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손을 떨었는지, 정말 그 정도로 긴장을 했던건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게다가 저 도도한 표정이라니.... 설마 내가 자기 외모와 춤솜씨에 떨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일단
손 안 떨었는데요.
하고 우겨본다. 그랬더니
아. 이제 안 떠네.
하는 게 아닌가?
이러면 아까는 떨었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어 버리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다. 다만 나 정말 잘 났어 하는 표정의 남자와는 더 이상 춤을 추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 뿐.... 당신은 내 타입도 아니고 춤도 그렇게 황홀할 정도로 잘 추는
게 아닌데.... 내가 왜 당신 앞에서 떨었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으면
믿든지....
요즘 배가 나오는 것 같아 밥을 잘 안 챙겨 먹었더니 저혈당이 왔는지도 모르지....
이렇든 저렇든 활짝 웃으며 즐겁게 춤을 추고 싶은 바람은 이미 깨졌고,
한 시간이 넘어 가자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남자는 손을 놓을 줄 몰랐고
할 수 없이 서아는
이번 곡까지만 출게요
라고 했다.
그런데 남자는 이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춤 진짜 잘 추는 사람 소개시켜 줄게.
하는 게 아닌가?
그 말 한 마디에 점점 무거워지던 서아의 발이 다시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댄포존 쪽으로 서아를 데려 가더니 역시 그 남자처럼 댄스복을 입은 다른 남자에게 서아를 넘겨 주었다.
이건 꽃무늬 가라 정도가 아니라 정장 댄스복인 것 같은데 이번에도 영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아는 하마터면 웨이터신가요? 하고 물어 볼 뻔 했다. 2년 동안이나 춤을 추지 않았더니 댄스판에 적응이 잘 안된다.
나름 신경 써서 맞춰 입었을텐데 서아의 눈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만 하니 댄스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남자는 175 정도의 키에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몸, 하지만 아까 그 사람처럼 근육질의 탄탄한 몸은 아니다.
아마 운동이라고는 댄스 밖에 안 하는 사람일 것이다.
얼굴은 동그스럼하니 여자들의 마음을 가장 편하게 해 주는 유형의 남자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호스트 바에서 정작 큰 돈 벌어 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이런 타입들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잘생긴 남자들을 경계하지만 이 사람처럼
착한 남동생이나 만만한 오빠같은 스타일에는 쉽게 경계를 허문다.
아까 이재황같은 스탈을 보러 호빠에 왔다가 결국 돈은 이 미스터 동그스럼같은 스타일에게 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사람도 많이 되어 봐야 40 중반 되었겠다.
춤은 확실히 잘 춘다.
몇 년 전에 탱고 레슨 두 달 받은 게 전부인 서아를 흉내라도 내게 해 준다.
일자를 출 때에도 바리에이션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서아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춤은 둘이 추는 것이다.
한 사람의 뛰어남을 자랑하기 위한 장기자랑이 아니다.
아 진짜 일 확 줄여 버리고 댄스에 목숨 걸어 버려?
이것들이 사람 춤 잘 못 춘다고 아주 번갈아 가며 엿을 먹이네.
서아는 박자를 놓치고, 무리하게 왈츠를 추다 발을 밟히고 하다가 제대로 킹받아 버렸다.
한 주일 내내 일 하다 모처럼 이런 데 와서 스트레스 확 풀고 가려 했더니
발이나 밟히고 말이야.
누가 왈츠 추재? 기억 안 난다고 했잖아!!!!!!
속으론 이런 생각을 했지만 서아는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의 본심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춤이 잘 안 되니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뿐
그들은 뉴페이스에게 강습을 권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상상하고 열을 받아 봤자 모처럼 온 텍에서 기분만 상할 뿐이다.
그 와중에도 또 거의 삼 십분 넘게 추다가 이번에는 미스터 둥그스럼이 검지를 치켜 세워 보인다.
서아는 어차피 춤을 추러 왔기 때문에 이번만 추고 나갈 생각이라 굳이 그만 추겠다고 하지 않았다.
둘이 춤을 추는 동안, 아까의 그 이재황은 소파에 앉아 둘의 춤을 지켜 보고 있었다.
