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월간 《우리詩》2008년 10월호
이생진.... 1929년 충남 서산 출생.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혼자 사는 어머니』외 다수.
서로 모르는 사이었다가
아는 사이로 살아가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말이
깊이 동감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6월의 세번째 주일
미국은 아버지의 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어머니보다는 그리 가까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이야기인데...
유학을 간 아들이 오래만에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마침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는 얼른 엄마를 바꾸어 주겠다고 합니다.
"아... 아니예요. 아버지
그냥 아버지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
"왜? 무슨 일이 생겼냐?"
아들은 그동안 아버지와 전화통화마저도 자연스럽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는 어제 '아버지의 날' 강론 중에
그동안 Shelter(보호처)을 만들어 주느라 수고한 아버지들에게 감사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도 미사 내내 남편의 수고를 기억해 보았습니다.
긴 세월 혼자서 우리 가정을 이끌어 오느라 육신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
갑자기 미안하다는 마음과, 그동안 그의 노고를 너무 몰라주었다는 후회와
진심으로 그 고마움에 눈이 반응을 하였습니다.
어제 이제 50을 넘어선 두 아들과 손주들 사이에서 마냥 웃음이 떠나지 않는
가밀로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손자 가브리엘은 제 아버지를 낳아 주어서 감사한다고 카드에 썼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태어나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ㅎ
손녀 까밀은 할아버지의 아픈 손과 무릎을 걱정하는 마음을 썼습니다.
이제 더 이상 가밀로씨의 희미해지는 기억을 문제 삼지 않으려고 합니다.
전에는 엉뚱한 소리를 하면 절대 아니라고 우겼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그냥 받아드립니다.
점점 모르는 사이로 가고 있는가 봅니다.
제 기억력도 만만치 않으니요...
지금 우리의 나이는 아마 정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첫댓글 요즘 문화센타가면 나이드신 여자분들 투성이지요 밥세끼 먹으면 삼식이라고 뭐라하고ㅠ 나이먹을때까지 가정을 위해서 애쓰고 나이들연 갈때도 없는 아버지며 남펀들 ㅠ 참 딱한 모습이지요ㅜ 여자들 놀이는 많은데 남자들 놀이는 그닥 많지 않은것 같아요..아버지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밥세끼 먹어도 구박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당당하던 젊은 그와 만나서 그와 더불어 50여년을 살면서
경제적인 도움은 전혀 주지 못하면서도 당연한 일이라 믿고 살았습니다.
이제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그를 보면서 정말 미안한 마음입니다.
육신은 통증을 느끼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그의 마음 덕에 저도 조금은 닮아가고 있습니다.
모카님도 앞서가는 우리들을 보면서
미리미리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시간도 많이 만들어 가세요.
이 모든 것은 건강할 때 시작해야 합니다.
모르는사이
알고 지내는 사이
다시 기억이 사라지는 모르는 사이로
가슴 아픈 이야기 입니다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남은날은 적어지는 세월이겠지요
삼식이면 어떤가요 함께 걸어가는 사이인걸요
건강하게 웃음가득 좋은날속에 주님축복 성모님 사랑 가득한 날들 이기를 빌어봅니다
유명한 코미디언 찰리 체프린의 말이 생각납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지요.
이제부터는 가까이 보아도 희극처럼 살게 되나 봅니다.
우문우답을 하면서요... ㅎㅎ
늘 조용한 내조를 하셨을 가족사랑님
저도 축복을 빌어드립니다.
그렇네요..모르는 사이로 만났다가 아는 사이가 되고 또 시간이 흐르니 모르는 사이가 되고...저도 어느새 그렇게 쫓아가고 있네요..반성합니다.남편이 엉뚱한 소릴 해도 입 삐쭉 거리지않고 참아 주길요...이젠 그런 나이가 되어가네요..
남편분 이하 모든 가족에게 영육간의 건강 빌어 드립니다..
건강 하세요...
남남이 만나서 이렇게 긴 세월을 서로 믿어주면서 살아온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이제는 천천히 내리막길도 조심조심 손을 잡고 걸어 내려가야 하겠지요.
저도 글라라님의 가정에 축복을 빌어드립니다.
제주도 여행은 즐거우셨겠지요.
저도 3 번 다녀왔답니다.
아들로도 남편으로도 아빠로도 힘들었을 남편이
지금은 모든것 내려놓고 제 눈치보고 아이처럼 삽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조금 빠르시긴 하지만 저요님의 보살핌 안에서 행복하실테지요.
부지런히...
열심히..
한국시인협회와 대한 노인회 공동주최한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 중 대상이랍니다.
동행 / 성백광
아내의 닮은 손등을
오긋이 쥐고 걸었다
옛날엔 캠퍼스 커플
지금은 복지관 커플
장미엔젤님,
부부 해로 하시면서 아드님. 며느님. 손자손녀
다복하며 자주 만나서 함께 하시니 복이 많으신 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긴 세월을 함께 해왔다는 동지애가 생겼나 봅니다.
서로 실수해도 웃어넘겨 주는 지혜로움도 생기는 것도 같구요.
모범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오드리님의 가정에
은총의 단비가 내리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