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길
2024년 3월 8일 철마의 부활 동산에 합장한 시부모님의 산소를 간 날이다.
작년 연말 오후 늦게 아파트 정문 앞에서
교통사고를 위장한 노인의 접촉사고 후유증으로 두 달여 근육통을 앓은 남편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밥맛까지 잃은 입맛에 거의 모든 음식에 식욕을 잃었다.
그러구러 지압 마사지와 통증클리닉, 경희의료원까지 다녔으나
진전이 있는 듯 없는 듯할 뿐이었다.
병명은 하나인데 추천해주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
뒤늦게 방문한 성심의원의 주사 한 방이 시름을 잊게 하였다!
그 후 두세 번 더 치료 받아 기력과 지력을 되찾았다.
회복하자마자 부모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인지 작년보다 한 달여 앞당겨진 일정이다.
장손까지 동원한 다섯 명이 새로 이사한 둘째 집에 모여
새벽 6시 30분, 다소 쌀쌀한 희붐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중부고속도로를 향해 고고~
휴게소에서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가다듬고 드디어 정오쯤 도착하였다.
잘 포장된 입구가 낯설다.
길 건너 이웃집의 철망도 새롭게 단장되어 어리둥절하다.
눈썰미 있는 아들들은 확신하는데 나만 어리둥절한 것이다.
아버님은 1975년 11월 20일 어머님은 1982년 10월 6일 소천하셨으니
세월 따라 둔 턱의 흙이 조금씩 밀려 내려와 작년보다 비석이 절반가량이나 묻혔다.
일찍이 평토장하여 심은 사철나무가 표식이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간단히 성묘 예배를 드리면서 부모님을 기렸다.
올해도 변함없이 아버님이 3절을 외워 부르시고
말문을 닫으신 찬송 (287장 예수 앞에 나오면)과 성경을 (신명기 28장 1절~6절) 낭독하고
믿음의 조상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자고 묵언 중 서로 다짐한 시간을 가진 후,
자상하고 치밀한 셋째의 시간 계획을 따라
대변항의 멸치 회무침과 찌개로 포식을 한다.
우와~ 이 맛이야! 일년에 한 번씩 맛보는 쾌감인데 오늘따라 찌개 맛이 일품이다.
꼴뚜기젓갈을 앞앞에 안고 싱글벙글이가 되어 경주 한화 리조트를 향한다.
여장을 풀고 휴식 후 고적의 도시 경주의 맛집 황남빵집에서 역시 짐이 추가된다.
30분을 역주행하여 지인이 된 유통불고기 집에서 육사시미와 특별부위 그리고 꽃등심잔치상이다.
룰루랄라~ 장손 현오의 함박웃음이 번들거린다.
그리고 40여 년 전에 갔던 석굴암을 향하는 걸음이 자못 설렌다.
건재한 두 다리가 얼마나 감사한지.
석굴암은 토함산 동쪽의 사찰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도로만 알았는데, 종교성과 예술성에서도 빛나는 유산임을 새삼 인식하였다.
불우이웃돕기 및 소년 소녀 가장 돕기를 위한 현수막이 걸려있어
내려오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음은 당연지사 댕그렁 땡~
무사안일과 태평성대를 빌며 댕그랑 덩~ 산비탈에 메아리친다.
다음 코스는 코오롱호텔의 레트로 박물관이다.
타임 에프트 타임 즉 과거 시간여행을 주제별로 전시 관람한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대한가족계획협회의 포스트가 얼마나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던지.
벽면 가득 전시한 웃음진 포스트 내용 중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기르자’
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다음 들릴 곳은, 야경 명소인 빛누리정원.
분초마다 빨주노초 오색찬란한 빛의 정원야경은 색다른 느낌이다.
관광객 눈요기를 선사하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리조트에 돌아와 잠깐의 오락을 즐긴 다음 날 아침,
신축한 에톤 지하 1층에서 온천 한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부르릉~ 한바탕 웃고 또 웃다 보니 어느새 한정식 마방집 도착.
위트와 유머는 성숙한 자의 메뉴라더니 엔도르핀을 가득 담은 가족여행이다.
"할머니, 이런여행엔 나 빼지 말고 언제든 불러줍쇼 아셨죠 히히~~?"
첫댓글 값진 여행이셨네요.
도리도 하고 가족 친목도 도모하고
또 즐거운 추억도 만드시고~~
무엇보다 여행 하실 수 있는 체력과 건강을 소유하심에
위로와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건강하실 때 많이 더 많은 것들을 누리셔요.
아름다운 삶이십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닉이 더욱 호감이 가는,
모두를
내려놓은 마음으로 사시는 님께서
평강의 시간들이시기를 빕니다.
~살 롬~
이렇듯 부모님의 사후에 찾아 뵙는 길도
오붓하고 정겨움의 동행길이 됩니다.
이 봄날 온 식구의 행복감이 묻어나는 성묘길이
따뜻함을 전해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행 후유증으로
쉬다 놀다를 반복한 어제 오늘이었어요.
따뜻한 댓글로 격려해주셔 감사합니다 ^^
신체적 조건은 유사할것 같은데 활동성은 세대가 다른것 처럼 역동적이십니다 활동적인 삶이 힘을 실어 주시나 봅니다
아직은 활동할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날로 발전을 거듭하는 곳곳이
눈 요기가 충분한 여행이었습니다.
멸치 철이면
군침을 돌게 하니
이미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전이랍니다.
가족 함께 조상님 성묘도 겸하고
멋지고 값진 여행 후기에 평화와
단란하심을 느껴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멸치 성수기에 맞춰 성묘를 하니 일거양득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한 달 앞당겨 간 걸음이었지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사랑과 기쁨을 주는 가족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막내로 태어난 4대 독자로
부모님과 다섯 누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음도 감사입니다.
건안건필을 기원하면서...
^^;
내 사랑 제이 선배님.
원치 않은 교통사고로 애쓰신 남편님
이젠 좀 어떠신가요.
에이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구.
장손까지 대동하고 부활동산에 다녀오시며
오시는 길에
가족끼리 맛난 식사도 하시는 모습이
너무 화기애애합니다.
미국에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는 저도
시집 식구들이라면 피붙이처럼 느껴져요.
이곳 엘에이 장미 동산에
시댁 동산이 있어요.
모두 여기 잠들어 계시는데
일년 겨우 한 두번 다녀온답니다.
오시 길에 들리신 작고 조촐한 여행 후기도
넘넘 좋아요.
훈훈하고 자애가 가득한 가족들이
함께 한다는 것은 축복이에요.
저도 선배님처럼 사랑받는 며느리 올케로
잘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그럴거구요. ㅎ
고운 이야기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당.
앓은 적 없는 건강체질이었는데
첨으로 두 달여 낑낑...
이젠 완전 회복해 일상을 되찾았다우**
아직도 할 일이 남았나봐요.
캬아~ 바로 이 맛이야~~
하며 모두들 즐거웠던 여행!
점심 저녁 연이어 하하호호 ~
덤으로 받은
유통불고기집에서의 육회 두 접시까지 ㅎㅎ
장조카 친구가 경영하는 집이라
조카 이름 들먹였더니 '아이고 감사합니다' 답례 인사까지...
사회성은
살아가면서 맆서비스가 한 몫을 한다는 걸 항상 실감...
특히 식당에서
맛있다고 치하하면 접시가 냉큼 더욱 큰 기쁨을...
민티님!
외국에서의 삶을
슬기롭게 살아내시는 건
지혜의 근본이 되시는 그 분의 은혜죠??
오늘도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