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지난 수십년동안 장비업체들은 실로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우드와 아이언을 개발해 왔습니다.(골프만큼 장비에 민감한 스포츠가 또 있을까요? 아마 자동차 레이싱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만..)
첨단 소재를 사용하고 무게를 경량화 시켰으며 헤드를 크게 하고, 디자인을 <골퍼 친화적> 인 것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이 같은 막대한 투자가 낳은 결과는 <보다 관용적이며 거리를 증가시킨 것>, 그리고 일부 성공적인 업체들은 투자비를 회수하고도 남을 정도의 돈을 벌았다는 것입니다.
골프장에 나가서 수많은 카트에 매어져 있는 골프백들을 보면, 대개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드라이버와 우드, 그리고 아이언 셋트들로 무장된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대체로 유행의 트렌드에 따라 골프 클럽들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퍼터를 한번 보면, 골퍼들이 가지고 있는 퍼터들의 모양은 천차만별입니다. 다 른 클럽들은 최신 경향의 제품들을 쓰고 있는 골퍼라 할지라도 퍼터는 십수년이 되어 다 닳아빠진듯한 오리지날 핑 퍼터를 그대로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입딱지를 떼자마자 필드로 가지고 나온듯한 최신 경향의 퍼터도 눈에 띱니다. 퍼터에 관한한 공통점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퍼터는 어떤 트렌드나 경향보다도 다양한 차이점이 존대한다> 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퍼 터는 현대 클럽 제조기술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웬만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멘탈> 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는 클럽이기 때문입니다. 몇 달전 최광수 선수가 우승할 때 사용하였던 퍼터는 불과 몇 만원짜리 창고매장에서 산 것입니다. 반면 타이거 우즈는 수천불 짜리 스카티 캐머룬을 사용하고 있으며, 비제이 싱과 버나드 랑어는 이미 1,000 개에 육박하는 퍼터를 교환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특정 디자인의 퍼터가 다른 디자인에 비해 일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없다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퍼팅이 그 어떤 것보다 멘탈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의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골프샾에서 퍼터를 고를 때 어떤 것을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일반적인 아마추어의 경우, 새로운 퍼터를 사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1. 어느날부터 갑자기 퍼팅이 안된다 2. 어떤 방법을 써도 잘 안된다 3. 결국 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4. 골프샾에 간다 5. 퍼팅 진열장으로 조심스레 다가간다 6. 괜찮아 보이는 퍼터 한 개를 골라든다 7. 눈치 보며 퍼팅 매트로 간다 8. 볼 몇 개를 쳐 본다 9. 5-8 까지의 과정을 퍼터를 바꾸어 몇번 반복한다 10. 맨 마지막에 치고 있는 퍼터, 볼이 잘 떨어져 준다 11. 그때 골프샾 직원이 다가온다 (프로인듯 하다) 12. 그 퍼터가 당신에게 잘 맞는듯하다고 얘기해 준다 13. 몇번 더 쳐본다. 아까보단 잘 안떨어져 주어도 왠지 좋은 것 같다 14. 신용카드를 건네준다. (그리고 드라이버보다는 훨씬 싸다며 자위한다)
대개 이러한 경로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것은 아주 과정을 단순화한 것입니다만 요즘은 골퍼들이 상당히 분석적이 되어서 이것 저것 물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골프샾에 있는 프로 만일 그 프로가 지극히 상업적이라면 여러분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원하는 퍼터보다 가장 마진이 높은 퍼터를 들고 집으로 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여간해서는 의 말에 스스로 수긍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경로가 아니라면, 여러분은 주변의 로우 핸디캐퍼나 퍼팅을 아주 잘하는 친구의 권유에 의해 특정 브랜드를 사기도 하고, 정보에 밝은 분일 경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사기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의 퍼터를 사기도 합니다. 그 어떤 형태가 된다 할지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직접 쳐 보고, 그것이 어떤 측면에서이건 마음에 드는 과정을 (또는 마음에 든다고 착각하는 과정) 거쳐서 구매하게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퍼터는 수십가지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그 이유는 멘탈한 측면 때문에 어떠한 디자인도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립니다.
그 런데, 퍼터를 고를 때 골퍼의 디자인적 취향이 중요한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그 이유는 멘탈한 측면 때문이지만, 그 못지 않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퍼터의 형태에 따른 기술적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오늘의 초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퍼터의 디자인에서 오는 기술적 차이는 왜 존재할까요?
