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의 노랫소리
문곡 최상섭
유년 시절 성근 내 머리 박 위의 민들레꽃 자국 같은 찔레꽃
향이
5월의 신부가 되어 오폿대 소리처럼 흩어지면
머언 산 꾀꼬리 내 파노라마의 쓰디쓴 추억을 부른다.
한나절은 집 나간 각시를 찾는 뻐꾸기 울음소리로 처량한데
들릴 듯 말 듯 여운을 담아내는 푸르름의 노랫소리는
삐비 뽑던 시절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앵두 빛 종소리인가?
흰 쌀밥 같은 하얀 아끼시 꽃이 진 남도 천릿길은 무더위 속에 졸고 있고
무논의 벼포기가 초록의 꿈을 담아내면
동요 속에서나 들었던 뜸북새는 유년의 그림자가 되었다.
어머니의 숭늉 같은 구수한, 하지만 차마 담을 수 없는
간간이 도롱테를 굴리는 꾀꼬리 노랫소리는
하오의 내 가슴을 짓이긴다.
(2022. 05. 30 어둑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