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자연 교감에서 비움의 미학으로 --이태균 시집 『어름나무 하늘』 김 송 배 (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1. ‘텅 빈 영혼’과 비움(空)의 실체 현대시에서 인식의 범주(範疇)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軌跡)에서 인식하는 체험의 상상력은 시법(詩法)에서 어느 지향으로 흐르느냐, 혹은 어떤 이미지를 창출할 것인가하는 등등의 사유(思惟) 방식은 그 시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으로 발현되어서 그 시인의 인생적, 시적 진실로 승화하는 경향을 자주 대할 수가 있다. 대체로 우리 현대시의 발상이나 주제의 투영을 살펴보면 그 시인에게 내재된 정서나 사유의 향방이 정련되고 숙성하여 그의 심저(心底)에 흐르면서 어떤 외적인 사물과 접속할 때 영감(靈感)으로 섬광처럼 발화하여 작품 창작과 연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외적 사물이 우리의 오관(五官-眼耳鼻舌身)에 의해서 생기는 자극 또는 생리적인 반응 즉 감각(sensation)으로부터 발현되는 점을 간과(看過)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감각기능은 동일한 자극을 받아도 개개인의 감도(感度)나 강도(强度)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시인의 감수성은 예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성(感性-sensibility)은 이러한 감각기능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감각적 인식과 감성적 인식 작용이 시인들의 시적 발상이나 주제의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 이태균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어름나무 하늘』의 작품을 일별하면서 먼저 이와 같은 감성의 기능을 대입하는 것은 이태균 시인이 천착(穿鑿)하는 시적 대상물이 자연과 충실한 교감에서 생성했다는 결론을 접할 수가 있어서 그가 탐구하거나 추적하는 주제의 진실은 바로 자신의 삶에서 획득한 체험의 소산물이라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태균 시인은 자연과의 감응을 통해서 우리 인생의 지표를 탐색하는 고차원의 주제를 갈구하고 있는데 이는 영혼과 소통을 위한 비움의 미학을 명민(明敏)하게 현현하려는 그의 진실이 적나라하게 주제로 승화하고 있다. 황악산 꽃샘바람에 풍경소리 요상하고 큰 스님 독경에 새소리도 추락하네 새벽산사 그윽한 향내에 숨 고르는 저 숲 보소 돌 틈새 연분홍 진달래 법문소리에 더 낮춘 몸매 산 너머 아스라한 뻐꾸기 소리 극락문전에 닿으려나 지극정성 울려오고 산사길 녹음에 취해 이승저승이 어디인지 어느덧 텅 빈 영혼은 제 육신을 잊었구나. --「산사는 숨이 깊다」전문 우선 이태균 시인은 불심(佛心)이 진하게 엿보이는 산사에서 ‘풍경소리’와 ‘독경’, ‘새소리’, ‘법문소리’ 그리고 ‘뻐꾸기 소리’ 등의 청각 이미지를 추출한 후에 그는 다른 형상의 사물 즉 ‘황악산 꽃샘바람’과 ‘숨 고르는 저 숲’, ‘연분홍 진달래’, ‘극락문전’ 그리고 ‘산사길 녹음’을 시각적으로 교감하고 있다. 그는 다시 ‘새벽산사 그윽한 향내’와 ‘녹음에 취’한 후각적인 이미지로 분화함으로써 복합적인 이미저리로 작품을 구성하여 상황 전개의 시법으로 그가 창조하려는 주제의 향방(向方) ‘이승저승이 어디인지’를 찾고 있다. 그가 종내에 획득한 것은 바로 ‘텅 빈 영혼’이 ‘제 육신을 잊었’다는 비움의 미학을 완성시키고 있다. 다시 그는 작품 「갈대」중에서 ‘살아있다는 건 / 기다림의 연속이다 //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 텅 빈 하늘 향해 / 앙상한 가슴 흔들어 대는 것은 /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 눈물 다 마르도록 / 누굴 사랑한다는 것은 / 제 속 온전히 비우는 일’이라는 어조와 같이 ‘텅 빈 하늘’과 ‘제 속 온전히 비우는 일’이 대칭적으로 교감하면서 사유의 중심에는 항상 공(空)의 주제가 충만해 있다. 