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준 시 모음 7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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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사랑 친구
김옥준
마음속 밑바닥 무명 자리에
자리 깔고 누운 그리움
그, 그리움 속 공허함 비집고
그 우정은 내 가슴 속 깊이
한뼘 한뼘 그 불량을 키워 갔지
한때는 솟구치는 감정을 포개면
찻집으로 밥집으로
헤매면 우정을 키웠지
친구는 날이 갈수록 무장된
언어의 마술사로 언제나 본인 뜻대로
합리화시키면 난 늘 매료되고
부족한 나의 가슴을 메우면
촌스런 나의 행동을 휘감았지
싱글이란 너의 자유를 만끽했지만
웃음으로 코팅된 뒷모습엔
진한 고독의 외로움이 흐르고 있었지
그 고독 그 외로움
어루만져 주지 못한 이 친구
이해하겠니
용서하겠니
제대로 따뜻한 차림새도 하지 못하고
뜨거운 가슴 열어 보이지도 못하고
만나면 늘 그렇게 바삐 돌아가곤 했지
우정은 파랗게 파랗게 새봄에도 잘 자라겠지
우리 두 사람 잘 키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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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끔
김옥준
어둠이 첩첩이 포개지면
그 어둠 속에
내 모습도 덮고 싶어라
주어진 삶은 꾸밈없이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뛰어온 세월에
한줄기 빗물 되어 흐릅니다
희미한 그리움 쓸쓸한 추억
잔잔한 선율 속에 몸부림치면
부여받은 운명 앞에
그 아픔까지 껴안고
뼈저리도록 생활이 힘들어도
그 자리를 지켜야 하기에
때론 한잔 술로
달래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는 남편
두 눈에 아롱거리는 아이들
하루쯤 잊고 팽개치고
삶의 지친 가슴 비우고
취하도록 마셔 보고 싶을 때도
가끔 있었습니다.
아주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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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을
김옥준
가을
그 느낌만으로 이별을 예감한다.
시작부터 아무런 약속 없었으므로
그의 떠남에 배웅하지 않아도
흉 될리 없고
남게 됨이 그리 초라하지 않아
가는 이의 마음 가볍다.
그리고 落葉
그 이름만으로도 이별을 예감한다
쇠잔 해 버린 靑春
그 푸르름의 배반으로 그의 떠남에
죄 될 리 없고 남게 됨은 단지
동행이 아닐 뿐 가는 이 마음
서러울 것 없고 그가 있던 남은 자리
그리 되지 않으리라 던 짓무른 상처
쉬이 아물까 두려워 낙엽 서둘러
겨울 속으로 살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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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을 산사에서
김옥준
푸른 내음 멀어지고
솔 향기 낙엽향기에
묻혀
억새 가슴에 둥지 틀고
갈색 햇살 받으며
넘치는 안정감에
갈색바람 일어
내 허전한 내음 멀어지고
당신은 갈색바람 타고
번뇌의 숲 속을 지나
내게 왔습니다
쌓이는 낙엽 속에
나의 업도 차곡차곡
덮어 삭히고 싶습니다
오염된 내 영혼
청수를 헹구어
메마른 가지에
말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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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을 끝자락에서
김옥준
가을 속에 떠오르는 풍요로 움들이여
숲 속에 들어가 마음을 비워 보자
숲 속 깊은 곳에 평화를 만끽하면
가을 소리 들어라
떠나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서성거린다.
단 한번 피었다가 지는 인생도
가을 결실처럼 완성된 삶을 살다가
언젠가는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것
겨울이 오면
나는 너의 풍요로웠던 생애를
생각하며 함박눈을 맞으며
끝없는 향로로 마음껏 달려가리
가을의 결실을 마음속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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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을 날
김옥준
숲도 허무하게 몰락하여
이제지지 않은 나뭇잎들
쓸쓸히 가지에 매달려
팔랑거리고
이미 떨어진 낙엽들은 바람에
허무하게 대지에 내 뒹굴고
녹음의 향기보다는
메마른 향기가 짙은 쓸쓸한 가을 날
초라해진 나무와
쓸쓸해진 마음과
넉넉하지 못한 삶을
적시는 가을비가
차분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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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을 벌판에서
김옥준
기계 소음이 요란하고
오염된 도심을 등돌리고
자연이 조화를 이룬
조금은
쓸쓸한 벌판에 무작정 나와
깊은 상념에 빠질 즈음에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
당신이 섞여 온다는
느낌이 들어
나에게 정직한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당신이 바람 편에 띄운
그리움하나
가을 벌판에서 데리고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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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가을 산사에서
김옥준
푸른 내음 멀어지고
솔 향기 낙엽향기에
묻혀
억새 가슴에 둥지 틀고
갈색 햇살 받으며
넘치는 안정감에
갈색바람 일어
내 허전한 내음 멀어지고
당신은 갈색바람 타고
번뇌의 숲 속을 지나
내게 왔습니다
쌓이는 낙엽 속에
나의 업도 차곡차곡
덮어 삭히고 싶습니다
오염된 내 영혼
청수를 헹구어
메마른 가지에
말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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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을 속에서
김옥준
고요 속에 잠긴 환상들이여
꽃잎 떨어져라
잎새 떨어져라
가을의 끝자락에서
먼 추억의 세계는
잡을 수 없는데
끝없는 미래는 우리들 곁을
시위하며 지나가는데
숲 속에 평화를 만끽하면
가을 소리 들어라
시월의 초목은 이제 막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풍요한 가을 향기는
이내 가슴에 머무네
가을 향기 때문에
뒤척이고 잠 못 드는 이 밤
절로 익은 가을
곱고 고운 가을 향기 속에 단풍
내 영혼 속에 그리며
이 밤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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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가을 편지
김옥준
바스락거리는 가슴으로
가을 낙엽을 태웁니다
하늘 끝에 닿을 듯한
갈색 연기는 마음을 시리게 합니다
문을 열면 겨울 같은 만추
별도 없는 허공의 어둠을 잠시
응시해보고 문을 닫고
시전지에 안부를 묻는 글을 나열하고
이 가을밤에
당신의 앞뜰에도 꽃은 지고 있을 거라는
예감으로 가을 밤 언저리에서
당신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그리움을 적어
내가 해줄 수 있는 사랑과
나의 가을 향기를 가을 바람에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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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개화
김옥준
살면서 누구나 겪는 온갖 경험을 통해
깨어나리
그리하면 거기서 하나의 개화가 찾아오리
생의 고통 그 형별에서 초월하리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의 소리
그 소리 가만히 들어라
채울 수 없는 사랑 같은 것
풀잎같이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 같은 것
삶이란 투쟁이다
살기 위한 불법적 투쟁 전쟁이다
기계적 계산적으로 변하지 말고
진솔하게 살아가면 개화가 오리
이 시대의 自畵像(자화상)
흐르지 않는 물은 썩고
날개 짓 할 수 없는 새는 추락하고
열심히 뛰지 않는 자는 艱難(간난)을
면하지 못하듯이
열심과 지실 그리고 성의껏 살아가리
아름다운 개화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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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겨울 바다
김옥준
상실 되어가고 변화되어 가는
주변의 것들 속에서
겨울 바닷가
모래밭을 터벅 터벅 걸어본다.
