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의 밤이 지나고 어느새 유월,
열어놓은 거실 창문으로 솔솔 불어온 바람에 창가에 매달아 놓은 발레리나 모빌이
살랑 살랑 핑그르르 유희를 하는,
갈레트는
물과 메밀가루, 소금으로만 만든 프랑스 팬케이크라기에
밀가루를 지양해야 하는 남편에게 괜찮겠다 싶어 진작 주문해 놓고는 기회가 없었는데
남편에게 해 주기 전에 먼저,
냉동실의 갈레트를 꺼내어 약한 불 팬에올려 바삭한 식감이 나도록 구워
베이비 채소와 바나나를 저며 올리고
생선 카츠 한 토막 구워 올린 나만의 갈레트 완성~
바닐라 마카다미아 향 코나 커피를 드립백하여 내리고
팬케이크 조금씩 뜯어서 샐러드 올려 먹기도 하고,
샐러드와 생선카츠를 함께 올려 먹기도 하고,
드뷔시의 현악 4중주가 흐르는
유월 첫 번째 화요일의 프랑스식(!) 브런치 타임~
이제 여름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네요.
샤워 후 갈증을 달랠 시원하면서 달큰하고 상큼한 음료는 무엇?
벚꽃청 베이스에 스파클링,
달달 상큼 시원합니다.
현충일 추념식을 시청하고,
유트브에서 병사들이 부르는 비목을 찾아 들으며 울컥해지고...
크래커 위에 꽃모양으로 찍은 치즈를 올리고 사과 복숭아 블루베리를 올렸는데
어쩐지 아쉬워서 망고 메론 치즈도 올리고 베이비 채소 이파리도 살짝~
마지막에 슈가 파우더 솔솔 뿌리고,
트로피컬 블랙티와 오후의 티타임~
원스 어픈 어 타임~
아들이 고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1학년 말께부터 '솟음반' 이라고 30 여명의 성적 우수자들을 뽑아서 기숙사 생활을 시키며
방과후에도 학습을 시켰는데 날마다 학부모가 간식 당번이었지요.
보통 다른 이들은 피자 치킨, 햄버거 등을 배달시키고 했는데
나는 그 당시 모든 간식을 직접 만들어 갖다 주었어요.
서점에서 요리책을 사서 참고해 가면서.
크로아상이나 베이글로 샌드위치,
그 당시 한살림 회원으로 배송 받은 유정란...무항생제 닭봉 등의 재료로 닭튀김도 직접.
지금 돌이켜 보니 어찌 그리 했을까?
4인 이상 식탁차림은 그 엣날에도 지금도 버거운 터인데
내 자식 포함 다른 집 자식에게도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이고자 하는 어머니 마음으로
힘듦을 극복하였겠지요.
시중에서 팔지않는 것을 처음 맛본 다른 학생들이 울 아들에게
"이건 이름이 뭐냐?"
" 넌 항상 이런 걸 먹냐?" 고 물어보며 부라워하더라는 아들의 전언.
그러면서 ** 어머니 간식 담당날을 제일 기다린다나 뭐라나...
어느날 감자채를 도우로 한 피자를 종일토록 오븐에 구워 준비를 하고
음료로는 콜라나 시판 쥬스 대신 바나나와 사과 쉐이크를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주려고
믹서기까지 챙겨서 당직 교사실에서 쉼없이 믹서기를 갈아댔던 그 때가 문득 생각이 나는...
슈가 스팟이 점점이 올라온 치키타 바나나 1개, 사과 1개, 얼음 몇 조각을 넣어 갈은
바나나 & 사과 쉐이크를 마시며 옛추억에 젖어봅니다.
주말의 런치는 김밥을 말았어요.
어묵이랑 시금치를 넣은,
참기름 향 폴폴 풍기는 오리지날 김밥이에요.
주일 아침의 블랙퍼스트
남편의 아침 식사로 만들어준 갈레트입니다.
약한 불에 은근히, 바삭한 식감이 나도록 구운 갈레트의 가장자리에
버터헤드 레터스. 칼리피아, 프릴아이스 등의 생러드 채소를 얹고
단맛이 절정에 오른 치키타 바나나 & 블루베리.
