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먼지 섞인 누런 봄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이번 비로 벚꽃은 거의 떨어지고, 진달래꽃이 한창인데
유밀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는 꿀이 많이 들어와서
일부 밀원 상태가 좋은 봉장에서는 진달래 꿀 採蜜(채밀)이 가능했었다.
매년 봄, 꿀과 화분 분비가 잘 되던 해는 역시 아카시아 꿀도
잘 들어옴을 볼 수 있다. 이른 봄 회양목에 벌이 많이 붙거나
진달래 꿀 분비가 좋은 해엔 아카시아 꿀 풍년이 든다고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봄꽃의 꿀 분비가 나쁘면서 좀 불안하다.
여왕벌 양성을 위해 이충을 시도했다.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대유밀기 전에 신왕으로 교체하기 위해선 지금 해야한다.
여왕벌 생산에 최적기는 5월 중순이다. 이때는 어떠한 방법으로
양성해도 우수한 여왕벌이 생산됨을 볼 수 있다.
이충을 하든, 자연왕대 던 변성왕대 던 간에 이 기간에
출방한 여왕벌은 대체로 덩치도 크고 산란력도 상당히 좋았다.
자연에서 꿀이 충분히 반입되는 시기여서 인 듯 하다.
인위적으로 설탕물을 주어가면서 키운 여왕벌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그래서 양봉인들 사이에 5월 왕, 9월 왕이란 말이 생긴 것 같다.
봄에는 5월, 가을에는 9월이 가장 우수한 여왕벌을 만들 수 있고,
수벌의 개체수도 많아서 강자 存(존)의 법칙에 의해 우성의 유전자를
가진 놈과 교미가 이루어져서 좋은 여왕벌이 되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봉장에 있는 봉군 중 수밀력, 점잖음(순한 벌),
분봉이 적고, 내병성 등을 잘 관찰해서 나름대로 우수한 벌통을
몇 통 선정해서 계상으로 관리해왔다.
6일날 오후에 단상과 계상 사이에 수평격왕판을 설치하여
여왕벌을 1층 산란실에 두고, 채유광 1개에 왕완을 15개씩 붙여
대나무 젓가락으로 저밀소비 상잔 귀퉁이에 있는 꿀을 찍어 발라서
계상군 상단 소비사이에 넣어서 청소를 시켰다.
설탕물도 광식사양기에다 넉넉하게 주었다. 이충의 기본 원리는
분봉열이 발생하도록 강하게 벌을 붙이고, 식량을 넉넉하게 주면
자연스레 이충을 잘 받아주게 돼있다.
이충 하루 전부터 이런 작업을 진행시켰다. 하루가 지난 7일날
오후에 채유광을 뽑아서 청소상태를 확인했는데 그야말로 유리알처럼
반짝반짝 프로폴리스로 코팅을 한 상태였다.
산란된 알이 일부 있으면서 아주 어린 유충이 많이 들어있는
소비를 한 장 뽑아서 벌을 털고 그늘로 가져와서 소비 면을 약간
예리한 면도칼 날로 잘라서 이충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중국산 생 로얄제리를 대나무 막대로 조금씩 찍어서 왕완에
가볍게 바른 다음 유충소비에서 알과 충의 경계선에서 이제 막
깨어난 아주 작은 반달형 유충을 이충침으로 살며시 떠서 왕완에 넣었다.
조심스레 왕대를 키워나갈 계상 벌통의 상단 소비 가운데에 넣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광식사양기에 설탕물을 넉넉하게 부었다.
48시간쯤 지나서 9일날 오후에 살짝 열어보았는데 성공률이
90%을 넘을 정도로 성적이 좋고, 제리 공급도 충분한 상태다.
일부 양봉인들은 2중 이충을 권장하고 있는데 분봉열을 조성시켜
제리 공급이 넉넉한 통에서 왕대를 양성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왕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벌통을 자주 열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오늘부터는 매일 소문급수기에 설탕물을 가득 담아서 해질녘에 주고 있다.
왕대가 봉해진 목요일쯤에는 정밀 내검을 하면서 그 벌통에 혹시
자연왕대나 변성왕대가 생겨서 먼저 새 여왕벌이 나와서 왕대를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잘 확인해 봐야 한다.
처음 왕대를 만들던 초보 시절엔 이러한 조치를 못해서 거의 다
여물어 가는 왕대를 엉뚱한 여왕벌이 먼저 출방해 뜯어서 헛수고를 했었다.
15일에는 왕대를 이식할 교미상을 강군에서 봉충이 있는
벌이 붙은 소비를 미리 뽑아 저밀소비 한 장과 함께 편성해 두었다가
17일 오후에 왕대를 떼어서 왕대보호기에 넣어 이식하면 된다.
19일에 여왕벌의 탄생 유무를 조심스레 확인하고 교미/
산란시 까지 방치해 두면 4월말 아카시아 꽃이 막 피기 시작할
무렵에는 제법 산란된 소비가 있을 것 같다.
신왕으로 교체는 5월 초순 아카시아 꿀이 들어오기 직전에 해서
올해는 대유밀기를 새 여왕벌로 맞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