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변태현
침상에 누워 복도 천장을 바라보며 마치 긴 터널을 지나가듯 수술실로 들어갔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듯이 별천지 세계의 시술대로 다시 내 몸이 옮겨졌다.
지난 토요일 동창회 가족여행으로 순천 선암사와 정원박물관을 가이드를 앞세워 6시간 가량 설명을 듣고 행사를 강행하여 마무리 하고 나니 피곤이 엄습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몸살처럼 온몸이 아파 감기약을 먹고 월요일 오후까지 쉬었어나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예전과 다르게 증상이 지속되었다. 산에 올라 갈 때 가슴이 답답한 것은 평소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한 터라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집사람에게 동네병원에 가보고자고 하였더니 둘째 아들을 불러 “아버지가 이상하다. 가슴을 답답해하는 것을 보니 전문병원에 가 보아야겠다. 빨리 알아보아라.” 심장전문병원을 소개받아 대기환자를 제치고 바로 심장초음파를 해보더니 “심장이 이지경이 되도록 어떻게 살았어요? 문제가 생긴 혈관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아주 위험하다면서 바로 경대병원에 조치해 놓을 테니 응급실로 가 바로 시술받으세요.” 우선 약 몇 가지를 먹고 침상에 누워있으니 의사가 “한고비는 넘어 갔으니 내일아침에 시술합시다.” 오만가지 생각으로 잠이 오질 않았다.
의사가 “손목에 마취를 하고 이곳 혈관을 통해 시술기가 들어 갈 것입니다.”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낄 때 온몸에 기분 나쁜 전율이 느껴졌다. 시술대에 있는 큰 장비는 마치 날 먹잇감 다루듯이 요리조리 심장주변을 멤 돌았다.
시술도중에 목이 타고 심장에 큰 통증이 와 저절로 크게 앓기도 하면서 2시간30분가량 시간이 흘러 끝났다. “이근희씨와 같은 증세입니다. 혈관이 찢어진 것, 좁나진 것 꽈리처럼 부풀었는 것 등 엉망이내요. 어릴 때도 심장에 문제가 있었네요.” 홍역 후유증이었구나. “ 혈관에 문제가 너무 많아 오늘은 스텐트를 3개 끼우고 일부 혈관은 응급조치를 해 놓았으니 경과를 보고 7주일 후에 다시 시술합시다.”
다른 환자는 30-40분이면 시술이 끝나고 2-3일 내로 다 퇴원하던데 억장이 무너졌다. "내 몸이 주인을 잘못만나 이렇게 고생을 하는구나." 매일 새벽이면 드라큐라 인턴, 간호사가 피 빨듯이 피를 빼는 과정, 혈관을 잘 못 찾아서 여기저기 찔러 멍든 팔, 양팔에 혈관으로 약물을 보내기 위한 주사바늘 고정삽입, 팔에 시시때때로 주사기를 찔러대는 통증, 천사의 간호사가 아니라 마귀인가? 시술한 팔 주변이 시커멓게 멍이들었다. 하루하루가 지겹게 지나갔다.
7일 후 다시 2차 시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허벅지혈관으로 시술하였다. 1시간정도에서 시술이 끝났다. “이번에도 스텐트를 하나 더 삽입하고 혈관확장 등을 추가하였습니다. 앞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혈관지혈이 덜 되어 시트를 적셨다. 헤모그로빈 수치가 너무 낮아져 남의 피까지 수혈을 받게되었다.
허벅지주변은 피멍으로 흑인같았다. 일상생활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웬지 허하고 뭘 위해 이렇게 내 몸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고 허둥되면서 살아왔는지... 늘 청년인 줄로만 착각하고 살았는데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아이들은 한번 아프고 나면 훌쩍 큰다던데 어른들은 그게 아니네.
주변에 심근경색인 것을 모르고 시간을 지체하여 목숨을 잃은 가족들이 너무 많았다. 병문안 온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너도나도 심장검사를 하겠다고 한다. 이참에 심장전도사나 한번 해볼까?
2014.6.2.
첫댓글 이 다급한 와중에 글을 올리시다니! 정신력에 존경을 표합니다. 빨리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맘 폭 넓게 가지시고 잘 지내십니다. 건강한 모습을 곧 찾으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러하시도록 기원 드립니다. 최상순드림
한 번 아프고 나면 훌쩍 자라는 아이들 못지않게 선생님의 건강도 이번 기회에 훌쩍 개선되어 건강하고 즐거운 삶 누리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남의 일 같지 않네요.고장이 나야 소중함을 알아주니 참 미련한게 사람이지요. 이제부터라도 잘 관리하면 더 건강해지실겁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주어 든든하시지요? 아자!!!힘내세요.
다행입니다. 앞으로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