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5분거리… 숲속으로 '순간이동'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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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5분이면 57사단 동원예비군훈련장에 도착한다. 거기서 하차하면 왼쪽으로 흥국사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이 길을 200m 가량 오르면 흥국사 일주문이 나오는데, 일주문을 바라보며 오른 쪽으로 마사토로 잘 다져진 작은 길이 나온다. 그 길을 기분좋게 밟고 내려가다 보면 갑자기 ‘딴세상’에 온 것같은 장면이 나타날 것이다. 여기가 전원카페 목향원이다.
초가를 얹고 나무와 황토로만 지은 목향원의 넓직한 마당에 서면, 마치 5분만에 도시에서 어느 깊은 산의 숲속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뒤로는 수락산 자락이 포근히 감싸안고 바로 눈앞에는 불암산의 암괴가 손에 잡힐듯이 펼쳐져 있다. 산과 바위, 나무, 꽃 이외에, 그 곳에서 인공적인 것은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떻게 도시에서 5분 거리에 이런 명당이 있었을까? 입담 좋은 주인장 한성우(49)씨에 따르면 강원도 영월의 엄(嚴)씨 성을 가진 풍수가 점지해준 자리라고 한다. 그 풍수는 이 곳에 와보기도 전에 말로만 듣고도 이미 명당임을 알아차렸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쨌든 목향원 앞마당에 서면 ‘오호라∼’하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목향원을 둘러보자. 목향원은 본관과 별관 두채로 나눠져 있다. 우선 본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주변 경관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온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켜서 만든 굵직한 서까래가 그대로 들어나 있는 내부는 벽과 바닥을 황토를 다져 만들었다. 벽에는 벽난로가 있고 가운데에 장작을 때는 무쇠난로가 있다. 주인장은 ‘폼으로 놓여 있는게 아니다”고 말한다. 겨울에는 장작을 땐다는 얘기다.
이 곳 창가 좌석이 ‘로열석’쯤 된다. 바로 불암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분위기 잡고 뭐고 할 것도 없다. 그저 나무로 투박하게 만든 좌석에 앉으면 된다. 주인장 왈, “제가 차를 파는게 아니라, 자연을 팔아 먹고삽니다.”
별관은 다소 분위기에서 차이가 난다. 바닥은 돌벽돌이 깔려있고 좌석이 아주 푹신한 소파로 돼 있다. 편하게 앉아 차 마시며 얘기를 나누기에 적격이다.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넓직한 마당이다. 듬성듬성 통나무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있다. 목향원의 특징이 ‘듬성듬성’인데, 본채의 좌석들도 여유있는 공간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그렇게 장사하다가는 망하기 딱 좋을 정도로 공간들이 넉넉하다.
아뭏든 마당의 탁자에 앉으며 그냥 숲속에 있는 것이다. 주변이 주로 참나무로 빽빽하지만 마당에도 주인장이 정성들여 조경해 놓은 단풍나무며 은행나무 등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주변에 야생화가 여기저기 있는데 손님들이 가져다 심은 것도 많다고 한다.
낮 시간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논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주변풍광 속에서 너무 자연스럽다. 어느 도심의 카페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마당 한가운데는 모닥불을 피우는 곳도 있다. 저녁 나절 너무 선선하면 요즘도 모닥불을 피운다. 손님들이 불장난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마당 한 켠에는 텃밭이 있다. 이 곳에서 나는 야채로 손님상을 차린다. 손님들이 달라고 하면 캐주기도 한다. 본관 옆에는 커다란 장독들이 놓여 있다. 주로 김치독들이다. 제철에 나는 배추로 옛날 방식으로 김장을 담근다. 중국산 김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릴적 먹던 바로 그 맛이다. 주방은 안주인 정혜금(45)씨가 맡고 있다. “음식을 남의 손에만 맡길 수 없더라”는게 정 씨의 얘기다.
목향원의 메뉴는 번잡하지 않고 편안하다. 대표적으로 꼽는다면,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 십전대보차(7000원)와 대추차(7000원)가 권할 만하다. 식사로는 산채비빔밥(8000원)이 맛깔스럽고, 간단히 술을 곁들여 먹은 파전(1만3000원)도 푸짐하다.
목향원 가까이에는 조선왕조 14대 선조의 부친 덕흥대원군 이초(李苕)의 묘인 덕릉이 있다. 원래 천년 고찰인 흥국사도 덕흥대원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중창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목향원은 수락산 등산을 한 뒤 내려오는 길에 들르기도 딱 좋다.
목향원은 외환위기(IMF)가 한창이던 98년 6월에 문을 열었다. 한 번 찾았던 손님들은 단골이 된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며 다시 찾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다. 주인장 부부와 사귀어두면 좋은 말벗이 될 수 있다.
◈ 메뉴:파전(1만3000원)도토리묵(13000원)낙지볶음(25000원)골뱅이무침(2만원)감자전(13000원)
◈ 연락처:031-527-2255/www.cafecafe.co.kr
◈ 주차장이 넓다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이용)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마을버스 33번, 33-1번-57사단 동원예비군훈련장 하차~흥국사 앞 ▲(동부간선도로 이용)동부간선도로 이정표 중계역~이정표 당고개역~남양주시 별내면~57사단 예비군 훈련장-흥국사 앞 ▲(태릉에서 갈 경우)태릉~삼육대학교-담터사거리에서 의정부, 진접, 별내면 방향~별내면사무소~상계동방향~57사단동원예비군훈련장~흥국사 앞 ▲(의정부에서 갈 경우)의정부~퇴계원길~송산동, 용현동, 고산미군부대 지나 검문소~청학리, 수락산에서 수락산 상계동방향, 7사단 동원예비군훈련장 흥국사 앞▲(강남에서 갈 경우)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강동대교 구리IC통과 퇴계원 IC 서울 태릉 방향 의정부, 진접, 별내면방향~별내면사무소~상계동방향~57사단동원예비군훈련장흥국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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