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제100회.조선 후기―영·정조 시대가 조선 후기 르네상스였다고요?

조선 후기―영·정조 시대가 조선 후기 르네상스였다고요?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조선시대 최악의 시기를 거쳐 조선 후기를 빠르게 훑어보겠습니다.일본과 청나라에 연이어 펀치를 맞은 조선은 수많은 인명 피해와 농토의 축소가 국고 감소로 이어지고 도공들의 집단 납치로 인해 도자기 생산도 중단되어 광해군 시절 명나라에서 온 사신을 접대할 때 깨진 그릇에 음식을 제공할 정도로 피폐해지지만, 유교 철학은 더욱 사회를 장악하게 됩니다.- 우리 역사 최대의 비극, 경신대기근비록 효종은 북벌을 꿈꿨다고는 하나, 당시 명나라를 집어삼킨 청나라를 이긴다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 될 뿐이었지요. 게다가 아들 현종 치세 기간에는 상복을 1년 입을지 3년 입을지 다투는 예송논쟁 같은 쓸데 없는 논쟁이 이어졌는데, 교과서에 안 실려서 그렇지 이때가 조선의 최대 위기였습니다. 우리 민족 5000년 역사 중 최대 비극이라는 ‘경신대기근’ 참사가 벌어졌거든요. 처음 들어보신다고요?경신대기근은 1670년 경술년과 1671년 신해년 2년에 걸친 대가뭄이었는데, 완전 자연재해 종합세트였다지요. 지진, 우박, 가뭄, 홍수, 메뚜기떼 습격, 태풍, 전염병, 구제역….이 대기근의 원인은 당시 지구가 잠시 소빙하기를 맞아 평균기온이 1도 정도 낮아진 것인데, 최근 밝혀진 바로는 유럽 백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대학살 하면서 경작지가 황폐해져 발생한 것이었대요.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당시 유럽에서는 신이 노한 결과라며 르네상스로 위축되었던 교회가 대대적으로 마녀사냥을 전개하는 단초를 제공했으며, 아시아에서는 각 나라마다 대가뭄으로 큰 피해를 본 시기였습니다.당시 실록 기록에는 길에는 죽은 시체가 쌓였는데 치울 사람이 없었고, 먹을 게 없자 남편이 아내를 잡아먹고, 서로 자식을 맞바꿔 잡아먹는 참사가 펼쳐졌다고 나옵니다. 심지어 병조판서 김좌명 등 재상급 신하 10여 명까지 사망할 정도로 어찌나 참혹했던지, 살아남았던 노인들은 “임진왜란, 병자호란보다 더한 지옥”이라고 절규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1671년 말 현종에게 상황을 보고하면서 사망자가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지요. 이후 이 참사는 숙종 시절인 1695년 을병대기근으로 이어지는데, 이 두 차례 대기근을 통해 총 300만 명이 아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당시 조선 인구가 1000만 명이 채 안 되었다고 하니, 중세 유럽의 페스트와 맞먹는 대재앙이었지요.이 대기근은 조선 사회 체계를 변화시킵니다. 먹을 것이 없자 소작농들이 땅을 버리고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구휼미를 나눠주는 한양으로 몰려가면서 성 바깥 마포, 용산 등지에 거대한 촌락이 형성되어 이 일대가 평양을 제치고 제2의 도시가 될 정도로 기존의 농촌 사회가 서서히 해체되고 신분제가 약화됩니다. 또한 산으로 도망간 이들은 활빈당이란 이름을 내건 도적떼가 되어 양반가를 털러 다녔는데, 이때 유명했던 실존인물이 장길산이지요. 또한 양반가 역시 탈출한 노비들을 잡기 위해 추노를 활용하지만, 결국 순조 대에 이르러서는 공노비는 계약제 신분으로 바뀌게 됩니다.농사에서는 조정이 평민 간 재산 격차 확대를 우려해 공식적으로 금지한 모내기법이 몰래 전역으로 확산됩니다. 모내기는 쌀 수확량을 늘릴 수 있지만, 가뭄 등 이상 기후가 닥치면 오히려 농사를 망칠 우려가 높아 나라에서 반대했는데, 대기근을 겪은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젠 국가의 명령이 농민들에게 씨도 안 먹히게 된 것이죠. 이처럼 숙종 대 이후 조선 후기에 민간 경제가 활성화되어 영·정조 르네상스라 불리게 된 것은, 위정자가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백성들이 자구책으로 새로운 자유경제 체제를 만들어 간 이유가 큽니다.또한 추위에 대응하고자 온돌이 확산되면서 온돌을 못 까는 2층집이 사라지고 나무꾼이란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지만, 산은 점점 민둥산으로 변해 가면서 자연재해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카리스마 숙종의 시대당시 이처럼 각종 재해로 그로기 상태였던 조선은 숙종 이후 안정세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흔히 사극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장희빈 때문에 숙종이 치맛자락에 휘둘린 유약한 왕인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 숙종은 조선 왕 중 가장 신하들을 후려잡은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여서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이용해 서인과 남인 정권을 갈아치우며 신하들을 휘어잡은 군주입니다. 