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의 스킬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오랜 기간 갈고 닦은 결과다. 가 이들의 노하우를 엿봤다. 8월호는 전 국가대표 풀백으로 2010년 FIFA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오범석(현 오범석풋볼아카데미 대표)의 스킬을 담았다.
SKILL MASTER 오범석
오범석은 포항제철고를 거쳐 2003년 포항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오른쪽 풀백을 주로 맡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기도 했다. 데뷔 초반에는 주로 R리그에 나섰지만 점차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2004년부터는 K리그 출전 기회를 늘렸다. 이후 2007년까지 포항의 수비 주축으로 활약했고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예도 안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7년에는 일본 요코하마FC에서 임대로 뛰었고 2008년에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크릴리야 소베토프 사마라, 2016년에는 중국 항저우 뤼청에서 뛰었다. 국내에서는 울산현대와 수원삼성 그리고 강원FC를 거쳤다. 말년에는 다시 포항으로 돌아와 이곳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K리그 통산 397경기 출전이 오범석의 최종 기록이다.
남자 국가대표팀 소속으로는 총 43경기에 나섰다. 2009년에 열린 세네갈과의 친선경기, 2010년에 개최된 핀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는 각각 1골씩 득점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했는데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경기에 나서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기도 했다.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영리하고 지능적인 수비가 장점인 선수다. 적극적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자주 나오다 보니 파울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경합 상황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풀백이라면 경합은 피할 수 없다. 오범석은 우리 팀이 유리한 흐름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기본 기술이 탄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범석의 BEST MOMENT 3
2004년 12월 5일 K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포항스틸야드)
포항스틸러스 1-0 울산현대
2004년 포항은 K리그 전후기 통합 6위를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공교롭게도 라이벌인 울산이었다. 두 팀의 맞대결은 동해안 더비로 부른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유독 뜨거운 매치업이었다. 운명의 라이벌을 만난 포항은 승리를 향한 의욕이 넘쳐흐를 수밖에 없었다. 오범석도 마찬가지다.
이 날 경기에 선발 출전한 오범석은 90분 내내 울산의 공격진을 꽁꽁 묶는 맹활약을 펼쳤다. 포항은 전반 36분 따바레즈의 골을 잘 지켜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삼성에 패하며 준우승을 했지만 동해안 더비로 치러진 플레이오프는 2004 시즌 포항이 치른 경기들 중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1월 18일 남자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스페인 말라가 시립 경기장)
대한민국 2-0 핀란드
2010년 FIFA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남자 국가대표팀은 스페인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기간에 열린 핀란드전은 허정무호의 전력을 점검하고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시험대나 마찬가지였다. 오범석은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고 골까지 기록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차두리 등과 오른쪽 풀백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이날 핀란드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오범석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계기가 됐다.
오범석은 전반 39분 팀의 선제골을 넣었다. 노병준의 패스가 상대 수비수를 맞고 흐른 것을 오범석이 놓치지 않고 달려 들어 골로 연결했다. 한국은 오범석의 골과 후반 16분에 터진 이정수의 골을 묶어 핀란드에 2-0으로 승리했다. 스페인 전지훈련 기간에 치러진 평가전 중 내용과 결과가 모두 깔끔한 경기였다.
2015년 2월 25일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삼성 2-1 우라와 레즈
수원은 2015년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베이징 궈안(중국), 브리즈번 로어(호주), 우라와 레즈(일본)와 함께 G조에 묶였다. 당시 수원을 이끌고 있던 서정원 감독은 2년 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떠올리면서 이번만큼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경기인 우라와 레즈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했다.
중요한 경기였다. 홈에서 열린 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전반 추가시간 상대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수원은 후반 11분 오범석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균형을 맞췄고 후반 42분 레오가 역전골을 넣으며 짜릿한 2-1 승리를 거뒀다. 특히 오범석의 골은 절묘하게 나왔다. 정대세의 패스를 받은 오범석이 오른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한 뒤 크로스를 올렸는데 그게 그대로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겨 골망을 흔들었다.
SKILL POINT
01 자세
풀백이 가져야 할 기본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자세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야 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에 따라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다. 오범석은 평소 반복적인 훈련으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범석의 자세 노하우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풀백은 자세부터 잘 취해야 한다. 정면이 아니라 사이드로 서야 한다는 건 아마 많은 선수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사이드로 서 있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뒷발에 70% 정도의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 공격수가 뒤로 뛰거나 공을 잡은 후 치고 빠지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풀백은 수시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에 자세에 대한 감각을 잘 익히는 것이 좋다. 평소 거리 조정 훈련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거리 조정 훈련은 상대방과 내가 너무 떨어지거나 너무 붙지 않도록 거리감을 잡는 것이 목적이다. 볼의 이동에 따라 거리를 점차 좁히는데 풀백에게 필수적인 잔발 스텝도 연습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02 크로스
오버래핑을 해야 하는 풀백은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줘야 한다. 수비 능력과 철저히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다. 크로스를 올릴 때는 힘보다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이 역시도 반복 훈련만이 정답이다.
오범석의 크로스 노하우
나는 크로스를 올릴 때 한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선수들은 크로스를 올릴 때 빠르고 강해야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너무 강하면 넘어가버릴 수도 있고 땅볼이 될 수도 있다. 목표 지점으로 정확히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힘을 빼더라도 내가 원하는 위치까지 크로스를 보낼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크로스 훈련을 꾸준히 했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반복 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얼리 크로스도 하고 동료가 볼을 밀어주면 달려가서 크로스를 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나도 현역 시절 정규 훈련이 끝나면 몇몇 동료와 남아서 별도로 연습을 했다. 내가 크로스를 올려주면 동료가 골을 넣는 식으로 감각을 끌어올렸다.
03 경합
풀백은 포지션 특성상 상대 공격수와 부딪힐 일이 많다. 그래서 파울도 자주 범한다. 사실 파울도 경기의 일부분이지만 되도록 피해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영리하게 경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능적으로 경합을 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오범석은 발에 포인트를 뒀다.
오범석의 경합 노하우
풀백은 상대와 경합할 일이 많다. 부딪힘이 많기 때문에 파울도 발생할 수 있다. 영리하게 맞붙어야 우리 팀이 유리한 흐름을 가져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발이다. 경합 상황에서는 상대방 공격수와 내 발이 동시에 공에 닿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축구선수들의 은어로 ‘쪽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때 세게 차려고 발을 들게 되면 그 볼은 이미 상대방에게로 넘어간다. 순식간에 수비라인이 뚫리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이 공에 닿을 때 들지 말고 그대로 대고 있는 것이 좋다. 계속 대고 있어야 경합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자주 하다 보면 감이 올라온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TIP
풀백은 다른 포지션보다 폭발적으로 많이 뛰어야 한다. 또한 경기를 풀어야 하는 시작점에 있기도 하다. 수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비와 공격을 빠른 시간 안에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렇기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없다. 풀백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하자.
나는 개인적으로 풀백이라면 중거리 슈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마무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훈련을 할 때 조금 더 집중해서 해야 한다. 질 높은 마무리 크로스는 골과도 연관될 수 있다. 풀백이 하는 크로스나 슈팅, 패스 등이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확도를 높이는데 집중하자. 이러한 요소들이 잘 갖춰진다면 좋은 풀백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8월호 ‘SKILL’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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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기희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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