겨울바다는 역시
허한 겨울만이 가득 하네
겨울만큼 차가운 술을 마신 뒤
달아 오른 술기운에
소리내어 울어 버리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감추고 있던 아픔이
눈 비비면 아껴둔 눈물이
소리 없이 주루룩 흐릅니다.
바닷가엔
버려지듯 던져진 하얀 조가비만
비인 바다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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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겨울 속에 한줄기 빛
김옥준
설움에 겨운 들녘이
몸살을 하고
시린 하늘은 저만치 서
물구나무를 섰어요.
우린
까맣게 모른 채
전혀 관심도 없는 채
잊고 사는 추운 이웃
돌아보고
생각해서 안될 사람들
잊어버리라고
어둠 타고 추위타고
내리는 흰눈
한줄기 빛으로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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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고독
김옥준
가끔 시끌벅적한 도심을 떠나
가족도 친지도 소음도 없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혼자가 되고 싶다.
마음을 비우고 아무런 조건 없이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갖자
그대 자신만의 자유를 느껴라
아름다운 햇빛 빛나는 새벽은
가장 어두운 밤이 가면 오느니
인간이기에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고독의 길 혼자 있을 때
불안해지고 초조해 하면
결국 혼자 걸어가는 삶 속에 불현듯
찾아오는 고독은
아무도 함께 할 수 없는 그대의 몫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인간이기에
사고를 통해 성장하며
삶을 윤택하게 하겠지
가끔 고독도 즐겨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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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대
김옥준
나
그대를 사랑함에
어떤
조건도 약속도
미래도 없고
다만
지나가는 바람이게 하소서
맘속에 꼭꼭 숨어
싹 티운 보라 빛 사랑이
표출되어 핑크 빛으로
그리고
맘에 문을 열어
나의 먼눈 먼귀는
비로써 열리기 시작하고
그대
사랑함에 있어
한 치의 후회도 없고
그저 사랑함에
미숙하여 늘 쓰러지고
때론 아주 진한 빛으로
모든 걸 덮어버리고
풀 때가 있지만
나
그대 사랑함에 믿음 하나로
그리움하나
간직한 채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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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그리운 사람
김옥준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을 새운 적도 있건만
바람도 조용한데 이 저녁
흰눈 퍼붓는데
무엇하고 있을까
꿈이라도 꾸며는
꿈속에 만나련가?
못 잊어 생각나던
애태우던 그 사람
한줄기 외로움 되어
온몸을 적시네
그리움에 떠난 사람
나의 마음속에 남은 사람
지난 시절
그리운 사람
지금은 타인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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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립다
김옥준
저마다 가슴속 서랍 깊숙이
감춰 둔 연둣빛 물결의
몸살 깊은 그리움
마음일랑 마음 꼭꼭 여며도
추워지는 그리운 바람
사랑도 분열도 때론 값어치 없고
현실의 야속함만 땅거미처럼
피어오르고 막중한 책임감이
때로는 무거운 중압감으로
다가 올 때 어느 날 느닷없이
세상에 대한 미움이 서린다.
나의 소임을 다 못한
내 책임 하에 밀려오는
운명 앞에 누구의 도움이나 행운을
바라지는 않지만 진솔한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터놓고 어떤 모습을
보여도 흉이 되지 않는 친구가
그립다.
꾸밈없는 마음 가식 없는 마음
오직 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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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그 사람은
김옥준
그 사람은 두 번도 아까워
오직 이라는 말에 목이 멥니다.
말없이 들리는 숨소리도
수화기 가득 언제나 서로 임을
확인하는 둘 이랍니다.
만남도 해어짐도 고백하지 않아도
바라보는 날의 약속이란
無 희미한 자투리 일뿐
그저 어느 땐가 보이면 족해
빙긋이 웃음조차 낭비랍니다.
때론 보지 못해도
우리가 서로
믿는 것 자신의 믿음이요
날마다 그리 살아도
여전히 사랑은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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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기도
김옥준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절망하지 않으리
슬픔과 외로움에 지쳐도
울지 않으리 다짐하며
온갖 역경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힘을 키우고
스스로 지탱하며
스스로 발전하며
늘상
삶의 고마움을 느끼며
돌아서면
다시 무디어지고 마는
세상 속에서
인생의 살아가는 과정에 치러야 할
행사임을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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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의 굴레
김옥준
내가 만든 굴레 안에서
그렇다 할 이유도 없는
서성임은 무슨 까닭일까?
어떤 그리움에 별다른
이유도 없고
설명 할 수 없는 어떤 까닭으로
공허 해저 가는 허탈감
나만 홀로 탔던 가슴은
이제 홍조를 띤 가을 산자락처럼
붉게 물들어 간다.
이제 나의 굴레에서
홀로 탔던 가슴을 제단하며
서성임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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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나의 꿈
김옥준
사철 푸른 대숲에서 오직 수직으로
하늘을 우러러 휘지도 꺾이지도 않는
대나무처럼 살려 했더니 살아있음
한 가지 만으로도 눈물겨운 아린 빛깔
여린 모습 여덟 잎 파리 정직한 모양새
해 맑은 코스모스처럼 살려했더니
작지만 제 힘으로 빛을 만들어
어둠을 밝히며 살려 했더니 나날을
남에게 마음에 향기를 전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랑으로
살려고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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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나의 노래
김옥준
구름은 산머리에
한가롭고
물은 졸졸
돌 틈새로 흐르고
이 몸
창살 없는 감옥에
산목숨 갇혀
신음하며
울부짖는 인생
가리고
가린 몸
속까지 썩었으니
차라리
인연 법에 맡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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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나팔꽃
김옥준
밤사이 이슬에 맺혀
인사도 못하고
활짝 웃기만 하는구나
한 낮에
햇빛이 부끄러워
수줍음에
얼굴만 붉히다가
해질 무렵
개구쟁이 아이들이
따지는 않을까?
