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일본 간사이, 교토를 다녀왔습니다.
늘 혼자만 다니다가, 한번도 오사카 교토를 가보지 않은 아내를 위해 아들과 셋이 간 여행.
돌아오니 지난 며칠이 또 그립네요. 여행이란 항상 그런 것. ^^
22년 전이었던가.. 처음 일본 오사카에 갔었는데..
기온 가모카와 옆 한 진짜배기 소바집에서 먹은 소박한 소바와 기요미즈데라, 그리고 구라마온천이 너무나 인상적었지요.
특히나 자루소바 한 뭉텅이에.. 찍어먹을 쯔유.. 그리고 작은 강판에 직접 갈아먹으라고 주는 생와사비뿌리 한토막..
딱 이 세가지만을 내어주던 그게 그리 잊혀지지 않더군요.
10여년 전, 그 전에 갔던 기온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혼자여행을 계획하여 실행.
이후로 봄가을로 연간 두번은 갔었는데.. 한 3년 코비드19로 어쩔 수 없이 중단했었죠. ㅠ
늘 가면 교토에만 가고.. 이것으로 15번째.
서울의 어딘가를 여행한 것보다 교토에서 여행한 것이 더 많은 지라.. 어딜 가든 교통은 훤하고 또 편합니다. ^^
나는 일본 자체보다는 그냥 간사이의 교토를 좋아합니다. ^^
그래서 웬만해선 다른 덴 안가고 교토만 가요. ㅎㅎ
교토는 1000년의 수도였던 고도로.. 현 인구 150만에.. 스스로의 자부심이 무척 강한 도시지요.
경주의 인구가 25만 정도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 규모가 아직도 대단합니다.
신칸센 포함 JR이 4-5 노선이 운행하고.. 시영지하철 노선이 두개(가라스마선과 도자이선)..
그리고 사철인 한큐, 케이한, 긴테츠 전철이 운행합니다.
노면전차인 게이후쿠전기철도(란덴)도 있지요.
도시 북부를 운행하는 에이잔전철 노선 두개도 있고 히에이산을 오르는 로프웨이도 따로 운행합니다.
사실 우리가 아는 교토는 교토부 안의(남부의) 한 도시이고(주도임)..
교토부는 경기도만큼 큽니다.-
교토시 남쪽에는.. 황실에 진상하던 녹차와, 뵤도인(호오도)과 미무로토지(꽃의 정원,절)로 유명한 우지시가 있고..
남서쪽에 이와시미즈하치만궁이 있는 야와타시를 비롯..
서쪽에는 경관이 아름답고 유서깊은 고찰인 요시미네데라가 있는 나가오카쿄가 있고..
위로는 아라시야마에서 유명한 토롯토열차가 종착점으로 가는 가메오카시,
그리고 교통의 중심지인 후쿠치야마시와 그 옆 아야베시도 있고..
더 위로는 우리 동해와 접한 해안도시들로..
우리에겐 위협적인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마이즈루 지방대, 함대로선 거의 아시아 최강 전력이다)가 포진한 군항인 마이즈루시,
일본3경 중 하나라 할 정도로 절경인 아마노하시다테로 유명한 미야즈시,
그리고 후나야(배집)로 유명한(이네 후나야) 이네초(마을)를 포함하는 교탄고시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교토부 교토시내와 다른 교토부의 거의 모든 전철 노선 위를 타고 달려본 것 같네요.
3박4일이나 4박5일 정도로 거기서 쏘다닌 기간만 두달여이니.. 나도 참 많이 다니긴 했다.. ㅎㅎㅎ
부로서 교토부는 북으로는 바다(우리의 동해)를 접하고.. 남으로는 교토 이전시대 수도였던 나라현..
서로는 고베를 중심으로 하는 효고현과, 그 아래 오사카부.. 그리고 동으로는 비와호가 있는 시가현과 경계를 이룹니다.
일본은 도-도-부-현으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일반 현이 아닌 특별행정구역인 도-도-부 중에서.. 처음 1도(특별시)가 '도쿄도'이고.. 1도(섬)은 '혹카이도'..
그리고 2부 중 하나는 '오사카부' 그리고 바로 '교토부'입니다.
오사카는 물자가 발달한 항구답게 '먹다가 죽는다'는 정도로 음식문화가 발달한 반면..
교토는 수도답게 '입다가 죽는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의복 패션 장신구 등이 발달한 곳이었지요.
아마도 당나라의 장안을 본딴 듯..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계획된 도시입니다.
도로는 반듯하고 바둑판처럼 직각으로 교차합니다.
위에서부터 수평으로 1(이치)죠, 2(니)죠, 3(산)죠.. ~ 9(쿠)죠... 이렇게 죽 늘어서며..