결코 멈춘 것 아니다 쉬고 있는 것이다 도도히 흐르던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의 강 갈대를 끌어안고 얼어 있다 울창한 숲과 골짜기 지나올 때 노래와 시, 바람과 비 욕망과 번뇌 다 놓아두고 이곳으로 옮겨와 자리 잡은 체념 흘러온 세월만큼의 무게로 길게 누워있는 강 할퀴고 찢긴 가슴으로 잠들어있다 --「겨울 강」중에서 그렇다. 이태균 시인은 그가 공에 대한 의식의 결집이 ‘욕망과 번뇌 다 놓아두고 / 이곳으로 옮겨와 자리 잡은 체념’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인식하는 관념의 핵심은 인간들이 가장 집요하게 추구하는 성찰의 메시지가 명징(明澄)하게 현현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내면에는 체념과 순응 등이 ‘세월의 강’에서 합류해서 ‘노래와 시, 바람과 비’ 등으로 순화하지만 ‘흘러온 세월만큼의 무게로’ 낡아서 지금은 ‘할퀴고 찢긴 가슴으로 잠들어있’는 형상으로 휴식(체념)의 형상화로 분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작품「풍경소리」「풍경을 읽다-이명」「낙엽 이야기」「까치밥」등에서 ‘비워진 내 공간만큼’이라는 의존명사로 그의 공의식을 확대하고 있어서 공감의 영역이 흡인(吸引)되고 있다. 2. ‘그리움’과 시간의 공시적(共時的) 향수 이태균 시인은 다시 그의 시적 시점(視點)을 ‘그리움’이라는 대명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 ‘그리움’의 원류도 그의 체험에서 인식된 자아(自我)의 세계가 내적인 심원(心願)으로 착목(着目)하여 안정적인 또 하나의 시적 진실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실어증처럼 무거워질 때 우거진 넝쿨 아래 맨발로 서 보아라 오늘도 땅거미 목젖으로 기어오면 세상 지저귀던 새 서둘러 저녁 숲으로 돌아가고 기다림에 허기진 발등을 딛고 수혈을 한 진보랏빛 꽃별들을 내걸어 다시 숨 몰아쉰다 다가올 계절을 위해 그리움으로 남겨둘 시간을 위해 넝쿨손들, 비운 가슴만큼 서로 몸 비비며 어우러져 닫힌 문 다 내려놓고 있다 허공에 살을 섞고 있다. --「어름나무 하늘을 품다」전문 이태균 시인은 시적인 정점을 ‘그리움으로 남겨둘 시간’에서 멈추고 있다. 이 작품은 이 시집의 표제시가 되기도 하는데 그가 설정한 ‘어름나무’는 야생식물로서 그 열매가 익으면 단맛을 내고 잎과 줄기는 항암과 이뇨의 치료 약용으로 쓰이는 식물이다. 그런데 그가 이 희귀한 식물에서 서정성을 부여하고 ‘살아온 날’에서 응시(凝視)한 ‘기다림에 허기진 발등’과 ‘진보랏빛 꽃별들’의 언어를 수집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부드러운 잎사귀(‘넝쿨손들’)에서 그가 주제로 투영하고자 하는 ‘어름나무 하늘’을 우러르면서 ‘비운 가슴만큼 서로 몸 비비며 어우러져 / 닫힌 문 다 내려놓고 있다 / 허공에 살을 섞고 있다.’는 공(空)의식에 대한 내적인 ‘그리움’으로 승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쩍소쩍 소쩍새 속절없이 우는 날은 6월 가뭄에 밭이랑 터지고 물동이 이고 보릿고개 넘어오시다 베적삼에 땀 훔치던 어머니 생각에 가슴앓이 한다 소쩍소쩍 메아리 따라 더 막막해지는 추억들 저 앞산 솔밭에 울음 깊이만큼 짙어 가는 그늘 더 말라 가는 태양. --「소쩍새 연가― 6월에」전문 그의 그리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머니 생각에 가슴앓이’하는 또 하나의 명제가 그에게 깊숙이 노스탈자로 남아 있다. 그는 ‘소쩍소쩍 / 메아리 따라 더 막막해지는 추억들’ 속에는 이 그리움이 바로 ‘어머니’와 소통하고 있어서 더욱 정감을 고조(高彫)시키고 있다. 이러한 향수는 옛 고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6월 가뭄’과 ‘보릿고개’, ‘베적삼’ 등의 외적인 현상들이 ‘어머니’와 동시에 연상(聯想)하면서 더욱 사모곡(思母曲)의 중심으로 진실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이태균 시인의 어머니는 ‘어머니, 지금이 그때입니다 / 아무 생각이 나지도 / 하지 않아도 좋을 찰나의 순간 / 아! 