염려되어서
입이 돌처럼 굳어
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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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너
김옥준
너를 잊기 위해 오늘도
산 속을 헤매 인다.
초록의 물 결속에 산바람 속으로
너를 잊으리라 다짐하지만
하늘빛에 자연의 진실만큼
더욱 또렷해지는 너의 모습
지우개로 깨끗이 지울 수 있다면
잊기 위해 오늘도 숲 속을 거닐다
시월의 초목은 금새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산 속 깊은 곳에
계곡 깊은 곳에 너를 버리지 못하고
산 향기 너의 향기를
가슴에 묻고 그리움만 키운 채
오늘도 터벅터벅 산 속을
내려온다
☆★☆★☆★☆★☆★☆★☆★☆★☆★☆★☆★☆★
《25》
님
김옥준
실록에 앉은 맑은
이슬처럼
무궁화 꽃 같은
인연을 피워내고
생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아픔과 전율
이슬과 함께
소멸의 이법으로
돌아가라
세월의 무거운
입김 가르고
부드러운 손
내밀 때
반쯤 연린 가슴
인연을 적시고 억겹의 인연으로
내게 온
생명수 같은 님
가인이 되지 말기를
탕자가 되지 말기를
바라노라
☆★☆★☆★☆★☆★☆★☆★☆★☆★☆★☆★☆★
《26》
단풍
김옥준
언제부터
산의 빛이
달라졌을까?
잠깐사이 드문드문
홍조를 띄었네
바람 때문에
구름 때문에
가을 빛 때문일까?
산은 열심히
돌림병을 앓고 있네
온 몸에 울긋불긋
열꽃이 돋아서
혼자서 실컷
앓아야겠지
마음 가득 얼굴 가득
단풍 가득히
☆★☆★☆★☆★☆★☆★☆★☆★☆★☆★☆★☆★
《27》
당산과 나사 이에서
김옥준
당신과 함께 한 삶
이 만큼 세월이 많이 흘러 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삶의 둘레에서 거리감도 몰랐고
서글픔도 몰랐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것도
실감하지 못하고 맹목 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젠 지나온 날들이 애석하게 느껴집니다
누릴 수 있었는데도 누리지 못했고
볼 수 있었는데도 보지 못했고
가질 수 있었는데도 소유하지 못한 지난 세월
지난 세월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면
당신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서로가 지금의 이 고생을 안 하도록.....
흘러가는 세월이 당신과 나 사이에서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모를 것도 같고
알 것도 같아 이런 것이 여자의 운명이려니
생각하니 지금의 내 마음이 초라해지고
창 밖의 한겨울 스산한 바람이 문틈으로
스며들어 허전한 내 가슴을 저민 것만 같습니다
☆★☆★☆★☆★☆★☆★☆★☆★☆★☆★☆★☆★
《28》
들꽃
김옥준
누가 저 들판에 홀로 핀
무수한 들꽃의
희망을 물어나 보았는가?
낙화의 슬픔을 감수하며
윤회를 믿으며 열매 맺는 일에
얼마나 성실했는가를
인내하며 미소 짖는 일에
시간을 아끼지 않으며
열매를 맺어
세월의 흐름 속에
가을 어디쯤에서 이 한세상의
삶의 종지부를 찍고
다음 세계에
꽃으로 열매로 다시 태어날
들꽃의 영원한 소망을
누가 헤아려나 봤는가?
☆★☆★☆★☆★☆★☆★☆★☆★☆★☆★☆★☆★
《29》
떠나려고
김옥준
저마다 가슴속 서랍 깊숙히
감춰둔 연두빛 물결의
몸살 깊은 그리움 마음 일랑
마음 꼭꼭 여며도 추워지는
그리움의 바람
사랑도 분열도 때론 값어치 없고
현실의 야속함만 땅거미 처럼
피어 오르고 막중한 책임감이
때로는 무거운 중압 감으로
다가 올 때 어느날 느닷없이
세상에 대한 마음이 서린다.
나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채
내 챔익하에 밀려오는 운명앞에
누구의 도움이나 행운을
바라지는 않지만 진솔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터 놓고
어떤 모습을 보여도
흉이 되지 않는 친구가 그립다.
꾸밈없는 마음과 과식 없는 마음
오직 그 마음으로
☆★☆★☆★☆★☆★☆★☆★☆★☆★☆★☆★☆★
《30》
딸 아들아
김옥준
영롱한 이슬 같고 여명의 신선함 같은
딸 아들아 커 가는 과정에
세상에서 순수를 순수로 받아들이고
독선 자도 위선자도 되지 말고
일상을 매사에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구김 살 없고 거짓도 없이
살아가는, 내 (정아) 내 (진아)가 되어 다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삶
스스로 깨닫는데 정진하며
말이 행동보다 앞서가지나 않는지
자신을 살필 줄 알고
물질보다는 정신 세계를 중요시 해다오
만족은 잡을래야 잡을 수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는 것이기에
과다한 욕심보다는 당면한 현실에
만족 할 줄 알고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살며 구진일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는 우리가 되자
옳은 일에 신념을 져 버리지 말고
악한 일에 거리를 두고 위로 격려하며
서로 존경하고 서로 자 잘 못이 있을 때
이해와 용서를 아기지 않는 우리가 되자,
내 사랑하는 사람 중에 영원히 제외
시킬 수 없는 내 딸아,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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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음
김옥준
세월속에 떠돌아 돌고 돌아오며
오늘도 그 자리
불그 스레한 저녁 누울에 땀과 함께
온갖 근심이 살아지고 속세에
찌든 마음이 없어지니
이기분 어디에다 비기랴
자연을 읊고 노래하며
마음의 기를 펴리
의심이 없는 곳에 다달아 쾌할을
느끼니 두려움도 씻은 듯이
살아졌네
어찌 편하고 아니함을 점칠 것이며
어이 사람과 하늘을 원망하리
세상 깊은 해마다 달라 지지만
천기는 나날이 새로워라
산 어귀에 단풍이 절정에 만발하니
마음은 태평하고
세상은 평화로와라
☆★☆★☆★☆★☆★☆★☆★☆★☆★☆★☆★☆★
《32》
못본님
김옥준
본 듯 못 본 듯 늘 보던 듯이
그립기도 그리운 참말 그리운 사람
나의 맘속에 속모를 곳에 늘 있는
그 사람
바람이 낙엽을 휩쓸어 가듯이
당신은 나의 맘을 빼앗아 갔습니다.
