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남편은 공항 렌터카 업체로 자동차를 반납하러 가고,
세연이가 올 시간을 가늠해가면서 꽃게탕의 간을 맞추고 있는데
현관 벨이 울리고
얼른 달려가 문열기를 누르고 달리다시피 걸어가 중문을 여니
현관 문 앞에 커다란 꽃다발을 든 세연이가 상기된 얼굴로 앞에 서 있고 뒤로 아들과 며느리가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현관문 비번을 알고 있지만 매번 벨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고 중문에 마중나오며 반가워하는 극적인 순간을 세연이가 바라는 터.
꽃다발을 건네고 신발을 급하게 벗어던진 세연이와 요란스럽게 해후의 정을 나누고...
이번엔 먼저 꽃다발을 받느라 거실에 들어와서야 안기고 손잡고 방방 뛰었지요.
정열의 글라디올러스는 세연이가 먼저 고른 후 나리꽃과 장미를 배합한 꽃다발이라는
며느리의 설명.
아파트 근처에 가격이 비싸지 않은 꽃가게가 있어
어머니 댁 방문때마다 꽃을 사올 수 있어요...라며.
아들에게는 받지 못한 꽃을 며느리에게서 받아 보네요.
글라디올러스의 꽃말은 '사랑의 승리' '진실' 등이랍니다.
식탁의 꽃은 며칠전에 배송 받은 거베라.
다이닝룸 테이블의 꽃은 세연이 맞이할 설레는 마음으로 잠시 아침 산책길에서 얻은 개망초와 토끼풀꽃.
요근래 꽃이 끊어지지않고 있습니다만
그 중에 가장 어여쁘고 귀한 꽃은 우리 세연이지요.
그녀가 준 꽃게로 탕을 끓여 맛나게 먹으며
"형, 꽃게 좋아하잖아" 하며 사다준 그녀의 정겨운 마음씀에 새삼 고맙고도 고마운 마음을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 하고.
세연이는 따로 끓인 미역국과 잡채.
온 가족이 출동하여 남편의 자동차를 찾으러 다녀 오는 길.
바퀴 둘을 새로 갈았고 뒷바퀴의 힐을 새로 갈이하였고.....
새삼 그 날의 사고 소식을 받은 때를 떠올리며
남편이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립니다.
돌아오는 길엔 세연이가 할아버지 차를 타겠다고 하니
며느리가 "오예~!" 좋아라 합니다. ㅋ~
세연이가 할아버지 집에 와서 꼭 하는 것이 편의점에 가는 것입니다.
"전에 할머니가 사 주신 숨은 그림 찾기책을 다 풀었어요. 단계가 높은 것으로 새로 사 주세요. "
라고 한 세연이 말이 생각나서
"편의점에 가는 대신 서점에 갈까? 전에 말한 숨은 그림 찾기 책을 사고 또..."
그래서 집에 도착하기 전에 서점에 들렀어요.
숨은 그림 찾기 책은 세연이가 고르고
동시 따라 쓰기 책은 할머니가 골랐지요.
먼저 집에 도착한 아들과 며느리는 '옛날 치킨' 이라며
나도 모르는 이곳의 맛집에서 사 온 치킨으로 식탁을 차리고 있더군요.
저녁엔 막국수 밀키트로.
세연이가 가장 맛있다는 할머니의 떡국국수로~
Kim' gm 럭셔리 슈즈 공방
저녁 식사후 한참 놀다가
할머니의 카톡 사진에서 본 모자와 구두.
몇 년전에 만들어 준 것이었는데 이걸 또 만들어 달랍니다.
어떻게 만들었더라?
되짚어 생각을 해보고 처음 만든 것은 크기가 작아서 세연이가 신을 수 없어
다시 만들고...
새로 만든 것은 또 너무 커서 걸을 때 질질 끌어야 되고.
오랜만에 문을 연 킴즈 그랜맘의 럭셔리 슈즈 공방은 밤늦도록 계속되었어요.
드디어 완성~
겨우 하룻밤을 보내고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
아침 식사후에 일찌감치 돌아가겠다는 아들.
아쉽고 아쉽지만 붙잡을 수도 없으니...
부랴부랴 화전 부쳐서 세연이 찻상을 차려줍니다.
다관을 들어 잔에 차를 따르는 세연이의 손길을 보면서
가까운 곳에 살면 한 주일에 한 시간씩 차수업을 하면 좋을텐데...
아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주차장에서 세연이와 헤어져 성당에 가는 길.
성당 건너편에 내려준 남편의 차가 지나가고 횡단보도를 건너니
길가 화단에 쥐똥나무 꽃이 만발하여 향기를 풍깁니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 꽃 향 중엔 블루펜지어 쟈스민꽃과 쥐똥나무꽃이지만
예전 동네에 줄지어 자라고 있던 쥐똥나무가 떠올라 반갑습니다.
쥐똥나무꽃의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더만 내게는 그 향기가 너무 과하여 불호입니다.
블루펜지어 쟈스민꽃의 향기는 꼬리꼬리하여 불호,
그러나 또 이 향기 좋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개인취향~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면 항상 남아 있는 식재료를 보며 안타까움.
이것도 못해주고 저것도 못해주고...
겨우 세 끼니밖에 함께 하지 못했으니 이것도 저것도 못해 줄 수 밖에요.
네 팩이나 사 놓은 오리훈제구이.
깻잎순 또한 일부러 주문하여 받아 여린 부분은 깻잎수 샐로드 용으로
나머지는 데쳐서 깻잎순 나물용.
냉동실에 얼려놓은 깻잎순으로 나물을 하고
또 햇 깻잎순으로도 나물을 하여 식탁에 올려 빈그릇이 나왔지요.
