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시와소금 신인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작] 이숙자. 유영화
[학교 가는 길 외 4편]
학교 가는 길
이숙자
한참을 걷다
뒤돌아보니
기다란 길이 뒤쫒아 오고 있었다.
내 발꿈치 아래서
조용조용
먼 길을
따라 왔구나.
매일 매일
학교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던 것은
너 때문이구나!
들꽃이랑 바람이랑 새랑
함께 데리고 와 주었구나!
그렇구나!
전봇대 등불이
켜져 있는 밤이면
나무는 잠들지 못한단다.
왜요?
등불이 소곤소곤
자꾸자꾸 말을 걸거든.
나무가 잠들지 못하면 초록별 지구도 잠들지 못한단다.
그렇구나!
전봇대 등불아!
스위치를 내려줄게.
"딸깍"
얼른 잠을 자렴.
나무가 클 수 있게
초록별 지구가 잠들 수 있게.
달빛 수다
심부름 가는 밤
캄캄한 밤이었어요.
구름 속에서 외롭던
달님아줌마
빼꼼이 내다보며
말을 걸었어요.
어디 가니?
무섭지?
숙제는 다 했니?
누구랑 제일 친해?
내가 데려다줄까?
쏟아지는 달빛에 홀려서
정신없이 대답만 네. 네. 네. 네
심부름은 잊은 채
동네 한 바퀴
룰루라라 노래하며
빙빙빙
동네만 두 바퀴
유모차
옆집 할머니가 밀고 가는
낡은 유모차에는
로봇 스티커가 하늘을 날고 있네.
로봇 스티커를
좋아하던 아가는
어디로 가고
덩그러니 보퉁이 하나가
할머니의 말동무를 하고 있구나.
두런두런 자장가를 부르는
할머니는
다 커버린 아가를 기다리나 보다.
알게 된다는 것은
햇살 아래 서 있어봐
그늘의 고마움을
알게 될 거야
힘껏 뛰어봐
바람의 시원함을
알게 될 거야
책 속에 한 번 빠져봐
아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될 거야
알게 된다는 것은
내 마음이 조금씩 자라는 거지
내 키가 조금씩 커가는 거지
[이숙자]
춘천교육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
2017년 강원교원문학상 동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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童詩. 時調 감상
[동시] 2018 시와소금 신인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작 / 이숙자. 유영화
박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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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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