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집을 나서 인천공항에서 8시 간사이공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시간은 한시간 40여분.. 9시45분 랜딩입니다.
나는 기내식으로 자이나교도식 식사를 미리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먹을만 했습니다.
근데 자이나교가 뭐야..? 그냥 한번 먹어 봤습니다. ㅋㅋ
가는 동안 심심하니 기내상영 영화 중 할리우드최신작으로 '블랙아담'을 골랐습니다.
더락이 주연. 이 친구는 저런 역으로 딱입니다.
영화는 쏘쏘.. 샤잠이랑 같은 포맷인데..
샤잠은 어린이용에 완전 골때리는 코믹이라면 블랙아담은 같은 샤잠인데도 제법 심각합니다.^^
비행시간 내에 다 못봐서.. 나머지는 귀국길에 보기로 했습니다.
간사이지방을 처음 가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이번 여행은 철저히 가이드 역할입니다.
내가 안가본 데는 없을 겁니다. ㅠㅠ
첫날 일정은 난바 가서 점심 먹고 오사카성을 구경한 후, 다시 난바로 와서 도톤보리 구경 및 저녁식사 후 교토역 가기입니다.
입국절차 마치고 나오니 10시 45분..
미리 사가지고 간 E-티켓(바우처)을 바꿔서 11시5분인가 난카이전철 라피트(베타)를 탑니다.
요즘 인터넷으로 라피트전철 티켓을 살 수 있어요.
일반 난카이전철을 타도 되지만 굳이 라피트를 타는 이유는 좌석지정이 되는 특급열차이기 때문입니다.
현지에서 사려면 더 비싸지만.. 미리 한국에서 사면 일반 난카이랑 가격차이도 별로 안나니(차액이 천원 정도던가..) 탈 만 합니다.
사실 일반 전철이나 라피트나 도착시간에 차이는 거의 없어요. 간사이공항에서 먼저 출발하는 열차가 난바에 먼저 도착합니다.
그러니 좌석지정이 필요없다면 굳이 특급을 기다려 탈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일반역차도 공항에서 타면 거의 앉아가니까요. ^^
난바까지 4-50분 정도. 12시 전에 난바(난카이난바역)에 도착했습니다.
난카이난바역이라고 굳이 하는 이유는.. 난바는 사실 엄청나게 복잡하고 여러 역사가 어지러이 붙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난바역은.. 하나가 아니에요. 게다가 난바역은 지하철을 말하죠.
(사실은 '난'바가 아니라 '남'바라고 해야 맞습니다. 일본 가나 '응'이 'ㅂ'앞에서 'ㅁ'으로 발음되는 거니까요)
JR야마토지선이 서는 서쪽의 'JR난바역'부터 시작..
사철인 킨테츠나라선과 긴테츠특급 그리고 한신난바선이 서는 북쪽의 '오사카난바'역..
난카이전철중 난카이본선과 난카이특급 및 난카이고야선이 서는 남쪽의 '난카이난바'역..
그리고 지하철역으로 미도스지선과 센이치마에선과 요츠바시선이 서는 '난바역'이 중간지역에 펼쳐져 있습니다.
역사 내에 다카시마야백화점이 있고 난카이 위에는 난바파크스도 있으며.. 특급호텔인 스위소텔난카이오사카호텔도 역사 위에 있죠.
처음 가면 길 잃기 딱 좋은 곳입니다. ^^
암튼 난바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첫 식사로 선택한 것은 오사카에서 유명하던(지금은 많이 식어서 현지인들이 가는 곳) 양식당 '지유켄(자유관)'.
도톤보리 남족에 있으며.. 식당내부는 엄청 협소하고.. 사람이 많으면 합석은 기본인 곳이지요.
1910년 개업, '오사카에서 가장 오래된 양식당'인 지유켄의 인기메뉴는 바로 '명물카레'입니다.
미리 비벼서 나오는 카레에 날계란을 올려 나오는데 이걸 섞어서 먹는 겁니다.
당시엔 식은 밥이라도 뜨거운 카레를 섞어먹으면 따듯한 한끼를 먹을 수 있었고.. 그당시엔 계란도 고급품이었으며..
양식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도 테이블매너에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비벼서 내었다고 합니다.