그 것은 골퍼의 신장이나 퍼팅 셋업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이것을 무시하지 않고 잘 고려하여 퍼터를 선택한다면, 장비 측면으로만 볼때는 극대의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준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의 고려 사항을 머리에 잘 넣어 두시기 바랍니다.
<퍼터를 고를 때 자신의 셋업과 신장, 그리고 기호상의 고려 사항>
1. 퍼터의 라이각
퍼터의 라이각은 퍼터를 땅에 대고 어드레스하였을 때 퍼터의 토우 부분과 지면과의 떨어져 있는 정도로 나타납니다. 또한 그것은 골퍼의 어드레스 자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여 러분만의 어드레스 자세를 잡아 보십시오. 그리고 유사한 모양이지만 라이각이 다른 퍼터를 지면에 대어 보십시오. 라이각이 높다 (또는 upright 하다) 는 것은 퍼터 헤드를 땅에 대었을 때 퍼터의 토우 부분이 땅에서 들려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럴 경우 나타나기 쉬운 증상은 퍼터의 힐 부분이 스트로크때 뒷땅을 칠 염려가 있습니다. (이사오 아오키는 이 같은 퍼팅의 대가이지만 분명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반대로, 라이각이 낮다는 것은 (또는 flat 하다) 힐 부분이 어드레스때 들려져 있는 것입니다. 이 역시 토우 부분이 뒷땅을 칠 위험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 토우나 힐 부분이 공히 지면에 완벽하게 붙어 있는 퍼터를 골라야 합니다. 이 같은 라이각의 차이는 어디까지나 골퍼의 어드레스 자세에 기인합니다. 여기서의 철칙은, 어드레스 자세를 퍼터에 맞추어 바꾸는 것이 아닌, 여러분의 가장 자연스런 자세에 퍼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2. 퍼터의 길이
라이각보다 어쩌면 심리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퍼터의 길이입니다. 대부분의 퍼터는 32인치에서 37인치로 제조되어 있습니다. 미국인을 기준으로 하여 평균 신장의 경우 대개 34인치를 씁니다. 조금 키가 큰 골퍼는 35인치를 쓰기도 합니다. 이것이 미국에서 권장되는 숫치입니다.
따 라서 한국인 골퍼는 하향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됩니다. 레이 플로이드는 182 센티의 신장입니다. 그는 무려 41인치 짜리 퍼터를 사용합니다. 그의 신장에 비해서도 턱없이 긴 퍼터입니다. 그러나 그는 무척 업라이트한 퍼팅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잭 니클러스는 178 센티의 신장에 33인치 짜리 퍼터를 씁니다. 그 이유는 그의 잔뜩 구부린 퍼팅 자세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퍼터가 신장에 비해길 경우 골퍼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보다 더 멀리서 볼을 쳐다보는 퍼팅을 유발시킴으로써 타겟 라인의 인사이드에서 눈이 움직일 것이며, 어깨선 바깥에서 손이 움직일 것입니다. 따라서 대개의 경우 퍼팅은 우측으로 벗어나게 됩니다.
퍼터가 신장에 비해 짧을 경우엔 몸을 구부리는 경향을 강요하게 되어 눈을 타겟 라인 바깥쪽으로 움직이게 하며 손은 어깨선에서 지나치게 인사이드로 움직임으로써 적정한 보상행위를 취하지 않을 경우 퍼트는 왼쪽으로 미스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 같은 개념을 역이용하여, 평상시 숏 퍼팅을 너무 흔하게 왼쪽으로 당겨치는 골퍼의 경우 긴 퍼터를 사용하는 것이 임시 방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입니다)
3. 퍼터의 형태
퍼터의 모습은 제각기 다릅니다. 어쩌면 골퍼들이 퍼터를 고를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바로 <멘탈적 요소 안정감과 자신감> 때문입니다.
A. End-shafted blade
아 마도 이것은 가장 고전적이면서 유명한 퍼터 타입일 것입니다. 저 유명한 바비 죤스가 사용하던 Calamity Jane (Cleveland 사 제품) 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샤프트의 끝을 연결하는 부위가 맨 아래부분까지 내려와 있는, 즉 힐 부분까지 내려와 있는 모양입니다.
이것의 특징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퍼터의 특징인 힐과 토우, 그리고 뒷부분까지 무게를 배분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였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