꽃동산을 거닐 때 당신은 꽃 사이로
스쳐오는 봄바람에 아지랑이 같은 것
시름없이 나의 맘에
꽃향기로 다가옵니다.
당신을 기다리다 못하여 잠자리에
누웠더니
당신은 고요한 어둠 속에 빛이 되어
나의 맘을 덮었습니다.
빛이 밝아 당신이 그리워
자던 옷 고쳐 입고 뜰에 나와
퍼 지르고 앉아서 밝은 달을
쳐다보니
당신은 달 속에 있었습니다.
그립다 말할까 ?
아니 마음에 묻어두려 합니다.
차라리 님이 없이 스스로
님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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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무지개 동산
김옥준
무지개 동산에서
푸른 꿈 캐던 푸른 시절
이젠
그리움 향기 되어
이방 가득 채우고
무지개 같은 삶은
이젠
바위를 닮아 가고
자연을 닮아 가고
자연의 순리 따라
이젠
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어느 곳에
낙엽처럼 떨어져
내 삶의 일부를 태우리라
내 삶의 전부를 태우리라
무지개 동산 아래서
무지개 동산 그늘에서
☆★☆★☆★☆★☆★☆★☆★☆★☆★☆★☆★☆★
《34》
미궁에 빠졌다
김옥준
칼날처럼 시퍼런 하늘을
원망이라도 하듯.
건드리면 이내 부서질 것 같은
그저 말없이 그 모습 그대로
미궁에 빠졌다.
세속에 인연 번뇌의 굴레에서
떠나려고 생활 불교에서
산중 절간에 앉아
내 평생 씻을 수 없는 업,
청수로 씻으며
온갖 그리움 차 오르면
염불로 삭히고
한세상 물결 따라 맺은 인연
불심을 지펴 태우리라
색과 공도 분별 못한 저물어 가는 생
업장의 그늘에서 넋이 떨고 있다.
보이는 것 다 허상이라 하메
하물면 무엇에 집착 하뇨
버려야 할 것 다 버리고
가야할 길 가는데
이 한 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길에
미궁에 빠졌다.
☆★☆★☆★☆★☆★☆★☆★☆★☆★☆★☆★☆★
《35》
바람
김옥준
푸른 날에 바람도
사뭇 좋았지
머리카락 옷자락
휘날리는 거며
날개 죽지마다
돋는 새순일랑
오늘도 그 한때의
날이듯
종일 바람 부네
목까지 차 오른
더위 속에
바람도 신났지
비 몰아 오는
우레 소리 들으며
꽃잎 질까
두려워 어쩔 줄 모르는
세월의 바람
오늘도 그 한때의
날이듯
종일 바람 부네
☆★☆★☆★☆★☆★☆★☆★☆★☆★☆★☆★☆★
《36》
버스를 기다리면서
김옥준
흰눈이 펑펑
내리는 길 위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쪽으로 오는 걸까?
저쪽으로 가는 걸까?
불빛만 반사되어서
반짝 반짝
내게로 다가오고 있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작고 소중한 시간
하루
많은 시간 중에서도
나 혼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이 기다림의 시간
오늘 하루
내게 주워진
이 고마운 시간을
흰눈
너와 함께 하고 싶구나
☆★☆★☆★☆★☆★☆★☆★☆★☆★☆★☆★☆★
《37》
버스 안에서
김옥준
찬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어느 추운 날 아침
출근 버스의 차가운 좌석
뜻밖에 따스하게 밀려오는
그 누구인가의 따뜻한
체온이 그립다.
이 자리 앉아다가 따듯한
체온만을 남겨 두고
내린 사람은 누구일까?
추운 겨울의 한 모퉁이를
녹여 주는 이 좌석에 앉아
누군가를 위해
더 따스한 나의 체온을
남기고 싶다.
☆★☆★☆★☆★☆★☆★☆★☆★☆★☆★☆★☆★
《38》
봄 봄 봄
김옥준
산에는 꽃이 피네
봄 봄 봄
산을 깨우는 소리
종달이 우짖는 소리
들을 깨우는 소리
버들피리 소리
봄이 오는 길목에
연초록 실핏줄이
천천히 기어가고
연초록의 숨소리가
잔잔히 번져 가며
땅은
그저 가만 가만
그저 소근소근
향기에 젖은 자목련 꽃잎
살포시 들쳐본다.
봄 봄 봄
☆★☆★☆★☆★☆★☆★☆★☆★☆★☆★☆★☆★
《39》
悲哀(비애) 의 노래
김옥준
세상에 고달픔이
모기향처럼 피어오르고
세상살이
하루하루가 힘겨워
사람답게 사는 일
이젠 절망하며
설움에 겨워
참아 심중에 있는
말 한마디 다 못하고
삶의 강물에 젊음을 뿌리면
가슴속 오열은 더 크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지워지고
저무는 하루해는
움츠린 어깨 위로 무너지고
진정 외로움에 떨고 있는 나
두려움에 서성이고 있는 나
새로운 소망으로 마음속 발길을 돌리면
웃음으로 코팅된 내 모습엔
더 진한 고독의 색깔이 보입니다
☆★☆★☆★☆★☆★☆★☆★☆★☆★☆★☆★☆★
《40》
사랑
김옥준
내게 찾아온 사랑
두 번도 아까워
오직 이라는 말에 목이 맵니다
만남도 헤어짐도 고백하지 않아도
바라보는 날에 약속이란
무 희미한 자투리 일뿐
그저 어느 땐가 보이면 족해
빙그레 웃음조차 낭비랍니다.
