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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우이동 북한산행 결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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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개요 |
❍ 일 시 : 2019. 12. 14(토) 10:30 ~ 15:30
❍ 구 간 : 우이동 -> 진달래능선 -> 대동문 -> 용암문 -> 도선사 -> 우이동(원점회귀)
❍ 거리 및 소요시간 : 약 9.1Km, 3시간 44분
❍ 날 씨 : 파란 하늘과 약간의 추위(-2도 ~ 6도)
❍ 동 행 인 : 서울교통공사산악회장 황상훈 및 가족 등 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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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하자마자 바로 오르막입니다.
주중에 지하철로 출퇴근 할 때는 짙은 먼지와 사람 냄새, 소음으로 힘들게 지냅니다. 그러다가 산에 오면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향긋한 흙냄새가 어찌나 좋은지요. 전날 내려준 비 덕분에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풍은 다 지고 앙상한 가시를 드러낸 나뭇가지에 바싹 마른 빨래 같은 이파리가 건등건등 붙어 있습니다. 푸른 사철나무들 속에 마른 잎의 색도, 흙길에 깔린 낙엽도 지난 가을을 추억해 줍니다. 짧은 오르막을 지나니 파란 하늘 아래 우이봉과 멀리 오봉도 보입니다. 사실 누군가 옆에서 '저게 우이봉이고, 저게 오봉이다' 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풍광입니다.
오랜만에 정기산행에 오신 박홍표 위원장님과 함께 걷습니다.
직능은 다르지만 지난 삼년간 함께 했던 좋은 기억들이 서로를 푸근하게 느끼도록 해주네요. 산에 대한 사랑과 해박한 지식은 제가 아는 한 서울교통공사에서 독보적이라 생각 됩니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는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들이면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모처럼 선두로 걷고 있습니다.
선두에 걸으니 기계인들과 함께 하게 되네요.
오랜 시간 요가를 해온 저는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뒷모습에서 골격의 틀어짐이나, 걸음걸이가 반듯한지를 관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몸의 가로축인 골반과 어깨, 세로축인 경추에서 꼬리뼈까지 이어지는 척추, 정수리의 방향을 보면 대부분 나이와 비례해서 틀어지고 굽어져 있기 마련이죠. 나이 든 사람들의 몸이 많이 틀어지는 것은 중력의 영향도 있지만 틀어지고 긴장된 몸은 마음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몸이 중력에 맞춰 서 있고 유연하면 마음도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산을 많이 타신 분들은 관절에 이상이 없는 한, 약간 굽은 어깨에 반듯한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산 좀 탔구나 하는 아우라도 풍깁니다. 이런 분위기는 긴 시간 산에 다니면서 만들어졌겠지요. 마치 도 닦은 도인들 처럼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얼굴에서 빛이 납니다. 주위를 환하고 밝게 해주는 힘이 있는 빛이죠. 억지로 화장하거나 꾸며진 표정에서는 나올 수 없습니다. 인생을 낙관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아름다움입니다. 우리 산악회도 이런 빛을 뿜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한 시간 정도 올라, 선두팀들과 가볍게 간식을 먹고 쉬었어요. 파란 하늘이 지붕이 되고, 거친 화강암이 의자가 되어 줍니다. 방금 쪄 낸 듯 뜨끈한 달걀에 살짝 소금을 찍어 한입 오물거리다 목이 막히면 과즙이 줄줄 흐르는 상큼한 오렌지로 입가심합니다. 코 끝 쟁한 겨울 날씨가 밑반찬이 되어 주었어요.
북한산에는 16개의 성문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대동문 앞입니다. 대동문 앞에서 후미에서 올라오는 분들을 기다리며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어 봅니다. 등산하면서 찍는 사진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여행이나 특별한 날, 기념하고 싶을 때 사진을 찍고 싶어 합니다. 산을 오르는 날은 특별한 날이거나 작은 여행이 되는 것이죠.
대동문에서 용암문까지는 평지 같은 산길입니다.
가뿐 숨도 고르고 차가운 겨울 공기도 느끼며 순순히 걸었습니다. 용암문부터 도선사까지는 하산길입니다. 돌길이 많아서 무릎이 좋지 않은 분들은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도선사는 고 육영수 여사께서 자주 다니던 절인데 육 여사를 위해 박정희 대통령이 우이동에서 도선사까지 아스팔트를 깔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절에는 두 분의 영정사진이 크게 걸려있습니다. 예전에 가본 경험이 있어 굳이 들리지 않고 바로 하산합니다. 도선사부터 우이동 버스 정류소 까지는 가파른 아스팔트 길인데 걷기 쉽도록 나무 데크를 만들었네요.
14:30 뒷풀이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식사 중이셨어요.
서둘러 앉아 바글바글 끓고 있는 두부 전골에 바삭한 빈대떡 부침과 막걸리 한 잔 들이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개근하신 분들에게 감사상을 드리고 그외 회원님들께 가벼운 경품과 기념품 지급으로 훈훈한 송년 행사를 진행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신년을 새롭게 보낼 약속을 하면서 2019년을 정리해 봅니다.
만약 한해가 가는지 오는지,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르게 바삐 살고 있다면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된겁니다.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지난 내 인생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인생도 계획해 봅시다. 근심 걱정은 멀리 치워둡니다. 여력이 된다면 주변 사람들도 애정을 가지고 돌아봅니다. 한해가 저무는 이 시점이 제게는 일몰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불타는 회한의 빛을 파란 하늘에 뿌리며, 마지막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애착을 남기고 지평선으로 넘어가기 아쉬워 하는 태양처럼, 제 마음도 아쉬움과 집착으로 끓어오르니까요.
새해에는 부디 후회와 집착으로 부터 멀어지길, 모든 생명에게 복이 있길, 세상 모든 일들이 신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 오랜만에 쓰다 보니 잘 안 써지네요. 운영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리딩의 이상엽 대장님, 후미의 허석열 대장님 두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연말이라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는 못 했지만, 앞으로는 후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런 동호회가 명맥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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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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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간만에 예뿐글 읽어 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당~~^^
추카추카..축하드립니다..^^
간만에 양념이 강하지 않은 맛깔스런 산행후기를 주셨습니다. ^^
오^^
글을 읽다보면 구름위를 산책하는 것 같아요~~^^
2019년 한해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승진 축하드립니다 ~~^^
@강승현 감사합니다 부장님..^^
한해 기분좋게 마무리하셨네요~
저랑 관계없는 일인지라.. 이제봤네요.. 축하드립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글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오랜만에 산행 즐거웟습니다..
올해는 더욱 많이 다녀야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