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에 대한 고수정 도의원 기고글 읽어들 보세요

[최상현]

혁신도시는 썩은 사과다.
┃ 2005-12-13 오후03:18 ┃ 조회 19 ┃ 고수정 ┃


지난 12월 4일 원주시 반곡동이 강원도의 혁신도시 입지지역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입지지역 발표는 끝이 아니라 분란의 시작이었다. 춘천시민들의 분노가 시장과 의장을 삭발시켰고, 강릉시민들 역시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도시로 지정되면 강원도로 이전되는 기관과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관광공사 363명, 국립공원관리공단 103명, 국민건강보험공단 626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931명, 대한적십자사 80명,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79명, 대한광업진흥공사 286명, 대한석탄공사 89명,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53명,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234명, 국립과학수사연구소 159명, 한국지방행정연구원 44명, 산림항공관리소 63명으로 모두 3,110명에 2004년 지방세 납부액 34억 2,300만원 규모다.
어떤 도시건 탐을 낼만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혁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계기로 혁신주도형 경제의 지역거점을 형성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의 특색 있는 발전을 촉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지역거점이 없어서 수도권이 비대해져 왔던가?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역거점이라 할만한 광역시가 존재해 왔지만 수도권은 날로 그 위세를 드높여왔다. 이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교육과 언론, 금융 등 사회 모든 영역이 서울에 집중되어 왔던 그간의 역사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또 지역거점을 형성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이었다면 수도권과 행정도시 지역을 제외한 11개 지역에 획일적으로 1개 도시를 지정하지 말고, 그간 지역거점도시조차 없는 상태로 오래 방치되어 왔던 강원이나 전북, 광역시를 끼고 있지만 공공기관 하나 없는 경북과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남 등 균형발전이 필요한 지역의 일정한 인구 규모 이상의 도시를 대상으로 혁신도시를 지정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러한 논의조차 혁신도시정책을 긍정적인 국가발전전략으로 가정할 때 의미가 있다.
혁신도시란 무엇인가? 건교부 자료를 인용해보자.
1. 지방이전 공공기관 및 산․학․연․관이 서로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혁신여건과 수준높은 주거․교육․문화․환경 등 정주여건을 갖춘 새로운 차원의 미래형 도시
2. 공공기관,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상호교류하는 네트워크도시
3. 지식창출과 기술혁신의 터전이 되는 지식기반도시
4. 혁신주체간 상호학습을 통해 혁신역량이 강화되는 학습도시
5.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친환경도시

그럼, 혁신도시를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산학연관이 서로 긴밀히 협력할 수 없는 최악의 퇴행여건과 수준낮은 주거.교육.문화.환경 등 정주여건에 머무는 낡은 차원의 과거형 도시로 방치하겠다는 것인가? 네트워크도 없고, 지식기반도 없고, 학습도 없고,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도시로 방치하겠다는 것인가?
여기에 혁신도시개발정책의 오류가 있다.
공공기관을 옮겨오면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처럼 장미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인구와 지방세 증가를 제외한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까?
만약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혁신도시에 국가재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붓는다면 혁신도시로 지정받지 못한 도시(혹은 농촌)들은 정부지원으로부터 소외되고, 정부가 나서서 또 다른 형태의 불균형발전을 조장하는 것이므로 잘못된 정책이라 할 것이다.

그럼, 이 정책을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과정은 어떠했는가?
혁신도시에 대한 구상 시점부터 강원도에서는 "원주 내정설"이 떠돌아 다녔다. 결국 선정위원의 소속 학교를 이유로 일부 위원이 교체되기에 이르렀는데, 혁신도시 선정을 눈 앞에 둔 시점의 위원 교체는 오히려 도지사가 "원주 선정 면죄부"를 가지려 한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예상했던 대로 원주가 혁신도시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19명의 선정위원 중 10명의 위원이 춘천에 최고점을 주었는데 단지 6명에 불과했던 원주 최고점 위원들이 (양심에 어긋나게도) 큰 폭의 점수차를 주는 바람에 혁신도시를 도둑맞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주장은 춘천시민들의 광범위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수천명의 시민들이 만사 제치고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 종합운동장으로 모이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
더우기 종합운동장에 모였던 시민들의 상당수는 그간 (한나라당 소속의) 도지사와 시장의 표밭이었던 상가번영회, 종교단체에 소속된 분들이었다. 급기야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거의 즉흥적으로) 삭발을 하게 된다.

분명하게도 선정위원회에 대한 도지사의 태도나 각 지역 점수차 범위를 정하지 않은 선정위원회 운영 과정은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을 펼친 열린우리당이 춘천시민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태도 또한 올바른 것은 아니다. 또 그 분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않고, 시민들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한나라당 소속의 시장이나 정치인들의 태도 또한 올바른 것은 아니다.

강원도는 처음부터 한 지역에 혁신도시를 유치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정부에 맞서야 했다. 경남의 경우 실패하기는 했지만 혁신도시와 준혁신도시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는데, 강원도는 그저 정부 눈치만 살핀 것이다.
춘천도 혁신도시를 도둑맞았으니 돌려달라고 떼쓸 것이 아니라 혁신도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강원도민들이 썩은 사과를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