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 중반에 포기하고 있던 바이크 라이프를 다시 시작하게 되어 그냥 심심할 때 타고 다니려고 구입한 중고 CB400SF 93년식 덕택에 처음 네이킷 바이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중고로 구입한 놈이 상태가 훌륭하지 못하였기 때문에(ㅋ) 어렸을 때는 좀 궁상맞다고 생각하던 자가정비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젠 라이딩 보다 오히려 정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동네 골목에서 바이크 탱크 내리고 있노라면 나이먹고 이러는 것이 좀 추하게 보이진 않을까 신경도 쓰이지만 그래도 항상 알콜에 찌들어 살던 지난날(ㅋ) 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합니다.
오늘은 머플러를 좀 괴롭혀 보려고 합니다.
제가 바이크를 고치느라 일옥에서 부품을 엄청 샀더랍니다. 그중에는 이상이 없는데도 잘못 진단해서 구매하게 된 부품도 있고 맞지 않는 부품을 구입한 것도 있습니다.
맞지 않는 부품을 구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옥에서 간혹 제목이나 내용이 잘못 기재되어 있는 매물인 경우입니다.
구형 CB400SF는 차량형식이 NC31형식이고 신형인 CB400SF VTEC시리즈는 차량형식이 NC39... 즉 차량의 형식이 다르므로 같은 CB400SF라 해도 구성품이 호환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버젓이 CB400SF NC31이라고 써 놓고는 경매의 내용에 "타이틀은 검색용이 됩니다, 상품의 자세한 것은 사진을 참조하십시오"란 말과 함께 노쿠램 노리턴(NO CLAIM NO RETURN)을 적어놓으면 잘못 기재된 제목에 낚여도 할 말 없는 겁니다.
더우기 비싼 구매대행 수수료와 배송료, 심지어 관세까지 부담하고 들여온 제품은 반품 자체를 생각하기 힘들겠죠.
이런 일옥 낚시꾼들에게 곧잘 낚이곤 했던 저는 제바이크에 맞지 않는 VTEC용 부품들을 결국 장터에서 판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장터 매물로 내놓은 것을 보시고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낚여서 구입한 브이텍용 매니폴더가 있는데 이 물품을 구입하게된 사연인 즉 제목에 분명 NC31용이라고 씌여져 있었고 사진으로 볼 때 상태가 아주 좋아서 얼른 구입하고는 가장 빠른 EMS로 받은 후 바로 장착하려고 원래의 머플러를 떼어내기 까지 했는데 이놈의 매니폴더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안맞는 겁니다.
결국 알고보니 그 매니폴더가 브이텍용이라는거...털썩 OTL...
어쩔수 없이 장터에 올렸으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판매가 되지 않은 악성재고(?)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게된 시비럽 카페 회원 허수비님의 블로그에서 브이텍용 매니폴더를 구형 CB400에 달았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브이텍용 매니폴더를 직접 끼워보려고 용을 썼던 저는 "아니? 어떻게?" 하면서 내용을 모두 읽어보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만족스럽지 않아 교체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허수비님께서 브이텍용 매니폴더를 구형에 장착한 사진입니다.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hm3454?Redirect=Log&logNo=140024578590 (허수비님의 네이버 블로그)
아래 사진은 제가 매물로 내놓았던 브이텍용 매니폴더입니다.
보시다시피 살짝 까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브이텍용만 아니라면 제가 달았을 겁니다.
어쨌든 브이텍용 매니폴더가 억지로라도 달 수는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고 저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이프 밴딩하는 곳에 문의를 해볼까? 아니면 파이프 밴딩기를 하나 사? 그런데 딱 한번 쓰려고 그걸 사?...
그렇습니다. 브이텍용 매니폴더를 기어이 가공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결심을 했으면 실행에 옮겨야죠.
브이텍용 매니폴더와 구형 3볼트온용 매니폴더는 호환되지 않는 3가지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2번과 3번 실린더 배기구의 간격이 다릅니다. 구형이 2번과 3번 사이가 넓은 반면 브이텍용은 1,2,3,4번의 간격이 거의 일정합니다.
두번째는 구형은 1번과 4번 배기구의 형태가 약간 기울어 있는 반면 브이텍용은 4개의 배기구가 모두 나란히 일자입니다.