보탬도 없이
더 이상 뺌도 없이
그냥 그렇게 세상 안에서
흔들림 없이 서로의 진실로
살아 갈 수 있다면
때론 오지 않아도 우리가 믿는 건
자신의 믿음이요
날마다 그리 살아도
여전히 사랑은
믿음입니다
☆★☆★☆★☆★☆★☆★☆★☆★☆★☆★☆★☆★
《41》
사랑은
김옥준
사랑은 황홀하지 않지만
따뜻하고 포근합니다
사랑은 크지는 않지만 소박한 모습과
부유하지는 않지만 풍요로운
여유 있습니다.
사랑은 량으로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작지만 아주 작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큰 보석입니다.
냇물이 흐르듯 흘러 흘러가듯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많은 말과 너무 많은 사연이
필요 없이 마주함과 정담으로
강 같은 평화를 이룹니다.
☆★☆★☆★☆★☆★☆★☆★☆★☆★☆★☆★☆★
《42》
사랑의 집
김옥준
물가 옆 산밑에
나의 집을 지으리
멀리서나 님 계신 곳
바라보려고
해가 저물어 산 그림자가
촌집을 덮을 때
나는 기약 없는 기대를
가지고 마을 숲밖에 서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매화꽃 넝쿨 옆에
나의 집을 지으리
님은 꽃을 찾아
그늘을 찾아오려니까
으슥한 밤 밤 기운 서늘할 때
창턱에 걸터앉아
님의 소리 들어라.
구름 위에 마음속에
나의 집을 지으리
마음속으로 오세요.
누가 보지 못하게 꿈에도
생시에도 눈에 선한 나의 집
오고 가지 못하여도
나는 사랑의 집
문깐에 서서
당신을 기다리리
☆★☆★☆★☆★☆★☆★☆★☆★☆★☆★☆★☆★
《43》
산사에 가면
김옥준
일상 속에 맴돌다
하루를 마감하고
근심을 동반하고
산사에 가면
근심은 살아지고
소나무 향
참나무 향
무성한 풀 내음 속에
편혹 되면 살아 있다는
감회가 새롭고
부처님의 자비심을 생각하면
내 살아온 삶이 부끄럽고
원망과 탄식과 아쉬움이
잘 못 되었음을
인정 안 할 수 없고
또 한편으로는
원망 대신에 현실에 적절하게
적응해야 각오를 할 수 있어 좋고
탄식 대신에 나름대로의 평안 과
기쁨을 찾을 수 있어 좋고
아쉬움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 할 수 있는
마음에 준비를 할 수 있어 좋다
☆★☆★☆★☆★☆★☆★☆★☆★☆★☆★☆★☆★
《44》
삶
김옥준
산다는 것
삶의 의미
그리고 인연의 끈
고뇌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도
감사합니다
고통을 주셔서
태어날 때 혼자 오고
죽을 때도 혼자가면
괴로움도 혼자 받고
윤회의 길도 혼자 가고
살아 있다는 한가지
조건만으로
감사하는 삶
오늘도 인연법에
흘러가노라
☆★☆★☆★☆★☆★☆★☆★☆★☆★☆★☆★☆★
《45》
삶의 연가
김옥준
세상사, 刺促(자촉) 된 삶
잠시 접어 두고
인간사 돌고 돌아가는 허무 속에
두 손 모아 바라는 한 염원
더 이상의 번뇌는 멈추어 주길
일생동안 살다보면 죄 없다 말못하고
죄의 실체 본래 없어 마음 따라 생겨나고
세간 정에 애착하여 몸과 마음 더럽혀져
오늘도 방황 속에 섰노라
일체의 모든 것
있으나 없으나 모두 버리고 갈 소유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도는 나그네 같은 삶
푸른 시절 삶 다 허비하고
마흔 이란 고개 넘어 와서도
무엇 때문에 무엇을 애착하고
무엇 때문에 눈물 떨구나
업이란 씻을 수 없는 님 그림자 같은 것
지금 무엇을 안다고 하리요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
《46》
새봄
김옥준
갈색 바람 멀어져 간 뒤
연두 빛 바람 불어와
香雲(향운) 속에 춤추고
그 곁에
연분홍 바람 나폴 나폴
날 오라. 손짓하네
산이 좋아 산바람
들이 좋아 들바람
계절의 언덕 위에 머물고
연주 없이 노래하는 새들의
화음 속에 벌, 나비
춤추는 새 봄
금빛 햇살 사이로
새봄이 이쁘게 자라고 있네요
☆★☆★☆★☆★☆★☆★☆★☆★☆★☆★☆★☆★
《47》
생각
김옥준
어둑어둑 저문 날
그리움에 너를 찾았고
어제 밤
별 무리 속에서
너를 보았고
오늘
자목련 꽃잎 속에서
또 너를 보았네
꽃 풀 나무
온 삼라 만상
네 눈이 머무는 곳
어디에도
너는 거기 있다.
밤은 자꾸 깊어만 가는데
난 너에게로
향하고 있다.
☆★☆★☆★☆★☆★☆★☆★☆★☆★☆★☆★☆★
《48》
생명
김옥준
고통을 뚫고 나온 생명
허공 속에 살다가
허공 속으로 가는데
무엇에 집착 하뇨
가고 오고도 없고
또한 머무는 것도 없나니
물결 따라 흘러가는
인생이여
내가 펼쳐놓은 그물
그 그물에 걸려
오늘도
쉬임 없이 춤을 추네
생명이 끝나는 날까지
☆★☆★☆★☆★☆★☆★☆★☆★☆★☆★☆★☆★
《49》
세월이 약
김옥준
어디 메쯤
달려 왔을까?
뒤돌아보니
아득한데
아직도
너는 그곳에 섰는가
흘러간 세월에 속고
현실에 속고
이상에 속아온
나의 운명
눈물로 보낸 너를
눈물 삼켜 가면
오는 세월일지라도
삶의 많고 많은 조각들
세월은
웃음으로 맞는 구나
☆★☆★☆★☆★☆★☆★☆★☆★☆★☆★☆★☆★
《50》
소백의 긍지
김옥준
장엄한 소백산 줄기 타고
태고의 숨결을 간직한
소백 인들이여!
