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보수등급제 여전히 ‘시기상조?!’
“30년 동안 근무했지만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사회 이슈가 되면서 현재 국가기관ㆍ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이하 국지청경)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드높아지고 있다.
국지청경은 1960년대 당시 부족한 국가경찰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기관 및 지자체 등에 배치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일반기업 등에도 청경이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초기 공무원신분이었던 그들이 하루아침에 공무원증을 빼앗기고 비정규직으로 좌천된 것이다.
국지청경은 10,500여명으로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경찰공무원법을 준용하는 청경은 66조 1항에 의거 단체행동과 교섭권, 노조결성 등이 금지되어 있어 처우개선을 위해 지금껏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법을 준용하고 공무원연금을 타는 그들이 청원경찰법 제19조에 의거 실질적으로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에 현직 청경들은 “여러모로 공무원이라는 굴레 속에 가둬두면서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의 사정을 알아준 것일까. 2005년 6월 임시국회에서 경찰청, 행정자치부, 국회의원 등이 모여 의원입법발의를 통해 당시 열악했던 국지청경들의 처우를 공무원신분으로 개선해보자는 의도로 명예퇴직 및 휴직 제도를 신설하기까지 많은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올해로 30여 년 간 청경에 몸담아온 청목회(청원경찰친목협의회) 이원옥 회장은 “내가 지금 이렇게 노력해도 나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없다. 하지만 한평생을 이 일에 종사하면서 많은 후배들에게 나와 같은 부당함을 당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어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며 연말 퇴직을 앞두고 신분을 회복하고 싶은 속내를 밝혔다.
이 회장은 “오랜 동안 쫓아다니면서 얻어낸 것이 공무원연금, 가족수당 학자금, 성과급, 대민활동비 등이다. 이도 인심 쓰듯이 예외규정으로 포함시켜주어 일반 공무원에 비하면 1년6개월 정도 손해보고 있는 것”이라며 토로했다.
현재 청목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등급제’이다. 청경의 보수는 처음 임용에서 퇴직까지 경찰관 순경에 준하는 보수를 받고 있어 초기에는 유사직종에 비해 약간 많은 것이 사실이나 장기근무를 할 경우 진급을 하는 타 직종에 비해 낮아져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계급은 그대로 두고 보수만 높여주는 일명 보수등급제이다.
처음 발표한 등급제는 3단계(순경, 경장, 경사 기준 봉급지급)였으나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1~15년은 순경, 16년 이상은 경장기준 봉급지급이라는 2단계의 안을 경찰청에서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 진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경찰청 경비과 문상규 경위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당정협의를 거쳐 청목회의 요구를 받아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획예산처에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우선 수당을 통해 보전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청목회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일단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기업, 사기업 등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과 국지청경의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청목회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도 국지청경이 수당에 있어서 보상받고 있다. 만일 이원화로 차별화를 둘 경우 비슷한 일을 하는 타 직종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청목회 황인옥 총무는 “현재 이원화 되어 있지 않아 국지청경들의 처우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관계기관에서도 청경의 수가 많아 1만 명을 일시에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총무는 “세상 천지에 우리 같은 직업도 없을 것이다. 처음 임용되고 나면 인사이동이나 진급이 전혀 없이 고여 있는 썩은 물이나 마찬가지다. 정해진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일 뿐, 발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몇 안 된다”며 “계속 이대로 머물다가는 일에 대한 전문성마저 상실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말을 했다.
전국의 국지청경은 각 기관의 잡다한 일을 도맡아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자신들의 자리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위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 그들이다.
앞으로 어떠한 혜택이 그들에게 주어질지 또는 그렇지 않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 국지청경들이 일하고 노력하는 만큼의 처우개선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댓글 힘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