세번째는 구형은 매니폴더에서 실린더에 가까운 쪽에 한번 더 굴곡이 있는 반면 브이텍용은 쭉 뻗은 형태라서 구형에 장착했을 경우 브이텍용이 조금더 아래로 내려오게 됩니다만 이건 어쩔 수 없지요.
이런 차이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래 사진을 잘 보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2번과 3번 사이를 벌리기 위해 각목을 깎아 끼우고 고무망치로 내리쳐서 사이를 벌려줍니다.
왼쪽 1번 파이프의 각도가 브이텍 매니폴더의 원래 각도입니다. 그리고 4번이 구형 실린더 배기구에 맞게 구부린 각도입니다.
사실 저는 전기쪽 공구는 많지만 기계공구.. 더우기 대형 수공구는 거의 없기 때문에 작업이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구부렸느냐면...
그렇습니다. 버리기 일보 직전인 녹슨 부탄가스통을 발견하고는 토치를 끼워 가열했습니다.
1번 파이프도 가열하여 각도를 잡습니다. 입구에 걸친 것은 각도와 간격을 맞추기 위한 클립입니다.
각도를 맞추고는 물로 식히고 깨끗히 씻어 건조시킵니다. 물론 건조 후 방청작업은 필수입니다.
집에 굴러다니던 벽난로용 페인트(내열온도 500도)로 도색을 합니다. 한번 뿌리고 토치로 살짝 건조시켜주고 또 뿌리고를 반복합니다.
덥습니다. 그리고 녹슨 부탄가스통이 엄청 불안합니다. 그러다 생각을 해보니 전에 열풍기를 사두었다는 사실이 기억납니다.
열풍기로 배기구쪽에서 열풍을 불어주면서 두 번정도 더 페인트를 뿌립니다.
열풍기로 열처리가 되는 동안 열풍기 설명서를 봅니다. 사고나서 처음 보는 겁니다.
헤어드라이 목적으로 사용하시면 절대로 안되며...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분명 이렇게 쓰는 사람이 있어 이런 경고문이 있을 겁니다.
열풍 온도가 300~500도인데 분명 엄청난 머리가 되었을 것이라 혼자 상상을 합니다.
이제 자연건조시킵니다.
사일렌서도 물빼빠질을 하고 건조시킵니다.
건조 후 장착 사용기는 며칠 후 2부에 적겠습니다.
첫댓글 기대됩니다. ^^
멋지심니다..다음편 기대대는군요...ㄳ
연중무휴님은 바이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것 같습니다. 부지런하시고요..^^ 토요일날 사이드 스텍드 수리 감사드림다.. 일요일날 저번에 받은 텐덤바하고 리어 카울 다교환했슴다.^^ 위 내용을 보니 지금 제것 제 CB에 붙은 매니폴더 처럼 개조 하시려나봐요..^^ 토요일날 제거 보고 필받은신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 매니폴더 꺽으신게 잘된것 같네요. 저는 찌그러져서 들어가있던데ㅠ_ㅠ
ㅎㅎ 잘 다셨다니 다행이네요. 요 며칠 쉴 수 있는 시간이라 이것저것 해보는거죠. 글에도 썼지만 예전엔 휴일 전이면 맨날 새벽까지 술먹었는데 그것보단 훨씬 나은 취미거든요^^;; 이건 남아있던 브이텍용 매니폴더를 구형에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한 겁니다. 전 센터스탠드가 없으니 걸리는 것이 없어서.. 전 메가폰이 좋긴 한데 사일렌서 바꾸어 보는 것은 볼트온이 편하니까요..
정말 대단하시네요...저도 예전에 일옥으로 구형시비 머플러인줄알고 구입했는데 브이텍용이었다는....ㅋㅋㅋ 저는 결국 매니폴더부분 잘라서 용접을 해버렸는데....제꺼는 2,3번은 간격이 같고 1,4번만 각도가 비틀어져있었서 고생했는데..아무튼 날씨도 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요즘 정말 덥더라구요. 작업하기 전과 후의 체중이 2Kg이나 차이나네요 ^^
부탄가스의 불안함...ㅋㅋ 토치에 녹이...ㅋㅋ
좀 살벌하지요ㅋ 가스가 많이 남았기에 더 불안했던 ㅎㅎㅎ. 토치도 비를 몇 번 맞더니 저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