또한 임진왜란 직후 명나라의 요구로 만들었고, 선조에게 절을 하도록 강요했던 관왕묘도 잘 써먹습니다. 숙종은 관왕묘를 수시로 참배하며 유비에게 충성을 다한 관우처럼 본인에게 충성하도록 강요하는 데 요긴하게 써먹지요. 이 방식은 이후 고종도 즐겨 활용했다고 합니다.하지만 본처 인현왕후와는 후사가 없어 첫 번째 아들인 장희빈의 아들을 세자로 삼지만, 장희빈이 사사되면서 장희빈을 지지하던 남인과 더불어 아들(경종)의 지위가 위태로워집니다. 각종 드라마나 야사에서는 장희빈이 사약을 받기 전 “죽기 전에 아들 한 번만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해 당시 14세이던 세자가 어머니 앞에 갔더니 “전주 이씨의 씨를 말리겠다.”며 세자의 중요 부위를 잡아당겨 불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하지만, 이는 완전 가리지날입니다. 〈조선왕조실록〉 및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생모가 사약을 받던 그때 세자는 법적 어머니가 된 인현왕후의 빈소를 지키고 있었기에 사약 받는 현장에 가지 못했거든요.그후 숙종 말기 대리청정을 지나 경종이 등극하나 비대한 몸에 원래 건강이 안 좋았고 이미 반대파인 노론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노론은 아직 왕이 젊었음에도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의 아들인 영잉군(영조)을 세제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경종이 재위 4년 만에 사망하면서 영조의 시대가 열립니다.- 영·정조 시대 르네상스의 본질우리는 흔히 영·정조 시대를 조선 후기 르네상스 시대라고 부릅니다. 민간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사회 경제가 튼튼해졌으며, 실학 등 실사구시 학풍이 일어나 15세기 세종 때처럼 조선이 또 한 번 부흥했다고 하지요.하지만 이는 절반은 가리지날입니다. 분명 조선 후기시대 중 영조와 정조 시대는 가장 문화가 융성하고 경제가 활성화된 시기인 것이 맞지만, 실제로는 18세기 동아시아는 사상 유례없는 대융성시대였는데, 한·중·일 3국 중 조선이 가장 발전이 느렸어요. 게다가 경제력 등 국력에서도 결코 15세기 세종 대를 넘어서지 못합니다.영조는 즉위 당시부터 십여 년 이상 ‘이인좌의 난’ 등 각종 반란에 시달리게 됩니다. 영조는, 경종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간장게장과 감을 같이 먹여 독살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권력에서 밀려난 남인과 소론 등이 이를 문제 삼아 반란을 계속 일으켜 혼란스러운 정국이었고, 본인에게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습니다.이에 모든 당파를 다 골고루 중용한다는 탕평책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실세는 노론의 차지였지요. 또한 왕후는 아들을 못 낳고 후궁 정빈 이씨에게서 첫아들 효장세자를 낳았지만 이마저도 열 살에 사망했고, 당시로선 아주 늦은 나이인 42세에 후궁 영빈 이씨에게서 낳은 아들을 사도세자로 책봉하지만, 영조는 세자가 너무 뚱뚱하고 못생긴 데다가 공부도 안 한다고 미워하기 시작합니다.헐~, 영화 ‘사도’에 나온 유아인은 미스 캐스팅이었단 거네요.실제 《승정원일기》에서 사도세자는 어릴 적부터 체격이 크고 식탐이 강하고 무예를 즐기는 무인 스타일이었다고 나오는데, 본인처럼 철저한 유학 군주가 되길 강요하는 아버지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미치고 말지요. 이에 결국 영조는 왕조의 유지를 위해 스물일곱 살 젊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게 하는데, 이는 세손이 워낙 뛰어났기에 후계 구도가 변경되어도 무방하다고 믿은 영조의 결단이었습니다. 그후 영조는 세손의 승계 정통성 문제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세손을 큰아버지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시켜 왕위를 잇게 만듭니다. 하지만 기나긴 영조의 치세 중 민간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습니다.이후 정조가 즉위하면서 여러 사회 경제적 성장이 확연해지지만 그의 치세는 너무 짧았습니다.정조는 세종처럼 문화 군주가 되고자 노력했고, 서얼과 많은 실학자를 정치에 등용했지만, 결코 실학은 고고한 주자학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사회적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숙종 때부터 상평통보를 유통하는 등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조선 초기부터 육의전 상인들에게 독점 권리를 주던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1791년에는 개인의 상업 활동을 보장하는 신해통공 정책을 발표합니다. 