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 해도 이렇게 추울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아파트는 지형이 약간
비탈진 곳에 위치해서 지하주차장을 가려면 정문아래 밑에 있지만 후문에서 볼 때는 바로 주차장 겸
현관 입구인 형국입니다. 오히려 정문보다 주민의 발걸음이 잦은 지하2층이 바로 아파트 얼굴 아닌
가 생각해서 새 단장할 계획으로 미리 지하3층 주차장부터 지난 연말연시에 에폭시 라이닝 공사를
하였습니다.
연말에 종무식도 뒤로하고 순차적으로 보수할 요량으로 한 층마다 약 1천m2 면적의 페인트 자재는
자체구입하고 인건비만 따로 계산해 주는 식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오래된 주차3층 바닥은 하드너
(콘크리트 표면강화제)로 처리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모래가 벅적거릴 정도로 허옇게 드러난 곳이
많았습니다. 그곳을 기계로 면 갈이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지하실 공기는 그대로 막혀서 마치 연막탄
을 쏜 것같이 희뿌옇게 됐고, 무심한 화재감지기는 연기로 오인한 탓이지 빽빽 경보기를 울렸던 일
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공업용 마스크를 썼다 해도 그런 악조건 속에 일하는 인부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드디어 새해 초하루에 지하3층을 마무리하니 새로울 정도로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청소를
하는 중에 바닥에 습기가 차 올라왔는지 중간 중간 기포가 생긴 것이 보입니다. 또한 겨울 날씨 탓
에 충분히 마르지 않아서 그랬는지 타이어 자국 때도 배어있습니다.
그 후 설날 연휴 지하2층 주차장 공사할 때 지하 3층 코팅을 다시 하니 한결 깨끗하게 되어 일부러
지하3층에 주차한다는 주민도 생겨났습니다. 에폭시 라이닝은 페인트를 바닥에 붓고 밀대를 사용
하여 움푹 들어간 바닥도 메꾸면서 장판처럼 두껍게 했는데, 문제는 영하 7도 내외의 날씨에 더딘
건조 시간을 줄이려고 밤새도록 온풍기를 틀어놓으니 석유 10말도 하루를 못 넘겨서 그 비용도 수
월찮게 들었습니다.
차라리 따뜻한 날씨에 공사하고 입주민의 외부 주차비용을 보조하더라도 그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애초 설날 연휴에 공사한 이유가 어쩌면 입주민들이 고향에 내려가서 주차장 비우기가 쉽
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래도 남아있는 주민 때문에 주차장을 완전히 막지 않고 공사를 절반씩 나눠
서하다 보니 공기가 하루 이틀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공사팀에게 일일이 새참과 공사물품을 챙겨줘
야 하는 번거로움만큼 입대의의 자체공사 선택은 실비로 충실하고 양호한 공사 결과가 되었다고 이
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어엿이 사업자선정지침이 있어서 따라야 하겠지만 중소규모 단지에서는 입
대의 의결을 맡아 자체공사를 해 볼만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금년 또 하나의 기억은 강추위에 수도배관 등이 동파되는 뉴스를 보면서 남의 일이려니 했는데 1월
말 지하2층 천장 배관이 갑자기 동파되어 잠시 허둥지둥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자정쯤에 터
져서 급히 오는 택시 안에서 프리액션밸브실의 급수 밸브를 잠그라고 한 게 주효해서 큰 피해는 없
었지만 바닥에 고인 물을 새벽에 땀이 날정도로 퍼 날랐습니다.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하도 강추위다 보니까 저층 발코니 배수로가 얼어서 하수가 역류된 것은 비
일비재합니다. 피해를 본 세대 거실 물도 퍼주고 전기난로로 말려주기도 했지만 어느덧 훈훈한 봄
공기가 감도는 이때 ‘유비무환’을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