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눈이콩
늦가을 텅 빈 들판이 배고픈 자의 빈 그릇처럼 느껴진다. 논두렁을 훌치며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빈 밥그릇 긁는 숟가락소리처럼 들린다.
콩 포기 잘려나간 논두렁이 헐벗은 몸을 콩잎 몇 장으로 가리려 애쓰는 밑으로, 까만 쥐 눈이 반짝거린다. 쥐가 숨어서 먹이를 구하러간 엄마를 기다리나.
콩잎이 바람에 날아가고 콩잎 덮인 자리에 몇 개의 쥐 눈만이 반짝거린다. 먹이를 구하러 나섰다가 들짐승들에게 변을 당하여 돌아오지 못하는 엄마 쥐를 새끼 쥐들이 눈이 빠지게 기다렸나 .
엄마 쥐가 혹시라도 들짐승에게 물렸다가 구사일생 털이 빠진 채로 다리라도 절면서 새끼 찾아올까봐, 쥐눈이콩 몇 알을 줍지 못했다.
새끼들 엄마 기다리다 눈이 빠져서 이곳에서 죽었다는 것을 엄마가 알고 있어야겠기에.
첫댓글 슬픈 동화 같아요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