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이 돈 된다
낡은 집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택 소유주의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가 지어지기까지 10∼20여 년을 기다리기 어렵고, 매매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수요층은 감소하면서 낡은 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거나 유지보수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건자재기업이 노후 주택과 빈집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와 상품ㆍ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빈집 실태조사 및 정보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 용역 업체 선정에 나섰다.
이 연구는 지난 8월 발의된 ‘빈집 등 소규모 주택정비 특례법(이하 빈집 특례법)’에 따라 빈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마련됐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빈집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사업 범위를 정립해 앞으로 관련 제도를 만드는 토대를 다진다는 구상이다. 지자체와 국토부가 확보한 공공 데이터 등을 활용해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발견하지 못한 빈집을 발굴해내고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빈집 정보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지자체의 협조를 유도하고자 실제 조사에 필요한 인원과 비용을 추정해 업무 수행의 효율성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전국의 인구 이동 현황, 교통시설 등 인프라 현황 같은 각종 정보와 연계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거나 지역별 특성에 맞는 관리, 활용 서비스도 발굴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건자재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빈집 보강공사를 해 공공시설로 재활용하는 사업에 사회공헌 개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유지보수 전용 자재는 물론이고 단열재 등 일반 자재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라면서 “빈집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서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만들면 새로운 유지보수용 자재를 개발하거나 출시하는데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낡은 아파트 유지보수 맞춤형 자재 개발… 매출도 증가
사람이 거주 중인 낡은 아파트는 빈집보다 빠른 속도로 유지보수 시장에 편입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지 않거나, 진행하더라도 이주까지 긴 시간이 남아있어 주차장, 승강기 같은 공용부문은 보수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엘리베이터 3사(현대ㆍ티센ㆍ오티스)의 유지보수 물량(누적 기준)은 모두 작년보다 늘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작년 3분기까지 10만6474대를 유지, 보수했다가 올해는 11만9514대로 12.2% 증가했다. 오티스 역시 작년 10만111대에서 올해는 10만3758대로, 티센은 6만5000대에서 올해 7만1000대로 유지관리 승강기 규모가 확대됐다.
유지보수 물량이 증가한 것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도 개발, 선보이는 추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지, 보수가 필요한 승강기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 확인하는 플랫폼을 개발, 적용 중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현장만 작년 1만3575대에서 올해 1만9820대로 46%나 늘었다.
아파트 보수용 페인트 시장도 뜨겁다.
KCC는 유지보수용 도료시장이 성장할 것에 대비해 올 7월 안성공장을 준공하고 건축용 방수 바닥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건축용 방수 바닥재는 신축 건물에도 쓰이지만 주로 오래된 아파트의 옥상과 주차장 바닥 방수를 하는 데 쓴다. KCC는 특히 생산 횟수는 줄이고 생산성은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적용해 늘어나는 주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창호와 조명처럼 거주자의 생활비에 직접 부담을 주는 자재를 교체하려는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맞춤형 마케팅도 치열하다. 낡은 창호만 바꿔도 겨울철 난방비를 최대 40%가량 절감할 수 있고, 형광등을 LED 전등으로 교체하면 전기료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 KCC, 한화L&C는 수도권 노후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에너지 고효율등급 창호를 저렴한 가격에 교체할 수 있는 공동구매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소 조명 생산업체와 LG전자 등은 아파트 단지와 주변 대형 마트에서 LED 전등 교체 공동구매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아파트 신축은 감소하고 1990년대 조성된 신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유지보수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내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거주 중인 집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만큼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문수아기자 moon@
첫댓글 좋은 기사입니다.
초기엔 블루오션이 맞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