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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세 번째 미얀마 여행에서 격세지감을 느끼다. 첫날
김봉길 추천 0 조회 415 18.03.03 19: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얼마 전 올린 태국여행의 후속입니다.
치앙마이 여행을 끝내고 방콕 에어 편으로 미얀마 양곤으로 날아갔습니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는 이렇게 울창한 산림지대인데 군데군데 화전이 보입니다. 아마 소수민족들이 일구놓은 듯.]


비행기는 전에 미얀마 국내여행 때 이용했던 프로펠러 여객기랑 같은 기종이더군요.
그런데 놀란 건 한 시간 남짓한 비행임에도 식사가 나온 겁니다. 그것도 제주 항공에 비할 바 없는 아주 먹을 만한 식사를 제공하더군요.


양곤 공항을 도착하고 나서 공항건물을 보고 또 한번 이 나라의 변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그땐 무척 초라한 건물이었는데 규모도 크고 비교적 현대적인 건물로 바뀌었습니다.

내가 처음 이 나라를 여행한 건 개방 전 2010년이었습니다. 그때 비자 발급받는데도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개방 후엔 2~3일이면 발급하고 절차도 인적사항과 여행계획서 정도만 제출하면 됩니다.
최근엔 E-비자도 취급하네요.

입국 시 환전을 양곤의 보조마켓 보석상들에게 해야 했는데 그건 당시에 공식적인 환전을 하려면 번거롭고 교환율도 불리한데다 또 환전장소도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방 후 두 번째 여행 때도 환전을 보조마켓에서 했지요. 그런데 이번엔 공항에서 환전했습니다. 느낌상 공항에서 해도 그다지 불리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나중 보조마켓에서 환전할 때 내 느낌이 적중했더군요. 9혼자 여행을 자주 하다보면 이런 감이 생깁니다. ^^)

공항에서 우리 일행이 5사람이나 되어 걱정되었는데 전에 없는 택시 안내소가 보입니다.
시내로 갈 일행이 5사람이 된다고 하니까 빅 택시가 있다고 조금만 더 부담하면 된다고 합니다. 20% 정도의 추가부담이라 OK 했는데 운이 좋아 괜찮은 택시기사를 만났습니다. 영어를 아주 능통하게 하더군요. 일행 중 딸아이가 가장 영어를 잘하니(10여년을 캐나다에서 살았으니 원어민 수준.) 자연스레 딸아이가 여행의 리더가 되어 기사랑 흥정을 시작했습니다. 시내 호텔까지야 요금이 정해진 거니 어쩔 수 없고 시내 투어를 해주겠다고 해서지요.
우리가 정한 일정이 양곤에서 일박 후 만달레이(1박) -> 바간(1박) -> 헤호(2박) -> 양곤 인데 양곤에서의 마지막은 거의 한나절을 보내야 해서 만달레이로 갈 때 공항까지 가는 것과 양곤의 주요 시내관광을 이 택시기사랑 함께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호텔로 가는 길이 많이 막혔는데 길에 보이는 버스는 거의 다 우리나라에서 온 버스들이라 우리나라 전국의 버스름 모두 보는 재미에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중고버스가 이 나라 시내에선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전국의 버스가 다 모인 듯.]



[호텔에서 보이는 전망. 멀리 이라와디 강이 보입니다. 몇년 전에 비해 고층건물이 많이 늘었습니다.]


호텔 도착 후 나는 일행을 독촉해서 짐만 두고는 양곤 중앙역으로 향했습니다. 그건 순환열차를 타고 양곤시내를 돌아보려는 계획 때문이었지요. 다이닝이란 곳에서 내린 후 그 시장을 돌아본 후 다음 열차 편으로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온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고풍스런 멋이 돋보이는 양곤 중앙역. 내부는 이렇게 멋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이 워낙 정체가 심해서(이것도 전에 비해 달라진 점입니다.)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당초 계획한 열차를 못타고 다음 열차를 탄 게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기차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우리나라 60년대에 봤던 동차랑 같은 것으로 아마 폐차한 걸 들여온 거 같았습니다. 그래도 전에 비해 기차가 좋아졌지요. 전에는 역에 도착하면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서행했거든요. 아마 섰다간 다시 가기 힘들 정도로 낡았기 때문이었는지?
그런데 승강구가 높아 일행 중 여자들은 올라타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플랫 홈이 낮아서 승강구가 아주 높은데다 다이닝 역은 플랫 홈도 제대로 안 만들어졌거든요.
전에는 이곳에 내리지 않고 기차 안에서만 보면서 지나갔는데 그때 꼭 내려봐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이번엔 내려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기차 안은 작은 장터랑 비슷합니다. 연신 과일 장사가 과일을 팔고 다니고 찐 옥수수 장사도 들락거렸습니다. 쌀 국수 장사는 아예 바닥에 자리 잡고 국수를 팔고 있고…….


[기차 안에서 자리잡고 쌀 국수를 파는 아주머니. 바로 앞에 과일 장사의 사과가 보입니다. 이 나라는 국토가 넓어 열대과일부터 온대과일까지 풍부합니다.]