이 순간이 좋습니다 / 텅 비어진 우주 / 범아일여.(「비오는 삼천포」중에서)’라거나 ‘아, 문득 / 시간의 뒤란을 서성이는 / 어머니와 그리운 사람 생각에 / 갈잎 타는 냄새 더 깊고(「시월에」중에서)’라는 등의 사모곡은 계속 된다. 이와 같은 사모곡의 그리움은 작품 「모정」「된장국」「쑥국」등에서 그가 진실로 절감(節減)하는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넘치는 그리움의 전형이 그의 심정에서 시적 진실로 현현되고 있다. 이태균 시인은 이처럼 소쩍새가 울면 어머니에게로 향하고 다시 ‘뻐꾸기 우는 날’에는 어버지가 그리웁다. ‘살아생전 아버지 술내음처럼 / 그리운 적막감이다 //이승이 찰라 일망정 / 부여잡는 저 구름 //뻐꾸기 두 눈에 / 들어앉은 내 가슴.(「뻐꾸기 우는 날」중에서)’의 어조와 같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절정을 이룬다. 그는 작품「아버지의 등-내고향 7월」전문에서 ‘내 고향 산천이 / 포도 향으로 짙어 오면 // 외양간 지붕위 / 하얀 달빛이 / 옛 이야기 꽃으로 / 벙그는 사이 // 두엄내 나는 긴 밭둑을 / 밑줄 긋듯 더듬어 보고 // 아버지 등 굽은 날들 / 고단한 밤을 건너서 / 돌담위에 / 익모초 같은 / 진한 문장으로 쌓이는.’이라는 어조가 우리들의 심정을 안온하게 하면서 고향과 아버지와의 동일성의 서정 양식으로 전개하는 시법은 공감을 더욱 깊이 있게 흡인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연서정에서 공시적으로 생성하는 그리움의 이미지는 대체로 서정적인 흐름 속에서 안정된 정서 구현을 위한 어조로 많이 현현되고 있는데 작품 「찔레꽃」중에서 ‘시리도록 아픈 그리움 있는지 / 애절함이 병 되어 / 몸뚱어리 가시 돋아’ 또는 작품 「하늘꽃 수채화」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아 / 봄이 간다 / 그리움을 앓는다’라는 절절한 그리움을 분사(噴射)하고 있다. 3. 날고 싶은 성취와 기원의식 이태균 시인은 많은 성취의 기원을 내포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소원이 있고 희망이 있는데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일찍이 소크라데스는 우리는 자기의 무지(無知)함을 스스로 알아야 하며, 이럼으로써 우리는 지혜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고 마침내는 거리에 나아가 모든 사람들과 문답(問答)함으로써 그들 자신이 무지함을 스스로 깨닫게 하였다는 논지와 같이 우리는 자신(자아)을 통찰하면서 삶과 거기에 부수하는 진리가 무엇인가를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는 작품 「고성산 단상 · 2」중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날 / 소리 없이 그대를 찾는 답니다’ 그리고 ‘어느새 맑게 비워진 영혼 / 당신마저 잊습니다.’라는 어조로 자신을 알기 위한 시적 노력이 명민하게 발현되고 있다. 이태균 시인도 이러한 현실적인 고뇌가 있다. 이것이 갈등으로 발현한다. 우리 시인들은 현실과 이상에 관해서 많은 번민을 거쳐서 절망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지향점을 탐구하는 자성의 길을 통한 소망의 의지를 분사하게 된다. 나지막한 산자락에 갈잎 냄새 더 진하고 송정 오솔길을 휘잡아 돌아보면 굴참나무 그늘에도 구석구석 정여울이다 산기슭 채석장 옆 외로운 폐가에는 온 종일 말 없는 햇빛 산비둘기와 놀고 있고 팔각정 발아래 가물 되는 감천甘川 뜰이 구름인 듯 무릉인 듯 혼을 적신 날개처럼 가붓하게 날고 싶다. --「고성산 단상 · 1」전문 이태균 시인은 ‘고성산(김천시에 소재)’에서 그가 소망하는 것은 원대한 이상을 향한 비상(飛翔)이다. 이러한 기원 의식은 대체로 살아온 인생(혹은 삶)을 회상하면서 인식하게 되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여과(濾過)된 인생론이 무엇인가를 재확인하게 된다. 