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천이었던 도림천에 물놀이장을 개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해하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신림역에서 내려 3분 거리에 있는 봉림교 아래에 물놀이장과 벽천분수가 있었다. 아직 방학이 아니어서 아이들이 많지 않았지만 유모차를 타고 나온 꼬마에서 청년들까지 모두 하나 돼 무릎 높이의 얕은 개울 같은 데서 물장구를 치며 즐기고 있었다. 옆에는 구청에서 나온 안전요원과 직원이 있어서 이런저런 도림천 생태하천 관련하여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천에 미꾸라지가 많다하여 카메라를 물속에 들이대며 미꾸라지를 찾고 있는데, 금세 엿듣고 하늘거리는 수초들 사이로 숨어버렸는지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동방1교에 가면 물이 어디서 흘러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수많은 다리 아래 산책로를 걸어 산책로 끝까지 올라갔더니 정말 두 군데 큰 하수구가 물을 콸콸 쏟아내고 있었다.
하천을 걸어가는 동안 다양한 다리들을 지나가며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유년의 냇가에서 오래 머물렀다. 지방도시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는 하천, 지금은 지자체의 노력으로 화려한 생태하천으로 변신했지만……. 그 때의 그 소박한 냇가는 온 동네 아낙네의 빨래터요, 어린이들의 멱감기 터였다. 초등학교 1학년, 30여 분 걸어 집에서 학교 찾아가는 길도 쉽지 않았는데, 가끔씩 직장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가기 위해 학교 끝나면 7개의 다리를 세며 걸었어야 했다. 요즘 아이들 같으면 주변 건물을 외워서 찾아갔을 텐데, 다리 7개를 손가락으로 세며, 숫자가 헷갈리면 다시 되돌아보며 정말 힘들게 어머니를 찾아가느라 진땀을 뺐었는데 그것도 아련한 추억으로 뭉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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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리를 여럿 지났는데 마치 그 때처럼 다리의 숫자나 형태를 기억하지 못하고 다양한 하천의 풍경들에 빠져 걸었다. 초등학생들이 군데군데서 물장난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고무신으로 물놀이를 얼마나 했었는가!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계속 물가를 두리번거리고, 또 초등학생 2학년 두 아이는 구멍 뚫린 고무신을 아예 벗어 신발을 물에 띄우는 놀이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한참을 함께 즐기다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었더니, 학교는 다르고 같은 학원을 다니는데 학원 끝나고 오는 길이란다. 해가 지도록 집에 가는 걸 잊고 놀이에 빠져 부모님 걱정 끼쳐드렸던 일들이 줄지어 떠올라 아이들을 귀가 조치하고 말았다. 장마철에 하천에서 오래 노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충분히 설명했지만, 오지랖 넓은 이 아줌마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다리 아래 물가에 돗자리를 깔고 유치원 갔다온 손자손녀에게 간식을 먹이며,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는 신림동에 사는 이준연(65) 씨는 하천 복원공사가 잘 끝나서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린 것 같다고 한다. 같은 동네 50대 아주머니들도 주섬주섬 먹을거리를 싸들고 와 좋은 자리를 골라 앉았다. 아저씨들도 곳곳에서 막걸리와 마른 안주들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분리돼 있어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편안하게 산책하는 젊은 주부도 보이고, 애완견들도 신나보였다. 자전거 클랙슨 소리 한 번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전거의 흐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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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도림천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었다. 안양천 산책을 자주 나가고 있어서 신도림역 주변의, 우기 외에는 거의 물이 없는 짧은 거리의 도림천만 봐왔기 때문에 도림천의 상류가 많이 궁금했던 것이다. 도림천은 관악구ㆍ동작구ㆍ영등포구ㆍ구로구를 거쳐 2호선 도림천역에서 250여m 지나 안양천과 만난다. 건천이었던 도림천이 이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사시사철 물이 흐르게 된 것이다. 그 원리와 노력,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서울시에 의하면 한강에서 3만 톤의 물을 끌어와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에 1만 6000톤, 관악구 동방1교 주변에 1만 4000톤의 물을 흘려보낸다고 한다. 그밖에 관악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수와 지하철에서 발생되는 유출 지하수도 활용한다고 한다.
사실 도림천은 지난 80년대 지하철 2호선이 하천 상부를 통과하고, 90년대 이후에는 신도림역에서 신림역까지 도림천 주변이 복개돼 하천이 늘 어두워서 을씨년스럽고 음산하여 시민들의 발길도 뜸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08년부터 복원사업이 시작돼 하천 주변에 자전거도로, 산책로, 진입로 18곳 등이 조성되면서 맑은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관악구간에는 물놀이장, 분수, 벤치 등을 만들어 주민들이 산책하다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동작 구간은 소규모 계류시설을 설치해 물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구로·영등포 구간은 신도림역 주변 민간공사와 연계해 특화 공원을 만들고, 문화·공연 등을 위한 야외무대도 설치해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나와 도심 속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소중한 휴식공간을 만든다. 특히 구로구 도림천 제방에는 '생명의 나무' 1000만 그루 심기 운동으로 1999년에 심은 시민기념식수 산빛나무 70주가 무성하여 마치 나무터널을 걷듯이 주민들은 햇볕이 따가운 낮시간도 도림천 걷기를 즐기고 있다.
관악구는 발 빠르게, 여름방학을 맞아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난 도림천 물놀이장을 지난 6월 26일 개장했다. 8월 말까지 운영하는 도림천 물놀이장은 길이 30m, 폭 4~8m 규모로 어른 무릎 정도 깊이여서 3~5세 정도의 유아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돗물만 사용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급수하고 오후 6시에 물을 뺀다. 안전요원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어서, 구청 치수방재과(☎880-3885)에 사전 연락하여 인근 유치원 등에서 단체로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벽천분수와 휴식공간도 함께 조성돼 있어 성인들의 여가와 놀이 공간으로도 멋져 보인다. |
첫댓글 아름다운 생태하천으로 거듭났군요.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는 성숙한 나라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글과 그림, 즐감 했습니다.
먹을 것을 해결하는 데에만 매달렸던 우리가 이제는 환경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수와 폐수로 냄새가 났던 내가 이렇게 깨긋하게 정비되고 가꾸어졌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하천따라 걸으면서 공사기간 중 주민들이 오랫 동안 참 답답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기, 물, 산, 나무, 꽃 등등.. 자연과 함께해야 건강하다는 것을 누구든 공감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