깊숙이 스며든
소백의 푸른 빛 아래
초암 계곡 죽계 계곡에
물소리 따라 흐르는 생각
새소리 따라 나는 심정
맑은 마음 앞에서
소백의 긍지를 보존합니다
자연이 샘솟는 아름다운 땅
조상의 얼이 담긴
고향이 좋아
이웃이 좋아
남다른 애뜻한 정을 느낍니다
산 넘어 산에서
들 건너들에서
산처럼 들처럼
소박한 정이 피어납니다
소백산 연하봉 아래
소백 인들이여
새해 힘찬 햇살을 받아
날로 눈부시게 빛납시다
☆★☆★☆★☆★☆★☆★☆★☆★☆★☆★☆★☆★
《51》
시 간
김옥준
오늘 이미 와버린 너
어제 너를 보냈는데
계절도 모르는 너
살아 있음 하나 만으로
착각, 착각
흡족한 너
두려움에 떠나고
그리움에 돌아오며
너는 늘 거기 있나니
언약도 기약도 없었건만
나는 매일 너를 보내고
또 매일 네게로 돌아오는 너
정확한 너
오늘도 서둘러
나는 너를 떠난다.
☆★☆★☆★☆★☆★☆★☆★☆★☆★☆★☆★☆★
《52》
어느 가을 날
김옥준
가을 한 모퉁이에 내게 다가온 사랑!
겸허한 몸짓으로 시처럼 다가와
당신은 나의 가을 햇살이 되어 줍니다
설익은 가을 열매처럼
열변을 토하는 믿음으로 서있는 분
그게 바로 내가 사랑해야 할 분으로
생각됩니다
보탬이 없어도 되고 더 이상 뺄 필요도 없는
그런 당신을
이 세상 안에서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내 소중한 사람으로 챙겨두고 싶은 욕심을
어느 가을 날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그 흔한 진실보다
몇 곱절 진실 된 사랑을 하자고 제의하고 싶습니다
☆★☆★☆★☆★☆★☆★☆★☆★☆★☆★☆★☆★
《53》
여름 어느 날
김옥준
푸른 산
자연을 벗삼아 산행을 同樂(동락) 하며
담향을 즐긴다.
간간이 들려 오는 새소리 물소리
벌바람에 상쾌하고 상완하구나
가파른 비탈길 어느 꼴 짜기에
둥굴레 꽃이 만발하는 구나
청초한 모습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딸랑 딸랑
흔리들며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흰 옥으로 빚은 종같아
흘러가는 길목에 눈부시도록
깨끗한 너의 모습에
심취되어 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바라보니 소안 하도다
☆★☆★☆★☆★☆★☆★☆★☆★☆★☆★☆★☆★
《54》
어릴적 故鄕
김옥준
자연의 정을 버리고
타고난 본분을 망각하고
살아온 세월
거친 밥에 물 마시고
팔을 베고 자더라도
즐거움 또한 내 故鄕
소백산으로 가는 길
꼬불 꼬불 울퉁불퉁
흙먼지 길섶에
메뚜기 뛰놀고
구름도 쉬어가며
달구지 소리
덜터덩 덜커덩
그러나 지금은
그 얼릴적 故鄕이 아니라
도회지가 다 되었네
집집마다 자가용이 줄을 잇고
골목마다 콘크리트 바닥
높은 담장안에 새 하얀 양옥집
옹기종기 정겨운 풍경은
간데 없고 낯설기만 하네
그 어릴적 故鄕은 어디로
그 꿈 아직도 꾸고 있는데
☆★☆★☆★☆★☆★☆★☆★☆★☆★☆★☆★☆★
《55》
어머니 1
김옥준
품 가득 넘치도록
따끈따끈 펴주시던
넓고 깊은 어머니의 사랑
흙 같고 고향 같은
어머니의 품.
늘 건강하시고 늘 강하시고
오래 오래 곁에 계실 줄 믿었던
어리석은 불효 여식
살아 생전 따뜻한 밥 한끼
용돈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때늦은 후회에 참회에
눈물을 보입니다.
어머니
제가 못나 약해서 일까요
그 따뜻한 품이 그리워서 일까요
어머니의 자리 너무 크옵니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
당신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당신은 그 자리에 없습니다.
☆★☆★☆★☆★☆★☆★☆★☆★☆★☆★☆★☆★
《56》
어머니 2
김옥준
봄 햇살 창가에도
분주한 일상 가에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어머니
온갖 소망 빛 가운데 바래고
농부의 생활 고된 삶. 봄비에 적시면
일궈온 자식들
그 자식들 잘 되옵길 청안수로 빌던 때가
어제 같 것만
어느덧 돌아드는 인생 고에
그 짧은 세상 살면서...
자식 있다 해도 서천길 떠날 때는
그 누구도 동행 없고
부모 자식 인연 맺혀도
또 인연 따라 흩어지니
삶의 실체 무엇이라 하리까
기른 정 낳은 정 만감이 교차하는 이 시간
나에게는 인연이 여기까지 였는지
어머니
당신께서 다니시던 초암사
그곳에서 향, 촛불 밝혀 가신 길 광명이
빛나시길 빌었습니다
내 평생 씻을 수 없는 불효
오늘 그 망망함이 스산한 봄바람을
☆★☆★☆★☆★☆★☆★☆★☆★☆★☆★☆★☆★
《57》
어머님 前
김옥준
하루 밤새 내 곁을 떠나가신 어머님
새까만 한 타래의 머리가 잿빛 되도록
버티어 온 인고의 세월 속에 골몰한 생활 속에서도
저축의 모범을 보이시고 당신의 생애
하늘을 향해 한줌 뿌끄럼이 흔들이지 않으시고
가슴으로만 외로우시던 어머님
백 내장 수술 일주일만에
당신은 昇天立地(승천 입지)하셨습니다
살아 생전 가까이서 걱정만 끼쳐 드렸는데
그렇게 빨리가실줄이야
제 아이 크면서 어머님의 자리가 이리 클 줄이야
어머님 이 세상의 고생은 다 날려보내고
저 세상에서 살이 흙이 듸시고
뼈는 굳어 돌이 되시고 靈魂(영혼)은 그 좋아하시던
꽃이 되어 바람 속을 날아서 이곳 저곳 향기로
