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문학관에서]
1.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 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그러나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이야기 혼불은, 드디어 나도 어쩌지 못할 불기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나는 마치 한 사람의 하수인처럼, 밤마다 밤을 새우면서, 한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의 넋이 들려,
그들이 시키는대로 말하고, 가라는대로 내달렸다. 그것은 휘몰이 같았다.
2.
나는 글씨 자체를 사랑한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수 있겠습니까...
나는 원고를 쓸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날렵한 끌이나 기능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 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첫댓글 문우님들과 다녀온 혼불문학관 생각이 이마를 스치고
따뜻한 생각에 젖습니다. 최명희 작가가 더 오래 살아서
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많이 아쉽습니다.
아쉽고 아쉽고 아프고 아깝습니다.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 끝에 모으고
"원고를 쓸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과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나가는 것"---. 원고지라는 절벽 앞에서 무언가 새로운 생각, 남이 하지 않은 한 마디 말을 찾아내기 위함 고뇌를 생각합니다
그 생각에 이를 때 몸이 소스라 칩니다.
혼불을 읽다가 글 속에 나오는 만귀정을 찾아 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