잘 춘다면 또 모를까
박자 못 맞추고 발 밟히고 하는 꼴을 누군가가 지켜 본다는 게 유쾌할 리가 없었다.
춤이 끝나고
미스터 둥그스럼이 서아를 그가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이끌었지만 서아는
그냥 밖으로 나왔다.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뭐가 뭔지 모를 경험이었이네요. 준비해야 되서 여기서 맺고 시간 날 때 또 쓸게요.
이렇게 비 오는 날, 춤을 추실 수 있는 분들이 부럽네요. 아.... 나도 그렇게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할까봐요. ^^
첫댓글 서아님은
생각이 너무 많으신분 같네요 ㅎ. ㅎ
그냥 춤 스타일이 맞고 느낌이 좋으면 즐겁게 한춤. ㅎ
무언가 마음이 불편하고 안맞으면
그냥 웃으면서 손 놓으면 되죠 뭐
예전에 같은 학워생 한분이
한춤부탁 하셔서 일찍 단골무도장
나들이 나갈 준비중에
즐독했네요 ㅎ
건강한 목요일 되시구요
오호 한 수 배웠습니다. 그냥 좋으면 추고 아니면 놓자..... 이렇게 간단한 걸 왤케 복잡하게 생각했는지.... 토요일 날 해 보고 후기 또 올릴게여
^^*~
ㅋ~
킹 받는 춤방
비도 오는데 또 발걸음은 그곳을 향해~~요
알수없는 이끌림 입니다
ㅎ
부러비 부러비..... 저도 일 안 하고 춤만 추고 싶어요. 오늘 밤부터 기도할까 봐요. 진짜루 ^^
감정표현 이 리얼해
제 춤생활에 참고가 되었네요 ~ 감사 합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저도 여기서 남자분들 여과없는 속마음 읽으면서 많이 참고해요. 그러다 보니 왠만하면 거절을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구요. 강건너등불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편하게
운동 삼아, 취미 삼아 추시고
편하게 놀다 나오심 되세요.
춤방을 가다 보면
수많은 상대를 만나게 되는데
만나는 상대 마다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다 서로 필이 오면
그땐 인연이 되는 거구요.
오늘도 즐거운 인생~!!
늘 응원 합니다.
인생 선배님들께서 이렇게 조언을 해 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실은 저번주에 이게 뭔가 싶어 좀 혼란스러웠거든요.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았어요. 이젠 오늘엔님 말씀처럼 아니다 싶으면 웃으면서 손 놓고 나올래요. 왜 그랬는지... 저는 꼭 그런 걸 생각하거든요. 뭐든 원인 탐구하던 습관이 들어서... 왜 그랬든 뭔 상관이겠습니까? 다음에 갔을 땐 안 추면 되지.... 등실이님 사업 번창하시고 좋은 분도 만나시길요 ^^
서아는
아직 순수하기도하고,,
또 나름 자존심도 강하고,,
강력한 유혹은 경계하면서도
안전을 확보한 두려움의 경계에서
살짝 달콤한 쾌감을 맛보고 싶어하는 캐릭터일지도..??
ㅎ
비평가 수준이신데요. 습작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조은남님 ^^
전 가벼운 맘으로 즐겁게 댄스만 해요^^.
전 무거운 마음으로 이 생각 저 생각하기도 해요 ㅋㅋ
댄포로 넘어가면
성격이 독해 집니다 ㅎ
아 진찌요? 왜 그렇져? 저도 약간 수모(?)를 당한 듯 해서 독하게 연습을 해 봐??? 이러고 있긴 해여 ㅋ
@춤추는 별 춤깊이 알면
다 도토리키제기임 ㅎ
프로샘빼고 ㅎ
@느낌 그래도 엔간히는 춰야 굴욕은 안 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전 분명히 사교만 춘다고 했는데 왜 라틴에 모던까지 뺑뺑이를 돌렸나 좀 분한 생각이 들어요
@춤추는 별 이쁘시면 여자는 2년만더투자 하시면
남자가 기둥이니
남자 줄서요 ㅎ
@느낌 지금도 줄 서요 ㅋㅋㅋ 뭐 그리 이쁘지는 않습니다만 ^^
@춤추는 별 이쁜그리움하고 친하게지내면
안봐도 이쁜것 같아요 ㅎ
2년더하시면 남자골라서 잡는다는말임 ㅎ
우리학원도 15년 이상 여성 많아요
안잡아요 몸부디치기도 싫은데 ㅎ
그래도 어느정도 해야
구경하면 너무못하면 질투하고 마음속으로 비웃어요
그래서 기본은 하자임
비인양거리는 소리는 듣지말아야죠 ㅋ
이왕했으니 이쁘게 추세요 ㅎ
요즘은 사교춤을 잘하시는분을 만나기가 힘들어요.사교춤을 잘해야 다른 종류의 춤도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입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저는 스포츠댄스를 오래 하신분은 사교 춤 3곡 잡고 저는 손을 놓습니다.
