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고수와의 Dinne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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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를 위한 마음을 늘 기준으로 삼았죠
서울고 총동창회 뉴스레터 16호(2018. 5. 09)
김정일(34회, 55세) SBS 선임아나운서(부장)
이달의 ‘동문고수와의 디너타임’은 아나운서편이다. 총동창회가 초청한 동문고수는 34회 김정일 SBS선임아나운서(부장)이다. 우리학교 총동창회행사를 비롯해 동문행사의 단골사회자인 김동문은 그래서 동문들 사이에 지명도가 높다. 최근 총동창회가 발행하는 서울인 및 뉴스레터의 차기 편집인을 맡았다.
패널로는 서울고 방송반원과 아나운서 지망생인 서울고 재학생 후배가 참여했다. 이날 디너타임좌담은 모교 방송실에서 했고, 총동창회가 제공한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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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김기헌, 허정우, 이영호, 김정일(34회), 김재준, 양새일, 이필재 편집인
· 참석자: 김정일(34회) SBS 선임아나운서(부장)
김기헌(71회·3학년·방송반아나운서)
김재준(3학년·방송반PD·국장)
양새일(71회·3학년·방송반PD·부국장)
허정우(2학년·기자, 아나운서지망생)
이영호(2학년·방송반)
· 참석자: 서정욱(37회·편집위원회간사)
김병우(49회·편집위원)
· 진행·정리: 이필재(29회, 편집인)
· 일시 / 장소: 2018. 3. 30.
저녁6시 / 모교방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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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취자에게 편한 방송, 그러면서 동시에 공정한 언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SBS선임아나운서는 “방송의 주인은 시·청취자”라고 말했다.
“아나운서로서 내로라하는 광고주에게 불리한 뉴스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스포츠경기 중계도중 선수와 심판, 더그아웃에 앉은 감독을 비판할 때도 있어요. 당사자가 처한 입장을 제대로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쓴 소리를 합니다. 참 어려운 일이죠. 그럴 때면 시·청취자를 위하는 마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어떻게 해서 아나운서가 되셨습니까?
“서울고 시절과 중학교 때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읽으면 선생님들이 ‘또박또박 잘 읽고 목소리도 좋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칭찬이 중요합니다. 변성이 되기 전인 중학교 땐 심지어 ‘소리가 예쁘다’고 하셨어요. 대학시절 성적이 안 좋았는데 언론사는 대기업과 달리 학교성적이 안 좋아도 지원할 수 있었죠. 국어, 영어, 종합교양(상식) 세 과목 시험만 잘 치르면 됐습니다. 그래서 방송국에 아나운서로 지원을 했죠.”
+언제 직업적인 만족감을 느끼시나요? 아나운서가 되면 좋은 점이 뭔가요?
"시·청취자에게서 좋은 반응을 접할 때입니다. 특히 타깃 오디언스의 반응이 좋으면 기뻐요. 언론사는 학교와 달리 칭찬에 인색합니다. 잘한 건 그냥 넘어가고 못하면 질책을 듣죠. 우리 국가대표팀 이이기는 A매치를 중계할 때도 정말 신나요."
그는 그러나 가장 기뻤던 건 1996년 우리학교 개교50주년행사의 사회를 맡았을 때라고 말했다.
“잠실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아나운서로서 모교의 큰 행사의 사회를 본다는 건 참 감격스런 일이죠.”
통합적 사고훈련 쌓으라
+아나운서가 되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되나요? 아나운서에게 필요한 자질이 뭔가요?
“통합적 사고를 하는 훈련을 스스로 쌓아야 합니다. 사물과 현상의 어느 한 면만 보지 말라는 거죠. 또 깊게는 아니더라도 넓게 많이 아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보도, 교양, 오락, 스포츠 등 아나운서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어요. 만일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계발하고 축구든 야구든 선호종목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야 합니다. 방송과 뉴스의 원고도 글 인만큼 글쓰기 능력도 키워야죠.”
+용모도 중요하지 않나요?
"혐오감을 주는 인상이 아니면서, 친근한 이미지면 됩니다. 사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이고 저마다 달라요. 그러나 좋은 발음은 필수적이죠. 잘 읽어야 하고, 긴 호흡으로 길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쫄지않으려면담력도필요하지않나요?