이 확인(또는 발견)하는 과정에서 성찰을 통한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새롭게 창출하거나 재편성하는 기원의식으로 변하게 된다. 그는 이처럼 이상과 괴리(乖離)된 현실을 탈피하고자 ‘혼을 적신 날개처럼 / 가붓하게 날고 싶다’는 것이 그가 실현해야 할 시적인 진실이며 기필코 성취해야 할 인생의 과제인 것이다. 그의 시법은 지극히 서정적이다. 자연을 조망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순응하고 유유자적한 감응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어서 시적 정감이 안온하게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가을 녘엔 너를 꼭 안아 주고 싶다 가는 허리에 목이 긴 스산한 날에도 맨살 내놓고 연분홍 한복에 버선발로 서 있는 작은 바람에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어떤 세풍에도 오히려 꺾이지 않는 너를 갖고 싶다 --「코스모스 . 1」중에서 여기에서도 그는 ‘.....싶다’라는 보조형용사를 통해서 그의 간절한 기구(祈求)의 염원을 현현시키고 있다. 그는 ‘가을 녘엔 / 너를 꼭 안아 주고 싶다’거나 ‘어떤 세풍에도 오히려 꺾이지 않는 / 너를 갖고 싶다’는 어조가 그의 간절한 희구(希求)의 이미지로 발현하고 있다. 이태균 시인은 ‘고성산’에서는 시각적으로 외적(外的)인 사물이미지를, 여기 ‘코스모스’에서는 ‘가을’이라는 시간성과 융합하는 내적(內的)인 관념이미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공감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작품 「고향 4월」중에서 ‘아늑한 어둠의 광야에 한 줄기 빛처럼 / 아직 깨면 안 되는 꿈을 보듬고 // 진달래 볼그레한 수줍음으로 피는 / 아쉬운 봄을 잡아 두고 싶다’는 기원으로 ‘내 영혼’과 ‘생명’에 대한 염원을 적시하고 있으며 작품 「바람이고 싶다」중에서도 ‘오히려, 있는 자체도 의식하지 않는 /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갈 수 있는 / 가식도 가짐도 없는 // 그런, 바람이고 싶다.’는 그의 기원의식은 그의 인생의 가치관이 가미된 진실의 일단이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4. 자연 교감의 서정적 시법의 정수(精髓) 이태균 시인에게서 감지할 수 있는 시법은 그의 뇌리에 착목하는 모든 시적 제재가 만유(萬有)의 자연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특성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작품들은 그가 천착하는 비움의 미학이나 그리움과 시간성의 조화 그리고 절실한 기원의식이 모두 자연 현상을 배제할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감응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 시간과 융합할 때 생성하는 섭리의 형상들이 이태균 시인의 시야에 접수되면 그 미감(美感)은 충만되고 이미지는 투여되어 작품이 창조되는 특성을 알 수 있다. 초록단장 옅어질까 연이틀 오던 봄비 아침안개 까치소리에 조바심으로 멎고 남쪽 그립던 훈풍으로 붉게 물오른 살구나무 젖망울 부서진 햇살 속을 살며시 속살 비집고 나온 몸을 비튼 초록 여심 오랜 터널 속에서 조용히 새벽을 연다 --「삼월」전문 이 ‘삼월’이라는 시간성은 계절이 우리 인간들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특히 여기에서 서정성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시각에서 ‘초록단장’, ‘봄비’, ‘아침안개’, ‘살구나무 젖망울’, ‘햇살’, ‘초록’. ‘터널’ 그리고 ‘새벽’을 시적 상황으로 도입하고 또 청각으로 ‘까치소리’를, 촉각으로 ‘훈풍’을 그리고 내적인 관념이미지로 ‘조바심’과 ‘여심’ 등으로 작품이 구성되어 복합적인 이미저리를 엿보게 한다. 