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동안 쓴 글,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로그아웃 돼서 다 날렸다.
의욕상실하고 싶었지만 기운차리고 다시 써볼참이다. 쿨럭.. ㅜ_ㅜ)
아침.
비교적 괜찮은 날씨.
컨디션 만점.
오늘 계획은 중문 해안 따라 쭉 둘러보기!
아침 지어 먹고 남은 밥으로 김밥 도시락 싸들고 나섰다.
켁!
안에서 보기에만 괜찮았지 바람 무서운 날씨다! ㅡㆀㅡ;
우선 롯데호텔을 향해 출발.
▷ 롯데호텔
* 호텔 앞마당 무료 개방
* 화산분수쇼 : 무료관람가. 매일 저녁 8시 30분부터 약 15분간 공연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이 아니라
바람에 온 몸이 휘청거리고 숨이 턱턱 막힌다.
이야~ 이게 그 유명한 제주도 바람이구나!
호텔 입구 왼쪽 길을 따라 정원으로 내려갔다.
풍차, 폭포, 호수, 정자, 산책로에 앙증맞은 수영장까지.. 아기자기하다.
쉬엄쉬엄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기분이 썩 괜찮다.
버뜨 그러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여지없이 귀에 와 박히는 "신혼부부"들의 한마디!
"아줌마,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
어흑~ 이 나이 먹어 옆구리에 늑대는 커녕
바지 또 찢어질까봐 잠바 동여매고 홀로 걸어댕기는 것도 거슥헌디.. 어이고~~~ ㅡ_ㅜ++
내 손에 카메라를 넘겨주고서 각종 닭살 포즈를 연출하는 그들에게
살며시 웃는 얼굴과 살짝꿍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찍어주었으니,
그리하야 내가 사진 찍어준 신혼부부 사진은 2종류로 나뉠 것이다.
촛점 안 맞고 흔들린 사진 - "아줌마"라고 한 사람들
구도 좋고 예쁘게 나온 사진 - 그 나머지 사람들
므허~ 므허~ 므허허허허허~ (^0^)/
"어머, 이 아줌마 여기서 또 만나네. 우리 사진 한번만 더 찍어줘요." 하는
친구 4인방 아줌마들 사진을 살짝 빗겨서 흔들어 찍어주고서 (^^)v
엘리베이터 타고 로비로 올라와
로비에 비치된 여행지 안내서 골고루 챙겨넣고 신라호텔로 향했다.
▷ 신라호텔(쉬리언덕), 하얏트호텔
일군의 여행객을 따라 허위허위 도착한 쉬리언덕.
에고~ 쫌 맨숭맨숭하다.
"쉬리"라는 영화를 안 봐서 그런가보다.
하얏트호텔로 이동.
호텔 앞마당(뒷마당인가?) 낮은 울타리를 따라
바닷가 위쪽 길을 걸으며 호텔을 올려다보니
신혼부부 한 쌍이 베란다에서 다정한 모습이다.
흐억.. 눈 버렸다.. ㆀ
앞쪽에 커~~다란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이게 그 유명한 "감독의 자리"인가? 잘 모르겠다. ㆀ
마음 같아서는 한 번 올라가 앉아 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무너져 부서지는 날에는.. ㆀ
(여기서 원래 계획은 예래 생태마을로 가는 것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철판 같은 것으로 길이 막혀 있었다.
원래 길이 아닌건가? 다른 길이 따로 있나?
잠시 갈등하다가 그냥 바닷가로 내려가기로 결정)
** 하얏트호텔 정원 한켠에 바다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나 있다.
▶ 중문(진모살) 해수욕장
우와~!
물빛이 정말 예술이다!
고운 모래사장과 만나 속삭이는 파도소리..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2.miodio.co.kr%2Fphoto%2Falbum20%2F199302%2F9209%2Fnor%2Fn_20031210154801_28341.jpg)
양말 신발 벗어들고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아무래도 해수욕철이 아니라서 뒷처리 할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더랬다.
이 바람 찬 날에도 물질하는 해녀 어머니들이 많으셨다.
귤(?)이나 낙지 사가라며 걸음걸음 따라오시는 해녀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거듭 인사하랴
푹푹 빠져드는 모래사장이랑 씨름하랴 바다에 넋 빼앗기랴..
기분좋은 분주함 끝에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당도해서
검은 바위 위에 앉아 제주 감귤 초코렛 하나 까먹고 올라갔더니
오홀~ 커다란 고무대야에 깨끗한 물이 받아져 있고
깨끗하고 하얀 수건이 걸려 있다.
바닷물과 모래에 젖은 발을 씻고 가시라는 글과 함께.
감동!!!
성수기도 아니고 해수욕철은 더더구나 아닌 때에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모습은 처음 접한 환대였다.
아까 신발 벗어들지 못했던 걸 새삼 후회하며 "제주의 마음"에 감사!
길 아랫쪽에 해녀 어머니들이 판을 벌여놓으셨다.
"소라 한 접시 2천원"이란 말에 혹해서 내려갔다.
