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존재의 본질이 무엇이든 별로 관심도 없었다.
이 글은 우연의 사건이 겹쳐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게된 것이다.
아마 요즘 에버랜드의 판다가족을 아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이다. 유투브를 통해서 판다 가족들의
일상이 매주 올라오고 수많은 편집본들이 유투브를
통해 소개되고 상당히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집 식구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밤에 유투브를
티비에 연결해서 판다가족의 영상을 보곤 해왔는 데,
나도 한두 번 스쳐가듯 보다가 어느새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특히 자연분만된 첫째 딸 푸바오는 태어나서 3살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꽤 많은 영상을 몰아서 보기도
했는 데 처음엔 판다 특유의 귀여움과 순한 성격,
먹방찍는 듯한 모습들이 마냥 이뻐보여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유투브든 어떤 SNS든 귀여운 애완동물이
판다만 있을까.. 우리집 식구들도 판다 이전엔
강아지나 고양이 동영상을 많이 보곤 했었는 데
오래가진 못했고 유독 판다가족..
특히 푸바오에 몰입하곤 한다.
그럼 왜 판다일까 ? 왜 푸바오일까 ?
얼마전에 어떤 소설을 읽다가 주인공이 누구에게
말 하는 장면에서
"존재의 본질은 불안이다-하이데거" 이런 문장이 나왔다.
평소라면 넘어갈 만한 표현이었는 데 이 날은 웬지
마음에 걸려서 무슨 뜻일지 계속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하이데거를 검색해보고 존재의 본질을
검색해보고..
어렵게 생각말고 쉽게 받아들여보니 존재란 비존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이 비존재를 존재는 결코 알수없기 때문에 근원적인 불안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것이다.
불안의 유형은 존재론적 불안으로 운명과 죽음에서
느끼는 것이고 도덕적불안은 공동체의 윤리를 어긴자가 갖는 죄의식, 정신적불안은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를 뜻한다고 한다.
다시 판다로 돌아가보면, 판다는 에버랜드라는 역사깊은 동물원에서도 최상의 대접을 받는 동물이고 인기가 많다.
전담사육사가 여럿이 붙어 있고 최상의 영양과 신선한 먹이와 잠자리, 놀이터가 제공되고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운명과 죽음을 느낄만한 지능은 없으리라 보이고 야생의 감각으로 위기를 감지할테지만 에버랜드에선 그럴 틈을 안준다.
도덕적불안도 딱히 느낄 기회도 없을테고
정신적 불안은 하루종일 먹고 자는 타고난 생태로 인해 그럴 틈도 없어보인다.
멍하니 판다가 뒹굴고 먹고 또 먹고 나무위로 올라갔다 내려오고 사육사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보다보면 20-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자주 보다보니 나도 저렇게 편하게 사육? 당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애완동물은 확실히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점에서
동물이라도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일반인이 에버랜드의 판다 만큼의 환경을 제공해 줄 수도 없을 테고 주인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애완동물의 숙명이다.
쉽게 질병에 걸리고 주인의 변덕으로 버려지기도
하고..일단 존재론적불안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내가 판다에 푹 빠진 이유는 역설적으로 내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하는 마음속의 불안이 꽤 커져왔고 불안이라곤 눈곱만큼도 안보이는 판다에게 대리만족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푸바오가 덜 보고 싶은 요즘은 불안이 좀 덜한게 아닐까 ?
불안이 어렴풋이 실체화가 되면 두려움으로 발전하는 데, 차라리 두려움은 해결할 방법이 있기 때문에 어찌저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불안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결국은 동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란 걸 새삼 느껴보게된 사건이였다고나 할까..
존재의 본질을 살짝 더 찾아보니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이야기도 좋았다.
존재의 불안은 결단하고 행동하고 무언가를 쓰면서
타파해나가고 존재의 본질에는 자유와 사랑도 중요하다고 하니..
역시 사르트르답다. 시몬 드 보봐르 부인과 평생 같이 살면서 결혼을 안한 이유가 사랑은 존재의 본질이지만 결혼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사람이니..노벨상을 거부한 것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추구하는 바람에.. 행동하는 철학자인 셈이다.
웬지 무의식속의 불안이 줄어든, 아니 줄어들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이 기분이 오래 가지 못할지라도..자연스러운 불안이니까.
애정하는 푸바오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니 못볼거란 불안도(정확히는 두려움이겠지만)들지만 푸바오는 나의 이런 마음도 모르고 오늘도 내일도 잘 먹고 잘자고 잘놀것이다.
그래서 나를 기쁘게 할 것이다.
첫댓글 푸바오...후원회사도 생겼대요..
중국으로 돌아가도 잘 지낼거라 봐요~
아 그래요? 그건 다행인데 중국의 신용도가 쫌... 걱정되지만 그래도 푸바오가 아이까지 낳고 그 아이가 다시 한국에 오면 좋겠네요. ㅎㅎㅎ ^^
@불괴(문학방장) 할머니 보러???????ㅎㅎㅎ
@지니러브(사랑공간방장) ㅎㅎㅎ 그쵸. 푸바오도 같이 오면 더 좋고.. ^^
@불괴(문학방장) 그랬음 좋겠다오....
오늘 모임이쥬???
잼나게 보내요~~~^^
@지니러브(사랑공간방장) 고마워요 칭구도 불금 보내요~^^
@불괴(문학방장)
아.....존재의 본질이라니.....^^;;;
ㅋㅋㅋ 머리아프심?
불안... 은 일존의 생존본능일수도...
잘읽었습니다.
그쵸.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라..
감사합니다.^^
직접 기른 반려동물를 떠나 보내는 느낌처럼 애틋한 글입니다. 푸바오가 앞으로 잘 지낼 것이라는 기대도 푸바오를 더이상 볼수 없다는 불안이 바탕이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중국의 판다들. 야생체험하듯 방생해셔 키우는 것 같은데 에버랜드에서 넘 편히 살다 가는거라 적응이 어려울까 걱정되네요..ㅠ
올해 저의 키워드도 불안인 것같은데 공허와 두려움이 공존이랄까
제게는 일종의 동기부여도 되구요.
태범이랑 무궁이가 에버랜드를 떠나 백두대간으로 갈 때 슬프더라구요. 그래두 계속 볼수있으니깐여.
얘네도 이정도의 인기면 계속 소식을 들을 수 있을거에요ㅎㅎ
어디쯤언니랑 2차 갈게요. 조만간 뵈요~^^
어차피 불안이 평생 같이 갈거라면 살살 꼬셔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둘더러구요.
이래야 앞으로도 잼나게 살 거 같아서. @@
판다를 보면서 사육사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더 사랑스럽게 살고 있었는데 중국에서는 저만한 대우를 받을런지 걱정이 앞서긴 하더군요.
존재만으로도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판다.노력도 없이 사랑받는 존재라니...부럽기만 한 지금 이 시점 입니다만 어쨌든 아무생각없이 무럭무럭 잘 먹고 자고 하는 판다가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ㅠㅠ
ㅎㅎㅎ 저도 부럽네요. 오늘도 한 편 구경하고 자야겠어요. 힐링팩터인 판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