“담력과는 상관없습니다. 외향적인 사람보다 내성적인 사람이 오히려 비상의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는지도 몰라요. 숫기가 없다든지 낯가림이 심하다든지 또는 여성 앞에서 말을 잘못하는 사람도 아나운서는 잘 할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로서 하는 직업적인 말하기는 이런 것들과는 다른 말하기이기 때문이죠. 순발력이라든가 애드리브도 연습을 통해 강화할 수 있어요. 저의 경우 창 밖을 내다보고 지나는 행인들의 모습을 혼자 말로 중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서울고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사랑의 매’를 자주 드시던 그 시절에도 거의 맞아본 적이 없어요. 유일하게 교복에 합창반 배지를 달았다고 몇 대 쥐어 박힌 적이 있습니다만. 선생님마다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달랐는데, 합창반 배지를 다는 게 규정위반은 아니었어요. 합창반 활동은 참 열심히 했습니다. 가을에 열리던 경희 예술제가 다가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노래연습을 더 열심히 했죠. 이날만큼은 여학생들이 자유롭게 교정에 들어와 예술제를 구경했거든요.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했고, 그때부터 행사에 참여해 노래를 많이 불렀습니다. 학과공부는 그렇게 열심히 한 거 같지 않아요.”
김동문은 경희시대와 서초시대를 각각 절반씩 겪었다고 말했다. 경희궁 교정은 아름다웠고 서초동캠퍼스는 최고의 시설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초동의 나선형계단은 당시 거의 국내 최초로 만들어졌고, 건물을 연결하는 복도는 비를 맞지 않고 다닐 수 있었죠.”
+그 시절에 무엇을 배우셨나요? 무얼 얻었습니까?
“‘어디 가서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라’는 우리학교 모토입니다. 그 덕에 소홀히 하기 쉬운 일, 허드레 일도 책임감을 갖고 하게 됐죠. ‘이름을 네바다에 휘날릴 젊은이’라는 교가 가사도 지평이 넓은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문화적 편견, 인종적 편견, 성에 대한 편견 등 대체로 편견이 심한 데 이런 편견의 벽을 비교적 쌓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서울고는 나에게 ○○이다’라고 할 때 ○○를 무슨 말로 채우고 싶나요?
“‘자랑이다.’선배들이 자랑스러웠고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좋은 학교를 졸업하는 것에 그치면 안되죠. 자랑스러운 모교에 걸맞게 저는 무엇인가 되고 싶었습니다.”
+‘김정일의 인생사용설명서’라는 게 있다면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게 됐을까 참 감사한 일이다’ 하고 스스로 마음을 먹어요. 학창시절에 부모나 선생님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기웃거리지 말고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해보세요. 만나는 사람들을 성의 있게 최선을 다해 대하세요.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양 옆, 옆에 있는 이웃과 친구들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생문장’이 뭔가요?
“더불어 사는 삶을 살자. 먼저 손 내밀고 내가 좀 희생하는 것도 해보면 괜찮습니다.”
+젊은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요?
“팩트(fact)와 투르스(truth)를 구분해 세상을 파악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이나 언론매체를 통해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한 사실과 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일반시민으로서의 언어생활에 대해 전문가로서 나름의 조언을 주시죠.
“언어도 유행에 대한 강박증들이 있는 거 같아요. 언어의 사회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국적불명의 신조어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시대에 뒤처지는 거 아닙니다.”
그는 살아오면서 내린 가장 중요한 결단으로 감리교 신학대학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것을 꼽았다. 북한학 석사인 그는 신대원 졸업 후 언젠가 북한과 관련한 일이나 농어촌 관련활동을 하는 꿈을 꾼다. 은퇴 후 그런 분야에서 남은 에너지를 쏟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2막설계도이다.
이날 디너타임 좌담엔 모교29회 방송반 아나운서출신으로, 진행을 맡은 이필재편집인과 동기인 김동희·장동은·전부일 동문이 옵저버로 참석했다. 이들은 역시 방송반 출신인 총동창회 박주원 부회장(25회)·윤재갑(27회)·이영호(29회)동문과 함께 마련한 금일봉을 방송반 후배들에게 전달했다.
아나운서 및 기자지망생인 패널 하정우군은 이필재편집인의 동문 멘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