맛보고 맛 없으면 안사도 된다셔서 먹어보고 한 접시 부탁드렸다.
알맞게 삶아진 소라살을 이쑤시개로 살살 돌려 꺼내서 한 입에 쏘옥~!
캬~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2.miodio.co.kr%2Fphoto%2Falbum20%2F199302%2F9209%2Fnor%2Fn_20031210154803_24913.jpg)
성게도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원래 쪼끔씩은 안 파시는데 준다시며 5천원어치를 알뜰히 발라주셨다.
딱 한 숟갈 되려나?
생전 처음 먹어보는 달고 향긋한 그 맛이 일품!
집에서 직접 따오셨다는 귤까지 한봉지 사들고서야 일어나 민속촌으로 이동했다.
▷ 중문민속박물관(베릿내 어촌마을) (ㅠ_ㅠ)
해안길을 따라 다소 황량한 길을 걷고 또 걸어 겨우 당도한 어촌마을.
쿠궁!!
공사중이었다!
포구(무슨 포구더라? 이름이 있었는데..) 쪽으로 돌아서 가봤더니
완전 폐허처럼 되어 있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혀있었다. ㅜ_ㅜ
머리는 바람에 날려 산발을 하고서
허탈한 마음으로 낚시가 한창인 대포에 산다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가족 한 팀, 여자친구 한 쌍이 역시나 헛걸음하고 간다.
아쉬움에 떼어지지 않는 발길을 주상절리로..
▶ 컨벤션 센터, 지삿개 주상절리
저~ 앞쪽으로 컨벤션센터를 바라보며 걷다가 바다 쪽으로 난 샛길로 접어들었다.
입구에 차량통제 표지판이 보여서 잠시 망설였는데
"나는 사람이지 차가 아니니까" 하며 모른척 들어갔다. ㆀ
쪼끔 겁은 났지만 억새와 코스모스가 우거진 좁은 길이 예뻐서 후회 없었다.
앉아 쉴 수 있는 곳을 발견하고 도시락이랑 귤이랑 마구마구 먹고
바다를 한~~~참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내려가지 못하도록 울타리에 경고문까지 있는 곳에
어떤 아저씨가 내려가서 뭔가를 캐고 있었다.
심지어 짜장면까지 시켜 먹는다!!
(거기까지 배달 온 중국집 배달원이 더 신기했다.)
쉬엄쉬엄 걸어 공사중인 컨벤션 센터 앞마당을 지나
드디어 주상절리대의 장관을 마주했다.
(해안길 따라 걸어오는 동안 만난 바닷가 모습도 절경이다.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걸어서 가보시기를 권한다.)
온통 북적이는 단체 관광객들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사진도 찍고 한참을 매료되어 있다가
정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주상절리대에서 주차장 쪽으로 가는 길은 포장이 되지 않은데다
유난한 바람 탓으로 좀 힘들었다.
그 길에 주~욱 늘어선 귤이며 말린 해산물을 파는 분들 가운데
자기집 물건 안 산다고 험한 소리 하시는 분은 보기 안 좋았다.
아까 산 귤로 이미 가방이 빵빵한 걸 보여드려도
"그집건 사주고 내건 왜 안 사주느냐"고 억지를 부리시는데는 정말..
그리고 귤이 맛 없다며 나이 많은 어머니께 돈 물어내라며 험한 소리하는
젊은 신혼부부 역시 보기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에고에고..
아침부터 계속 걸었더니 이쯤에선 정말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어찌된게 택시 한 대도 안 지나간다.
그렇다고 큰 길까지 걸어나가기엔 너무 지쳤다.
에라~ 귤 까먹으며 속 편히 30분쯤 기다려서 겨우 택시를 탔는데
우헐~ 이렇게 숙소와 가까웠을 줄이야!
중문 중학교 쪽 길을 따라 눈 깜짝할 사이에 집에 도착해서
피곤과 바람에 시달린 몸을 씻고 휴식..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2.miodio.co.kr%2Fphoto%2Falbum20%2F199302%2F9209%2Fnor%2Fn_20031210154805_82033.jpg)
첫댓글 롯데호텔부터 쭉~ 걸으신건가요? 위에 나온 코스들이 모두 중문관광단지내인가요? 걸어 댕기면서 관광 가능한건지요?
하하 정말 재밌네..이거...빨리 다음거 올려주세용...^^...
예. 쭉~ 걸었어요. 해수욕장까지는 관광단지내고 그 뒤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중문은 중문. 솔직히 쪼끔 힘들기는 하지만 걸을만합니다. 아니, 걸었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모습들도 많지 않았나 싶어요.
아~~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 제가 계획잡은거랑 지금 똑같이 움직여 오셨네요. 저도 제주공항에서 여미지갔다가 숙소잡고 롯데호텔부터쭈욱 걸어볼생각인데.. 어쨌든 많은 도움이 되네요. 얼렁 올려주세요.^^
거참.... 빨리빨리 올려 주시죠.. 네.... 술추렴이 아직도 안끝났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