중앙엔 계란 프라이가 자리하였는데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 완전히 익혀야만하는 남편의 입맛 때문에
계란 프라이가 볼품이 없어 꼬마볼 새우까스를 투입.
샐러드의 드레싱은 들기름 간장 소스로.
커피는 남편이 직접 내린 캡슐 커피로.
( 킴즈 식당 고객의 유일한 셀프 커피)
주일 저녁 식탁에는 청포묵의 탕평채와 들기름에 부친 두부구이가 에피타이저로 올랐어요.
비트 청포묵이 있군요.
노란 치자 청포묵과 분홍의 비트 청포묵 중에 고르다가
우선 비트 청포묵을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치자 청포묵은 다음에 사봐야겠어요.
채썰어 끓는 물에 데친 청포묵,
채썰어 간장과 참기름 양념하여 볶은 표고버섯,
돌려깍기하여 채썰어 볶은 애호박,
머리와 꼬리를 뗀 숙주나물,
황백 지단.
연두와 참기름으로 간을 더하여 살살 버무린 비트 청포묵의 탕평채.
묵을 그다지 즐기지 않던 남편이 두 번이나 덜어 먹었어요.
세연이는 주말에 간 캠핑장 텐트 근처 나무에서 떨어진 매실을 주웠다며 한참 영상 통화를 했고,
근처 하동에 들러 야생차박물관에 들렀다가 옆의 다원에서 시음을 했는데
다원의 주인이 세연이보고 차 많이 마셔본 어린이 같다는 칭찬말에
할머니께 배웠다고 자랑을 했답니다.
다시금 솟아나는 아쉬움,
근처에 살면 한 주일에 한 번씩 세연이와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텐데...
냉동실에 소분하여 쟁여 놓은 생식빵 한 쪽을 올리브유 두른 팬에 굽고,
토스트위에 슈가 스팟이 절절에 이르른 치키타 바나나 썰어 올리고
사이사이에 베이비 채소. 위에 블루베리.
마이노멀 알루루스 조금 끼얹고 슈가 파우더 솔솔 뿌렸어요.
& 요즘 찻상에 자주 선택받는 트로피컬 블랙티.
TV클래식 채널에서는 J.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2번 1악장이 연주중인
유월,
초여름의 오후.
길가의 쥐똥나무 꽃은 어느새 다 저버리고
펜스의 장미는 목이 말라 나른하여 지쳐 보입니다.
주일 미사를 가며,
성당 건너편에서 차를 내려서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건너편 담벼락의 장미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아주 오랜 옛날.
결혼 전까지 살던 마당 깊은 옛집에는 이맘 때가 되면 장미꽃으로 뒤덮였었는데
토요일 오후에 수녀님이 오셔서 제대에 쓰임할 장미꽃을 한아름 가져가기도 하였지요.
그 때는 본당 제대의 꽃을 담당하는 헌화회가 없었는지...
유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유월의 장미가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일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유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소서
첫댓글 담벼락마다 장미가 한창 피다가 이제는 거의 지고있네요
킴즈식당의 유일한 손님이신 형제님 늘 너무 부럽네요ㅎ 여러가지 맛있는 요리 보기좋습니다^^.
건강챙기시고 행복하세요♡♡
솜씨 마음씨 정성이 좋은 재료를 행복하게 변화시키는킴즈식당의 미라클에 부러움 느껴지는 건 안비밀....
옛날의 기억을 회상하신 글이나 지금이나 놀라운 내용들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런 멋진 음식은 도대체 어땋에 하는 거예요?
멋진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에는 이런 음식이 제격인데 부럽습니다
저요? 저는 우리 나라의 토속 음식 밖에는 할 줄을 모르는데
우리 큰딸은 울 엄마의 나물 반찬은 끝내 준다지만 그래서 손으로 조물 조물 무쳐 내는 맛에는
쬐끔 자신이 있지만 이렇게 오드리님의 멋진 식단을 보게 되면 으메~~ 기죽어요 ^^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 내시는 음식은 감동입니다.
부러워하면서도 마음뿐이네요.
참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 가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