서에서 동으로 가면서 세로줄로 오미야, 가라스마, 다카쿠라, 가와라마치.. 뭐 이런 식의 거리 이름이 붙습니다.
교토에 가면 늘상 언급되는 곳인데.. 기온의 시작이 되는 '가와라마치'는 사실은 시죠(4조)가와라마치를 말하는 것인데..
이는 위에서부터 네번째 동서로 뻗는 도로인 시죠(4조)도리(길)와 남북으로 뻗는 도로 가와라마치도리(길)의 교차점입니다.
교토에선 시죠거리(도리)가 가장 번화가인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시죠오오미야, 시죠가라스마, 시죠다카쿠라, 시죠가와라마치, 기온시죠 등으로 시죠와의 교차점이 됩니다.
당연하지만 시죠가와라마치 위(북쪽)는 산죠가와라마치이고.. 그 남쪽(아래)은 고죠가와라마치인 겁니다.
아마 황궁(교토어소)을 기준으로 이치죠의 기준을 정한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전국시대의 패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주성인 니죠조(성)은 니죠에 있습니다. 교차로 말한다면 니죠오오미야인 거죠.
교토역은 거리 한 블럭을 차지할 정도로 큰데.. 그래서..
교토역 북쪽(위)의 버스승차장이 있는 거리는 시치죠 거리이고.. 그 남쪽 아래는 바로 하치죠거리인지라..
교토역의 남쪽입구는 미나미(남)구치(입구)라 하는 대신, 하치죠구치라고 하는 거죠.
교토에서의 버스는 진행방향을 생각하면 간단한 것 같습니다.
전 이게 누군가 의도한 거라면 참 인상적이고 정말 너무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사거리에.. 버스 정거장이 같은 곳에 두개가 있을 겁니다.
그럼 교차로에 가까운 정거장은 좌회전하는(우리로는 우회전에 해당) 버스노선이 서는 곳이고..
교차로에서 상대적으로 먼 정거장에 서는 버스는 직진입니다.(혹은 우회전)
쉽게 말해 직진하는 버스 정거장을 교차로에 붙여서는 만들지 않는 것인데요.. 저도 이걸 이해하는 데 제법 걸렸습니다.
한국에선 한군데서 다 서고, 그러니 버스들이 동선이 얽히지요.
전철들도 정확한 시각에 들어오고 나가는 거야 뭐 기본이지만..
전광판에 표시되는 편성 량수(차량수), 정차하는 위치, 승객 대기 위치(줄 서는) 등이 다 표시되기에 그대로만 서면 됩니다.
처음 갔을 때는 이게 무지 헷갈렸는데..(아마 다들 그리 생각할 걸요^^) 그건 내가 서울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없어서였고..
특급 준특급 일반 등에 따라 서는 위치에 동그라미 세모 혹은 화살표 기호가 되어 있으니 그걸로 기준하면 되는 겁니다.
신칸센이 아닌 일반선도 특급열차와 일반열차가 있고, 일반열차도 구분이 있지요.
래피드익스프레스(쾌속특급,쾌특), 익스프레스(특급), 서브익스프레스(준특급, 준특), 로컬(일반) 등으로 구분되니 서는 역 기준으로 찾아 타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전철은 반도체강국답게 표시방식(그래픽)은 화려하지만, 사실 제대로된 정보 전달은 매우 아쉬운데 비해..
일본의 전철은 구식 도트매트릭스방식이라 촌스럽고 구린 데 비해, 정보전달은 단순 명료하고 확실합니다. ^^
물론 서울보다 요금이 비싸고.. 환승할인이 전혀 없는 건 정말 아쉽지요.(물론 이건 내 시각에서)
버스는 한번 타면 무조건 230엔.. 전철은 아마 기본 180엔인가(160이었던가?) 그럴 겁니다.
대신 그들은 그 비용을 세금에서 지원하지 않는 거겠죠.
요즘 우리나라는 보면 이 문제로 운행하지 못하는 노선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결국 여기에 누군가는 돈을 지원해야 합니다.
일본의 버스는 전철보다 기본요금이 비싼편인데..(대신 한번 타고 오래 갈 경우는 오히려 쌈. 멀리 가도 230엔)
그런 걸 보면 인건비가 상당한 모양입니다. 우리도 이미 인건비는 일본을 추월했으니 곧 그렇게 될 듯. 피할 수 없습니다.
교토여행 이야기 쓰려다가 사설이 길었네요.
나중에 다시 써야겠다. ㅎㅎ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정보
뭐 별 건 아닌데.. 저도 자꾸 가다보니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교토….참 희한하게 가면 갈수록 볼것이 생기는…묘~한 마성이 있습죠^^
저길 가면 우리나라도 좀 외국인들이 찾아와서 잘 즐길 수 있게 해놓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뭐든 자국민 위주라.. 그것도 역시 국뽕인데.. 일반 나부터도 한번 가 본 데 찾아갈 생각이 잘 안드니.. ㅠ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속편이 기대됩니다.