전보다 기차 안에 이런 장사치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그땐 역무원이 무서운 존재이어선지(당시 군부독재 정부라) 기차 안에서의 역무원 위세가 대단했거든요. 외국인이라고는 나 혼자라서 역무원이 자기 옆에 앉혀놓고 특별대우(?)를 해줬는데 이번엔 역무원 역할이 검표하는 수준입니다. 많이 달라졌더군요.


[쉴새 없이 별의 별 먹을 거리를 파는 장사치들이 기차에 올라 물건을 팝니다.]
동행들은 이런 모습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나이든 사람들은 과거 우리나라 기차 안에서 홍익회 상인들이랑 행상들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충격적인 모습이긴 했지요.


[다이닝 역 안의 장. 어떻게 역 프랫 홈이 장터가 되는지 신기합니다. 폐장이라 이 정도란 거.]

 

그런데 오후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장은 거의 폐장 분위기이고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캐나다에서만 살던 딸아이는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상상 외로 더러운 모습에 충격을 받은 거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 장이 양곤사람들에겐 풍성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인 건 남아있는 노점상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었지요. 그런데 여기서 과일을 사다 좀 불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소위 바가지를 쓴 거지요. 그것도 눈뜨고 당한 건데 안 샀으면 좋았을 걸 알면서도 산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요.
내용을 설명하자면 당초 사과를 사려는데 물건 파는 아줌씨가 영어를 못해서 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한 청년이 나타나 중간에서 통역을 하면서 가격이 이상하게 달라진 겁니다. 당초 말한 거 보다 비싸다 싶었는데 그래도 국내물가 보다 싸다고 생각해선지 동행들이 그냥 산겁니다. 좀 기분이 상했지요.
그런데 더 마음 상할 일이 생깁니다. 암만 기다려도 다음 기차가 안 와 은근히 걱정이 되는데 마침내 기차가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타기에 힘들게 비집고 올라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니 사람들이 많이 내려 자리가 비네요. 그동안 서있어서 다리도 아팠기에 좋아라하고 자리에 앉았지요. 그러고 한참 가는데 주변 풍경이 영 도시 같지 않아 보이는 겁니다. 마침 검표하던 차장이 차표를 보더니 잘못 탔다고 하는 겁니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거라고요.
더 기가 막힌 건 돌아가는 기차 편이 없다는 거.
그 순간 공황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소통이 되는 차장이 나타나 다음 정거장에서 양곤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기차에서 내려 차장에게 부탁받은 청년이 버스 타는 곳으로 안내해 가는데 어느 젊은 부부가 뒤따라 와서 자기네가 안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큰 짐을 내려놓았는지 그들에게 쾌히 우리를 안내해 주길 부탁하고는 다시 기차 정류장으로 달려가더군요. 알고 보니 그 청년도 역무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미안하게시리…….
젊은 부부들은 국제구호기관에서 일하는 부부였는데 그래선지 영어를 아주 잘했습니다. 그들을 따라 버스 타는 곳까지 가는데 딸과 주고받는 내용을 들으니 양곤가는 버스가 있을지 모른다는 거네요. 속이 바작바작 탔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일행들에게 면목이 없었지요. 나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고초를 겪게 하니…….
특히 딸아이 표정을 보니 매우 화가 난 표정입니다.
다행히 그 부부는 매우 친절해서 우리가 돈이 모자라 양곤까지 못 갈까봐 약간의 돈까지 주면서 버스가 없으면 택시라도 타라고 합니다. 정말 고맙더군요. 몇 시간 전에 바가지 써서 느꼈던 이 나라 사람들에게 느꼈던 나쁜 인상이 이걸로 다 씻기는 느낌입니다.
양곤으로 직접 가는 버스 편이 없어서 그나마 버스가 끊어지기 전에 양곤 근처로 간다는 버스를 탔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서 있는데 옆 자리의 아주머니가 저를 툭툭 치면서 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합니다.
더 감동인 것은 딸아이가 어렵게 운전기사 옆에 앉게 되었는데 딸아이가 지쳐 보였는지 운전기사가 조수에게(여긴 버스 삯을 받는 조수가 따로 있습니다.) 생수를 사오게 하더니 딸아이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양곤근처인 국제공항에서 내려 시내로 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중국계 호텔이어선지 개띠 해라고 호텔 로비 중앙에 이렇게 황금 개 모형이 놓여있습니다.]


[5성급 호텔이라 상당히 시설도 좋고 깨끗합니다. 평생 처음 이런 호텔에 묵었다는 거. ^^ . 딸이 샹그릴라 호텔에 근무해서 이런 호사를 누립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3인이라 저 침대사이에 낮은 보조침대를 넣어줌.]


미얀마에서의 첫날은 이런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저녁식사는 다행히 동행이 가져온 컵라면으로 때웠고요. 좌우간 처참한 기분이었습니다. 자기 전까지 원망의 소리도 감수해야 했고…….
어땠는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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