또한 정조 본인도 말년까지 새로운 동전 제조 및 유통을 고민하지만, 결국 물물거래 수준이던 조선 유통 경제의 업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 재정 역시 열악했습니다. 실제로 조선 후기 들어 상업 및 광업 등이 발달하면서 조직화되었다고는 하나, 사극 드라마에서 나오는 거대 상단은 등장하지 않았고, 한양 등 일부 도시에서만 예전보다 활성화된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고종 대에 외국과의 거래를 자유화한 개항 당시에도, 전체 인구 대비 상공업 인구 비중은 여전히 중국, 일본에 비해 매우 낮아 농업 중심의 물물 교환 경제가 주류였기에 빠른 속도로 중국과 일본 상인들에게 유통망을 장악당합니다.또한 우리는 흔히 정조가 즉위 후,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폭탄 발언을 한 뒤 아버지를 죽게 만든 신하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이를 실현하지 못한 채 노론에게 독살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듣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주장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다음 문장이 “그렇지만, 나는 효장세자를 이어받도록 선대 왕이 명하셨고 예는 엄격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나, 인정도 또한 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이어집니다.즉, 비록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지만 영조께서 효장세자의 아들로 만드셨으니 그 뜻을 지켜야 한다고 한 것이고, 사도세자의 복수를 하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 사도세자 복권 논의를 하지 말라는 현실 인정과 정국 안정을 천명한 것이었지요.또한 2009년에 정조와 대립각에 섰던 노론 수장 심환지와 오고간 편지 묶음이 발견되는데, 그 문구 중에 ‘우리 노론 벽파’와 같은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본인은 노론 벽파와 같은 편임을 드러냅니다. 실제로도 사약을 받고 죽은 노론의 거두 송시열을 복권하고 송자라 추켜세운 이도 정조였지요. 즉, 겉으로는 심환지와 서로 대립하는 구도였지만, 그 이면에는 사전에 조율하고 본인의 병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정치 동반자 관계였음이 드러나 정조의 독살설 역시 힘을 잃었습니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실학자들이 청나라를 통해 접한 서학이 점차 종교적 성격을 띠면서 남인과 소론 등 주류에서 밀려난 양반 계층과 일부 궁중 여인들도 천주학을 받아들이자 유학 중심의 기존 질서를 해친다며, 말년에는 문체반정, 서체반정을 주도하는 등, 조선의 근본적인 변화에는 반대하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그렇게나마 잠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던 조선은 정조가 죽은 후 정순왕후와 외척 안동 김씨, 이후 풍양 조씨 등 60여 년간의 세도정치로 인해 최악의 19세기를 맞게 됩니다.아참.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는 정조 어진 그림은 상상도예요. 왠지 어디가 좀 아프고 소심해 보이는 인상으로 보이지만, 실제 기록에 따르면, 정조도 뚱뚱했고 술을 엄청 마시던 무인 스타일의 호탕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뚱보 사도세자였고, 이 체형은 세종대왕 때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지라….반면 당시 중국 청나라는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150여 년간(1661~1796), 중국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립니다. 몽골, 신장, 위구르, 티베트 등 북방과 서방으로 영토를 확장하여 지금의 중국 및 몽골 영토 전체를 차지해 명나라 때보다 3배 가까이 영토가 늘어났고, 사회 체계가 안정되고 세금 징수가 공정해지면서 인구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해 18세기 말엽에 이미 인구가 4억 명을 넘기게 되지요.이 같은 청나라의 발전을 본 일부 조선 지식인들이 큰 충격을 받게 되니, 저들의 성공비결을 배우자는 북학파가 형성되고 주자학의 공상에서 벗어나 실사구시의 유학으로 바꿔야 한다는 실학파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들은 청나라 문물을 통해 접한 서학으로 주자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발전을 꿈꾸었지만, 이들 실학자를 등용했던 정조마저 말년에 이를 반대한 데 이어 정순왕후의 수렴청정 시기부터는 천주교와 실학에 대한 박해가 이어지면서 조선의 자주적 개혁은 초반부터 꺾여버립니다.