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유지
2년전 12월 신촌에서 개최되었던 학교 써클 망년회에 갔다.
재미 진짜 더럽게 없었다.
선배는 선배끼리~ 후배는 후배끼리~
친목질을 일삼는데 아 진짜 재미 없었다.
모야 이게??
이렇게 따로 따로 놀거면 모임은 왜 가지는건데??
그냥 과 모임 망년회라면 이해가 돼요~
근데 모야 이건??
음악이라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만났는데 나이 차이좀 난다구 서로 등 돌리고 쌩까구 어디서 친목질이야??
한 시간이 채 안되어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신촌에서 당산으로 이동했다.
당산 노부가라는 곳에서 동갑내기 카페 애들이 벙개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당시 친하게 지냈던 여회원 하나를 만났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음악이 뭔지 확실히 아는 친구였고 나와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에 헤비메탈을 했던 롹커 출신이었다.
대구에 살고 있기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그녀가 서울 벙개에 온다는데 안 갈수가 없었지.
노부가라는 곳은 동갑내기 카페 회원중 하나가 운영하는 주점이었는데 상당히 컸고 인테리어가 아주 잘 된 깔끔한 곳이었다.
그곳에 가자 수많은 동갑내기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윽고 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옆자리에서 이런 저런 수다를 떨어댔다.
게시판에서도 느낄수 있었지만 그녀는 매우 쾌활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원래 서울 살다가 결혼해서 대구로 내려간 그녀는 두 명의 아이를 낳고 단란하게 살아가는 중년 여성이었는데~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롹이나 헤비메탈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게 있다면서 어린 시절 자신이 대학로 야외무대에서 공연했던 사진들을 공개했다.
나시를 입고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드럼을 격렬하게 연주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련하고 청초하고 멋있었다.
진짜 헤비메탈하는 사람같았다.
lml
그녀를 만났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매우 즐거운 자리였다.
이윽고 노부가라는 곳을 나와 노래방을 갔다.
그곳에서 나는 그 카페 회원들 앞에서 최초로 노래를 불렀다.
ㅎㅎㅎ
술을 넘 많이 마셔서 컨디션이 조금 메롱이었는데 노래는 뭐 좀 했다.
아마 레드 제플린의 록큰롤을 불렀을 것이다.
애들은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듣고 아주 좋아했는데 그녀 또한 좋아했던것 같다.
ㅋㅋㅋ
노래방을 나와서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녀가 친정이 나와 같은 방향이라고 말하며 자기 차 타고 같이 가자구했다.
그녀는 매우 정숙하고 고결했다.
그녀는 온라인 상에서 나와 매우 친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보구 뒷 좌석에 타라고 했다.
아무리 막역한 친구라곤 하지만 엄연히 남정네이고 야심한 시간이기에 정숙한 기혼녀로선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그녀와 나는 음악과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아도 그녀는 좋은 사람이었고 괜찮은 친구였다.
이윽고 발산역에 당도하자 그녀는 나보구 차에서 내리라고 말했구 조심해서 들어가라구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오~
그때 난 느꼈다.
아 이것이 바로 친구이구나~
그녀를 만나기 전엔 나는 남자와 여자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난 이후~
아 남자와 여자도 친구가 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이 급전환되었다.
그녀와 나는 지금도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글쎄~
그녀와 내가 친구로 잘 지낼수 있는게 과연 헤비메탈 때문이었을까??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거리 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친할수록 예의를 지키며 서로 약간씩 거리를 두고 너무 진중한 이야기는 약간씩 절제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G80ZgKq_CM0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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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창고
거리유지
화랑
추천 1
조회 22
22.04.24 05:0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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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거리유지 중요하죠. 유지하기 싫을 때부터 열려지는 번뇌의 파노라마 ㅎㅎㅎ
아.... 번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장관리의 기본~♡
밀당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