네.. 시간 나는 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
여기가 교토 같았는데요... ㅎㅎ
입에 물고 있는 입장권은 금각사 것인데.. 그러니까 교토는 맞죠. ㅎ
근데 금각사에 저런 데가 있었던가요..? 제가 금각사엔 세번은 갔었는데요.. 이번에도 아내 때문에 갔으니 네번인가.. ㅎㅎ
지금 그곳에 와있습니다.
내일 교토에 가보려합니다.
쓰신글 참고하며 다녀보겠습니다.
다음주까지 천천히 이동네 다 둘러보고 가렵니다.
교토 정말 좋죠.. 한달을 있어도 다 못보는 곳..
교토는 아니지만, 저 사진에 있는 미호뮤지엄 가보시고요.. 강추합니다. ^^ 오시는 길에 있는 이시야마데라(석산사)도 추천입니다.
더 멀리 가시려면 히코네의 히코네성과 그 부속정원인 겐큐안도 좋고요.. 그 사이에 있는 오미하치만도 좋은 곳이에요.
오하라를 하루 잡아서 산젠인(삼천원), 액자정원이 유명한 호젠인(보천원)과.. 건너편에 위치한, 안토쿠천황의 어머니 겐레이몬인이 깃든 암자인 작코인까지 다 돌아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산젠인의 슈헤키엔 정원은 언제 봐도 좋은데.. 아침 일찍 가서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은 환상적입니다. 전 일부러 문여는 8시에 가요. 최고죠. ㅎ
구라마데라와 기부네신사는 한번에 묶어서 가면 좋은데.. 구라마데라를 먼저 올라 뒷문으로 나가면 기부네신사까지 천연보호수림을 걷는 길이 이어집니다.
간단한 하이킹 정도이고 중간에 '뿌리의길'로 불리는 유명한 길이 있습니다. 데마치야나기역에서 에이잔전철을 이용하심 됩니다.
아라시야마에 가시면 뭐 일반적으로 가는 데 말고도 기오지(지왕사)와 다이가쿠지(대각사)도 세트로 다녀오심 좋고.. 아다시넨부츠지나 오타기넨부츠지도 좋긴 한데 약간 멉니다.
@질주본능 지금 히메지성에 와있습니다.
렌트해서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고 있습니다ㅎㅎ 근데 비가오네요
@레스테입니다 히메지성에도 세번은 갔었는데.. 정말 아름다운 성입니다. 일본 3대 성 중에 하나. 아마 최고 1위일 겁니다.
시라사기조, 즉 백로성이라 불리죠. 사쿠라철에 가면 진짜 장관이더군요. 샛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분홍빛 벚꽃을 두른 백색의 성!
그 옆에 부속정원인 고코엔도 가보세요. 지금 쯤 무슨 꽃이 피었을라나.. ㅎ
혹시 오카야마에도 가십니까? 거기 오조(까마귀성)으로 불리는 오카야마성과 그보다 유명한, 일본 3대정원 중 하나라는 고라쿠엔이 있죠.
고라쿠엔은 정말 최고입니다. ^^
구라시키 미관지구도 좋고요.. 기비쓰신사는 진짜 괜찮아요. 보통의 붉은색 떡칠을 한 신사들과 다르게.. 차분하고.. 회랑으로 이어지는 특이한 구조죠.
암튼 그 동네는 시코쿠가 가까워서 그런지.. 어딜 가든 사누끼 우동이 맛있습니다. 사누끼는 지금의 다카마쓰를 포함하는 카가와지역의 옛이름입니다.
오카야마 아래 우노항에서 페리로 '예술의섬' 나오시마에 가는 것도 좋을 겁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도 유명하지만. 한국 이우환 화백의 미술관이 거기 있더라고요.
감사합니다
10년 넘게 발로 뛴 거라..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일본을 엄청 많이 다녀왔는데 교토를 못 가봤네요. 곧 한번 가봐야겠어요. 쓰신 글 참조할께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역사적인 도시라.. 이웃나라인 중국의 현 수도인 북경과 과거 오랜 황도였던 시안, 그리고 일본의 현재 도쿄와 과거의 황도 교토는.. 마치 우리의 서울과 경주 같아서.. 볼 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있고.. 뭔가 많이 느끼고 오는 거 같습니다. 중국 시안도 참 좋더라고요. 장안이니.. ^^
게다가 교토는 주변 오사카는 물론 효고현 고베 나라 시가현 등 같이 볼 데가 많고 먹을 거리도 다양하게 즐비해서 더 좋은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