1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이 음식이 지유켄의 자랑이자 이념입니다.
https://goo.gl/maps/xL2ZbzDkJ2FsAdfZ8
참고로, 이와 비견되는 곳이 도톤보리 북쪽에 있는 오래된 양식당 '혹쿄쿠세이(북극성)'입니다.
혹쿄쿠세이의 자랑은 오무라이스지요. ^^
https://goo.gl/maps/PGyJ15yMgvsiHpeH9
암튼 먹고.. 난바역에서 지하철 타고 오사카성으로 출발.(사실은 '오오사카'라 해야 하는 데 그냥 '오사카'라 하겠슴다)
지하철 미도스지선으로 북쪽으로 두 정거장 가서 '혼마치역'에서 주오선으로 환승 후 두정거장 가면 다니마치욘초메역입니다.
다니마치욘초메역은 주오선과 다니마치선이 교차하는 역이에요.
이 곳에서 가면 오사카성의 주문인 오테몬(대수문)으로 들어갑니다. 가는 길가에 오사카역사박물관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모리노미야역이나 오사카비즈니스파크역에서 내려도 되고..
JR로 간다면 모리노미야역이나 오사카조코엔(오사카성공원)역에서 내려 가도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지하철로 다니마치욘초메에서 내리거나 JR로 오사카조코엔역에서 많이 시작합니다.
오사카조(오사카성)은 오사카조코엔(오사카성공원) 내에 있습니다. 공원은 무료.
오테몬(대수문)은 오사카조의 주출입구로 여겨지는 문인데.. 외해자 내의 외성의 문이에요.
오사카성은 기본적으로 3중 해자로 방어하는 성이었대요. 지금은 해자의 일부는 소실되거나 매립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방어에 특화된 것은 아마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제패하고 자신의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였겠죠.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히데요시 사후 어린 히데요리를 옹립한 가신그룹이 에도막부에 끝까지 저항한 토대가 되었고..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이시다 미쓰나리를 격파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측 군대도, 오사카성을 쉽게 함락하지 못했었지요.
'겨울의 진'과 '여름의 진'.. 결국 수차례에 걸친 포위 공격으로 패배하고 만 히데요리는 어머니 요도도노(히데요시의 후처)와 함께 자결로 짧은 삶을 마쳤다지요.
이 해자가 얼마나 농성에 유리하고 공성전에는 방해가 되었던 지..
결국 겨울의진(겨울전투) 이후 이에야스는 일단 화친을 맺고 해자를 메운 후에야 성을 함락시킬 수 있었다는 말이 있죠.
암튼 외해자를 건너면 내해자와의 사이에 소위 '니노마루'가 펼쳐지는데.. 오사카성에서는 '니시노마루'라 하더군요.
여기에 유명한 니시노마루정원도 있고.. 호코쿠진자(신사)도 있지요.
호코쿠신사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주신으로 모시는 신사입니다.
나는 이런 데 싫어하기에 처음 갔을 때 말고는 들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ㅎㅎ
오사카성은 화려한 덴슈가쿠(천수각)가 유명하지요. 사실 이미 화재로 소실되고 재건하여 진품은 아닙니다. ^^
여러번 불타고 재건되어서.. 이걸 과거의 오사카성이라 불러야할 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그래도 천수각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은 남겨야 오사카에 왔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찰칵.
여긴 그냥 서울로 치면 남산타워 같은 곳이라 보면 됩니다. 나 혼자라면 절대 안가요. ㅋ
이 안에서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오다 노부나가의 신발담당에서 시작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와..
오사카성 전투의 기록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도쿠가와 측의 맹장들.. 즉 마쓰다이라 가문들 장수들도 있고.. 잘 알려져있는 사나다와 같은 히데요리측 맹장도 나와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잘 모르면 솔직히 이해 못할 겁니다. 그냥 바깥에서 사진만 찍고 오면 되요.
암튼 아내는 오사카엔 처음이니, 천수각 내를 둘러보고 내려와 다시 되돌아갑니다.
다시 난바 도톤보리.
오사카에 왔으면 당연히 먹어야하는 게 있죠. '오코노미야끼'와 '다코야끼'입니다.
사실 오코노미야끼와 다코야끼는 어디서 먹나 그게 그겁니다. 그러니 아무데나 가셈. 굳이 줄서서 기다리지 말고.
