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작 보고서
제 목 : 도시농부의 마음텃밭 가꾸기
작성자 : 도시농부 12기 서명갑
경작 보고서는 아마도 특정한 작물을 정하여 파종과 발아 성장 등 과정을 관찰하고 체득한 바를 기록 작성한 것일 게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내용들은 텃밭농사 관련 책들과 텃밭농사 실습을 하며 작성한 텃밭일지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여 작물을 기르는 것에 대한 기록보단 약 3개월간 동급생들과 함께한 텃밭수업과 농사실습 통해 얻은 생활의 변화와 느낌을 두서없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처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도시생활의 답답함과 촌놈의 본성이 슬슬 귀농, 텃밭농사 이런 것에 관심을 갖게 하여 우연한 기회에 도시농부학교에 무작정 등록을 하였다. 난 20대초 청년시절 까지 농촌생활을 한 완전 깡촌놈이다. 도시생활이 벌써 30년이나 되어 이젠 시골농부는 못되고 도시농부라도 되어보겠다고 도시농부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난 어릴 적 농촌에서 살면서 농사 자체를 업으로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생계형 농사를 어느 정도 경험 하였다. 물론 어머니 뒷전에서 심부름하며 곁눈질한 게 전부지만 일기와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고 논과 밭의 작물, 들풀들을 보고 먹고 자란 나의 성장경험이 아마도 나를 다시 농사로 이끌었던 것 같다.
바람이 차가운 늦겨울 저녁에 교실에 모여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첫 수업을 들었다.
깜짝 놀랐다.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대부분 일거란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젊은 여학생, 청년, 중장년의 남성과 여성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요샌 젊은 사람들도 농사에 관심이 있구나... 무척 희망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의 변화에 무척 둔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이틀씩 서둘러 일을 마치고 공부하는 학생이 되어 다양한 동급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뒤풀이에 어울리며 함께한 시간에서 어울림과 나눔의 선물을 받았다. 아마 농사 또한 공동체 속에서 어울림과 나눔을 통해 더 많은 성과와 기쁨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도시농부 수업을 통해 얻은 진정한 농사의 의미와 참다운 농부의 자세, 흙을 소중히 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생명 존중의 정신은 나로 하여금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행동 들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텃밭과 들에서 이루어진 수업에서는 지금껏 그냥 잡초로만 여겨왔던 많은 들풀의 이름, 특성을 알았고 이를 활용한 요리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길가를 지나면서 보이는 풀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가고 걸음이 멈춰지는 좋은 버릇이 생겼다. 산과 계곡이 있는 곳에 위치한 전원주택에서 귀촌생활을 하시는 도시농부 선배의 집에서 이루어진 동급생들과의 워크숍. 텃밭과 앞뒤마당에 자라는 풀, 꽃, 나무들을 보는 즐거움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풀과 나물로 만든 맛난 음식들은 귀촌생활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공동 텃밭에서 이루어진 실전 경작. 경작 지도를 만들고 밭을 만들어 씨뿌리고 모종도 심고 완전 엉터리 농사가 시작되었다. 일부 작물은 싹을 잘 올려서 잘 자라고 있는데 직파 배추와 부추 등 일부는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싹이 보이질 않아 걱정이다. 아마 다른 작물을 심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동급생들과 함께 한 공동경작을 통해 농사가 혼자하면 힘든 노동이지만 함께하면 즐거운 놀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시농부학교를 다니면서 생긴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우리 집 베란다에 산과 들에서 자라는 풀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 기상시간도 빨라지고 매일 퇴근 후 술 먹는 시간도 줄었다. 베란다에 자라고 있는 풀과 꽃들을 아침저녁으로 보는 기분이 마치 어린애들 크는 모습을 보는 듯 기쁘다. 나는 도시농부학교 수업과 공동경작 실습을 통해 작물 경작과 함께 마음의 경작을 경험하였다.
도시 농부들아! 마음의 텃밭에 사랑의 씨앗을 뿌려 행복의 열매를 거두자!
첫댓글 [마음 텃밭가꾸기]
너무 멋진 제목입니다.
제목만 대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군요.
그리고 도시농부학교에서 좋은 것 정말,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라울님! 같이 공부할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