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春分, vernal equinox: 3월21·22일)
춘분일 시점부터 낮이 더 길어지며
일조량 늘어나고 온도가 올라가니
추위는 속박을 풀고 난춘지절 맞는다
매화는 흰빛으로 마을을 장식하고
산수유 노랑으로 산기슭 물들이니
새들은 노랫소리로 온 누리를 채운다
날씨가 따뜻하니 태양을 찬미하라
생명들 부활하니 섭리에 경배하라
새봄이 다시 왔으니 모두 나와 반겨라
춘분일 시점부터 낮이 더 길어지며
일조량 늘어나고 온도가 올라가니
추위는 속박을 풀고 난춘지절 맞는다
매화는 흰빛으로 마을을 장식하고
산수유 노랑으로 산기슭 물들이니
새들은 노랫소리로 온 누리를 채운다
날씨가 따뜻하니 태양을 찬미하라
생명들 부활하니 섭리에 경배하라
새봄이 다시 왔으니 모두 나와 반겨라
경칩 다음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온다. 황도 상에서 태양은 적도를 사이에 두고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동지에 남회귀선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춘분에 적도 위에 위치하게 되고 이때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춘분에 황도에서 태양이 위치한 지점을 황경의 원점으로 삼기 때문에 춘분의 황경은 0도다. 이후 태양이 계속 북상함에 따라 밤은 더 짧아지고 낮은 더 길어져 태양이 북회귀선에 이르는 하지에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아졌다가 태양이 다시 남하하는 하지 이후부터 다시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태양이 적도에 이르는 추분에 또 한 번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낮이 밤보다 더 긴 빛의 계절이 춘분에 시작되어 추분까지 간다. 절기력으로는 입추부터 입하 전날까지를 봄으로 치지만, 천문학적으로는 춘분부터 하지 전날까지를 봄으로 친다.
춘분은 대지에 생명이 돌아오고 만물이 약동하는 재생 또는 부활의 시기로 생명체가 겨울의 추위와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때다.
춘분이다 / 햇살의 입자는 가늘게 세포분열하고 / 바람은 날개 밑에 숨겼던 칼을 버렸다”[이정란, <비탈과 골짜기 사이> 중에서].
춘분이다 / 햇살의 입자는 가늘게 세포분열하고 / 바람은 날개 밑에 숨겼던 칼을 버렸다”[이정란, <비탈과 골짜기 사이> 중에서].
추운 북쪽지방에서도 “추위는 춘분까지”라고 했다. 일 년 중 춘분에서부터 약 20여 일이 기온상승이 가장 큰 때다. 그래서 한 시인은 춘분을 “일 년 중 / 태양의 손길이 가장 / 자상해지는 날”[이병금, <춘분제(春分祭)> 중에서]이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난다는 극락왕생(極樂往生)의 시기로 삼았다. 예수의 부활을 기리는 기독교의 부활절(춘분 뒤의 첫 만월 다음에 오는 일요일)의 영어명인 Easter는 새로운 삶과 다산을 상징하는 고대 색슨족의 여신의 이름이자 춘분이라는 뜻도 가진 에오스타(Eostar)가 그 어원이다. 세계적으로 춘분은 대지에 온기가 되살아남과 생명의 부활을 확인하고 이를 축하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 무렵 남쪽에서 철새인 제비가 날아온다. 또 이 무렵에 남부지방과 일부 중부지방에서는 갯버들, 생강나무, 산수유, 매실나무, 개나리, 목련, 버드나무 등이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이때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의 늘어진 실가지에도 잎보다 먼저 연초록의 꽃들이 피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연한 잎이 난 듯이 보인다. 또 남부지방에서는 늘푸른떨기나무인 서향(또는 천리향)이 홍자색 꽃들을 둥글게 모아 피우는데 강한 향기를 풍긴다. 춘분 때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는 데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난춘지절(暖春之節)이어서 남녀의 춘정도 이 무렵부터 발동한다. 그래서 이성교 시인은 “춘분은 / 해와 / 달이 / 입 맞추는 날.”[이성교, <춘분> 중에서]이라고 한 것일까.
