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이래저래, 말도 참 많던 그 K군이 드디어 올라왔다.
부상없이 잘만 커준다면,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클로저로 손색이 없는 구위를 지닌 투수다.
서울고의 에이스로 드래프트 전체 1위로 당연히 '꼴찌 한화'에 지명된 그는 그리 좋아해보이지는 않았었다. ^^
아마 좀 더 상위팀에 가길 바랬을 게 분명하다. 서울 출신이니 아마도 엘지나 최소한 두산 정도였겠지..
어렸을 때부터 각종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에이스였던 선수..
나 같은 비선수 일반인도 다 아는 그런 선수였으니..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넘이다.
아마 아래부터 올라가야 하는 프로의 현실이 본인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인 지도 모른다.
입단 후 첫 훈련부터 팀 주전포수를 잘 모른다느니 하는 이상한 언어구사로(본심은 아니지만) 기자들에게 당했다.
사실은 그냥 얼굴을 모른다는 말이었는데.. 물어뜯기 좋아하는 기레기님들에겐 좋은 먹이감이었다. ㅎ
게다가 SNS에 이상한 글을 올렸다가 정말 대차게 까였다.
저거저거.. 인성이 어쩌고 저쩌고.. 싹수가 노랗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도 꼴찌팀 한화 이글스엔 '다행히도' 수베로 감독이 있다.
작년엔, 없는 살림에 그나마 하나 뽑은 미래의 선발 에이스 조차도 혹여 다칠세라 애지중지 아껴 기용하며 키워온 감독이다.
팀의 미래(아니 한국 야구의 미래)를 당장의 성적과 바꾸지 않겠다는 수베로씨는 한화팬들에겐 답답이지만 한국 야구엔 은인이다.
엘지(염갈?) 두산(승짱?) 혹은 키움(홍?)에 간 것보다는 선수 본인들 미래를 위해 다행일 거다.
백넘버 '1'의 팀 1년 선배가 160.1km/h의 광속구를 던지는 호투를 보여주고 난 다음, 수베로 감독은 그를 바로 2군으로 내렸다.
열흘짜리 말소.. 진짜 선수보호 하나는 끝내주는 감독이다. ^^
넘버 원 피처인데.. ㅎ 당장 팀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아도 한결같다. ㅎㅎ
그 대신, 바로 '그 루키'를 대신 엔트리에 올리며, 이제 시작이니 편안한 상황에만 투입하려 한다고 못을 박았더랬다.
그래서 그럴 줄 알았다. 일단은 가늘고 길게..
근데 웬걸.. 드디어 나왔는데..
뒤지다가 따라잡은 5:5.. 7회초, 터프 릴리프 상황에 투입했다.
아, 뒷목이야.. 또 어린 선수 하나 잡나 싶었다. 쟤 제구 불안한데.. 하필 이럴 때야..
그런데.. 굉장하다.
초구부터 156km/h의 속구를 꽂아넣는다.
훈련장과 2군에서 얼마나 다잡았는지.. 생각보다 날리지 않고, 제법 제구도 된다. 완전히 눌린 내야땅볼로 원아웃.
급기야는 삼진 안당하고 헛스윙 안하기로 리그 넘버원인 두산의 허경민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보냈다.
높은 볼이었지만, 풀카운트에서 하이패스트볼이 158km로 들어오자 배트가 따라나왔다. 이게 속구의 위력이다. 투아웃.
압권은 세번째 아웃을 루킹으로 잡은 건데.. 대포알 같은 강속구가 아웃코스 낮게 휘어 들어갔다. 158km! 꼼짝 못했다. 3아웃!
정말 기가 막힌 공이었다. 저런 커맨드의 패스트볼을 보는 게 아마 처음이 아닌가.. ^^
경기 후 인터뷰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는데.. 이친구가 하는 인터뷰 중에 인상깊은 부분이 있었다.
캐스터가 오늘 슬라이더 궤적이 좋았다고 했는데..
그 대답 중, 본인은 커브를 던지는 데 그게 슬라이더로 잡힌다고.. ^^
걸작이다. ㅎㅎ
140에 달하는 고속 커브라니.. 저런 속도로 브레이킹볼이 떨어지니 국내 타자 수준에선 칠 수가 없지. ㅎ
참고로 현재 KBO리그 대표 투수들의 커브는 끽해야 120-30 정도로 알고 있다.
오오타니나 사사키의 브레이킹 볼이 저런 140의 엄청난 속도로 휘어 떨어진다.
어제는 안나왔는데.. 하루 쉬게 했으니 오늘은 내보내려나..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녀석이 나왔다는 게..
그리고 다행이다. 한국 야구에.
그는.. 다들 알다시피..
한화 이글스의 수퍼루키 김서현이다.
이제 한화는 선발 문동주와 릴리프 김서현이라는 쌍두마차를 얻었다.
이들이 곧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미래다.
현재 리그 최고의 에이스는 키움의 안우진이지만, 그는 대표팀엔 선발되지 못할 거고.. 그게 본인에게도 나을 일이다.
