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내공, 유세미, 비즈니스북스, 2021, 15-18쪽.
누구에게나 호감 주는 사람의 태도
첫인상이 좋은 사람은 살아가는 데 있어 대단한 무기를 장착한 셈이다. "참 호감형이야."라는 말을 듣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끌리는 사람, 호감 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의 이미지는 태도와 말을 통해서 전달된다. 이 두 가지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강력한 동기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혹은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이 좋은 인상을 주는지, 어떻게 말해야 호감으로 자신을 무장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큰 무기를 얻는 것과 같다.
이 책을 쓸 때의 일이다. 노트북을 들고 시내의 한 카페를 찾았다. 마침 밸런타인데이라 젊은 연인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큰 테이블 한쪽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연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툼이 시작됐다. 남자친구가 친한 여자 후배랑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 원인이었다.
“왜 걔랑 찍은 사진을 올려? 어떻게 그래?”
“아, 그만 좀 해. 너는 안 그랬냐? 내가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이후 남지 정확하게 작년부터 올해까지 몇 월 며칠에 여자친구가 남자와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는지 읊어댔다.
여자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남자친구가 과거 잘못했던 일을 하나하나 들춰냈다. 듣다 보니 묘하게 빠져든다. 법정 드라마가 따로 없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잊은 채 한참을 귀 기울이다가 문득 드는 생각. ‘어쩜 이렇게 상대의 잘못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짚어낼까’
남의 실수는 기억하지 않는다
남이 잘못한 일에 대해 지나치게 원망하거나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은 연인뿐 아니라 어떤 관계에서도 독이 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남의 실수를 얼른 툭 털어버리는 기술이 남다르다. 그렇게 해야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걸 아는 영민함이 있다.
“왜 저래?” “이해가 안 되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닌 건 아난 거지!”
남이 잘못한 것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서 한방에 쏟아붓거나 따지는 사람에게는 있던 호감도 사라진다.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기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상대에게 관대한 마음을 가지면 관계도 유연해진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다
타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조건 상대를 어려워하거나 과도한 예의를 차리는 것과 다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출연자인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에게서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들은 동갑내기이고 방송과 영화에 함께 출연하며 오랜 시간 우정을 쌓은 사이다. 하지만 친하다고 해서 서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너’나 ‘야’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물론, 반말을 할 때도 예의를 갖춘다. 서로를 위해 건강한 거리를 지키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누군가를 존중하는 태도는 습관과 같아서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수년 전 한 배우가 발레파킹 기사에게 공손히 머리를 숙인 채 두 손으로 비용을 건네는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렇듯 타인에 대한 존중은 누구를 대하든, 어디에서나, 무심코 나온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건성건성 대하지 않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진심으로 타인을 위하는 태도
사람은 타인의 진심을 읽을 때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있는 척, 아는 척 잘난 척 등 가짜는 자기 자신은 만족시킬지 몰라도 타인의 마음을 끌어당기지는 못한다. 몇 해 전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다 옆 차를 긁어버렸다. 차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말하자, 한 중년 남자가 잠옷 바람에 코트만 걸친 채 나타났다. 미안한 마음에 쩔쩔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험 처리를 하든가 현금으로 배상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큰 사고 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새벽에 폐를 끼친 사람에게 보상 요구는커녕 비난 한마디 없었다. 짧은 말에서 비
아냥이 아니라 걱정이 느껴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진심이 잊히지 않는 것을 보면 진심의 수명은 대단히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