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리틀야구의 현주소 (영남일보)
전용훈련장 없어 이곳저곳서 ‘메뚜기 훈련’… 그래도 희망홈런
한국리틀야구가 지난달 열린 2014월드시리즈에서 미국 대표팀을 꺾고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리틀야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야구가 아이의 인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모가 직접 나서 입단을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한 번 모집할 때마다 신청자가 몰려 입단을 대기해야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리틀야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자 대구시에서도 가칭 ‘달구벌기 전국 초청 리틀(주니어)야구대회’ 창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내년 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최대 40개 팀을 초청,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 전용구장이 7곳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지역의 리틀야구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실수할 때면 서로 격려하고…좋은 플레이 나오면 함께 환호... 나이 어리지만 인성부터 배워... 대회 가능한 구장 대구에 3곳...
강변학생구장에만 인조 잔디 나머지는 기본 시설도 못갖춰...지자체 부족한 지원도 아쉬워...대구시에선 야구 열기에 부응
달구벌기 전국대회 창설 준비...
◆리틀야구와 인성 간의 관계
월드시리즈에서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맹활약한 황재영군(12)은 지난 1일 우승기념 미디어데이에서 “LA다저스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를 가장 존경한다”며 그 이유로 커쇼의 성실함과 겸손함,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많이 돕는 점을 꼽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중1학년이면 스타의 화려한 경력과 외모, 운동 스타일 등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 마련인데 황군은 ‘커쇼의 인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준결승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팀은 태극마크가 새겨진 한국 유니폼을 입은 채 한국을 응원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어느 한·일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 광경에 사람들은 아이들의 순박한 마음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야구의 어떤 긍정적인 힘이 이런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 남천둔치 수성리틀전용구장에서는 제1회 수성구청장기 대구·경북리틀야구대회가 열렸다. 비록 나이 어린 학생들이지만 투구·타격·수비 등 모든 면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실수할 때에는 서로 격려하고,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함께 환호하는 모습이 짠한 감동을 주었다.
이호경 대구 수성구리틀야구단장은 “고학년은 저학년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저학년은 고학년에 대한 예의가 몸에 자연히 배게 된다”며 “단체종목 특성상 팀워크가 중요하므로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인성이 저절로 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리틀팀의 투수를 맡고 있는 배준탁군(노변중 1년)은 “일단 스포츠를 공통분모로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좋다. 없던 형도 생기고 동생도 생긴다. 야구는 특히 협동심을 키워주는 것 같다”며 야구예찬론을 폈다.
야구단에 자녀를 맡긴 부모들은 야구의 장점으로 인내심·사회성·리더십의 함양과 집중력 향상 등을 꼽았다. 또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발산하다보니 몸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도 좋아지고,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배군의 어머니 권정희씨(47)는 “아이가 처음엔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야구단에 입단하고부터는 교우관계 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며 “경기 때 매우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이 학업 집중력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는 외동아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권씨는 “요즘 외동이 많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야구라는 팀 스포츠를 통해 형제애가 생기고 사회성도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틀야구의 아픈 현실
대구에는 리틀야구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가 라이온즈구장·강변학생구장·수성리틀구장 세 군데가 있다. 하지만 이들 구장에는 1개 면밖에 없어 한 곳에서 대회를 치를 수 없다. 거리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 3개 구장에 각 팀이 흩어져 따로따로 경기를 하고 있는 것.