국대로 뽑히지 않는다면 부상위험도 현저히 줄어들 테니, 본인 커리어엔 차라리 그게 더 롱런하는 길이겠지..
군대(어차피 상무겠지만) 가서 2년 적당히 던지다 오면 어깨에도 더 좋을 거다. 투수는 그게 더 좋다.
국대 에이스가 되어야 할 문동주가 안우진 만큼의 커맨드를 보여준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떨어지는 포크나 커브 장착하면 딱 좋겠는데 될 지 모르겠다.
클로저로 리그 최고는 엘지 고우석인데.. 이제 김서현과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지 흥미로운 일이다.
일단 오늘 경기에 투입될 것 같은데.. LG 강타선에도 통할 지 기대가 된다.
[김서현HL] '1군 데뷔전' 특급 신인의 강렬한 17개의 투구 | 다음스포츠 (daum.net)
p.s.
아침에 기사를 봤는데..
김서현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대한민국 신기록이라고 한다.(10구 이상 던진 것 중에)
물론 릴리프로 한 회 던진 것에 불과하니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루키가 평속 156은 굉장한 건 사실이다.
저 정도 이상은 아마 지바 롯데의 사사키 밖에 없을 거다. 야마모토도 아마 이 정도 안될 걸..
하긴 뭐 선발들과 비교할 순 없지..
다치지만 말아다오. 올해는, 작년에 팀 선배 문동주가 그랬듯.. 웬만하면 2군에서 놀아라..
첫댓글 저도 완전 놀래서 봤습니다~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마음이 갑니다 ㅎ
구속이 장난 아니라서.. 문동주는 아마 류현진 이상일 거에요. 김서현도 그렇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따면 아마 메이저는 분명히 갈 듯 해요.
저도 굉장히 멋있게 봤습니다. 저 어린 나이에 그 꿈같은 무대에 올라가서 긴장감 없이 던진다는게...굉장한 선수인거 같습니다
랜디 존슨의 오른쪽 버전 같습니다. 스리쿼터라서.. 그냥 던져도 패스트볼이 자연회전이 먹어 멋들어지게 휘어들어가니.. 제구만 되면 압권이에요.
한화팬이 아니지만.. 저 친구나 문동주 나오면 한화를 응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질주본능 저두요ㅋㅋ 저도 모르게 문동주.김서현 선수 나오면 손에 땀이 나고 한화를 응원하게 되더라구요ㅎㅎㅎㅎ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군요
한화가 맨날 꼴찌다보니 둘 다 쓸어간 것일 뿐. 한국야구의 보물입니다. ^^
문동주는 뭐랄까.. 투구폼이 예쁜데다.. 아주 얌전한 모범생에 어린왕자 이미지인데..
김서현이는, 다소 와일드하고 변칙적인 스타일에.. 좀 악동스런 이미지라.. 더 임팩트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쓰리쿼터에 어떻게 던져도 공이 이리저리 휘니.. 타자입장에선 더 무섭겠죠. ㅎㅎ
저 정도 속도로 공을 던지는데, 그걸 어찌 보고 칠까도 궁금합니다 ^^;;;;
그러게 말입니다. 전 130킬로 짜리 날아와도 겁나던데.. 데드볼 옆구리에 맞으면 진짜 아픕니다. ㅠ
몇번 맞아봤는데.. 순간적으로 콱 하고 숨이 안쉬어지죠. ㅠㅠ 헬멧이나 팔꿈치 보호대에 맞으면 다행. ^^
일단 타석에선 투수의 공에 대한 두려움이 1차입니다. 이걸 극복해야 칠 수 있죠.
저런 더러운 공이라면 서 있기도 싫을 겁니다. 컨트롤도 별로인 넘이라서요. ㅎ
여담이지만 145 킬로 던지는 고교투수 타석 옆에 그냥 서 있어 본 적 있는데.. 사람이 아닌 거 같음.
야구 아카데미 다니던 시절 한 사야인이 그 녀석이랑 캐치볼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코뼈 부러졌습니다. ㅠ
공이 쉬이익 하고 라이징을 하니까 장난 아니더라고요. ㅎ 선수들 던지는 공은 백스핀이 엄청나거든요.
사야인들끼리 던지는 공이야 당연히 떨어지는 건데.. 얘네들은 안그러니까.. 눈에 익은 궤적이랑 아예 다른 거죠.