피어나소서
수술로 채 아물진 않았지만 잘 아물어 세상을
비추이는 밝은 빛 되어 여기 저기 자손 위에
환하게 비추이소서
☆★☆★☆★☆★☆★☆★☆★☆★☆★☆★☆★☆★
《58》
오늘은
김옥준
해거름에 산 그림자 촌집을 덮을 때
나는 무작정 마을 귀퉁이에서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립니다
어둠이 첩첩이 포개지면 그 어둠 속에
내 모습도 묻고 싶습니다
그리 하여 내 기다림을
별들과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 여인으로 살아가면서
옆도 뒤도 돌아 볼 줄 모르고 흘러온 세월
오늘은
쌓여 가는 그리움과 옛 추억 속에 휘말려
뼈저리도록 고뇌해야 했던 일상과 그리움을
종지부를 찍고 내 사랑하는 딸, 아들을
잠시 잊고 못 마시는 술이나 한잔하고
지쳐 버릴 듯한 허전한 마음을 취기로
달래 보고 싶습니다
☆★☆★☆★☆★☆★☆★☆★☆★☆★☆★☆★☆★
《59》
오월
김옥준
언덕 위에 푸른 잔디
오월이구나
들녘 시퍼렇게 눈을 뜨면
농사 준비에 마음만 바쁜
오월이구나
누리 가득히 보리 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듯
출렁이는 오월의 평화 속에
하늘빛 들판 빛 산의 빛이
오월을 놓치지 않으련 듯
푸르름과 감흥으로
수놓으며 꽃도 하늘도
지원을 보내고
새소리 하늘 소리 나직이 좋은날
물빛 반짝 반짝
오월이 가는구나
☆★☆★☆★☆★☆★☆★☆★☆★☆★☆★☆★☆★
《60》
유월의 넝쿨 장미
김옥준
터질 것 같고 날아갈 것 같은
수줍음으로 포옥 쌓인
여염한 유월의 넝쿨 장미
찬란한 정열 넘치는 붉은 사랑
매혹적인 너의 향기
담장 밖으로 길게 늘어진 넝쿨에
송이송이 탐스러워라
꺾을까? 말까? 망설임을
접어 두고 정열에 흥분되어
나의 사랑 고백하고
부드러운 너의 자태에
입맞춤하고 싶어라
☆★☆★☆★☆★☆★☆★☆★☆★☆★☆★☆★☆★
《61》
이 겨울날
김옥준
저물어 가는 황혼 빛 아래
눈부시게 물결치는 생명이 빠져나간
억새풀을 바라보며
감당하기 어려웠던 부분들
가슴으로 끌어안고
흔적을 지우고 싶은 삶
삶 속에 묻어날 수밖에 없는
아픔들
그 아픔의 순간들
지혜와 믿음으로 망각하기 위해
늘 반복된 기도한다.
진실 된 신앙으로 체험하기 싫은
삶을 벗어나 기쁨이 피어나게 하소서. 라도,
행복도 사랑도 지옥도 극락도
다 조그만 한 그 가슴속에 있는걸
알고도 모르는 척 실행하지 못한 삶
이 겨울 햇살을 욕심 없이
즐기는 삶 이였으면 한다.
☆★☆★☆★☆★☆★☆★☆★☆★☆★☆★☆★☆★
《62》
인복
김옥준
배고프면 으레 내 집같이
맡겨 놓은 것도 없는데
밥 먹자.
찾아 들곤 하는
친구의 식당 집.
한번도 싫은 기색 없이
그래 먹자
베푼 것도 없이
값도 치르지 않고
매일 얻어먹으니
염치는 둘째 언제 갚을지
살아가면서 꼭 갚으리라
다짐하면서 그 친구에게
베푼 만큼의 몇 곱절
앞날의 서광이 빛나길 축원하며
나 또한 그 빛의 일원이길
기도하며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어 혼자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어
행운이다.
☆★☆★☆★☆★☆★☆★☆★☆★☆★☆★☆★☆★
《63》
자목련
김옥준
앙상한 나뭇가지에
손님이 오셨네
미처 상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그 누가 그렇게 급하게
오라고 하더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부끄러움도 없이
알몸으로 찾아와
야한 너의 모습
맘껏 뽐내느냐
너로 가득한 뜰 안에
봄을 보았네
꽃을 보았네
자목련 꽃 속에서
☆★☆★☆★☆★☆★☆★☆★☆★☆★☆★☆★☆★
《64》
자연 가운데 서서
김옥준
절로 된 자연
그 자연 마냥 즐기면서
자연 가운데서 저절로
잘 자란 몸
그 자연 가운데 서서
자연과 더불어
절로 익어 가는 인생
깊은 골 우거진 숲
인적이 드무니
새소리 물소리 절로 나니
마음도 절로 한가롭네
산 속에 저절로 피어난 꽃만
이리 저리 흩날리니
마음아 널랑은 있거라
몸만 먼저 가리다.
너와 나 약속이란
무 희미한 자투리 일뿐
언제 어느 때 그리우면
저절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연 가운데 서서
☆★☆★☆★☆★☆★☆★☆★☆★☆★☆★☆★☆★
《65》
雜草
김옥준
참을 수가 없어 막무가내로
솟은 너 오랜 침묵 속에
수줍음을 떨치고
봄과 함께 일어선 너
봄 하늘 종달새 소리에
파랗게 파랗게 치솟은 너
모두다 잡초라 하네
인적 드문 산야에서만 수줍게
숨어사는 초졸 한 삶의 의미를
산자락에 쉬어 가는
구름이 알랴. 숲 속을 지나가는
바람인들 알랴
쓰러 질 듯 휘지도 꺾이지도 않고
곱게 피어난 끈질긴 너의 목숨
둘레의 수목들이 무성해도
투정을 모르는 눈물겨운 겸손
그대 이름 잡초라 하네
☆★☆★☆★☆★☆★☆★☆★☆★☆★☆★☆★☆★
《66》
장날
김옥준
오일마다 돌아오는
시골 재래식 장날
울퉁불퉁 자갈 길
걸어서 십리도 넘어라
장터에 들어서면
해변친구 들판친구 공장친구
다 만나리
비좁은 틈 사이
옷장수가 전을 펴고
손뼉치며 외치는 소리
골라, 골라, 싸다 싸아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오일마다 오는
시골 장날
하늘은 귀가 따갑겠다.