춤은 왜!
예술이라고 할가요?
건강 하세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스댄을 잘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교만으로도 거의 엑스터시를 경험해 보았네요. 굳이 댄포를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파티에서 이 춤 저 춤 하도 돌리기에 지르박 추자고 했더니.... ㅋㅋㅋ 정말 깜짝 놀랐네요. 어찌나 손이 무겁고 뻣뻣하던지... 나이는 좀 있으셔도 사교 잘 추시는 분 만나 제대로 좀 즐겨 보고 싶네요. 제가 상대적으로 젊어 보여서 그런지 자꾸 댄포하는 젊은 분들만 상대하게 되요.
설레발은 이재황이 부리고
204는 미스터 동..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짱깨가..
천재시네요 클라크님 ㅋㅋ 저도 그런 그림이 그려져서... 얘네들 뭐하나 싶었답니다.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거참 희한하네여. 춤추면서 그럼 내외하라는 건지... 쳐다보지도 말란 말일까요? 허울만 멀쩡하면 뭐한답니까? 잘생긴 사람 찾으면 호빠 가야죠. 설명을 하셔도 뭔 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잘 추시나봅니다. ^^
@춤추는 별 아이궁..
댓글을 삭제해 버리면
이가 빠진 것처럼 민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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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하지 말아 주셔요~
댄스도 그날의 운세가있더이다
아 그렇군요. 이번 토요일엔 함께 춤추는 순수한 기쁨으로 웃을 수 있었으면 하네요
이번 주말엔
댄스 궁합 잘 맞는분 만나
댄스 가즘 느끼고 오시길요
빨간 드레스 한 벌 준비해 놨으니 잘 되겠죠 ㅋㅋ 벌써 기대가 되서 하루하루가 즐겁네요. 잠꾸러기님도 댄스가즘 느끼시고 20년 젊어지세요 ^^
@춤추는 별 ㅎㅎ
20년 젊어져서
텍 가면 이모님들이 일할나이에
왜 춤방왔노 이러실텐데요
@잠 꾸러기( 부산고문) 3,40대 바글거리는 텍도 있던데요?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일단 회춘부터 하소서
@춤추는 별 그러고 보니 내가 40대에
사즐모 입성해서 40대에
사즐모 부산지역 지역장맡았고
40대부터 지금 14년째 사즐모
부산방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네요
@잠 꾸러기( 부산고문) 나이야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죠. 근데 춤을 계속 추면 외모 관리는 자동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20년 젊어 보이는 건 문제도 아니구여. 사실 몇 살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매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니까요. 잠꾸러기님 쭈욱 40대로 사셔요 ^^
@춤추는 별 별님은 닉과 글에서도 반짝반짝
빛나지만 텍에선 더더욱 빛을
발 하실것 같습니다
잠 꾸러기는 닉 그대로
잠 꾸러기입니다
일부는 장난 꾸러기라 하기도하고
잠자리 라고도 하긴 합니다
@잠 꾸러기( 부산고문) 부산에서 잠꾸러기로 살 수가 있나요? ㅋ 정말 활기가 넘치는 도시인 것 같아요 부산은.... 학교 다닐 때 부산까지 넌스탑으로 달려 가던 때가 생각나네요. 다운타운이라는 나이트 가느라... 참 기운이 뻗치던 시절이었네요. 잠꾸라기님 덕분에 아침부터 추억 돋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