@질주본능 손끝에서 채는게 완전 다르죠…
@질주본능 무서워요…ㄷ ㄷ ㄷ
김서현이라는 투수가 좀 더 인기몰이 여론몰이를 할려면 첫 대목에도 나왔지만 서울 연고 구단으로 드래프트 되는게 좋았을 것입니다 한화가 신인 투수 놀이 끝내고 5강 직행 티켓을 매 번 얻을 정도의 실력이면 이 투수도 본인 가치+구단 가치를 올릴 수 있는데 사실상 올해도 두 신인 투수 믿고 투수 놀이만 하다가 5강행 티켓을 거머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제 생각은 김서현, 문동주 같이 뛰어난 실력을 두루 갖춘 선수들은 구단 가치, 구단 명성이 있는 팀으로 가는게 본인 가치를 높이는데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고 타 구단 팬들도 보고 싶어하지만 막상 5강도 못들어서 경기장에서 못 본다면 뛰어난 실력을 갖춘 투수 본인이나 그런 투수를 보고 싶어하는 수 많은 팬 입장에서는 아쉬움만 남게 될 것입니다 결국 가치는 하락하겠죠 어쩔 수 없는 이치 아닐까 합니다
그러게요.. 서울 태생으로 서울에서만 뛴 선수라 아마도 엘지 정도가 본인의 희망이지 싶어요. 나중에 FA로 풀리면 그런 팀으로 갈 지도 몰라요. ^^
하지만 또 모르죠. 한화가 아주 오래전처럼 강팀이 될 지도 모르고요. 하긴 요즘 충청권 선수수급으론 어려우려나..
노진혁 같은 유격수를 왜 안샀는지 몰라요. 그리 비싸지 않았어도 훌륭한 선수였는데.. 한화는 어차피 주전 몇만 보호선수 묶으면 데려갈 선수도 잘 없는 게 현실이고.
류현진도 그랬었지만.. 한화에선 다승 승률은 포기해야 하고.. ERA도 제법 깎이는 지라.. 투수 고유의 능력인 삼진수만 수상가능한 게 현실.
아님 수비무관ERA를 따지는 건데.. 그건 2차 세이버매트릭스 스탯이라 잘 와닿지는 않습니다.
쟤네들 둘이면 일단 포스트시즌만 나가면 키움처럼 단기전엔 꽤 강할 텐데.. 일단 가을야구 들어가는 게 문제겠네요. 한화 파이팅!
좀더 지켜보시죠~^^
넵. 오늘도 엘지 게임 지켜보는 중입니다. 지금 7회 한화가 엘지에 0:2로 지고 있는데.. 추격조로 기용해주면 좋겠는데요.. ㅎㅎ
맛깔나는 평 잘 봤습니다. 야구보는 재미가 하나 더 생긴거 같아 좋네요ㅋ
프로야구는 늘 루키가 등장하니.. 맨날 봐도 신선합니다. ^^
마침 늘 상위권인 엘지와 늘 하위권인 한화가 하니.. 그래도 요즘은 한화도 쉽게 물러나진 않네요.
그러고보니 김기중이가 잘해야 할 텐데.. 그 친구도 문동주 전에 1라운드 지명자죠, 아마?
방금 나왔네요. 만루에서 등판 병살타 유도로 막았습니다. 굿!
엘지 함덕주도 요즘 잘 던지네요.. 거의 점수를 안내주는 거 같은데.. 올해 포텐 터지는 건가..?
역시 김서현 나옵니다. 추격조로 좋은 선택입니다. 막아주면 좋고.. 맞더라도 지는 경기에 맘 편하게 좋은 경험이고.
오늘은 선배들이 도와주지 못하는구만요. 실책으로 무사 만루. 좋은 경험입니다.
이미 끝났을 상황이라 점수가 나더라도 자책점은 없겠지만.. 실점도 해봐야. ^^
불펜평균구속을 선발들 평균구속과 비교하면 안되요 ㅎㅎ 그리고 140대 커브라뇨 ㅎㅎ 스리쿼터라 본인입장에선 커브라 말하고있지만 누가봐도 슬라이더 궤적이고 잘쳐줘야 슬러브정도.. 커브가 140키로대면 속구 170키로나 다름없는 이슈일거에요… 예로 전성기 김병현이 메져에서 불펜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당시 평속 150가까이 나오다 선발 전환시 140초반 기록했죠.. 슈퍼유망주임엔 틀림없으나 현재구속을 유지하면서 제구가 잡히냐가 관건일듯 하네요
위에도 제가 이미 썼지만, 불펜투수의 평속은 한회 던진 거론 무의미합니다. 당연. ^^
본인이 커브 그립을 잡고 던진다고 하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일 뿐.. 스리쿼터의 고속커브는 어차피 슬라이더와 커브 사이의 궤적이 나오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이 친구가 주장하는 커브도 140에 달하는 것이지 140킬로대는 아닙니다. 135-140 정도가 나오는 거 같습니다.
어제 던지는 거 보니 역시 제구는 아직 아닙니다. ㅎㅎ 선배들이 실책하고 카운트 몰리니까 158킬로 자리도 김현수는 제법 치던데.. 역시 메이저 출신은 아무나 하는 건 아닌 모양.
그래도 제법 손가락질 놀이로 특이한 구질을 생각하고 개발해 던지는 걸 봐선 싹수가 새파란 놈입니다. 야구 머리로 하는 놈은 뭐가 달라도 다르죠. ㅎ
@질주본능 네.. 오랜만에 국야에 보는 즐거움을 주는 선수가 두명이나 나왔네요..
한화라서 더 많은 출전기회를 잘 잡아서 내년이나 내후년엔 터지길 바랄뿐이네요
문동주,김서현 둘 모두 잘커서 메이져까지 도전하는 선수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