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사의 완성... 인천대교의 기록들
10월19일, 인천국제공항과 송도신도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가 52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개통된다.
국내 1위, 세계 5위의 사장교인 인천대교는 건설에 투입된 자재, 인력, 시간 등 여러 부문에서 많은 기록을 세웠다.
먼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인천대교 건설을 위해 투입된 콘크리트 물량은 68만4783㎥.
이는 레미콘 약 10만 대 분량으로 아파트 1만3천 채 이상을 지을 수 있다. 콘크리트는 바닷물로 인한 부식을 막기 위해 특수 콘크리트로 제작됐고, 100년 동안 침수와 지진에 견디면서 유지·보수가 필요없을 정도의 내구성을 지녔다. 투입된 철근의 양 역시 13만5천 톤에 이른다.
사장교인 인천대교는 대부분 케이블로 교량 상부 하중을 지지해 많은 양의 케이블이 필요하다. 인천대교 케이블 길이는 총 52.948km. 가장 굵은 케이블엔 7mm 구경의 작은 철선 301가닥이 들어간다.
이 작은 철선들을 모두 연결하면 서울과 부산을 15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1만1,964km에 이른다. 인천대교 케이블 길이는 112m에서 400m까지, 중량도 4톤에서 41톤으로 다양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성공적인 시공을 위해 투입한 장비는 총 1,408대. 이 중에는 인천대교 대블럭 작업을 위해 사용된 3천톤급 해상크레인을 비롯해 바퀴만 320개에 무게만도 600톤에 달하는 상판 이동을 위한 특수캐리어 등 초대형 장비들이 총동원됐다.
여기에 인천대교 건설을 위해 투입된 인원은 연 23만명으로, 총 145만2천5백 명에 달한다. 세계 10대 경이적인 건설 프로젝트로 손꼽힐 만큼 화제가 돼 공사기간 중에도 10만여명의 방문객이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대교에 선보인 신공법
인천대교는 1조3천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기획된 반면 공기는 52개월에 불과해 획기적으로 공기를 단축했다. 서해대교의 경우 교량 길이가 인천대교의 1/3인 7.4㎞이지만 시공하는데 72개월이 걸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완벽한 인천대교 시공을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과 신공법을 적용해 최대의 난제를 극복했다.
우선 공기단축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공법을 적용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와 함께 상판 등 대부분 구조물을 지상에서 제작해 해상으로 이동, 교각에 거치하는 공법을 이용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고가교 상판 제작에 적용된 FSLM 공법. 인천대교 해상구간 중 고가교의 경우 8.4km로, 전체 해상구간의 70%나 되기 때문에 그 만큼 공사기간과 직결되는 구간이다.
이에 공기단축을 위해 1경간(교각 간 거리)의 거리를 50m까지 늘리고, 지상에서 50m 길이의 상판을 제작해 바지선으로 실어 날라 3천톤급 해상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교각 사이마다 올려지는 상판은 길이 50m, 폭 16m, 두께 3m에 무게가 1,400톤이나 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이는 콘크리트 타설 전에 강선을 최대한 당겨 주고 시멘트를 부어 감싸 주는 공법으로 불과 2일 만에 상판제작이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공사현장에서 직접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50m 상판을 만들 경우는 45일 정도 소요된다.
선박이 드나드는 주탑과 주탑사이 주항로 구간은 15m 길이의 상판을 차례로 들어 올려 케이블로 매달아 가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3일에 1개층씩 골조공사를 진행하는 공법인 층당 3일 공법도 인천대교에 사용된 신기술이다.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거푸집은 1개층 공사가 끝나면 2,300톤급 유압잭 장비를 이용해 저절로 다음 층으로 이동한다. 이동 소요시간은 30분.
일반 거푸집은 1개 층 공사가 끝나면 해체 후 다음 층에서 재조립해서 사용한다. 그만큼 시간과 인력이 절약되는 셈이다.
높이 238.5m로 249m 높이의 여의도 63빌딩 높이에 맞먹는 인천대교 주탑의 경우 초고층빌딩 건설에 적용된 층당 3일 공법으로 계획보다 3개월 단축 할 수 있었다.
인천대교 주탑 하부 지지대는 물막이를 하지 않고, 지름 3m의 대형강관 24개를 바다에 심어 기초를 세웠다. 기존에는 구경 2.4m 정도의 말뚝이 사용됐지만 인천대교에서는 지름 3m의 대구경 말뚝을 사용해 지지력을 높이고, 공기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었다.
인천대교 안전을 위한 숨은 비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대형선박이 오가고, 짙은 안개와 강한 바람이 부는 송도 앞바다의 특성을 고려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인천대교에 일반인들이 눈치 채기 힘든 다양한 안전기술을 적용했다.
인천대교는 서울 남부와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천항을 기준으로 볼 때 인천대교는 망망대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주탑에서 케이블로 지지되는 중앙 사장교 구간의 1,480m만 직선으로 설계됐을 뿐 사장교구간을 제외한 양구간을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했다.
항로인 사장교 구간을 인천항과 평행하게 직선으로 설계해야 대형 선박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들은 선수와 선미가 길어 항구를 정면으로 진입해야한다.
인천대교는 국내 처음으로 선박충돌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충돌방지공 44개를 2개의 주탑과 주변 교각 일부를 둘러싸는 형태로 바다에 심어 자동차의 범퍼처럼 선박이 교각에 직접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10만톤급 대형화물선(길이 248m)이 10노트의 속력으로 충돌할 경우에도 교각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시설이다.
인천대교가 건설되는 송도앞바다는 바람이 심하고 안개가 잦으며, 하루에 두 번씩 바뀌는 조수간만의 차가 평균 9.27m, 밀물과 썰물 때는 유속이 초당 1.27m 에 달할 정도로 악조건이다. 이런 악조건 역시 인천대교에 여러 가지 알려지지 않는 비밀을 숨겨 놓았다.
인천대교를 달리는 차량들은 눈치채기 힘들겠지만 주탑과 주탑사이의 1,480m 사장교 구간 상판은 콘크리트가 아닌 강판으로 제작됐다.
강판으로 제작된 상판은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는 세고 상판의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에 매달려 있는 사장교의 특성상 상판 두께를 줄여 바람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하려는 의도이다.
문제는 강판의 경우 여름과 겨울철 온도에 늘어나거나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 이를 보완하기위해 상판과 상판 이음새에 최대 2m까지 변형이 가능하도록 신축 이음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상판을 지지하는 케이블에도 안전을 위한 비밀 하나가 있다. 케이블 표면은 골프공처럼 작은 홈이 무수히 파여있다. 이 홈에 의해 공기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케이블이 바람에 크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번 인천대교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김화수 상무는
"인천대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 무척 기쁘다"며, "더위와 추위, 거친 바다 바람과 싸우며 고생한 공사 참여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삼성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 한국 토목기술력의 세계 경쟁력 확보라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