굳이 줄서서 먹으려면 '미즈노' 같은 데 가시고. 근데 거기 일본애들한테 맛집이나 한국인 입맛엔 별로일 거임다. 드럽게 짜요.
우리가 간 곳은 호젠지 산페이. 적당히 맛있더군요. ^^
여긴 기본 베이스에 토핑을 맘대로 골라넣을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오코노미'야끼(내맛대로 재료를 넣어 구워먹는)입니다.^^
그렇다고 여기가 최고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냥 최대한 입맛 맞춰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는 정도.
https://goo.gl/maps/rZPJh5E9esuX83K66
다코야끼 도라쿠 와나카. 역시 다코야끼는 오사카에서 먹어야 제맛이 납니다.
한국 다코야끼는 오사카 다코야끼 특유의 속살의 흐물흐물함이 없이 꼭 호도과자같아요. ㅎㅎ
심지어 효고지방에는 이걸 국물에 말아먹는 '아카시야끼'라는 것도 있답니다. ^^ 이거 생각보다 맛있어요. ^^
사실 아카시야끼가 오사카 다코야끼의 원형이란 말이 있죠.
한국인들도 아카시야끼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전 있기만 하면 꼭 이걸 먹습니다.
https://goo.gl/maps/JMm6iaWQdapq3Cqp8
난바에서 지하철 미도스지선으로 우메다역 가서.. 우메다에 있는 오사카역으로 이동.
이곳 우메다 역시 골때리는데.. '우메다역'은 지하철역입니다. JR이 서는 곳은 '오사카역'이라 부르고..
한큐전철은 '오사카우메다역'이지요. 보통 '한큐우메다역'이라고 부릅니다.
한신전철이 서는 곳도 위치는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오사카우메다역'. 한큐역이랑 구별하려면 '한신우메다역'이라 하면 되겠지요.
지하철 미도스지선이 서는 곳이 '우메다역'이고.. 요쓰바시선이 서는 데는 '니시우메다역'.. 다니마치선이 서는 곳은 '히가시우메다역'입니다.
아이고 머리야.. 머리 아프지요..? ㅎㅎ 여기 우메다도 난바 이상으로 정신 없습니다. ㅎ
난바가 난카이판이라면.. 우메다는 한큐판이거든요. 그냥 한큐세상이지요. ㅎㅎ
오사카역에서 교토역 가는 것은, JR쾌속특급(래피드 익스프레스)을 타면 진짜 금방 갑니다. 신오사카 다카쓰키 서고 바로 교토역.
교토역 하치조구치엔 적당한 가격대의 비즈니스호텔이 많이 있어요.
첫날 끝.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
소중한 여행기 감사합니다
몇년전이 생각 나네요
그 높았던 no japan 열기 ~~
잘 읽었습니다~
2부가 기다려 집니다~
저는 오늘 교토가서 4곳정도 보고 왔습니다.
숙소가 오사카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결국 다시 오사카로 와야해서.. 다음에는 교토에서 2박 오사카 2박 이런식으로 해야겠어요.
렌트카로 다녀서 시간적 제약은 없는데 이놈의 주차요금과 톨비가 많이 나오긴 하네요. ㅎㅎ 아직도 4일이나 남았습니다.
내일 또 교토에 가볼까 합니다. 교토가 정말 볼거리가 많네요. 파도파도 계속 나오는거 같습니다. 오사카성은 말씀하신대로 짝퉁이라..가야하나 싶은데 안가자니 좀 그렇고...
여튼 질주님의 후기가 도움 많이 되고있습니다.
교토가 참인상깊게남아있습니다. 간사이지방은..
지난주에 간만에 도쿄에 출장 갔다 왔는데 no Japan no Japan 했어도 역시 가는 곳마다 한국사람... 시부야, 아끼하바라, 츠끼지 수산시장 등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일본 민족은 별로인데 제품이나 음식은 어쩔수 없이 좋쵸.
웬만하면 거의 깨끗하고 좋치만 특히 좋은 호텔이나 맛집정보도 많이 올려 주세요~~ 전 오사카에서 캡슐호텔에도 있어봤는데 저렴하고 깨끗하고 조식도 너무 잘 나와 깜놀했던 기억이...
와..자세한 여행기와 이야기 재미있네요. 저도 오사카 여러번 다냐왔지만, 곁에 있는 듯한 스토리 흥미롭네요...^^