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 미국에서 있었던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일입니다.
비행기에 올라 내 자리를 찾아 짐을 머리 위 짐칸에 올려 놓고 앉았습니다.
한참을 날아가야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책을 가져오기를 잘했지, 책을 읽다가 한 숨 자야겠다'
혼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
군인 여럿이 일렬로 복도로 걸어오더니 내 주위의 빈자리에 모두들 앉았습니다.
"어디로들 가시나?"
바로 내 근처의 앉은 군인에게 물었습니다.
"페타와와라는 곳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2 주간 특수훈련을 받고
아프카니스탄 전선에 배치될 것입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기내 방송으로 점심 박스를 하나에 5불씩에 판다는 안내 공지가 들렸습니다.
동쪽 해안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 참 남았기에
시간도 보낼 겸 점심 박스를 하나 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돈을 꺼내려고 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군인이 친구에게
"점심 박스가 5 불이라니 너무 비싸네,
나는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참고 가야겠다."
그러자 옆의 군인도 동의하면서 점심을 굶겠다고 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군인들 중 아무도 점심 박스를 사먹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비행기 뒤편으로 가서 승무원 에게 50불을 건네 주며
"저 군인들에게 모두 점심 박스를 나누어 주세요" 하고 부탁했습니다.
그 승무원은 내 손을 꼭 감싸 잡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제 아들도 이라크에 가서 싸우고 있습니다.
손님께서는 제 아들에게 점심을 사주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승무원은 점심 박스를 군인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오더니,
"손님은 어떤 걸 드실래요, 소고기 아니면 닭고기?"
나는 이 승무원이 왜 이러시나 의아해 하면서 닭고기를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비행기 앞쪽으로 가더니 일등석에만 나오는 점심 쟁반을 들고
제 자리로 왔습니다.
"이것으로 저는 손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가려고 비행기 뒷쪽으로 가는데
어떤 남자가 저를 막았습니다.
"조금 전에 하신 일을 보았습니다. 저도 돕고 싶습니다.
이 것을 받으시지요."
그 사람은 저에게 25불을 쥐어 주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
기장이 좌석표를 둘러보면서 걸어 오고 있었습니다.
제발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기장은 바로
내 자리 앞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기장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님과 악수하고 싶습니다."
나는 안젠벨트를 풀고 일어서서 기장이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기장은 큰 목소리로 승객들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전에는 군인으로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그 때, 어떤 분이 저에게 점심을 사주셨는데 그때 그 고마웠던
기억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는 ' 아이구, 이를 어쩌나... ' 쑥스러워하고 있는데
모든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더 지나고 이번에는 앞좌석에 있던 승객이 악수를 청하더니
나에게 또 25불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꺼내고 비행기 문으로 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아무말 없이 내 옷 주머니에 무언가를 쑤셔넣고는
부지런히 걸어가 버렸습니다.
"이런! 또 25불이네!"
비행기에서 내려 터미널에 들어가니 그 군인들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 돈을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당신들 기지에 도착하려면 한참 남었을테니 이 돈으로 샌드위치라도 사 먹어요.
하느님께서 여러분들을 가호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이 군인들은 이렇게 비행기에 동승했던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느끼며 떠났습니다.
나는 걸어가면서 진심으로 이 군인들을 위하여 무사히 귀환하기를 기도했습니다.
현역 군인이나 재향군인들은 모두 국가에 보증수표를 바친 사람들입니다.
금액 란에는
'내 모든 것, 내 목숨까지' 라고 적어서 말입니다.
이 것은 비할 데 없는 영광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런 영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 김동길 교수님의 실화-
아프카니스탄 전쟁은 2001년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폭파시킨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을 보복하기 위하여 시작하여
20년 동안 계속되었던 미국 역사상 최장기의 전쟁이었다고 합니다.
김동길 교수님께서 생전에 미국에 머무시는 동안 경험하신 일 같습니다.
제가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이곳에 살면서 부러워하는 모습 중의 하나는
사람들의 군인들을 향한 존경심을 표시하는 마음과 방법입니다.
미식 축구 경기나 야구 경기를 비롯한 수만명이 모이는 모든 장소에서는
언제나 시작하기 전에 장내 아나운서는 ,
재향군인이나 현역군인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는 박수와 함성으로 존경을 표시합니다.
더구나 샌디아고에는 해군의 핵심기지가 있는 주이기 때문인지
일상 생활에서도 군인들을 배려하고 우대하는 모습들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김교수님의 글을 읽다가
[군인이란 국가에 보증수표를 바친 사람들입니다.
금액 란에
'내 모든 것, 내 목숨까지' 라고 적어서 말입니다.]
이 구절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저 젊은 이라면 의례히 가야하는 의무이니까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젊은 그들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결심이었을까...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내어 놓겠다는 각오!
대단히 엄중한 일이며 존중받아야할 일이 맞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이 젊은이들을 소중하게 보살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명예를 지켜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이 글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첫댓글 눈물 나요. ㅜ. ㅜ. 참 아깝고 아까운 분이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음이 더 가슴 저려옵니다.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존경하는 분들...
많이 그리워합니다.
먼 훗날 ...
우리들도 그리움으로 남는 사람이 되기를...
벅찬감동이 ᆢ 뭉클하면서
나라를위해
군복무하는
젊은이들에게
감사할뿐입니다
철없어 보이는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며
넘어가야 하는 소중한 고비이겠지요.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국가라는 거대한 명제 앞에 서게 되는...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감사합니다.
남편이 오랜동안 군인이었기에 남의얘기 같지않답니다.
군종성당에서 활동도 했었구요 사병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때 마음이 쁘듯하기도 했었지요 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지만 군인들은 정말 존경 받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억울하게 돌아간 모든 군인들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사병들에게 어떠한 사모님이셨을지 상상이 가능합니다. ㅎㅎ
그 사병들은 아마 넉넉하신 모카님의 정성을 기억하고 살고 있겠지요.
저는 제복을 차려입은 모든 이들을 존경합니다.
그 제복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을 알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지요.
선행으로 행복하고 감동으로 하나되고
나비효과 일어나서 너도나도 선행하니
누군가 앞장선다면 모든이가 행복해
누군가가 앞장서면 모든이가 행복하네...
명시를 한 편 지으셨네요...
평안하심이 전해집니다. 감사드려요...
아버지가 군인이셨기에 더 마음에 와 닿네요 .....
누군가의 희생으로 저희가 잘 살고 있으니 감사하고 살아야 할것 같아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우리나라는 정말 그분들의 희생을 안고 사는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저도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