.
우리들도 몇 장의 기념 사진을 남기고 떠날 즈음에 일행들 몇 분이 도착한다. 낮이라서 조형물 원형에 석양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일행 분의 얼굴로 사진을 남겨 보았다. 낙조사진에 비하여 아름다움의 격조가 뒤떨어지지 않는 다는 감상평이 있으니 낙조전망대서 낙조 사진만 꼭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산길로 들어 왔으니 돌아갈 때는 해안가를 따른다.
개미허리 아치교 아래로 내려와 바람이 적게 부는 듯한 갯바위에 앉아 친구와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다. 늘 그렇듯이 호빵과 아침에 나눠 준 떡으로 식사하고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운을 돋군다. 해변을 바라보니 바닷물이 올라오고 있다. 너무 지체된 것 같아서 서두른다. 해안가를 따라 산줄기 아래로 걸어간다. 시멘트 도로가 설치되었으니 만조시에도 이곳까지는 바닷물이 차지 않는것 같다. 역광을 받은 수면은 눈부시고 바다건너 선재도와 영흥도는 희미해진다. 막 팀장의 의견에 따르면 이 두개의 섬을 12월 첫째와 셋 째주에 모두 트레킹하기로 했으니 선재대교에서 영흥화력발전소까지 춥기는 하겠지만 위풍당당하게 걸어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대부도바다 낚시터 앞을 지나간다. 산 정상 일부분이 청색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이 기다린다. 북망산이다. 저 산을 넘으면 대부도안내소가 가깝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돈지봉 옆의 도로를 따라 가다가 길은 알라딘펜션을 끼고 바닷가 쪽으로 좌측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모래톱에 홀로 서있는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다가온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이 소나무가 미인송으로 불리고 있고 특히 만조 때 바닷물에 투영된 미인송 사진을 찍기 위한 출사 장소로 이름난 곳 임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아름답게 다가오는데 만조 때 바닷물에 반영되는 모습은 어떨지 상상이 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나오고 몇 채의 펜션을 지나면 해안가에서 오르는 등산로를 만난다. 북망산이 해발 약 100m 정도로 낮기 때문에 약간의 발품을 팔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닿는다. 여기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라서 나무들이 없으니 조망은 탁 트였고 주변이 너무도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영흥도에서 시작된 송전선로가 선재도와 바다를 건너 돈지봉으로 이어지고 다시 북망산 중턱의 송전탑을 타고 시화호로 길게 뻗어간다. 미세먼지가 좋은 수준이라서 방아머리선착장과 시화방조제 그리고 달 전망대는 물론이고 송도신도시까지 보여주고 있다. 조금 전에 다녀온 구봉도가 오붓하게 바다 위에 떠있고 그 뒤로 무의도와 영종도도 희미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얀 등대를 이고 바다 한가운데에 살포시 떠 있는 팔미도와 그 우측으로 주탑 두 개가 우뚝 서 있는 인천대교까지 보여준다. 거기다가 인천공항으로 하강하는 여객선까지 푸른 창공에 수놓고 있으니 이곳의 조망은 너무도 아름답다.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며 이 부근을 비행한다면 두 눈 속에 멋진 풍광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관이 있으니 북망산은 트레킹 코스에서 비켜갈 수 없는 것이다.
하산은 낮은 산이라서 쉽다. 이정표를 보니 동춘서커스가 가까이에 있고 대부도하면 바지락 칼국수와 함께 포도가 특산물로서 생각나듯이 크고 작은 포도 농장이 자주 보이고 있다. 고개마루에서 김장을 한창 준비하는 어느 집을 지나며 해안가로 다가간다. 해피트리펜션 담장에 붙은 작은 안내판은 서위해변으로 알려준다. 해변가를 따라 길게 지은 건물 끝의 카페루헤를 지나고 다시 홀리데이캠핑파크까지 통과하면 지난번 코스에서 보았던 방아머리해변으로 들어간다. 어찌된 일인지 해변은 너무도 시야가 깨끗하고 하늘은 더욱 푸르다. 북망산에서 보았던 주변 배경들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창공에는 패러글라이딩의 날개가 펼쳐져 있다. 조금전에 북망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어디서 날아왔을가? 의문은 곧 풀린다. 이들은 대형 카이트(연)를 띄워서 바람을 이용하여 서핑보드를 타며 공중 대신에 물 위를 내달리는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중이다. 지난 번에는 비가 내려서 방어머리 해변에서의 경관을 알 수 없었는데 오늘은 날이 너무 깨끗하여 하늘에서 여객기가 인천공항으로 가는 모습까지 모두 멋있게 다가오고 있다. 오늘은 때가 때인만큼 추워서 해변에는 젊은 연인들만 조금 보이지만 풍광은 그 어느때보다 멋지게 가슴에 와 닿는다. 흐릿해져가는 눈망울이 스스로 정화되어 저 멀리 있는 팔미도까지 눈 속으로 다 담아내는 멋진 하루로 기억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