☆★☆★☆★☆★☆★☆★☆★☆★☆★☆★☆★☆★
《67》
족쇄
김옥준
함부로 팽겨 쳐버릴 수 없는
그 아름다운 젊음은
내 삶을 가로 질러가는 세월에
매몰 되어가고
나는 태연하게 새로운 용기와
새로운 다짐으로
갈등의 계단에서 자극과 반성과
아쉬움 속에
여자임을 하실 하고 지낸 세월
남자에 대해서 모르고 지낸 세월
이런 무의미 한 세월을 망각하기 위해
애쓰며
결과가 어찌 됐던 때늦은 후회에
내 소중한 사람이 되지 못한 그 사람을
보내 드리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비극
떠나려 해도 떠 날수 없는 나의 비극
부부란 족쇄가 채워준 십 수년의 이 징벌을
생각하면 내 소중 한사람으로 챙기지 못한
과정이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으로
다가옵니다
☆★☆★☆★☆★☆★☆★☆★☆★☆★☆★☆★☆★
《68》
죄책감에서
김옥준
세월도 아쉬운 마음도 시간의 흐름에 매몰되고
새로운 미래와 새로운 다짐이 시작될 즈음에
또 아쉬움의 계단에서 자극과 반성으로 다짐 해봅니다
결코 강인해서가 아니라 진정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먹고살길 찾느라 그랬노라고
여자임을 잊고 지낸 세월
남자임을 모르고 지낸 세월
지난날들의 무표정 무감각을 때늦은 후회에
이젠 보내 드리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마음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는 지난날의 죄책감
그 많은 날들도 오늘도 따뜻한 차림새도 하지
못하고 뜨거운 가슴을 열어 보지 못하고
사랑이란 면목으로 살아온 18년 나로 하여금
당신의 삶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늘 힘들어하는 당신을 보며
전에 지금의 마음 보다 몇 곱절 더 소중한 사람으로
챙기지 못해 전에 지금의 마음보다 몇 곱절 더
내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 주지 못함을
죄책감으로 용서와 이해가 있길 기원하며
오늘 분의 죄책감에서 종지부를 찍습니다
☆★☆★☆★☆★☆★☆★☆★☆★☆★☆★☆★☆★
《69》
지는 꽃
김옥준
장미꽃이 시들어
할미꽃이 되었네
너도나도 부담 없이
사랑하리라
사랑 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도
그 때와 시기는
언제 일련 지
긴긴 세월 속에
참고 견디면
어느 때인가 그 날은
돌아오겠지
갈증은
쌓이고 쌓여서
한없이 생수로
그리웁도다.
☆★☆★☆★☆★☆★☆★☆★☆★☆★☆★☆★☆★
《70》
청량사에 가다
김옥준
가을 처마 끝에 걸려진
시월의 끝자락 하순
전쟁 같은 일과 하루쯤 버리고
청량사에 가다
청량사로 향하는 길섶에
깎아지른 절벽에
흐르는 물과 함께
어우러진 단풍은
천하일색 천연의 가을이로다
한 차례 바람이 불면
조용히 내 가슴 붉게 물들이네
청량사 사찰에 들려
온 누리에 빛이신
거룩한 부처님 전에
이 세상 살면서
버릴 수 있는 욕심
다 버리고 살겠습니다
잠깐 기도 드렸네
산중 허리 오산당 옆에 산꾼에 집
추녀 끝에 새파란 애호박
철 가는 줄 모르고
그곳에 아홉 가지 약차
아홉 가지 향이
입안 가득 상쾌하게 하고
따뜻한 체온이 까닭 없이 힘든 맘
잠시 녹이면
이 가을엔 설령 사랑쯤 하지 않아도
가슴은 식지 않으리
☆★☆★☆★☆★☆★☆★☆★☆★☆★☆★☆★☆★
《71》
청량 산을 아시나요
김옥준
영주를 떠나 고개 넘어 굽이굽이 따라가면
맑은 물이 도로 옆에서 흐르고
흐르는 물 옆에 깎아지른 절벽에
풀꽃들이 장관을 이룬 청량 산
한여름 내내 푸르게 푸르게 녹색에
푸른 꿈을 키웠던 산들은 어느새 붉게 물들이고
오고가는 행인들은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발길을 멈추는 청량 산
가을 풍경이 유난히 아름답고 공기 맑은
청량 산 주변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주 좋다
등산 코스로는 축융봉 정상까지는 별로
경사가 없어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어
아무나 등산 할 수 있는 청량 산
낙동강 줄기를 감싸안은 청량 산은 마치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고 주변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
청량 산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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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침묵
김옥준
귀가 길에
발길마다 침묵 속에 걸어가야 한다
어둠 속에 별들은 총총 한데
나는 외로운 것인가
나는 두려운 것인가
침묵해야 할 나에게
왠지 이 순간은
절망에 빠지게 한다
잠시 인 절망 속에
고독과 희망 속을 배회하며
모진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그래 산다는 것
어쩌면 힘겨운 설움 속에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전진하다 보면 저물어 가는
인생인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며
침묵으로 다 온 집
벨 소리에 엄마야
하는 낯설지 않은 아들딸의
반가운 목소리에
침묵은 천리를 떠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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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한 사람
김옥준
일련 된 세월 속에
다가서야 할 나임에도 불구하고
다가 설 수 없이
저만치 서 바라보는
그리움이 있네
잔잔한 물보라처럼
퍼지고 지워지는
마음으로 보아야 할
영상으로 머물고 있는
한 사람
한 번쯤 바람이 되어
함께 날아보고 싶고
한 번쯤 시냇물이 되어
강으로 흐르고 싶었는데
기억 속의 수채화로
남아 있는 그 한 사람 을
내 누구라 말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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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햇빛
김옥준
하늘 문 여는 빛이여
그대 이름 빛나는 햇빛이여
샘솟는 힘으로 오늘도
하늘밑 첫 동네
사람들 눈 밝히는 영롱한 빛
햇빛이여
세상이 그리워 솟구는 빛
다 일어나 마중 가리
등 넘어 재 너머 내가 못 본 세상
햇빛 너는 보았니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고파
오늘도 그 한날에 빛
햇빛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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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호수가에서
김옥준
가을 문턱이 너무 파래
섬뜩 무서워
입술을 떨다 물아래 보니
더욱 파래 뼈 속까지 말갛다.
싸늘한 바람
누가 이물 가를까?
두려워 두손들어
바람막을 때
저쪽
갈대 숲에서
싸 아 하늘 가르는 소리
파란 빗물 주룩 흐른다.
가을이 들어선
이 호수 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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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다녀갑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