고(故) 김준오 교수의 ‘시론’에 따르면 ‘비정적 타자성’이라는 대목에서 자연이 그 존재 근거를 신이나 인간정신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전통적인 자연관이 성립된다고 한다. 자연은 인간의 정서나 사회에 좋은 혜택을 준다는 낙관론이 가능하지만 자연과 시인의 관계가 더욱 중요시되는 것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감상적 오류라고 하는 자연의 인격화에 동화(同化-assimilation)와 투사(投射-project)의 두 원리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동화는 시인이 모든 자연을 자신 속으로 끌어와서 그것을 내적인 인격화하는 것이며 투사는 시인이 자연 속에 자신을 상상적으로 투여하는 원리인데 이 두 가지 원리가 낭만적 자연관이라고 한다. 이태균 시인은 시각, 청각 등의 감각을 동원하여 자연을 자신의 심연(深淵)으로 끌어오는 투사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시법은 작품 「어무이-봄 오는 날」중에서도 ‘어릴 적 냉이 쑥 캐던 날 그리우시면 / 유채 꽃의 노랑나비 되어 / 온 종일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라고 ‘어무이’를 자신에게로 이입(移入)시키고 있다. 그는 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전환하는 이미지의 변화가 다양하게 현현되는데 작품 봄에는 「봄비」, 여름에는「동해바다」, 가을에는「가을 산」「가을 영상」 「가을 병」「가을은」, 겨울에는 「은행나무」「겨울 대덕산」등등이 시간성과 서정적 시법을 대칭적으로 상관하고 있다. ①하얀 드레스 입은 수줍은 신부다 자신이 이미 봄인 줄도 모르고 얼어버린 긴 날들 지겨워 겨우내 참아 왔던 은밀한 몸부림은 촉촉한 밤이슬과 눈이 맞아 섣불리 처녀를 터트린다 ②사랑에 빠졌다 앞뜰 라일락 제 속살 익는 향기에 취해 보랏빛 옷자락 풀어 제낀다 이슬 젖은 가슴 그윽한 향수로 유혹한다 ③담장 한쪽에 비켜서 있어도 너의 환한 미소에 꽃샘바람도 넋을 잃네 새들도 연신 입 맞추네. 위의 작품들은 ①이「목련」②는「라일락」③은「산수유」중에서 일부를 추려왔다. 작품 소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연 현상 중에서도 봄에 피는 꽃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꽃의 이미지는 미인이거나 사랑 또는 유혹 등으로 분화하여 작품 속에서 낭만적인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이태균 시인도 외적 사물이미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 인간의 정서와 대비하는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표현과 주제의 투영이 더욱 아름답게 그리고 지적으로 안착하게 된다. 그는 ‘하얀 드레스 입은 수줍은 신부=목련’, ‘그윽한 향수로 유혹=라일락’ 그리고 ‘새들도 연신 입 맞추=산수유’라는 상징과 이미지는 그에게서 재생하는 상상력이 결론적으로 시적 창조로 연관되고 우리들은 거기에 매료(魅了)하는 그의 시법에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태균 시인은 완벽한 서정시인이다. 그의 대자연관이나 자아의 인식도 안정성을 망각하지 않는 진솔한 인간성 창조에 그의 역량을 투입시키고 있다. 시집 『어름나무 하늘』의 수록 작품 전체에서 넘치는 비움의 미학도 결론적으로 대자연과 상관성을 형성하면서 인생관과 화합하고 조화시키는 삶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그는 ‘참이란 이렇게들 말을 하지 // 너와 내가 하나 되는 범아인 삶이며 / 익어가는 가을에 물 든 줄도 모르고 / 흰 눈 오는 밤이면 마음 가는 데로 / 지구를 걸어보는 게지(「참 . 1」중에서)’라는 어조와 같이 ‘참’이라는 인간적 진실과 진리를 지향하는 순정적 시인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시집 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