이때 바다 건너 일본은 도쿠가와 가문의 에도 막부 통치가 절정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본래 에도 막부는 각 지방 영주, 다이묘의 자식을 막부가 있는 에도(지금의 도쿄)로 불러들이고 정기적으로 방문케 하는 일종의 인질 정책을 통해 지방 반란을 막고자 했지요.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 토호 세력이 강했던 신라시대의 상수리제도, 고려의 기인제도와 동일합니다. 이처럼 항상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 일본 순으로 사회 제도가 뒤따라갔었는데,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조선의 중앙집권제도를 따라잡게 됩니다.어쨌거나 이 같은 정책으로 에도와 각 지방 다이묘들을 잇는 교통 요지마다 오사카, 교토, 나고야, 에도, 센다이 등 도시가 발달하면서 숙박시설, 가부키 극장, 상점 거리 등 근대적 도시로 변모하지요. 또 은과 구리, 도자기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되면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각 지방마다 부를 축적했는데, 도쿠가와 막부는 조선통신사를 초청해 지방 영주들의 재산을 소진하게 합니다.우리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에 대해 일본 막부가 우수한 조선 선진 문물을 배우기 위해 굽신굽신 허리 숙여 초청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에도 막부의 힘이 강해 새 쇼군이 등극하면 조선에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조공 사절단이 오던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두 모순되는 주장은 다 오리지날입니다. 즉 조선과 일본 모두 각자 자기에게 유리하게 선전한 것이고, 서로 그것이 정권의 우월성을 나타내주는 징표였기에 알면서 짜고 친 겁니다. 그래서 1607년 새로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막부가 요청하고 대마도주가 중간에서 조율하여 첫 조선통신사 500명을 파견할 때 이런 식으로 협상이 진행됩니다.----------일본 막부: “조선 형님, 부탁이 있다니뽄. 새 쇼군이 취임하시는데 사절단 좀 보내주쇼파렴치.”조선 조정: “옹야. 임진년 일을 생각하면 괘씸타만 도쿠가와 가문은 출정하지 않았으니 함 박수치러 가줄게조선.”일본 막부: “땡큐고자이마스~. 그런데 하나만 더 부탁이 있다도쿠가와.”조선 조정: “뭔데? 아 하사품 좀 많이 챙겨서 와 달라고? 암 동생네 가는데 그 정도 쯤이야대국. 돈워리 비해피.”일본 막부: “숙식비 등은 우리가 전액 부담할 터이니 새 쇼군 취임 축하차 조공하러 왔다고 생쑈할 때 눈감아 달라에도.”조선 조정: “처지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쇼체면. 우리도 오랑캐 나라에 선진문화 한 수 가르치러 간다고 할게쎔쌤.”----------이처럼 정권 유지 및 지방 다이묘의 경제력 손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도쿠가와 막부는, 반 년도 넘게 걸리는 조선통신사의 방문 때 해당 다이묘가 자기네 봉토 내에서의 숙식을 다 제공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다이묘의 연간 소득 절반을 소진하도록 만들었어요. 물론 이를 통해 임진왜란 이후 중국과의 직접 교류가 막힌 상황에서 대륙의 선진 문물도 받아들인 효과도 보았고요.하지만 정조가 돌아가신 후 1801년의 마지막 조선통신사는 대마도까지만 방문하고 본토 방문은 거절당해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더이상 일본은 조선에 통신사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던 조선의 세계 인식과 달리, 매년 네덜란드 상선단 대표로부터 전 세계 현황을 브리핑 받던 일본 막부는 이제 더이상 조선과 중국에서 배울 것이 없고 자신들이 더 발전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실제로 조선통신사로 다녀온 조상님들의 저서에서도 초기에는 우월한 자세로 깔보는 내용이 많았지만, 후대로 갈수록 섬나라 오랑캐의 발전에 깜짝 놀라며 경계하는 내용이 늘어납니다.그후 실제로 조선과 청나라가 19세기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사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화와 중앙집권체제 수립에 성공한 일본은 1875년 최신형 서양식 군함 운요호를 앞세우고 강화도 앞바다에 등장하니, 조선왕조의 멸망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