훈제오리구이와 얘들 오면 쓰려고 미리 만들어 둔 연겨자 들기름 소스로 깻잎순에 드레싱.
부부유친의 조촐한 식탁엔 수저 움직이는 소리만....
주일 저녁엔 서리태 콩물로 올 첫 콩국수를 만들었어요.
연한 녹색의 콩물이 사진으로는 노랗게 보이네요.
아들네 방문에 쓰려고 준비했던 유기농 베이비 채소와 루꼴라 믹스는 한 번 꺼내보지도 못하고..
역시 꺼내보지도 못한 생선카츠 한조각도 튀기듯 굽고
생식빵 한 조각도 굽고
바닐라 마카다미아 향 코나 커피를 내려
어제 아침까지의 도란도란 정겹던 식탁,
옆자리 세연이의 목소리와 자취가 남아있는듯한
소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리히브 샤니 &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열정적인 지휘자의 생동감이 전해오는
주일을 지낸 월요일의 나홀로 브런치 타임~
Kim' 그랜 맘의 럭셔리 슈즈 공방을 다시 오픈 했습니다.
장장 여섯 시간 여동안이나 걸려서 세 켤레 완성하고는
재료가 없어서 휴업했습니다.
하루 쉬었다가
킴즈 그랜맘의 럭셔리 슈즈 공방이 다시 오픈되어 색종이로
아기용 슈즈를 만들었어요.
세연이 동무들과도 나누라고 온 종일 공방을 열어 작업을 했답니다.
새벽에 배송 받은 '파리의 연인' 이란 로맨틱한 이름의 바게뜨를 잘라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그 중 두 쪽을 올리브 오일 두른 팬에 구웠어요.
샐러드 채소를 꺼내어 정수기 냉수에 담갔다가 건져 접시에 얹어
삶은 계란을 곁들이고 자색양파도 썰어 올리고
그래눌라와 잣과 통깨를 뿌렸어요. -이렇게라도 견과류 섭취에 보태려고..ㅋ~
유자청 소스.
아들네 오면 쓰임하려 유기농 베이비 채소와 루꼴라 믹스를 등 두 팩이나 주문해놓고는
사용도 못했으니 모두 내 몫이되어 소비를 해야합니다.
음료로는 바닐라 마카다미아 향 커피를 내릴까
며느리가 지난 번에 코트코에서 사 준 카사리토 모스카토 다스티를 개봉하여 맛을 볼까? 는
와인병 개봉하기가 여의치 않아서
어젯밤에 냉침해 놓은 오설록의 노을섬 아이스티가 식탁에 올랐어요.
드보르작의 피아노 협주곡이 흐르는
킴즈 레스토랑의 수요일 브런치 타임~
아침에 읽어 본 매일미사 제 1독서 마카베오기 하권의 말씀을 다시금 읽어보며 묵상해 봅니다.
독서 봉독을 할 때 몇 번 접해 본 말씀이기에 익숙합니다.
율법학자 엘아자르 -나이도 많고 풍채도 훌륭한.
그에게 사람들이 강제로 입을 벌리고 돼지고기를 먹이려 하면서,
법에 어긋나는 이교 제사의 책임자들이 그와 친분이 있다고
먹어도 되는 고기를 직접 준비해 와서는 임금의 명령대로 이교 제사 음식을 먹는 체 하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나이에는 그런 가장된 행동이 합당하지 않습니다..
많은 젊은이가 아흔 살이나 된 엘아자르가 이민족들의 종교로 넘어갔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려고 내가 취한 가장된 행동을 보고 그들은 나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지고,
이 늙은이에게는 오욕과 치욕만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은 인간의 벌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전능하신 분의 손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이 삶을 하직하여 늙은 나이에 맞갖은 나 자신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또 나는 숭고하고 거룩한 법을 위하여 어떻게 기꺼이 그리고 고결하게 훌륭한 죽음을
맞이하는지 그 모범을 젊은이들에게 남기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바로 형틀로 갔다.
조금전 까지도 그에게 호의를 베풀던 자들은 그가 한 말을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마음을 바꾸고 악의를 품었다.
엘아자르의 '늙은 나이에 맞갖은 나 자신' 과
친분이 있던 이교 제사의 책임자들 - 마음을 바꾸고 악의를 품었다.
예전에도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았는데
오늘도 여전히 이 부분이 남습니다.
첫댓글 역시 세연공주는 떡국 국수와 찻상이 일순위네요.
그리고 할머니공방의 슈즈가.....
세연이의 감성에 할머니 정성이 꽤 높은 비율일듯 합니다.건강하세요.이번 글에는 시난고난한 빛이 안보여서 축하드립니다.
럭서리 슈즈 공방에서 만든 슈즈 정말 예쁘네요.^^
무지 외반증이 온 제 발에도 슈즈 공방의 슈즈를 신을 수 있을지...
오드리님과 손녀와의 행복한 사랑 나누는 모습에 저도 미소를 지어 봅니다
자식들이 다녀 간 후 미처 해주지 못한 반찬이 늘 아쉬운 건 어느 엄마나 마찬 가지인가 봅니다
정말 세연이가 신어도 되는 종이신인가 보네요.
예쁜 헝겁으로 만들면 덧버선이 되겠네 싶어지네요.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시는 할머니와 세연이!
세연이 가족에게 할머님댁은 영빈관이 아닐까요?
할머니의 마중을 기다리고 서있는 손녀가 얼마나 반가울까요.
귀하게 대우받으니 귀하게 대해 드리겠지요.
지금은 아무때나 오고가는 우리 아들네들이라...
예전 LA에 살때,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을 기다리던 때가 그리워집니다.
그때는 문간에서 서로 포옹하고 떠들썩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