더욱이 세 곳 중 두 곳은 맨땅이다. 강변학생구장에만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관중석 등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을 뿐이다. 다른 두 곳은 하천 부지여서 더그아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학부모들이 풀을 베는 등 주변을 정리해야 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클럽 대부분이 전용 훈련장을 갖추지 못해 연습할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로 떠돌아 다니는 소위 ‘메뚜기 훈련’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전용구장을 갖고 있는 팀은 라이온즈리틀과 수성구리틀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팀은 주말에 초·중학교 운동장을 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나 학교 측에서 대여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동장을 빌려 쓰고 있는 경우에도 다른 행사가 있으면 훈련을 쉬거나 다른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리틀야구연맹 대구·경북지부 나영조 사무국장은 “지역 팀 중 절반 이상이 전용 연습구장이 없다. 학교 운동장을 빌려 쓰려고 해도 학교 측에서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청장 등 단체장이 적극 나서주면 훈련장 구하는 문제도 쉽게 해결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단장 역시 “대구 정도 규모의 도시라면 구별로 전용구장이 1개는 있어야 한다”며 “어린 학생이 유권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구청장 등 상당수 선출직 단체장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리틀팀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시·군·구 생활체육회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팀은 21개 중 7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회비 등으로 빠듯한 운영을 하고 있다. 시립구단으로 운영할 만큼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 리틀팀 등과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경기도 화성시는 더 나아가 2017년까지 모두 6개 면의 전용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정홍원 국무총리가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대표팀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지자체도 발빠른 대응이 필요해졌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째 중단된 프로야구 삼성과 리틀야구팀 간의 교류가 재개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비시즌 중에 이승엽 같은 스타들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교류행사를 가진다면 아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대구·경북 21개 팀 600여명 활동…열정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어
■ 리틀야구팀 현황과 입단 절차
한국리틀야구연맹에 등록된 팀은 모두 158개(3천50명)이며 연간 950경기를 치른다. 중2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가입할 수 있는 주니어팀은 32개가 등록돼 있고, 연간 260경기를 치른다.
◆대구·경북 리틀야구팀 현황
대구·경북지부에 등록된 팀은 21개(대구12·경북 9)로 600여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인구 비율로 따져도 서울(23개), 경기(37개), 부산·경남(25개)에 못지않은 팀 수를 보유할 만큼 리틀야구가 활성화되어 있다. 지역별로는 대구 북구가 4개로 가장 많다. 이들은 3~11월 주말리그 외에도 7개의 별도 지역 대회를 치른다. 각 팀은 전국대회에 3회 이상 의무적으로 출전해야 한다.
중2부터는 주니어팀으로 옮겨 역시 취미반으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다. 대구·경북 주니어팀은 모두 8개가 있다.
서울·경기·부산·인천의 경우는 80%가 선수반을 운영하고 있다. 즉 주중에도 방과후 훈련을 한다. 그러나 대구·경북 리틀팀 대부분은 방학을 제외하고는 훈련과 대회를 주말에만 실시해 학습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를 지향하는 학교 운동부와 달리, 주중엔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만큼은 마음껏 뛰놀게 하자는 취지가 강한 것.
나영조 사무국장은 “처음엔 야구 선수가 되려고 입단했다가 차츰 야구 즐기는 법을 배워가게 된다”며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동호회 등을 통해 평생 야구를 즐기는 진정한 야구인으로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 남구리틀 등 4개 팀은 주중 1~2회 훈련을 더 하는 정규반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매년 재능 있는 학생 15명 정도가 엘리트, 즉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을 가고 있다.
◆입단하려면
리틀야구단은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누구에게나 문호가 개방돼 있다. 물론 공던지기·달리기·스윙 등 테스트를 거치지만 가장 중요한 입단 기준은 열정이다. 초등 4∼5학년이 가장 적합한 연령이다.
월 10만원 정도 회비가 있으며, 유니폼·글러브·야구화 등 장비는 개인이 구입해야 한다. 공과 배트 등 단체장비는 팀이나 KBO에서 지원해 준다.
지역별로 가입 제한도 없다. 대구 중구 학생이 수성구리틀팀에 지원할 수 있고, 대구 수성구 학생이 경산리틀팀에 지원할 수도 있다. 실제 경남 합천에 거주하는 학생이 대구 남구리틀팀에 입단한 사례가 있다.
변종현기자 byeonjh@yeongnam.com
▨문의= 한국리틀야구연맹 대구·경부지부(대구 남구 대명6동 608-17). 010-2503-4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