기온 상승으로 인해 춘분이 일 년 중 농부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고 실제로 농부들의 손길도 매우 분주해진다. 그래서 이때를 두고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고 했듯이, 동아시아에서는 이때를 농경일로 삼고 씨앗을 뿌리는 등 모든 농부가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했다. 춘분 때에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거나 “꽃샘바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때 반드시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도리어 춘분을 전후해서 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쌀쌀한 바람이 많이 불어 어촌에서는 출어를 삼가는 때이기도 하다.
이 무렵부터 자연에서 나물의 본격적인 채취가 가능하다. 춘분 이전부터도 일부 봄나물의 채취가 가능하나 본격적인 채취는 역시 춘분 무렵부터 5월까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냉이, 달래, 쑥, 청보리, 민들레, 질경이, 쑥부쟁이, 돌나물, 돌미나리, 씀바귀, 고들빼기, 원추리 등의 들나물과 참나물, 당귀, 더덕, 고사리, 고비, 참취와 곰취를 비롯한 취나물 류, 삽주, 두릅 등의 산나물이 흔히 먹는 봄나물이다.
봄나물은 과거에는 굶주린 배를 채우고 영양실조로 생긴 부황을 해결하는 구황 식물로, 지금은 봄의 미각을 돋우는 맛좋은 별미의 영양 식물로 우리에게 친근하다. 그래서 나물 타령도 생겼을 것이다.
한 푼 두 푼 돈나물, 줄까 말까 달래나물, 입 맞추어 쪽나물, 잔치집에 취나물, 시집살이 씀바귀, 안주나 보게 도라지, 동동 말아 고비나물, 어영꾸부렁 활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한 푼 두 푼 돈나물, 줄까 말까 달래나물, 입 맞추어 쪽나물, 잔치집에 취나물, 시집살이 씀바귀, 안주나 보게 도라지, 동동 말아 고비나물, 어영꾸부렁 활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부산의 봄나물축제가 춘분 어간에 열린다. 그러나 강원도, 경상북도, 경기도 등의 산촌에서 열리는 산나물축제는 대체로 5월 초순이나 중순에 열린다. 경기도 양구읍의 곰취 축제는 대체로 5월 15일 전후로 열린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농촌체험마을인 <양평 생태산촌마을>에서는 매년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산나물채취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늘날은 일부 봄나물들을 온실에서 작물로 재배하기 때문에 제철이 아니라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제철에 자연에서 난 것과 그 향과 맛을 비교할 수는 없다.
충남 무창포의 주꾸미?도다리축제 그리고 서천의 동백꽃?주꾸미축제가 춘분 어간에 개최된다. 흔히 쭈꾸미로 불리는 주꾸미는 3월에서 5월까지가 제철이다. 같은 낙지과에 속하면서도 낙지보다 피로 회복과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타우린 성분이 훨씬 많은 데다 철분도 풍부하여 빈혈에도 좋은 주꾸미는 이 시기에 산란을 앞두고 알이 꽉 차고 영양분이 풍부하며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그 영향성분에 비해 지방과 당분의 함량은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처럼, 도다리는 산란기인 겨울철을 지나 지방함량이 적고 살이 차오르는 3-4월에 가장 맛이 좋은데 이 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결정하는 지방산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도다리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주로 회로 먹지만, 쑥국으로도 일품이다. 봄 도다리는 뼈째 썰어 살의 고소하고 연한 맛과 함께 씹히는 맛을 즐긴다. 가을 전어는 기름기가 많아 된장에 찍어먹어야 제 맛이 나지만, 봄 도다리는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먹어야 제 맛이 난다. 도다리는 흰 살 생선으로 미역이나 쑥을 넣고 국을 끓이면 시원한 국물이 많이 우러나와 그 맛이 일품이다. 거제도 성포와 충무의 봄 도다리 쑥국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