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초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구곡폭포에는 때아닌 잔치음식이 돌아가고있었다. 어리둥절한 관광객들까지 음식을 한 접시씩 받아든 이날은 산에서 만난 임화섭(53)씨와 이순애(41)씨 두사람이 구곡폭포에서 백년가약을 맺는 날이었다.
"신랑 신부의 선물교환이 있겠습니다" 라는 주례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두 사람은 장미꽃으로 장식한 피켈 두 자루씩 든 채 60m의 빙폭 앞으로 다가섰다. 피켈로 얼음을 찍으며 한발 한발 오르기 시작한 신랑의 몸짓을 따라 신부의 눈망울이 바삐 움직였다. 빙폭 중단부에는 하트모양으로 엮은 풍선들과 둘러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랑 신부가 등반을 완료하고 손을 잡는 순간 축하 불꽃과 함께 하객들의 박수소리가 터지고 성악가 김동운씨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구곡폭포의 좁은 골짜기 안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날 예식을 올린 신랑 임화섭(53)씨와 이순애(41)씨는 통념적인 결혼 연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새 인생을 시작했다. 5년 전 북한산 백운대 산행 중에 만나서 등산학교도 함께 다니고 여름엔 바위에서 겨울이면 빙폭에서 자일을 묶으며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날 주례를 선 김영도(79. 전 대한산악연맹 회장)선생은 "함께 빙폭을 오르고 바위를 올라정상에 서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볼 수있다. 이것은 산악인만의 특권이라며 정상에서 보는 산처럼 넓고 깊은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라"는 말로 주례사를 마쳤다.
이들은 예물로 반지를 교환한 후 임씨는 신부에게 등반장비인 카라비나를, 이씨도 신랑에게 빙벽 등반장비인 스크류를 선물했다. "남들보다 늦은 만남인 만큼 더 뜻 깊은 결혼식을 하고싶었다,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처럼 살자는 의미로 경건하게 예식을 치르기로 뜻을 모아 구 곡폭포 빙벽에서 결혼식을 하게 됐다"는 임씨는 "열심히 훈련을 해 올해 말쯤 바위꾼들에게 동경의 대상인 미국 요세미티공원의 엘캐피탄을 부부가 등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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